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설계도면 중국으로 대거 유출됐다

입력 2015.07.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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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판매 부진과 환율 악재 등 '겹악재'로 시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에서 이번엔 설계도면이 대거 중국 업체로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협력업체나 하도급 업체를 통해 넘어간 것인데, 이 설계도면이 중국 업체의 신차 개발에 쓰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을 유출·사용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34·구속)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백모(34)씨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A사에 다니다 퇴사한 김씨는 이후 한 자동차 설계용역업체에 입사했다가 지난해 3∼9월 다른 설계업체 B사에 파견 근무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전직 임원이 설립한 국내 업체인 B사는 당시 중국 내 5위권인 한 자동차 제조사의 신차 개발사업을 수주해 진행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 기간 중국 신차 개발사업 설계 부문을 담당하면서 과거 자신이 근무한 직장 동료 9명으로부터 e-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부품 설계도면 등 현대·기아차의 영업비밀 130여건을 입수, 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에게 제공된 도면은 협력업체가 차량 부품 등의 생산 하도급을 수주하면서 현대·기아차로부터 받은 것이거나 설계용역업체가 현대·기아차의 의뢰로 작성한 차량 부품 도면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업체는 수주한 사업이 마무리되면 원청으로부터 받은 도면을 폐기해야 하지만, 이를 갖고 있다가 김씨에게 넘겨준 이들도 있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협력업체 보안감사 과정에서 A사 직원이 김씨에게 영업비밀을 보낸 흔적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도면 유출에 중국 업체가 관여했거나 대가성 금품이 오갔을 개연성 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관련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김씨에게 도면을 제공한 이들은 "단순히 친분관계에서 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면 유출에 가담한 업체는 또 있었다.

B사의 설계용역업체 C사 대표 곽모(53·구속)씨는 지난해 2∼10월 자신이 갖고 있던 현대·기아차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 70여건을 B사의 내부 전산망에 올려 중국 신차 개발사업 담당자들과 공유하는 등 불법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유출된 영업비밀에는 당시까지 현대·기아차에서 개발 중이던 신차를 비롯해 수십개 차종의 설계도면이 포함됐다.

B사는 유출된 도면을 이용해 신차 개발을 끝내고 결과물을 중국 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중국 현지 공장에서 실제로 차량이 생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도면이 생산에 사용됐다고 가정하면 유출이 발생한 2014년을 기점으로 3년간 영업상 피해액이 7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

올들어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엔저로 무장한 일본차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잘 먹히고 있는데다, 현지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

중국 토종 업체인 지리자동차나 창청자동차 등은 월등한 가격경쟁력에다 선진업체에 근접한 기술력으로 자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달 중국 시장내 판매량이 30% 가까이 줄어, 중국 시장점유율 10%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GM,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력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상황”이라며 “기술과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 업체를 앞설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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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설계도면 중국으로 대거 유출됐다
    • 입력 2015-07-17 11:21:10
    사회
올 들어 판매 부진과 환율 악재 등 '겹악재'로 시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에서 이번엔 설계도면이 대거 중국 업체로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협력업체나 하도급 업체를 통해 넘어간 것인데, 이 설계도면이 중국 업체의 신차 개발에 쓰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을 유출·사용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34·구속)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백모(34)씨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A사에 다니다 퇴사한 김씨는 이후 한 자동차 설계용역업체에 입사했다가 지난해 3∼9월 다른 설계업체 B사에 파견 근무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전직 임원이 설립한 국내 업체인 B사는 당시 중국 내 5위권인 한 자동차 제조사의 신차 개발사업을 수주해 진행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 기간 중국 신차 개발사업 설계 부문을 담당하면서 과거 자신이 근무한 직장 동료 9명으로부터 e-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부품 설계도면 등 현대·기아차의 영업비밀 130여건을 입수, 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에게 제공된 도면은 협력업체가 차량 부품 등의 생산 하도급을 수주하면서 현대·기아차로부터 받은 것이거나 설계용역업체가 현대·기아차의 의뢰로 작성한 차량 부품 도면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업체는 수주한 사업이 마무리되면 원청으로부터 받은 도면을 폐기해야 하지만, 이를 갖고 있다가 김씨에게 넘겨준 이들도 있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협력업체 보안감사 과정에서 A사 직원이 김씨에게 영업비밀을 보낸 흔적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도면 유출에 중국 업체가 관여했거나 대가성 금품이 오갔을 개연성 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관련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김씨에게 도면을 제공한 이들은 "단순히 친분관계에서 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면 유출에 가담한 업체는 또 있었다. B사의 설계용역업체 C사 대표 곽모(53·구속)씨는 지난해 2∼10월 자신이 갖고 있던 현대·기아차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 70여건을 B사의 내부 전산망에 올려 중국 신차 개발사업 담당자들과 공유하는 등 불법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유출된 영업비밀에는 당시까지 현대·기아차에서 개발 중이던 신차를 비롯해 수십개 차종의 설계도면이 포함됐다. B사는 유출된 도면을 이용해 신차 개발을 끝내고 결과물을 중국 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중국 현지 공장에서 실제로 차량이 생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도면이 생산에 사용됐다고 가정하면 유출이 발생한 2014년을 기점으로 3년간 영업상 피해액이 7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 올들어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엔저로 무장한 일본차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잘 먹히고 있는데다, 현지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 중국 토종 업체인 지리자동차나 창청자동차 등은 월등한 가격경쟁력에다 선진업체에 근접한 기술력으로 자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달 중국 시장내 판매량이 30% 가까이 줄어, 중국 시장점유율 10%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GM,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력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상황”이라며 “기술과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 업체를 앞설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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