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줄줄이 태풍’에 시작부터 혼쭐 난 기상청

입력 2015.07.15 (06:00) 수정 2015.07.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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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상 중인 11호 태풍 ‘낭카’

9호 태풍 '찬홈'이 사라지기 무섭게 이번엔 11호 태풍 '낭카'가 올라옵니다. 멀리 중태평양에선 날짜 변경선을 넘어온 12호 '할롤라'의 소식도 들려옵니다. 최근 보름 새 무려 4개의 태풍이 줄줄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소형' 태풍이라던 찬홈에 3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그 와중에 기상청 예보가 빗나갔다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한여름에 접어들어 한반도 인근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 더 큰 '녀석들'이 올라올 텐데 태풍 계절의 시작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번 태풍 예보, 무엇이 문제였는지 자세히 짚어봅니다.

■ 태풍이 된 허리케인 ‘할롤라’

할롤라할롤라

▲ 날짜 변경선을 넘어 12호 태풍이 된 ‘할롤라’

재밌는 태풍 얘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12호 태풍 '할롤라'에 관한 겁니다. 태풍은 발생 해역에 따라 이름이 다릅니다. 북서 태평양에선 '태풍'이라 부르고, 북동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발달한 열대 폭풍은 '허리케인', 인도양은 '사이클론'이라고 하죠. 그런데 사실 서태평양과 동태평양은 날짜 변경선을 사이에 뒀을 뿐 태평양 넓은 바다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태풍이 이쪽저쪽을 건너가기도 합니다. 바로 '할롤라(HALOLA)'가 그렇습니다. '할롤라'는 원래 날짜 변경선의 동쪽에서 태어난 '허리케인'입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날짜 변경선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오면서 '태풍'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같은 구름 덩어리인데 분류만 허리케인에서 태풍으로 바뀐 겁니다. 그런데 이름이 문제입니다. 원래 북서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동아시아와 태평양 국가에서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이 순서에 따라 붙게 됩니다. 12호 태풍의 이름은 '사우델로르', 13호 태풍은 '몰라베'로 정해져 있었죠. 그런데 '할롤라'가 서태평양으로 넘어오면서 12호 태풍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바람에 '사우델로르'부터는 한 자리씩 밀리게 됐습니다. 다음 태풍이 발생하면 그때야 '13호 태풍 '사우델로르'로 이름 붙게 됩니다.

■ ‘찬홈’ 진로 예보, 기상청이 꼴찌?

이렇게 12호 태풍까지 줄줄이 발생했는데, 올여름 한반도에 밀어닥친 첫 태풍 9호 '찬홈'의 예보부터 기상청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내용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의 기상 당국보다 예측이 가장 빗나갔다는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찬홈'이 황해도에 상륙하기 나흘 전인 지난 9일에 이미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태풍이 중국 해안을 스쳐 곧장 서해로 북상할 거라고 예보를 했다고 지적합니다.

찬홈 예상 진로도찬홈 예상 진로도

▲ 9일 오전 ‘찬홈’ 예상 진로도 (좌)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 (우) 기상청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당시 한국 기상청은 중국 내륙 깊숙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한 반면, JTWC는 중국 해안을 스쳐 한반도를 향하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당시 JTWC의 예보는 변화하는 과정 중 일종의 스냅 샷을 찍었을 뿐이다. 길게 보면 이 예보는 태풍이 장마전선에 합쳐져 남해안을 향하는 결과를 갖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틀린 예보라고 볼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실제로 JTWC의 예상 진로를 따라가면 실제 진로와는 거리가 먼 남해안 쪽을 향합니다. 당시 진로도만으로 JTWC의 예보가 정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찬홈 예상 진로도찬홈 예상 진로도

▲ (좌) 10일 밤 ‘찬홈’ 예상 진로도 (우) 실제 진로

그렇다고 이번 태풍 진로 예측에 있어 기상청이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태풍 진로를 예보할 때 참고하는 주요 예측 모델들이 점차 한반도에 가까운 진로를 내놓는 상황에서도 기상청은 외국 기상 기관에 비해 가장 늦게까지 중국 상륙을 고집했습니다. 실제 제주도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10일 밤 예보에서 한국 기상청은 미국과 일본, 중국에 비해 한반도에서 가장 먼 진로를 예측했습니다.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를 외국에 비해 제일 늦게 받아들인 겁니다.

