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우려’ 수입금지 제품도 버젓이 구매대행

입력 2015.07.24 (06:00) 수정 2015.07.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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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건강식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D사는 최근 '억울한' 불만 전화를 많이 받는다.

"당신들 제품을 먹고 탈이 났다", "색이 이상한 데 잘못된 제품이 아니냐" 등 전화기 속 고객들은 불만을 쏟아내며 환불 혹은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D사에게 이런 전화가 억울한 이유는 고객 불만을 일으킨 제품이 D사가 판매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D사는 100여 개 제품을 정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는 D사가 한국에 정식 수입해 판매하는 브랜드 제품 가운데 국내 수입이 금지된 제품도 중개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런 구매 대행 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제가 발견되면 정식 수입 업체인 D사에 불만 전화를 하는 것이다.

미국 건강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S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S사가 정식 수입해 판매하는 A브랜드의 제품은 45개. 하지만 인터넷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A브랜드의 제품이 올라와 있다.

수입금지 건강식품수입금지 건강식품


▲ 광우병 우려 확산으로 수입 금지된 건강식품


한 사이트는 S사의 제품 30개를 소개하며 고객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13개는 미허가 성분 포함 등의 이유로 국내 수입이 금지된 제품이었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입이 금지된 소 젤라틴으로 만든 연질 캡슐이 사용된 제품도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S사 관계자는 "정식 수입을 하기 위해서는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내용의 라벨도 지워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한 제품들은 아무런 제약도 없다"며 "무방비 상태의 구매 대행 제품은 소비자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규제 없는 구매 대행 ‘소비자 불만 폭증’

대행2대행2


최근 외국 사이트에서 물건을 직접 주문하는 이른바 '직구'가 저렴한 가격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외국 사이트 이용이 불편한 소비자를 대신해 제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이른바 구매 대행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산 건강 제품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정식 수입 업체의 광고 아래로 10여 개의 구매 대행 사이트가 나올 정도다.

아직 국내 소비자가 이용하는 구매 대행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된 자료는 없다.

이런 가운데 구매 대행을 통해 수입이 규제되거나 유해 성분을 포함한 제품들이 국내로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구매 대행 중인 한 업체의 구매 가능 리스트에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수입이 금지된 '소 젤라틴' 성분이 포함된 식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업체의 운영자 A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혹은 관세청에서 한국에서 통관이 불가능한 목록을 보내면 해당 제품의 한국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업체가 구매 대행을 하는 상품 가운데는 수입 규제 제품이 포함돼 있었다.

국내 당국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를 대신해 제품을 구매하는 서비스 제공해 중개료를 받는 구매 대행 업체에 식품 안전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구매 대행 품목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매 대행 업체 운영자 A씨는 "식품 내용물 성분이 제품에 표시돼 있지만 캡슐 성분까지 표시되지 않아 소로 만든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당국의 통보가 있기 전까지는 제품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당국도 모르고 구매 대행 업체도 모르는 사이 수입 금지 제품이 버젓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직구, 구매 대행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가 구매한 건강식품 409개를 조사한 결과 71개(17.4%)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구매 대행으로 구매한 외국 제품으로 발생하는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구매 대행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은 2012년 888건에서 2013년 1353건, 2014년 2256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기간 구매 대행 불만 가운데 11.8%(529건)는 '제품 불량'으로, 무분별한 외국 제품 반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 적극 홍보한 구매 대행 수입 신고 의무화 “유명무실”

대행3대행3


그동안 구매 대행은 직구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규제 없이 이뤄져 왔다. 개인의 소비 생활을 도울 뿐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직구에 대해 국가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 판매자와 소비자의 연결 고리가 되는 구매 대행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문제 제품의 국내 반입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야기되자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동안 식약처는 문제 제품을 중개하는 구매 대행 사이트에 대한 접근 차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사이트 주소만 바꿔 다시 영업할 수 있어 그 효과가 미미했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국회는 2014년 1월 국회는 구매 대행 업체의 수입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및 건강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식으로 수입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고 국내에 유입되는 수입 식품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오는 11월 구매 대행 업체의 수입 신고 의무화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벌써 이 제도가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통관 절차에서 특정 제품이 수입 신고 의무가 있는 구매 대행을 통해 들어온 제품인지 개인이 직접 구매한 제품인지 구분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구매 대행 업체가 의무를 어기고 수입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잡아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직구, 구매 대행 제품들은 수입 요건 확인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입 신고를 하지 않은 구매 대행 제품을 분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신고를 하지 않은 제품을 발견하더라도 구매 대행 업체에 가할 제재 수단이 '제품의 통관 보류'를 제외하면 마땅히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구매 대행 업체를 영업자로 보기 어려워 영업 정지 등 행정 처분도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을 사법 당국에 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강식품 수입 업체 D사 관계자는 "앞서 몇 차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을 중개하는 구매 대행 업체를 검찰 고발했지만 대부분 수십만 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쳤다"며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구매 대행 업체를 계도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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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우병 우려’ 수입금지 제품도 버젓이 구매대행
    • 입력 2015-07-24 06:00:58
    • 수정2015-07-24 11:42:58
    사회
미국의 유명 건강식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D사는 최근 '억울한' 불만 전화를 많이 받는다.

