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게으른 리바이벌의 전형 ‘터미네이터’

입력 2015.07.14 (20:10) 수정 2015.07.14 (20: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게으른 리바이벌

최: 얼마 전에 또 한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이 개봉했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박: 그렇죠. 예상대로 순조로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아요.

최: 제가 보기엔 호보다는 불호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그동안의 <터미네이터> 시리즈 가운데 최악의 졸작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박: 아이쿠야, 그렇게까지 혹평을 들을 정도인가요?

최: 할리우드 영화의 나쁜 버릇 가운데 하나가 소재가 떨어지면 예전의 히트작을 리바이벌 하는 건데요. 리뉴얼, 그러니까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리바이벌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 오늘 최 평론가님, 까칠 정신 단단히 무장한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최: 리뉴얼과 리바이벌의 차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계기로 지금부터 까칠하게 짚어 봅니다.


[VCR] 터미네이터

최: 지난 1984년에 나왔던 <터미네이터> 1편입니다.

박: 이 영화로 아놀도 슈왈츠제네거가 그야말로 스타덤에 올랐죠.

최: 그렇죠. 이 영화 아니었으면 나중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도 힘들었을 거예요.

박: 저 때는 정말 우람하고 젊었네요.

최: 그 유명한 대사 “I'll be back”을 인구에 회자되게 만들었을 만큼, <터미네이터> 1편은 SF 영화의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박: 감독이 <아바타>를 연출했던 제임스 카메론이었죠?

최: 그렇죠.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정말 기발한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가로챘는데요. 재미있는 게 터미네이터 1편이 당시로선 비교적 중저예산인 640만 달러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만 그 여섯 배에 달하는 3천 3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게 됩니다.

박: 지금 봐도 이 영화는 정말 흥미진진해요. 미래에서 온 인조인간과 인간의 대결 구도에 사라 코너를 지키려고 미래에서 파견된 남자와의 로맨스까지, 시선을 돌릴 틈을 안줬죠.



[VCR] 터미네이터 2


최: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그로부터 7년 뒤인 1991년, 역시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은 2편이 나오게 됩니다. Judgement day, 즉 ‘심판의 날’이라는 부제를 달고 개봉했죠.

박: 이 영화도 장난이 아니었죠. 전편 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뒤집었다, 이런 평가를 듣기도 했잖아요.

최: 그렇죠. 속편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는데요. 바로 1편에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연기했던 T-800을 이번에는 사라 코너의 보호자로 설정한 것입니다.

박: 그리고 왜 그...총을 맞아도 불에 타도 안 죽고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는 로봇을 출연시켰죠.

최: 그렇죠. 바로 T-1000이죠.

박: 아휴, 추격전에선 정말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이 넘쳤죠.

최: 2편이 훌륭했던 것은 이런 발상의 전환뿐만 아니라 보호만 받던 사라 코너를 강인한 여전사로 거듭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박: 그러게요. 린다 해밀턴이 그냥 쫓겨만 다니는 게 아니라 막 총도 쏘고 상당한 액션을 보여줬죠.

최: 자, 2편을 보신 분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을 기억하실 겁니다.


박: 바로 이 장면, 사라 코너 모자를 지켜낸 터미네이터가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면서 스스로를 폐기하는 장면이죠.

최: 이유가 있었죠?

박: 이유는...로봇이 인류를 지배할 마지막 단초인 자신을 없애기 위해서 아니었나요?

최: 딩동댕!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사실상 2편에서 종결된 거나 다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박: 그런데 속편이 또 나왔잖아요.



[VCR]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최: 그렇죠. 바로 2009년에 나온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죠. 이 영화는 감독이 바뀌었죠. 맥지가 연출을 맡고 크리스찬 베일이 미래 사회 인류 저항군의 리더로 성장한 존 코너로 나왔죠.

박: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최: 전편들이 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심판의 날 이후에 펼쳐질 미래 사회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뭐 나름 의미가 아주 없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박: 그런데!



[VCR]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최: 잊을 만하니까 또 터미네이터를 들고 나왔으니, 그게 바로 이번 달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되겠습니다.

박: 이번 작품은 또 감독이 바뀌었고, 사라 코너나 존 코너 모두 바뀌었죠?

최: 네, 싹 다 바꿨죠 .심지어 초반에 잠깐 변죽만 울리다가 없어지는 T-1000도 이병헌을 캐스팅하면서 리모델링의 시도를 보여줬는데요.

