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나 검사인데요”…알고도 당하는 ‘그놈’ 목소리

입력 2015.07.21 (08:32) 수정 2015.07.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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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보이스 피싱’ 사기 전화.

실제 받아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수법이 많이 알려져서 요즘 누가 이런 전화에 당할까 싶은데요,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 피싱이 피해 건수가 무려 7천 6백여 건에 이릅니다.

피해자들도 노인에서 점차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뻔한 사기 전화에 왜 이렇게 많이 속을까 싶지만, 실제 수법을 보면 뻔하지가 않다는게 문제입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눈 뜨고 당한다는 ‘보이스 피싱’ 그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 강모 씨.

강 씨는 얼마전 낯선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대검찰청 소속 검사라며, 강 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됐다고 했습니다.

당시 녹음된 음성입니다.

<녹취>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소환장 발부해서 조사하게 되면 그럼 본인한테 불이익이 많이 간다는 이야기예요. (아니 저도 피해자인데 저한테 그런…….) 그건 아직 입증이 안됐잖아요. 본인 고소만 돼 있죠. 그렇죠?"

강 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억 원의 돈을 가로챈 사기범이 돼있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고소장을 접수했다. 200명 넘는 사람들이. 그 피해액이 몇억 원이라더라? 저는 너무 깜짝 놀랐죠."

의심하는 강 씨에게 검사라는 남성은 고소장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인터넷 주소를 불러줬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딱 치니까 진짜 제 이름으로 고소장이 딱 뜨고. 그것을 보니까 눈앞이 하얘지고 정신을 잠깐 제가 못 차렸어요."

지금 보시는 게 당시 강 씨가 확인한 고소장입니다.

검찰총장의 직인까지 찍힌 고소장에는 강 씨의 이름은 물론 주민번호까지 정확하게 적혀있었습니다.

강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게다가,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본인 이름으로 대출금은 계속 이것이 발생이 되죠. 또 신용카드 복제도 피해 발생이 되죠. 본인이 스스로 (무혐의라 해도)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도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범죄 혐의가 점점 더 늘어날 거라 겁을 주는 남성.

억울해 하는 강 씨에게 남성은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진범을 잡기 위해, 돈으로 덫을 놓자는 겁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안 되는 계좌로 (돈을) 피신시키고 (진범이) 거기로 접속을 하도록 해서 현행범으로 검거하는 거예요. 저는 이 수사 계통이 10년이에요."

덫으로 쓸 돈이 없다고 하자, 이번엔 대출까지 받아 송금을 하라고 요구합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본인의 00증권에 들어가서 본인의 주식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발생시키는 거예요."

놀랍게도 사기범은 강 씨의 개인정보와 은행 계좌는 물론, 보유한 주식 정보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어떤 계좌를 갖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거예요. 00은행 쓰시죠. 00증권 갖고 계시죠. 검찰이라고 하니까 저의 신상 같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느낌. 목소리 들어보시면 진짜 장난 아니에요. 진짜 검사처럼 말해요."

취재팀은 이런 식으로 검찰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실제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보낸 피해자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20대 여성 직장인 이모 씨.

이 씨가 수상한 전화를 받은 건 석 달 전쯤 이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오전 8시 한 10분경에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와서 서울지방검찰청 수사관이다. 잠시 통화를 할 수 있겠냐 (하기에) 회사에 가야 된다고 했더니 회사에 그럼 팩스로 공문을 넣어주겠다."

금융 범죄에 연루됐다며, 이 씨의 은행 계좌가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그 은행으로 모든 금액을 옮기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적금도 있고, 제가 사회생활을 하며 모아놓은 돈, 주택청약도 깨고. ((보낸 돈이) 전부 얼마나 되요?) 저는 1억 원 가까이 됐었어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송금하고 난 뒤에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씨.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진짜 앞이 노랗고, 진짜 가슴이 철렁했죠. 도대체 무슨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인가 그러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금액도 너무 크고."

