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상승, 불안한 아이슬란드

<앵커 멘트>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가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심한 곳은 해마다 5센티미터 가까이 지표면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죠.

그런데 아이슬란드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지표면을 높이는 겁니다.

지구 온난화가 여러 가지로 피해를 주고 있는데요.

온난화로 빙하가 녹게 되자 빙하에 눌려있던 땅이 솟아오르고 있는 겁니다.

아이슬란드는 화산지대라 지표면 상승이 특히 위험합니다.

지각이 불안정해지면서 화산 폭발 위험이 커지는 거죠.

화산 활동을 자극해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아이슬란드 현지를 김덕원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중앙 고원지대.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들판이 이어집니다.

도로를 벗어나 한 시간 가량 산을 오르자 위성 항법 장치 GPS 측정 장비가 나타납니다.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와 아이슬란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설치한 장비입니다.

바위에 부착된 이 GPS는 인공위성과의 연결을 통해 이 지역의 위도와 경도 측정은 물론 땅의 높이가 변하는 것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변의 땅이 최근 9년 사이에 15.3cm 가량 솟아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에 평균 1.7cm씩 솟아 오른 겁니다.

<인터뷰> 시그런(아이슬란드대학교 교수) : "이 지역의 땅이 솟아 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중부 지방에 GPS를 설치했습니다. 그랬더니 (전반적으로) 땅이 솟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중앙으로 20km쯤 더 들어갔습니다.

이 지역의 땅은 솟아 오른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최근 9년 사이 27cm, 1년에 3cm씩 솟아 올랐습니다.

아이슬란드 전역을 67개의 GPS 장비로 측정한 결과 모두 27개 지점에서 해마다 평균 3 - 3.5cm 가량 땅이 솟아 오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얼음이 두꺼운 중앙 지역일 수록 솟아 오른 정도가 컸으며 가장 많이 솟아 오른 지역은 해마다 4.6cm가량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지표가 상승하는 이유는 땅 위를 덮고 있던 얼음이 녹아 없어지거나 얇아지기 때문입니다.

얼음이 녹아 땅을 누르는 압력이 작아지면 눌려 있던 용수철이 튕겨 오르듯 지각이 위로 부풀어 오릅니다.

<인터뷰> 시그런(아이슬란드 대학교 교수) : "지각은 얼음이 있으면 내려가고 얼음이 없어지면 다시 위로 솟아 오릅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얼음은 얼기와 녹기를 반복하면서 지표 역시 올라가고 내려오기를 되풀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얼음이 얼어 땅이 내려가는 정도보다는 얼음이 녹아 땅이 올라가는 정도가 더 커지면서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땅이 솟아 오르는 이유입니다.

아이슬란드 중부 지역.

30-40년 전에는 한여름에도 얼음으로 뒤덮였지만 지금은 푸른 초원 지대로 변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얼음의 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시구론(레이크홀트 주민) : "옛날이었다면 7월이라도 눈썰매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보는 것처럼 얼음과 눈이 전혀 없어요."

평균 기온 상승, 즉 온난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땅 속의 마그마나 화산재 등이 얼음을 녹이기도 하지만 95% 정도는 온난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구피나(아이슬란드대학교 교수) : "대략 2~5% 정도는 화산 때문에 녹는 것이고, 대부분은 여름에 높은 때문에 녹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온실가스 누적으로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토마스(아이슬란드 기상청 연구원) : "백 년 전에는 1도씩 기온이 올랐지만 앞으로 백 년 동안에는 2~3도씩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만 해마다 얼음 95억 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얼음이 녹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얼음 산인 바트난요클과 호프스요클이 앞으로 2백년 안에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른 산 위의 얼음은 아예 흔적도 없어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인한 해빙 현상의 가속화는 곧바로 지표 상승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히들러(아이슬란드 기상청 연구원) : "지표 상승은 일부 지역의 경우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가속화되는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땅이 계속해서 솟아 오를 경우 화산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표가 솟아 오르면서 지각이 틀어질 경우 마그마가 약한 고리를 뚫고 나오면서 화산 폭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만 2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아이슬란드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화산 활동이 서른 배나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현재 아이슬란드에는 35개의 활화산이 있고 땅 속에는 거대한 마그마가 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활화산 위를 빙하가 덮고 있는 만큼 온난화로 인한 지속적인 지표 상승은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매그너스(아이슬란드 대학교 교수) : "지표가 상승하면 화산 주변의 균형이 파괴돼 폭발로 이어집니다. 앞으로 수 십 년 안에 화산 활동이 증가할 겁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2010년 4월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폭발해 이른바 항공 대란이 일어나는 등 화산 폭발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당시, 화산재 구름이 땅 위 8천미터까지 치솟고, 유독가스와 함께 초당 7백톤의 화산재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 전역을 오가는 항공기 10만여 편이 결항되면서 전세계 천만 명의 발이 묶였습니다.

이렇듯 화산 폭발의 재앙을 생생하게 경험한 아이슬란드 정부는 긴장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휴기(아이슬란드 해양기상부 국장) : "아이슬란드 국민과 전 세계인을 상대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하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재앙은 기후 변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슬란드처럼 화산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는 화산 폭발을 촉진하고, 나아가 대규모 폭발을 유발해 대 재앙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온실가스의 획기적인 감축을 위한 국제 협력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