■ 진짜 문제는 인색했던 ‘태풍특보’

이번 태풍 '찬홈'이 북상할 때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기상청의 특보 발표입니다.

태풍 ‘찬홈’ 북상 당시 기상특보 현황태풍 ‘찬홈’ 북상 당시 기상특보 현황

▲ 태풍 ‘찬홈’ 북상 당시 기상특보 현황

'찬홈'이 지나는 동안 태풍특보는 해상과 섬 지역에만 내려졌습니다. 내륙 지역에 강풍과 호우특보만 발령됐습니다. 기상청의 태풍주의보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풍으로 인하여 강풍, 풍랑, 호우, 폭풍해일 현상 등이 주의보 기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입니다. 기상청은 '찬홈'이 지나는 동안 내린 비바람이 태풍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걸까요?

찬홈 강풍 반경찬홈 강풍 반경

▲ 12일 정오 ‘찬홈’ 강풍 반경 (좌) 한국 기상청(청색 점선), (우) 일본 기상청(노란색 실선)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는 위 그림에 있습니다. '태풍 영향'의 객관적인 기준이 되는 초속 15m의 강풍 반경이 기상청은 절묘하게 내륙을 피해 서해 상에만 위치해 있습니다. 태풍의 '위험 반원'인 동쪽을 유독 작게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각 일본은 태풍 반경을 동쪽으로 부산까지 뒤덮는 넓은 원으로 그렸습니다. 동쪽 강풍 반경이 한국은 190km, 일본은 600km로 3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일본 기상청의 해석으로는 '찬홈'이 부산까지 뒤덮는 대형 태풍이었습니다. 반면 기상청은 '찬홈'을 특히 동쪽이 약한 소형 태풍으로 분석해 내륙은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본 겁니다.

한반도 근처까지 올라온 태풍은 동쪽이 일반적으로 더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찬홈'은 북상하면서 서쪽 반원이 중국 내륙을 지나 크게 약해졌고,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에 침투해 서쪽 조직을 더 일그러뜨렸습니다. 반면 동쪽 반원은 '위험 반원' 답게 견고한 조직을 유지한 채 북상했습니다. 그런데도 기상청이 태풍의 강풍 반경을 동쪽만 유독 작게 해석한 건 기상학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실제 관측 결과로도 나타납니다. '찬홈'이 지나는 동안 풍속(10분 평균)이 초속 15m 이상 관측된 곳은 기상 관서인 여수를 포함해 무인 관측소까지 38곳에 달합니다. 이 중에는 태풍 중심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부산 일부 지역까지 포함됩니다. 부산에서는 공사장의 철골이 휘고, 전신주가 부러졌지만, 태풍특보는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강풍과 호우특보도 물론 기상특보지만, 태풍특보가 내려졌을 때 방재 기관과 언론, 일반인들이 대응하는 정도의 차이는 큽니다. 특보의 목적이 방재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상청의 대응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 기상청은 진짜 ‘양치기 소년’일까?

“미국 기상청꺼 보세요. 거기가 틀리면 우리도 틀림.”
“차라리 기상청 문 닫고 미국에게 용역 맡겨라.”

기상청의 '찬홈' 예측이 어긋났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 네티즌들의 반응입니다. 또 다른 태풍이 줄줄이 다가오고 있는데 불신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기상청은 진짜 '양치기 소년'일까요?

국가별 태풍 진로 오차국가별 태풍 진로 오차

▲ 국가별 태풍 진로 오차, 적을 수록 정확도가 높음을 뜻한다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태풍 진로 예측 오차입니다. 2008년에는 일본이, 2009년에는 한국이 오차가 가장 적었고, 이후로는 미국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없어 실제 개별 태풍으로 따지면 엎치락 뒤치락 한 셈입니다. 그런데 태풍은 백 번 잘 맞추다가도 한 번 틀리면 이번의 경우처럼 크게 부각됩니다. 날씨 예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상청 예보가 매일 빗나간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기억해보면 한 달에 빗나간 날은 며칠 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일기예보의 혜택을 받고 지냅니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빗나간 부분만 본다면 더 큰 혜택을 놓치는 꼴입니다. 태풍 같은 재해 상황에서는 그 혜택이 생명이고 재산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상청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방재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은 더 중요합니다. 당장 오는 금요일부터 동해안과 남부 지방에는 태풍 '낭카'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예보돼 있습니다. 기상청이 오명을 씻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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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줄줄이 태풍’에 시작부터 혼쭐 난 기상청
    • 입력 2015-07-15 06:00:29
    • 수정2015-07-16 14: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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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상 중인 11호 태풍 ‘낭카’