하지만 돈을 보낼 때까지, 의심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말투가 좀 어눌했거나 했으면 의심을 한 번쯤 했을 것 같아요. 굉장히 냉정하게 말투가 딱 부러지게 이야기를 했고, 사건에 대해서 명료하게 설명을 해줬어요. 그런가보다 당연히 믿었고."

취재팀이 만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사기범들의 음성과 말투가 무척 신뢰할만 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사기범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어눌한 중국 동포 말씨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금감원 공개) : "서울지검 첨단범죄 수사팀의 김민재 수사관이라고 합니다. 본인과 관련된 명의 도용 사건 때문에 몇 가지 사실 확인 차 연락을 드렸습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금감원 공개) :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긴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도용당한 피해자인지 지금 이 부분을 조사하려고……."

수법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범죄자로 몰아 당황하게 한 다음 돈을 이체시키거나, 취업이나 대출을 미끼로 송금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금융사고를 막아준다며 지하철 보관함이나 냉장고에 현금을 보관하게 한 뒤 이를 빼내가는 수법도 등장했습니다.

은행에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런 수법을 씁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금감원 공개) : "거래하는 은행 들어가서 이런 사랑 저런 사항 물어보지 마세요. 현금인출기에 접근하셨나요? (네.) 출금 과정에 절대로 옆 사람들과 상담은 엄금합니다. 특히 은행 직원이랑."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보이스 피싱은 남의 얘기인줄로만 알았다는 피해자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그냥 남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짜 무엇에 홀린 것처럼 제가 (아바타처럼 움직이고 있었어요. (사기범이) 하라는 대로. 진짜 귀신이라도 씐 듯이."

<인터뷰> 박찬우(경정/경찰청 수사1국) : "최근에는 2,30대 젊은 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공감 성향이 좀 강합니다.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나서 판단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구속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하는 경우에 여성분들의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진화하는 보이스 피싱.

어떤 이유든 “금융거래”를 유도하는 전화는 “보이스 피싱”일 확률이 높다며, 응하지 않는게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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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나 검사인데요”…알고도 당하는 ‘그놈’ 목소리
    • 입력 2015-07-21 08:32:34
    • 수정2015-07-21 1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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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보이스 피싱’ 사기 전화.

실제 받아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수법이 많이 알려져서 요즘 누가 이런 전화에 당할까 싶은데요,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 피싱이 피해 건수가 무려 7천 6백여 건에 이릅니다.

피해자들도 노인에서 점차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뻔한 사기 전화에 왜 이렇게 많이 속을까 싶지만, 실제 수법을 보면 뻔하지가 않다는게 문제입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눈 뜨고 당한다는 ‘보이스 피싱’ 그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 강모 씨.

강 씨는 얼마전 낯선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대검찰청 소속 검사라며, 강 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됐다고 했습니다.

당시 녹음된 음성입니다.

<녹취>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소환장 발부해서 조사하게 되면 그럼 본인한테 불이익이 많이 간다는 이야기예요. (아니 저도 피해자인데 저한테 그런…….) 그건 아직 입증이 안됐잖아요. 본인 고소만 돼 있죠. 그렇죠?"

강 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억 원의 돈을 가로챈 사기범이 돼있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고소장을 접수했다. 200명 넘는 사람들이. 그 피해액이 몇억 원이라더라? 저는 너무 깜짝 놀랐죠."

의심하는 강 씨에게 검사라는 남성은 고소장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인터넷 주소를 불러줬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딱 치니까 진짜 제 이름으로 고소장이 딱 뜨고. 그것을 보니까 눈앞이 하얘지고 정신을 잠깐 제가 못 차렸어요."

지금 보시는 게 당시 강 씨가 확인한 고소장입니다.

검찰총장의 직인까지 찍힌 고소장에는 강 씨의 이름은 물론 주민번호까지 정확하게 적혀있었습니다.

강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게다가,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본인 이름으로 대출금은 계속 이것이 발생이 되죠. 또 신용카드 복제도 피해 발생이 되죠. 본인이 스스로 (무혐의라 해도)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도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범죄 혐의가 점점 더 늘어날 거라 겁을 주는 남성.

