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00일 된 딸 때문에…” 택시 털이 20대 검거

입력 2015.07.24 (08:32) 수정 2015.07.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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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주차된 차량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20대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범행을 한 두 명의 피의자 가운데 한 명만 구속하고, 한 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피의자가 이제 태어난 지 100일이 된 아기를 돌봐야 할 보호자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0일을 앞 둔 딸 때문에 절도 행각을 벌이게 됐다는 피의자.

어떤 사연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새벽, 충북 청주의 한 주택가입니다.

한 여름에 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오토바이 헬멧을 쓴 두 남성이 거리를 배회합니다.

잠시 뒤, 또 다른 골목에서 모습을 나타낸 두 남성.

주변을 둘러보더니 주차된 택시로 다가갑니다.

한 명은 망을 보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주차돼 있는 택시의 문을 열고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노린건 차량 안에 들어 있던 현금이었습니다.

<녹취> 류00(피해자/음성변조) : “운전석 쪽에 안에 있는 돈을 다 꺼내 갔어요. 보닛에 동전이 있었는데 금액은 현찰이 7만 원이었고 유리창 파손으로 견적이 12만 원 나왔어요.”

주차된 차량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절도 행각을 벌인 두 명의 괴한.

이들이 주로 노린 건 한 밤 중 으슥한 골목길에 주차돼 있는 택시였습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택시 같은 경우는 차 안에 거스름돈을 위해서 동전이나 이런 걸 가지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아마 택시만 노린 것 같습니다.”

차량 털이범들은 차 유리를 부수고, 안에 있던 10원짜리 동전까지 몽땅 털어갔습니다.

<녹취> 정00(피해자) : “여길 다 깨서 깨진 유리는 저 안으로 집어 던져놨더라고요. 유리가 박살나서 이렇게 깨진 상태여서 저기 조수석에 있어요. 여기는 그냥 다 깨진 덩어리들은 다 이 안에 있었고. 십 원짜리랑 오십 원짜리만 있었는데 그것만 싹 가져갔어요.”

비슷한 절도 피해를 당한 차량이 모두 17대.

피해액은 60만 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녹취> 류00(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회사 차들도 그 날 저녁에 당하고 또 우리 차도 당했어요. 그 날 주로 서너 대가 당했나 봐요. 무지 놀랬죠. 일하고 왔는데 이게 얼마나 황당해요.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헬멧에 긴팔 트레이닝복을 입은 절도 용의자들을 어렵사리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탐문수사를 이어간 끝에 이들을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헬멧을 뒤집어쓰고 신체도 거의 노출이 안 됐고 장갑도 착용을 했고 그런 상태기 때문에 처음엔 애를 먹었는데요. 눈이나 눈빛이나 옷차림새 이런 걸로 나잇대를 특정을 했죠. 우범 청소년들을 다 하나하나 일일이 체크하고 다 뒤졌죠.”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이제 20살을 갓 넘긴 청년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하던 경찰.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아기가 100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기 옷하고 분유 뭐 이런 것들, 아기용품을 사는 데 대부분 썼다고 합니다.”

이제 백일 된 딸을 위해 택시를 털었다는 피의자.

사연을 좀 더 취재해봤습니다.

올해 21살의 피의자 김 모씨.

반항심에 거리를 방황한 적도 있지만, 지난해부터는 착실하게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꾸려왔다고 했습니다.

김 씨에게 책임을 져야 할 새 가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작년에 애를 낳기로 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해서 취직을 해서 1년 정도, 1년 넘게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했었는데…….”

그런데, 그런 김 씨에게 차가운 시련이 닥쳐옵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몇 개월 전까지는 직장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해서 돈을 벌었었는데 직장도 잃고 현재 직업도 없고 학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정식적으로 취직해서 할 만한 일자리도 막상 또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청천 벽력같은 해고 통보를 받게 된 김 씨.

극심한 취업난에,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김 씨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건 그리 쉬운일 만은 아니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면접도 하루에 두 세 군데 이상 꼭 보고 전화도 몇 통씩 하고 그런데 전화로 군 미필이라고 하니 딱 자르는 데도 많았고 가서 면접보니까 군 미필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까 안 되겠다고…….”

