“반바지 입고 결재” 진화하는 여름 출근 복장

입력 2015.07.07 (06:02) 수정 2015.07.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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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 자락을 장식했던 아이돌 그룹은 노래에서 반바지 교복을 제안했다. 청바지를 입고 회사에 가거나,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서 괜찮을 것이란다. 당시 그들은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자는 메시지와 함께 큰 인기를 모은바 있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 실제로 출근길 남자들이 각선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최근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9월 초까지 금융사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임직원에게 재킷을 대신해 노타이 차림에 반소매 셔츠 착용을 허용했다. 휴일 근무자에 한해서는 반바지도 입을 수 있다.

사실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반소매 셔츠, 그리고 재킷을 입지 않는 간편한 옷차림은 이미 익숙하다. ‘쿨 비즈’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름철 에너지 절약과 직원들의 쾌적한 근무를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해 왔다. 남자들의 반바지 역시 쿨비즈룩의 진화로 볼 수 있다.

◆ “반바지 입고 임원 결재도 OK” 달라진 문화

실제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기업도 하나둘 늘고 있다. 케이티엠하우스 경영지원팀에 근무하는 김성환(33) 씨는 사내 반바지 허용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 등 일부 기업들이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상사에게 건의한 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동료와 상사들이 하나둘 반바지 착용에 동참하고 있다”며 “오전에도 대표이사 결재를 받으러 다녀왔지만 불편한 시선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반바지를 입으니 확실히 시원하다”며 “아직은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참여가 이뤄지고 있지만, 임원들도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전 사원 반바지 입는 날' 등 사내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순박원순


반바지 출근은 과거에도 한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부터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반소매 셔츠와 반바지, 샌들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직접 ‘쿨비즈룩 패션쇼’에 나가 반바지 차림을 선보이는 노력도 보였다. 하지만 반바지에 정장 구두를 신거나 양말을 신고 샌들을 착용하는 등 다소 어색한 패션이 등장하며 반바지 착용은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 ‘구두, 드레스셔츠, 양말’ NO…반바지 공식은?

반바지 입고 회사에 가는 것이 당당해지는 방법이 있을까. 비즈니스룩을 위한 반바지는 적당히 몸에 붙는 디자인이 좋다. 전문가들은 바지 길이는 무릎길이 또는 무릎이 살짝 보이는 길이를 제안한다. 바지의 밑단은 정장 바지처럼 접어 올린 디자인이 더 단정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정해정 마케팅 과장은 “반바지는 상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 할 수 있다”며 “출근복으로 반바지를 입을 경우에는 긴팔 셔츠와 재킷을 함께 입어 점잖은 느낌을 주는 것이좋다”고 했다.

제일모직은 ‘3NO 공식’을 소개한다. 반바지를 코디할 때는 투박한 남성용 구두보다는 끈이 없이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로퍼’나 천 소재의 여름철 캐주얼화인 ‘보트 슈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정장에 어울리는 드레스 셔츠도 금물이다. 대신 스트라이프나 체크 패턴이 있는 상의가 어울린다. 옷깃이 있는 티셔츠는 활동성도 좋고 출근 복장으로도 무난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양말 역시 피해야 한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일반 양말 대신 신발에 가려질 수 있는 발목 양말이나 덧신을 선택하면 반바지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 반바지, 여름 재킷 판매 신장

반바지 출근이 허용되면서 관련 매출도 뛰고 있다. 신세계인터네셔날의 한 남성복 브랜드는 이번 시즌 반바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한 수입 브랜드 역시 이번 시즌 입고된 총 11종의 반바지 가운데 6가지 제품이 품절 됐고, 나머지 제품도 물량의 70% 이상이 판매됐다.

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패션업체 LF은 남성복 브랜드의 여름 반바지 생산량과 스타일 수를 지난해보다 늘렸다.

반바지와 함께 재킷 판매도 함께 오르고 있다. 제일모직의 남성정장 브랜드는 5월과 6월 재킷 판매가 지난해보다 15% 가까이 늘었다. 이지영 디자인책임은 “청량감과 격식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반바지와 함께 재킷이 수반돼야 한다”며 “린넨 소재의 반바지, 재킷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했다.