억울해 하는 강 씨에게 남성은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진범을 잡기 위해, 돈으로 덫을 놓자는 겁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안 되는 계좌로 (돈을) 피신시키고 (진범이) 거기로 접속을 하도록 해서 현행범으로 검거하는 거예요. 저는 이 수사 계통이 10년이에요."

덫으로 쓸 돈이 없다고 하자, 이번엔 대출까지 받아 송금을 하라고 요구합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음성변조) : "본인의 00증권에 들어가서 본인의 주식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발생시키는 거예요."

놀랍게도 사기범은 강 씨의 개인정보와 은행 계좌는 물론, 보유한 주식 정보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어떤 계좌를 갖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거예요. 00은행 쓰시죠. 00증권 갖고 계시죠. 검찰이라고 하니까 저의 신상 같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느낌. 목소리 들어보시면 진짜 장난 아니에요. 진짜 검사처럼 말해요."

취재팀은 이런 식으로 검찰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실제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보낸 피해자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20대 여성 직장인 이모 씨.

이 씨가 수상한 전화를 받은 건 석 달 전쯤 이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오전 8시 한 10분경에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와서 서울지방검찰청 수사관이다. 잠시 통화를 할 수 있겠냐 (하기에) 회사에 가야 된다고 했더니 회사에 그럼 팩스로 공문을 넣어주겠다."

금융 범죄에 연루됐다며, 이 씨의 은행 계좌가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그 은행으로 모든 금액을 옮기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적금도 있고, 제가 사회생활을 하며 모아놓은 돈, 주택청약도 깨고. ((보낸 돈이) 전부 얼마나 되요?) 저는 1억 원 가까이 됐었어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송금하고 난 뒤에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씨.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진짜 앞이 노랗고, 진짜 가슴이 철렁했죠. 도대체 무슨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인가 그러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금액도 너무 크고."

하지만 돈을 보낼 때까지, 의심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말투가 좀 어눌했거나 했으면 의심을 한 번쯤 했을 것 같아요. 굉장히 냉정하게 말투가 딱 부러지게 이야기를 했고, 사건에 대해서 명료하게 설명을 해줬어요. 그런가보다 당연히 믿었고."

취재팀이 만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사기범들의 음성과 말투가 무척 신뢰할만 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사기범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어눌한 중국 동포 말씨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금감원 공개) : "서울지검 첨단범죄 수사팀의 김민재 수사관이라고 합니다. 본인과 관련된 명의 도용 사건 때문에 몇 가지 사실 확인 차 연락을 드렸습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금감원 공개) :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긴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도용당한 피해자인지 지금 이 부분을 조사하려고……."

수법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범죄자로 몰아 당황하게 한 다음 돈을 이체시키거나, 취업이나 대출을 미끼로 송금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금융사고를 막아준다며 지하철 보관함이나 냉장고에 현금을 보관하게 한 뒤 이를 빼내가는 수법도 등장했습니다.

은행에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런 수법을 씁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금감원 공개) : "거래하는 은행 들어가서 이런 사랑 저런 사항 물어보지 마세요. 현금인출기에 접근하셨나요? (네.) 출금 과정에 절대로 옆 사람들과 상담은 엄금합니다. 특히 은행 직원이랑."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보이스 피싱은 남의 얘기인줄로만 알았다는 피해자들.

<녹취>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그냥 남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짜 무엇에 홀린 것처럼 제가 (아바타처럼 움직이고 있었어요. (사기범이) 하라는 대로. 진짜 귀신이라도 씐 듯이."

<인터뷰> 박찬우(경정/경찰청 수사1국) : "최근에는 2,30대 젊은 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공감 성향이 좀 강합니다.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나서 판단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구속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하는 경우에 여성분들의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진화하는 보이스 피싱.

어떤 이유든 “금융거래”를 유도하는 전화는 “보이스 피싱”일 확률이 높다며, 응하지 않는게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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