이제 산모가 된 또래의 여자 친구와 갓 태어난 아이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김 씨.

책임감은 무거웠지만, 현실은 녹녹치가 않았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한 푼도 없었어요. 아예 없었어요. 많이 힘들었죠. 기저귀도 사야 되고 용품도 사야 되고 하는데 벌어지는 돈도 없고 나가야 할 데는 많은데…….”

태어난 지 이제 100일을 맞게 된 딸.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뭘 해도 예쁘죠. 옹알이도 최근에 막 해서 제 목소리도 알아듣고 울다가 전화통화로라도 제 목소리 들으면 옹알이하고 그러니까…….”

남들처럼 백일잔치를 해주고 싶었지만, 당장 먹일 분유와 기저귀 값이 궁했습니다.

그러던 김 씨의 눈에 들어온 건, 주차돼 있는 택시였습니다.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만 김 씨.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보이는 게 택시밖에 없었어요. 말 그대로 돈도 없고 나가야 될 건 많은데 저에게 당장 주어진 게 하나도 없어서…….”

친구와 함께 택시를 턴 김 씨는 그렇게 훔친 돈으로 딸에게 사주고 싶던 기저귀와 장난감을 사줬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아기가 필요하다는 용품, 이제 평소에 저한테 아기 뭐 사야 한다 했던 용품이나 장난감 사고 애 엄마 먹고 싶다고 했던 거 만나서 먹을 것 사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썼어요.”

하지만, 지금 김 씨는 자신이 한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제 개인 가족 때문에 그것만 생각하고 피해를 드린거잖아요. 일단은 그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죠. 지금도 면접을 많이봤어요. 앞으로 피해를 주 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김 씨의 딸은 방송 하루 전인 어제 백 일을 맞았습니다.

경찰은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공범인 친구에 대해서는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김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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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00일 된 딸 때문에…” 택시 털이 20대 검거
    • 입력 2015-07-24 08:32:00
    • 수정2015-07-24 10: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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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주차된 차량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20대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범행을 한 두 명의 피의자 가운데 한 명만 구속하고, 한 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피의자가 이제 태어난 지 100일이 된 아기를 돌봐야 할 보호자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0일을 앞 둔 딸 때문에 절도 행각을 벌이게 됐다는 피의자.

어떤 사연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새벽, 충북 청주의 한 주택가입니다.

한 여름에 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오토바이 헬멧을 쓴 두 남성이 거리를 배회합니다.

잠시 뒤, 또 다른 골목에서 모습을 나타낸 두 남성.

주변을 둘러보더니 주차된 택시로 다가갑니다.

한 명은 망을 보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주차돼 있는 택시의 문을 열고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노린건 차량 안에 들어 있던 현금이었습니다.

<녹취> 류00(피해자/음성변조) : “운전석 쪽에 안에 있는 돈을 다 꺼내 갔어요. 보닛에 동전이 있었는데 금액은 현찰이 7만 원이었고 유리창 파손으로 견적이 12만 원 나왔어요.”

주차된 차량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절도 행각을 벌인 두 명의 괴한.

이들이 주로 노린 건 한 밤 중 으슥한 골목길에 주차돼 있는 택시였습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택시 같은 경우는 차 안에 거스름돈을 위해서 동전이나 이런 걸 가지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아마 택시만 노린 것 같습니다.”

차량 털이범들은 차 유리를 부수고, 안에 있던 10원짜리 동전까지 몽땅 털어갔습니다.

<녹취> 정00(피해자) : “여길 다 깨서 깨진 유리는 저 안으로 집어 던져놨더라고요. 유리가 박살나서 이렇게 깨진 상태여서 저기 조수석에 있어요. 여기는 그냥 다 깨진 덩어리들은 다 이 안에 있었고. 십 원짜리랑 오십 원짜리만 있었는데 그것만 싹 가져갔어요.”