LF의 남성정장 브랜드 역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여름에 가볍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언컨재킷(unconstructed jacket)’이 지난해보다 30% 많이 팔렸다. LF 이지은 상무는 “여름 남성복은 시원함을 유지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착장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외 패션 브랜드는 특수 냉감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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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7 06:02:39
    • 수정2015-07-07 11: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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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 자락을 장식했던 아이돌 그룹은 노래에서 반바지 교복을 제안했다. 청바지를 입고 회사에 가거나,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서 괜찮을 것이란다. 당시 그들은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자는 메시지와 함께 큰 인기를 모은바 있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 실제로 출근길 남자들이 각선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최근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9월 초까지 금융사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임직원에게 재킷을 대신해 노타이 차림에 반소매 셔츠 착용을 허용했다. 휴일 근무자에 한해서는 반바지도 입을 수 있다.

사실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반소매 셔츠, 그리고 재킷을 입지 않는 간편한 옷차림은 이미 익숙하다. ‘쿨 비즈’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름철 에너지 절약과 직원들의 쾌적한 근무를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해 왔다. 남자들의 반바지 역시 쿨비즈룩의 진화로 볼 수 있다.

◆ “반바지 입고 임원 결재도 OK” 달라진 문화

실제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기업도 하나둘 늘고 있다. 케이티엠하우스 경영지원팀에 근무하는 김성환(33) 씨는 사내 반바지 허용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 등 일부 기업들이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상사에게 건의한 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동료와 상사들이 하나둘 반바지 착용에 동참하고 있다”며 “오전에도 대표이사 결재를 받으러 다녀왔지만 불편한 시선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반바지를 입으니 확실히 시원하다”며 “아직은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참여가 이뤄지고 있지만, 임원들도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전 사원 반바지 입는 날' 등 사내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순


반바지 출근은 과거에도 한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부터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반소매 셔츠와 반바지, 샌들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직접 ‘쿨비즈룩 패션쇼’에 나가 반바지 차림을 선보이는 노력도 보였다. 하지만 반바지에 정장 구두를 신거나 양말을 신고 샌들을 착용하는 등 다소 어색한 패션이 등장하며 반바지 착용은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 ‘구두, 드레스셔츠, 양말’ NO…반바지 공식은?

반바지 입고 회사에 가는 것이 당당해지는 방법이 있을까. 비즈니스룩을 위한 반바지는 적당히 몸에 붙는 디자인이 좋다. 전문가들은 바지 길이는 무릎길이 또는 무릎이 살짝 보이는 길이를 제안한다. 바지의 밑단은 정장 바지처럼 접어 올린 디자인이 더 단정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정해정 마케팅 과장은 “반바지는 상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 할 수 있다”며 “출근복으로 반바지를 입을 경우에는 긴팔 셔츠와 재킷을 함께 입어 점잖은 느낌을 주는 것이좋다”고 했다.

제일모직은 ‘3NO 공식’을 소개한다. 반바지를 코디할 때는 투박한 남성용 구두보다는 끈이 없이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로퍼’나 천 소재의 여름철 캐주얼화인 ‘보트 슈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정장에 어울리는 드레스 셔츠도 금물이다. 대신 스트라이프나 체크 패턴이 있는 상의가 어울린다. 옷깃이 있는 티셔츠는 활동성도 좋고 출근 복장으로도 무난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양말 역시 피해야 한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일반 양말 대신 신발에 가려질 수 있는 발목 양말이나 덧신을 선택하면 반바지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 반바지, 여름 재킷 판매 신장

반바지 출근이 허용되면서 관련 매출도 뛰고 있다. 신세계인터네셔날의 한 남성복 브랜드는 이번 시즌 반바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한 수입 브랜드 역시 이번 시즌 입고된 총 11종의 반바지 가운데 6가지 제품이 품절 됐고, 나머지 제품도 물량의 70% 이상이 판매됐다.

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패션업체 LF은 남성복 브랜드의 여름 반바지 생산량과 스타일 수를 지난해보다 늘렸다.

반바지와 함께 재킷 판매도 함께 오르고 있다. 제일모직의 남성정장 브랜드는 5월과 6월 재킷 판매가 지난해보다 15% 가까이 늘었다. 이지영 디자인책임은 “청량감과 격식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반바지와 함께 재킷이 수반돼야 한다”며 “린넨 소재의 반바지, 재킷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했다.

LF의 남성정장 브랜드 역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여름에 가볍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언컨재킷(unconstructed jacket)’이 지난해보다 30% 많이 팔렸다. LF 이지은 상무는 “여름 남성복은 시원함을 유지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착장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외 패션 브랜드는 특수 냉감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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