박: 그래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나왔네요.

최: 나온 건 좋은데, 다 늙은 T-800이라니, 그것도 사라 코너가 10대 시절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터미네이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1,2편의 설정은 뭐가 되는 겁니까.

박: 얘기가 자꾸 꼬이네요.

최: 그렇죠. 얘기가 꼬이게 됩니다. 존 코너가 자신의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카일 리스를 파견하고, 1편이 시작된 바로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근데 문제는, 1편하고 똑같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박: 그래서 이미 터미네이터가 와 있는 걸로 하고, 또 2편에 나왔던 T-1000도 나오고 그런 방식으로 변주를 한 거군요.

최: 그렇죠. 게다가 시간 여행이라는 복잡한 설정에 평행 이론 같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설정을 막 갖다 붙이면서 마치 얘기가 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박: 그야말로 터미네이터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억지 춘향식의 설정을 가미한 거라는 말씀이군요.

최: 맞습니다. 끝난 시리즈는 끝내야죠. 영화로 만들 만한 소재가 없으니까, 괜히 예전 히트작 대략 우려먹는 거, 이거 이거 할리우드의 고질병입니다.

박: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얘기를 하다 보니까 어느 나라나 히트한 영화 우려먹는 건 다들 비슷한 것 같네요.

최: 사실 그 우려먹기의 원조는 할리우드입니다.

박: 또 뭐가 있죠?

최: 얼마 전에 개봉했죠. <쥬라기 월드> 역시 <쥬라기 공원>의 재판이었죠. <킹콩>은 무려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구요. 슈퍼 히어로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슈퍼맨은 리턴즈하고 배트맨은 다시 비긴스했죠.

박: 그래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는 업그레이드가 훌륭하게 됐잖아요.

최: 동의합니다. 그렇게 히트작을 재연한다면, 뭔가 새로운 재해석과 리뉴얼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 면에서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리뉴얼의 본보기였다면, <터니메이터: 제니시스>는 게으른 리바이벌의 전형이다, 이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겠네요.

박: 영화 한 편을 그냥 잘근잘근 토막을 내시는군요. 암튼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까칠한 시선] 게으른 리바이벌의 전형 ‘터미네이터’
    • 입력 2015-07-14 20:10:39
    • 수정2015-07-14 20:12:56
    까칠한 시선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게으른 리바이벌

최: 얼마 전에 또 한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이 개봉했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박: 그렇죠. 예상대로 순조로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아요.

최: 제가 보기엔 호보다는 불호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그동안의 <터미네이터> 시리즈 가운데 최악의 졸작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박: 아이쿠야, 그렇게까지 혹평을 들을 정도인가요?

최: 할리우드 영화의 나쁜 버릇 가운데 하나가 소재가 떨어지면 예전의 히트작을 리바이벌 하는 건데요. 리뉴얼, 그러니까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리바이벌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 오늘 최 평론가님, 까칠 정신 단단히 무장한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최: 리뉴얼과 리바이벌의 차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계기로 지금부터 까칠하게 짚어 봅니다.


[VCR] 터미네이터

최: 지난 1984년에 나왔던 <터미네이터> 1편입니다.

박: 이 영화로 아놀도 슈왈츠제네거가 그야말로 스타덤에 올랐죠.

최: 그렇죠. 이 영화 아니었으면 나중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도 힘들었을 거예요.

박: 저 때는 정말 우람하고 젊었네요.

최: 그 유명한 대사 “I'll be back”을 인구에 회자되게 만들었을 만큼, <터미네이터> 1편은 SF 영화의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박: 감독이 <아바타>를 연출했던 제임스 카메론이었죠?

최: 그렇죠.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정말 기발한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가로챘는데요. 재미있는 게 터미네이터 1편이 당시로선 비교적 중저예산인 640만 달러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만 그 여섯 배에 달하는 3천 3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게 됩니다.

박: 지금 봐도 이 영화는 정말 흥미진진해요. 미래에서 온 인조인간과 인간의 대결 구도에 사라 코너를 지키려고 미래에서 파견된 남자와의 로맨스까지, 시선을 돌릴 틈을 안줬죠.



[VCR] 터미네이터 2


최: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그로부터 7년 뒤인 1991년, 역시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은 2편이 나오게 됩니다. Judgement day, 즉 ‘심판의 날’이라는 부제를 달고 개봉했죠.