비슷한 절도 피해를 당한 차량이 모두 17대.

피해액은 60만 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녹취> 류00(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회사 차들도 그 날 저녁에 당하고 또 우리 차도 당했어요. 그 날 주로 서너 대가 당했나 봐요. 무지 놀랬죠. 일하고 왔는데 이게 얼마나 황당해요.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헬멧에 긴팔 트레이닝복을 입은 절도 용의자들을 어렵사리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탐문수사를 이어간 끝에 이들을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헬멧을 뒤집어쓰고 신체도 거의 노출이 안 됐고 장갑도 착용을 했고 그런 상태기 때문에 처음엔 애를 먹었는데요. 눈이나 눈빛이나 옷차림새 이런 걸로 나잇대를 특정을 했죠. 우범 청소년들을 다 하나하나 일일이 체크하고 다 뒤졌죠.”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이제 20살을 갓 넘긴 청년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하던 경찰.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아기가 100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기 옷하고 분유 뭐 이런 것들, 아기용품을 사는 데 대부분 썼다고 합니다.”

이제 백일 된 딸을 위해 택시를 털었다는 피의자.

사연을 좀 더 취재해봤습니다.

올해 21살의 피의자 김 모씨.

반항심에 거리를 방황한 적도 있지만, 지난해부터는 착실하게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꾸려왔다고 했습니다.

김 씨에게 책임을 져야 할 새 가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작년에 애를 낳기로 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해서 취직을 해서 1년 정도, 1년 넘게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했었는데…….”

그런데, 그런 김 씨에게 차가운 시련이 닥쳐옵니다.

<인터뷰> 박용덕(경감/청주 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 “몇 개월 전까지는 직장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해서 돈을 벌었었는데 직장도 잃고 현재 직업도 없고 학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정식적으로 취직해서 할 만한 일자리도 막상 또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청천 벽력같은 해고 통보를 받게 된 김 씨.

극심한 취업난에,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김 씨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건 그리 쉬운일 만은 아니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면접도 하루에 두 세 군데 이상 꼭 보고 전화도 몇 통씩 하고 그런데 전화로 군 미필이라고 하니 딱 자르는 데도 많았고 가서 면접보니까 군 미필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까 안 되겠다고…….”

이제 산모가 된 또래의 여자 친구와 갓 태어난 아이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김 씨.

책임감은 무거웠지만, 현실은 녹녹치가 않았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한 푼도 없었어요. 아예 없었어요. 많이 힘들었죠. 기저귀도 사야 되고 용품도 사야 되고 하는데 벌어지는 돈도 없고 나가야 할 데는 많은데…….”

태어난 지 이제 100일을 맞게 된 딸.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뭘 해도 예쁘죠. 옹알이도 최근에 막 해서 제 목소리도 알아듣고 울다가 전화통화로라도 제 목소리 들으면 옹알이하고 그러니까…….”

남들처럼 백일잔치를 해주고 싶었지만, 당장 먹일 분유와 기저귀 값이 궁했습니다.

그러던 김 씨의 눈에 들어온 건, 주차돼 있는 택시였습니다.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만 김 씨.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보이는 게 택시밖에 없었어요. 말 그대로 돈도 없고 나가야 될 건 많은데 저에게 당장 주어진 게 하나도 없어서…….”

친구와 함께 택시를 턴 김 씨는 그렇게 훔친 돈으로 딸에게 사주고 싶던 기저귀와 장난감을 사줬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아기가 필요하다는 용품, 이제 평소에 저한테 아기 뭐 사야 한다 했던 용품이나 장난감 사고 애 엄마 먹고 싶다고 했던 거 만나서 먹을 것 사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썼어요.”

하지만, 지금 김 씨는 자신이 한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제 개인 가족 때문에 그것만 생각하고 피해를 드린거잖아요. 일단은 그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죠. 지금도 면접을 많이봤어요. 앞으로 피해를 주 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김 씨의 딸은 방송 하루 전인 어제 백 일을 맞았습니다.

경찰은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공범인 친구에 대해서는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김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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