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한만 남았다”…북핵 운명은?

입력 2015.07.25 (07:49) 수정 2015.07.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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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7월 25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이란 핵 협상 타결에 이어, 이번 주엔 미국과 쿠바가 대사관을 개설하고 국교를 정상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착 상태인 북핵 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될지,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향후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들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이번 주엔 이란 핵 협상이 북핵 문제 운명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자세히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밤늦은 시각,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입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합니다.

<녹취> 레자이(테헤란 시민) : "경제 제재로 이란 경제와 국민들 삶이 매우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이렇게 기뻐하는 겁니다."

<녹취> 사디(테헤란 시민) : "나는 전 세계가 이란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고 이란을 존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란 국민들을 들뜨게 한 건, 13년을 끌어온 이란 핵 협상의 타결 소식이었습니다.

<녹취>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이란 외무장관) :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양국은 협상안에 합의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란은 군사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 시설의 사찰을 허용하고, 국제사회는 그 결과에 따라 내년 초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주기로 합의한 겁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중동지역의 핵 확산을 막았습니다. 이번 협상은 신뢰에 기반 한 게 아니라 검증에 기반 한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쿠바 대사관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1961년 쿠바 혁명을 계기로 단절됐던 미국과 쿠바의 국교가 54년 만에 완전 정상화된 겁니다.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도 공식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반세기 넘게 대립해온 양국이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녹취> 브루노 로드리게스(쿠바 외무장관) :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는 평화와 발전, 공정과 안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 의회의 승인절차가 남아있지만 쿠바는 50여년 만에, 이란은 30여년 만에 미국과 다시 손을 맞잡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른바 ‘적과의 대화’ 상대로 꼽았던 세 나라 중 이제 남은 건 북한이 유일한데요.

이에 따라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렸던 북핵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다시 북한을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이란 핵 협상 타결이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웬디 셔먼(미 국무부 정무차관) : "이란 제재 해제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북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위험스러운 경로에 대해 재검토할 것입니다."

<녹취> 왕이(중국 외교부장) : "한반도 핵 문제의 진전을 포함한 다른 국제적, 지역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우선 현안이었던 이란 핵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서,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북한 역시 더 압박을 받게 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이 이란의 핵 협상을 중심으로 해서 해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일단 이란의 핵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고, 이제부터는 미국이 보다 더 본격적으로 대북 제재라든가 이런 것을 강화하게 됨으로써 북한 역시 이제보다는 더 강한 압박을 느끼게 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됐다 이렇게 볼 수 있죠."

하지만 이란 식 해법을 곧바로 북핵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란 핵협상 타결에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큰 위력을 발휘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지 않은 북한엔 이란 식 제재가 통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대이란 경제제재가 이란의 원유 수출에 상당히 타격을 미쳤기 때문에 북한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죠. 또 북한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고난의 행군이랄까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그런 경제적 이익을 모색할 수 있는 그런 통로를 상당히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그런 국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이란과 북한은 핵개발 수준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란이 핵 개발 단계인 반면,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핵보유국을 자처할 정도로 상당 수준에 도달해있다는 평가됩니다.

<인터뷰>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란은 아직까지 실제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 이렇게 판단이 되고 핵실험도 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많은 국가들에서 인정을 하고 있고, 3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서 상당한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충분히 소형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렇게 보이기 때문에 상당히 진보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핵, 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하며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조차 거부중입니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은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며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녹취> 북 외무성 대변인 대답(지난 21일/조선중앙통신) : "우리는 명실공히 핵보유국이며 핵보유국에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이 남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다자간 협상의 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입니다.

북 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 노력은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해 이뤄져왔는데요.

6자회담은 과거 몇 차례 의미 있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7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수혁(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2003년 8월) : "이번에 개최되는 베이징 제1차 6자회담은 긴 협상과정의 시작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체제가 처음 가동된 건 지난 2003년 8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를 선언하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직후였습니다.

이후 베이징에서 회담을 이어온 관련국들은 2005년 9월 4차 회담에서, 북핵 해결의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에 합의합니다.