"당신들 제품을 먹고 탈이 났다", "색이 이상한 데 잘못된 제품이 아니냐" 등 전화기 속 고객들은 불만을 쏟아내며 환불 혹은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D사에게 이런 전화가 억울한 이유는 고객 불만을 일으킨 제품이 D사가 판매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D사는 100여 개 제품을 정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는 D사가 한국에 정식 수입해 판매하는 브랜드 제품 가운데 국내 수입이 금지된 제품도 중개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런 구매 대행 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제가 발견되면 정식 수입 업체인 D사에 불만 전화를 하는 것이다.

미국 건강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S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S사가 정식 수입해 판매하는 A브랜드의 제품은 45개. 하지만 인터넷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A브랜드의 제품이 올라와 있다.

수입금지 건강식품

▲ 광우병 우려 확산으로 수입 금지된 건강식품


한 사이트는 S사의 제품 30개를 소개하며 고객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13개는 미허가 성분 포함 등의 이유로 국내 수입이 금지된 제품이었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입이 금지된 소 젤라틴으로 만든 연질 캡슐이 사용된 제품도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S사 관계자는 "정식 수입을 하기 위해서는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내용의 라벨도 지워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한 제품들은 아무런 제약도 없다"며 "무방비 상태의 구매 대행 제품은 소비자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규제 없는 구매 대행 ‘소비자 불만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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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 사이트에서 물건을 직접 주문하는 이른바 '직구'가 저렴한 가격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외국 사이트 이용이 불편한 소비자를 대신해 제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이른바 구매 대행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산 건강 제품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정식 수입 업체의 광고 아래로 10여 개의 구매 대행 사이트가 나올 정도다.

아직 국내 소비자가 이용하는 구매 대행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된 자료는 없다.

이런 가운데 구매 대행을 통해 수입이 규제되거나 유해 성분을 포함한 제품들이 국내로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구매 대행 중인 한 업체의 구매 가능 리스트에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수입이 금지된 '소 젤라틴' 성분이 포함된 식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업체의 운영자 A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혹은 관세청에서 한국에서 통관이 불가능한 목록을 보내면 해당 제품의 한국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업체가 구매 대행을 하는 상품 가운데는 수입 규제 제품이 포함돼 있었다.

국내 당국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를 대신해 제품을 구매하는 서비스 제공해 중개료를 받는 구매 대행 업체에 식품 안전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구매 대행 품목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매 대행 업체 운영자 A씨는 "식품 내용물 성분이 제품에 표시돼 있지만 캡슐 성분까지 표시되지 않아 소로 만든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당국의 통보가 있기 전까지는 제품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당국도 모르고 구매 대행 업체도 모르는 사이 수입 금지 제품이 버젓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직구, 구매 대행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가 구매한 건강식품 409개를 조사한 결과 71개(17.4%)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구매 대행으로 구매한 외국 제품으로 발생하는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구매 대행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은 2012년 888건에서 2013년 1353건, 2014년 2256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기간 구매 대행 불만 가운데 11.8%(529건)는 '제품 불량'으로, 무분별한 외국 제품 반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 적극 홍보한 구매 대행 수입 신고 의무화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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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구매 대행은 직구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규제 없이 이뤄져 왔다. 개인의 소비 생활을 도울 뿐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직구에 대해 국가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 판매자와 소비자의 연결 고리가 되는 구매 대행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문제 제품의 국내 반입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야기되자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동안 식약처는 문제 제품을 중개하는 구매 대행 사이트에 대한 접근 차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사이트 주소만 바꿔 다시 영업할 수 있어 그 효과가 미미했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국회는 2014년 1월 국회는 구매 대행 업체의 수입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및 건강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식으로 수입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고 국내에 유입되는 수입 식품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오는 11월 구매 대행 업체의 수입 신고 의무화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벌써 이 제도가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통관 절차에서 특정 제품이 수입 신고 의무가 있는 구매 대행을 통해 들어온 제품인지 개인이 직접 구매한 제품인지 구분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구매 대행 업체가 의무를 어기고 수입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잡아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직구, 구매 대행 제품들은 수입 요건 확인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입 신고를 하지 않은 구매 대행 제품을 분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신고를 하지 않은 제품을 발견하더라도 구매 대행 업체에 가할 제재 수단이 '제품의 통관 보류'를 제외하면 마땅히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구매 대행 업체를 영업자로 보기 어려워 영업 정지 등 행정 처분도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을 사법 당국에 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강식품 수입 업체 D사 관계자는 "앞서 몇 차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을 중개하는 구매 대행 업체를 검찰 고발했지만 대부분 수십만 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쳤다"며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구매 대행 업체를 계도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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