박: 이 영화도 장난이 아니었죠. 전편 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뒤집었다, 이런 평가를 듣기도 했잖아요.

최: 그렇죠. 속편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는데요. 바로 1편에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연기했던 T-800을 이번에는 사라 코너의 보호자로 설정한 것입니다.

박: 그리고 왜 그...총을 맞아도 불에 타도 안 죽고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는 로봇을 출연시켰죠.

최: 그렇죠. 바로 T-1000이죠.

박: 아휴, 추격전에선 정말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이 넘쳤죠.

최: 2편이 훌륭했던 것은 이런 발상의 전환뿐만 아니라 보호만 받던 사라 코너를 강인한 여전사로 거듭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박: 그러게요. 린다 해밀턴이 그냥 쫓겨만 다니는 게 아니라 막 총도 쏘고 상당한 액션을 보여줬죠.

최: 자, 2편을 보신 분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을 기억하실 겁니다.


박: 바로 이 장면, 사라 코너 모자를 지켜낸 터미네이터가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면서 스스로를 폐기하는 장면이죠.

최: 이유가 있었죠?

박: 이유는...로봇이 인류를 지배할 마지막 단초인 자신을 없애기 위해서 아니었나요?

최: 딩동댕!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사실상 2편에서 종결된 거나 다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박: 그런데 속편이 또 나왔잖아요.



[VCR]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최: 그렇죠. 바로 2009년에 나온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죠. 이 영화는 감독이 바뀌었죠. 맥지가 연출을 맡고 크리스찬 베일이 미래 사회 인류 저항군의 리더로 성장한 존 코너로 나왔죠.

박: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최: 전편들이 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심판의 날 이후에 펼쳐질 미래 사회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뭐 나름 의미가 아주 없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박: 그런데!



[VCR]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최: 잊을 만하니까 또 터미네이터를 들고 나왔으니, 그게 바로 이번 달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되겠습니다.

박: 이번 작품은 또 감독이 바뀌었고, 사라 코너나 존 코너 모두 바뀌었죠?

최: 네, 싹 다 바꿨죠 .심지어 초반에 잠깐 변죽만 울리다가 없어지는 T-1000도 이병헌을 캐스팅하면서 리모델링의 시도를 보여줬는데요.

박: 그래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나왔네요.

최: 나온 건 좋은데, 다 늙은 T-800이라니, 그것도 사라 코너가 10대 시절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터미네이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1,2편의 설정은 뭐가 되는 겁니까.

박: 얘기가 자꾸 꼬이네요.

최: 그렇죠. 얘기가 꼬이게 됩니다. 존 코너가 자신의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카일 리스를 파견하고, 1편이 시작된 바로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근데 문제는, 1편하고 똑같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박: 그래서 이미 터미네이터가 와 있는 걸로 하고, 또 2편에 나왔던 T-1000도 나오고 그런 방식으로 변주를 한 거군요.

최: 그렇죠. 게다가 시간 여행이라는 복잡한 설정에 평행 이론 같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설정을 막 갖다 붙이면서 마치 얘기가 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박: 그야말로 터미네이터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억지 춘향식의 설정을 가미한 거라는 말씀이군요.

최: 맞습니다. 끝난 시리즈는 끝내야죠. 영화로 만들 만한 소재가 없으니까, 괜히 예전 히트작 대략 우려먹는 거, 이거 이거 할리우드의 고질병입니다.

박: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얘기를 하다 보니까 어느 나라나 히트한 영화 우려먹는 건 다들 비슷한 것 같네요.

최: 사실 그 우려먹기의 원조는 할리우드입니다.

박: 또 뭐가 있죠?

최: 얼마 전에 개봉했죠. <쥬라기 월드> 역시 <쥬라기 공원>의 재판이었죠. <킹콩>은 무려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구요. 슈퍼 히어로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슈퍼맨은 리턴즈하고 배트맨은 다시 비긴스했죠.

박: 그래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는 업그레이드가 훌륭하게 됐잖아요.

최: 동의합니다. 그렇게 히트작을 재연한다면, 뭔가 새로운 재해석과 리뉴얼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 면에서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리뉴얼의 본보기였다면, <터니메이터: 제니시스>는 게으른 리바이벌의 전형이다, 이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겠네요.

박: 영화 한 편을 그냥 잘근잘근 토막을 내시는군요. 암튼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