9호 태풍 '찬홈'이 사라지기 무섭게 이번엔 11호 태풍 '낭카'가 올라옵니다. 멀리 중태평양에선 날짜 변경선을 넘어온 12호 '할롤라'의 소식도 들려옵니다. 최근 보름 새 무려 4개의 태풍이 줄줄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소형' 태풍이라던 찬홈에 3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그 와중에 기상청 예보가 빗나갔다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한여름에 접어들어 한반도 인근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 더 큰 '녀석들'이 올라올 텐데 태풍 계절의 시작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번 태풍 예보, 무엇이 문제였는지 자세히 짚어봅니다.

■ 태풍이 된 허리케인 ‘할롤라’

할롤라

▲ 날짜 변경선을 넘어 12호 태풍이 된 ‘할롤라’

재밌는 태풍 얘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12호 태풍 '할롤라'에 관한 겁니다. 태풍은 발생 해역에 따라 이름이 다릅니다. 북서 태평양에선 '태풍'이라 부르고, 북동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발달한 열대 폭풍은 '허리케인', 인도양은 '사이클론'이라고 하죠. 그런데 사실 서태평양과 동태평양은 날짜 변경선을 사이에 뒀을 뿐 태평양 넓은 바다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태풍이 이쪽저쪽을 건너가기도 합니다. 바로 '할롤라(HALOLA)'가 그렇습니다. '할롤라'는 원래 날짜 변경선의 동쪽에서 태어난 '허리케인'입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날짜 변경선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오면서 '태풍'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같은 구름 덩어리인데 분류만 허리케인에서 태풍으로 바뀐 겁니다. 그런데 이름이 문제입니다. 원래 북서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동아시아와 태평양 국가에서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이 순서에 따라 붙게 됩니다. 12호 태풍의 이름은 '사우델로르', 13호 태풍은 '몰라베'로 정해져 있었죠. 그런데 '할롤라'가 서태평양으로 넘어오면서 12호 태풍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바람에 '사우델로르'부터는 한 자리씩 밀리게 됐습니다. 다음 태풍이 발생하면 그때야 '13호 태풍 '사우델로르'로 이름 붙게 됩니다.

■ ‘찬홈’ 진로 예보, 기상청이 꼴찌?

이렇게 12호 태풍까지 줄줄이 발생했는데, 올여름 한반도에 밀어닥친 첫 태풍 9호 '찬홈'의 예보부터 기상청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내용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의 기상 당국보다 예측이 가장 빗나갔다는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찬홈'이 황해도에 상륙하기 나흘 전인 지난 9일에 이미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태풍이 중국 해안을 스쳐 곧장 서해로 북상할 거라고 예보를 했다고 지적합니다.

찬홈 예상 진로도

▲ 9일 오전 ‘찬홈’ 예상 진로도 (좌)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 (우) 기상청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당시 한국 기상청은 중국 내륙 깊숙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한 반면, JTWC는 중국 해안을 스쳐 한반도를 향하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당시 JTWC의 예보는 변화하는 과정 중 일종의 스냅 샷을 찍었을 뿐이다. 길게 보면 이 예보는 태풍이 장마전선에 합쳐져 남해안을 향하는 결과를 갖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틀린 예보라고 볼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실제로 JTWC의 예상 진로를 따라가면 실제 진로와는 거리가 먼 남해안 쪽을 향합니다. 당시 진로도만으로 JTWC의 예보가 정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찬홈 예상 진로도

▲ (좌) 10일 밤 ‘찬홈’ 예상 진로도 (우) 실제 진로

그렇다고 이번 태풍 진로 예측에 있어 기상청이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태풍 진로를 예보할 때 참고하는 주요 예측 모델들이 점차 한반도에 가까운 진로를 내놓는 상황에서도 기상청은 외국 기상 기관에 비해 가장 늦게까지 중국 상륙을 고집했습니다. 실제 제주도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10일 밤 예보에서 한국 기상청은 미국과 일본, 중국에 비해 한반도에서 가장 먼 진로를 예측했습니다.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를 외국에 비해 제일 늦게 받아들인 겁니다.

