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돈 빌린 한국과 그리스, 뭐가 달랐나?

입력 2015.07.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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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1997년 한국의 IMF 구제금융 당시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IMF가 제시한 구조조정 등 개혁안을 받아들이고 금모으기 운동까지 해가며 빚을 갚은 반면 그리스는 국민투표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거부하면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IMF로부터 돈 빌린 한국과 그리스

지난 1997년 11월21일 한국 정부는 외국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정부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단기유동성 위기였고, 정부는 국가부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약 195억 달러를 빌렸다.

유럽을 뒤흔든 재정위기를 촉발시킨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차례에 걸쳐 IMF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2010년 1100억 유로, 2012년 1300억 유로를 빌렸다. 당시 그리스는 과도한 공공부문 규모과 부패로 인한 문제에 더해 재정통계 조작이 드러나면서 재정위기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 혹독한 IMF의 구조조정 요구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구조조정 요구는 혹독했다. 은행은 통폐합됐고, 많은 대기업이 도산했다.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헐값에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스에도 IMF, 유로존 등 채권단의 요구는 혹독했다. 이들은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했고, 그리스는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을 삭감하고, 정부지출을 줄였다. 증세도 추진했다.

◆ 한국은 나아졌지만 그리스는?

한국은 IMF의 요구 상황을 엄격히 지키고, 채무를 만기보다 8개월 앞당겨 3년 8개월 만인 2001년 8월 전액 상환하면서 IMF 구제금융을 통한 위기극복의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됐다. 당시 호황이었던 세계경제의 덕까지 보면서 수출이 급증한 게 주요했다. 금모으기 등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리스는 실패했다. 1차 구제금융을 받은지 5년이 지난 지난달 말 IMF에서 빌린 15억 유로의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은 2008년대비 25%나 감소했고, 현재 실업률은 25%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리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IMF를 비롯한 채권단의 구조조정 개혁이 실패한 것이다.

◆ 결정적 차이는 환율 변동성

그리스가 한국과 달리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은 채권단의 과도한 긴축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그리스에 '맞는 옷'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반면 그리스인들의 과소비와 공공부문 부패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리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두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 극복에 있어서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는 환율 변동성이라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한국과 그리스가 달랐던 결정적 차이가 환율 변동성과 통화정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은 외환위기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화값이 급등하면서 수출경쟁력이 개선됐다. 다시말해 같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싸다보니 해외에서 잘 팔렸다.

외환위기 전 1달러당 700원 수준이던 환율이 IMF에 돈을 빌린 이듬해인 1998년 평균 1394원으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달러화값이 2배 오르니 외국에서 국내 물건을 사는 가격은 절반이 됐고, 그만큼 수출경쟁력은 높아졌다.

하지만 독자 통화인 원화를 사용하던 한국과 달리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들과 함께 유로화를 사용한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칠수도 없고, 환율 변동성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외부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수출산업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도 당시 한국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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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돈 빌린 한국과 그리스, 뭐가 달랐나?
    • 입력 2015-07-07 18:17:28
    경제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1997년 한국의 IMF 구제금융 당시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IMF가 제시한 구조조정 등 개혁안을 받아들이고 금모으기 운동까지 해가며 빚을 갚은 반면 그리스는 국민투표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거부하면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IMF로부터 돈 빌린 한국과 그리스 지난 1997년 11월21일 한국 정부는 외국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정부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단기유동성 위기였고, 정부는 국가부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약 195억 달러를 빌렸다. 유럽을 뒤흔든 재정위기를 촉발시킨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차례에 걸쳐 IMF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2010년 1100억 유로, 2012년 1300억 유로를 빌렸다. 당시 그리스는 과도한 공공부문 규모과 부패로 인한 문제에 더해 재정통계 조작이 드러나면서 재정위기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 혹독한 IMF의 구조조정 요구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구조조정 요구는 혹독했다. 은행은 통폐합됐고, 많은 대기업이 도산했다.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헐값에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스에도 IMF, 유로존 등 채권단의 요구는 혹독했다. 이들은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했고, 그리스는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을 삭감하고, 정부지출을 줄였다. 증세도 추진했다. ◆ 한국은 나아졌지만 그리스는? 한국은 IMF의 요구 상황을 엄격히 지키고, 채무를 만기보다 8개월 앞당겨 3년 8개월 만인 2001년 8월 전액 상환하면서 IMF 구제금융을 통한 위기극복의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됐다. 당시 호황이었던 세계경제의 덕까지 보면서 수출이 급증한 게 주요했다. 금모으기 등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리스는 실패했다. 1차 구제금융을 받은지 5년이 지난 지난달 말 IMF에서 빌린 15억 유로의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은 2008년대비 25%나 감소했고, 현재 실업률은 25%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리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IMF를 비롯한 채권단의 구조조정 개혁이 실패한 것이다. ◆ 결정적 차이는 환율 변동성 그리스가 한국과 달리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은 채권단의 과도한 긴축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그리스에 '맞는 옷'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반면 그리스인들의 과소비와 공공부문 부패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리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두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 극복에 있어서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는 환율 변동성이라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한국과 그리스가 달랐던 결정적 차이가 환율 변동성과 통화정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은 외환위기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화값이 급등하면서 수출경쟁력이 개선됐다. 다시말해 같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싸다보니 해외에서 잘 팔렸다. 외환위기 전 1달러당 700원 수준이던 환율이 IMF에 돈을 빌린 이듬해인 1998년 평균 1394원으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달러화값이 2배 오르니 외국에서 국내 물건을 사는 가격은 절반이 됐고, 그만큼 수출경쟁력은 높아졌다. 하지만 독자 통화인 원화를 사용하던 한국과 달리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들과 함께 유로화를 사용한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칠수도 없고, 환율 변동성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외부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수출산업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도 당시 한국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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