■ 진짜 문제는 인색했던 ‘태풍특보’

이번 태풍 '찬홈'이 북상할 때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기상청의 특보 발표입니다.

태풍 ‘찬홈’ 북상 당시 기상특보 현황

▲ 태풍 ‘찬홈’ 북상 당시 기상특보 현황

'찬홈'이 지나는 동안 태풍특보는 해상과 섬 지역에만 내려졌습니다. 내륙 지역에 강풍과 호우특보만 발령됐습니다. 기상청의 태풍주의보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풍으로 인하여 강풍, 풍랑, 호우, 폭풍해일 현상 등이 주의보 기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입니다. 기상청은 '찬홈'이 지나는 동안 내린 비바람이 태풍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걸까요?

찬홈 강풍 반경

▲ 12일 정오 ‘찬홈’ 강풍 반경 (좌) 한국 기상청(청색 점선), (우) 일본 기상청(노란색 실선)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는 위 그림에 있습니다. '태풍 영향'의 객관적인 기준이 되는 초속 15m의 강풍 반경이 기상청은 절묘하게 내륙을 피해 서해 상에만 위치해 있습니다. 태풍의 '위험 반원'인 동쪽을 유독 작게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각 일본은 태풍 반경을 동쪽으로 부산까지 뒤덮는 넓은 원으로 그렸습니다. 동쪽 강풍 반경이 한국은 190km, 일본은 600km로 3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일본 기상청의 해석으로는 '찬홈'이 부산까지 뒤덮는 대형 태풍이었습니다. 반면 기상청은 '찬홈'을 특히 동쪽이 약한 소형 태풍으로 분석해 내륙은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본 겁니다.

한반도 근처까지 올라온 태풍은 동쪽이 일반적으로 더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찬홈'은 북상하면서 서쪽 반원이 중국 내륙을 지나 크게 약해졌고,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에 침투해 서쪽 조직을 더 일그러뜨렸습니다. 반면 동쪽 반원은 '위험 반원' 답게 견고한 조직을 유지한 채 북상했습니다. 그런데도 기상청이 태풍의 강풍 반경을 동쪽만 유독 작게 해석한 건 기상학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실제 관측 결과로도 나타납니다. '찬홈'이 지나는 동안 풍속(10분 평균)이 초속 15m 이상 관측된 곳은 기상 관서인 여수를 포함해 무인 관측소까지 38곳에 달합니다. 이 중에는 태풍 중심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부산 일부 지역까지 포함됩니다. 부산에서는 공사장의 철골이 휘고, 전신주가 부러졌지만, 태풍특보는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강풍과 호우특보도 물론 기상특보지만, 태풍특보가 내려졌을 때 방재 기관과 언론, 일반인들이 대응하는 정도의 차이는 큽니다. 특보의 목적이 방재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상청의 대응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 기상청은 진짜 ‘양치기 소년’일까?

“미국 기상청꺼 보세요. 거기가 틀리면 우리도 틀림.”
“차라리 기상청 문 닫고 미국에게 용역 맡겨라.”

기상청의 '찬홈' 예측이 어긋났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 네티즌들의 반응입니다. 또 다른 태풍이 줄줄이 다가오고 있는데 불신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기상청은 진짜 '양치기 소년'일까요?

국가별 태풍 진로 오차

▲ 국가별 태풍 진로 오차, 적을 수록 정확도가 높음을 뜻한다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태풍 진로 예측 오차입니다. 2008년에는 일본이, 2009년에는 한국이 오차가 가장 적었고, 이후로는 미국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없어 실제 개별 태풍으로 따지면 엎치락 뒤치락 한 셈입니다. 그런데 태풍은 백 번 잘 맞추다가도 한 번 틀리면 이번의 경우처럼 크게 부각됩니다. 날씨 예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상청 예보가 매일 빗나간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기억해보면 한 달에 빗나간 날은 며칠 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일기예보의 혜택을 받고 지냅니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빗나간 부분만 본다면 더 큰 혜택을 놓치는 꼴입니다. 태풍 같은 재해 상황에서는 그 혜택이 생명이고 재산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상청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방재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은 더 중요합니다. 당장 오는 금요일부터 동해안과 남부 지방에는 태풍 '낭카'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예보돼 있습니다. 기상청이 오명을 씻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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