<녹취> 우다웨이(당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2005년) : "6자 회담이 한반도 핵문제를 푸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시간은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합의는 1년여 만에 공식 파기됐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2006년 10월 9일) : "핵 시험은 100% 우리 지혜와 기술에 의거하여 진행함으로써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갈망해 온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변이다."

이후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을 더 실시하며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진행 중이고, 올 들어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까지 시험 발사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고요. 협상 가운데서도 핵무기를 계속 개발해왔고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막아놓으니까 다시 우라늄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면서 추가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왔고요."

이후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한미일과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면서 6자회담은 7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6자회담 무용론에 새로운 협상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6자회담의 틀은 여전히 유용하다는 게 관련국들의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일단 6자회담이라는 것이 또 동북아의 어떤 북핵문제뿐만 아니라 안보문제와도 관련해서 상당히 긴밀하게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아마 추후에 계속해서 6자회담을 대체할 만한 그런 회담은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다..."

이란 핵 협상의 타결을 계기로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가열될 전망입니다.

특히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제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포기케 하는 것은 바로 이제는 뭐 한미일 뿐만 아니고 중국이라든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여러 가지 유엔안보리 제재라든가 이런 것을 현실적으로 하고 그리고 북한을 인위적으로 이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는 실질적인 외교노력 이런 것들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향후 북핵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습니다.

이란 핵 타결 직후, 6자회담 정부 수석대표인 황준국 본부장은 곧바로 중국 방문길에 올라 우다웨이 특별 대표와 면담했습니다.

이어 미국 정부의 성김 수석대표가 일본을 방문했고, 차석대표인 시드니 사일러 특사는 오늘부터 한중일 세 나라를 방문해 북핵 문제를 집중 조율합니다.

이란 핵 타결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북핵 논의는 오는 9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가을쯤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이 변곡점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오는 10월 당 창건 70주년을 전후해서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까지 제기돼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대화 내지는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협상을 펼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다, 이렇게 보고요. 북한 스스로도 이제 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대화의 기회를 놓치거나 10월에 또다시 도발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 강화되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봅니다."

이란 핵 타결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유일한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북한.

북핵 문제 해결에는 무엇보다 핵 대신 빵을 선택하는 북한의 결단이 관건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주변국들을 설득해 협상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정부의 역할 또한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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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북한만 남았다”…북핵 운명은?
    • 입력 2015-07-25 08:05:11
    • 수정2015-07-25 08: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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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7월 25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이란 핵 협상 타결에 이어, 이번 주엔 미국과 쿠바가 대사관을 개설하고 국교를 정상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착 상태인 북핵 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될지,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향후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들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이번 주엔 이란 핵 협상이 북핵 문제 운명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자세히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밤늦은 시각,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입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합니다.

<녹취> 레자이(테헤란 시민) : "경제 제재로 이란 경제와 국민들 삶이 매우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이렇게 기뻐하는 겁니다."

<녹취> 사디(테헤란 시민) : "나는 전 세계가 이란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고 이란을 존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란 국민들을 들뜨게 한 건, 13년을 끌어온 이란 핵 협상의 타결 소식이었습니다.

<녹취>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이란 외무장관) :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양국은 협상안에 합의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란은 군사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 시설의 사찰을 허용하고, 국제사회는 그 결과에 따라 내년 초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주기로 합의한 겁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 "중동지역의 핵 확산을 막았습니다. 이번 협상은 신뢰에 기반 한 게 아니라 검증에 기반 한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쿠바 대사관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1961년 쿠바 혁명을 계기로 단절됐던 미국과 쿠바의 국교가 54년 만에 완전 정상화된 겁니다.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도 공식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반세기 넘게 대립해온 양국이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녹취> 브루노 로드리게스(쿠바 외무장관) :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는 평화와 발전, 공정과 안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 의회의 승인절차가 남아있지만 쿠바는 50여년 만에, 이란은 30여년 만에 미국과 다시 손을 맞잡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른바 ‘적과의 대화’ 상대로 꼽았던 세 나라 중 이제 남은 건 북한이 유일한데요.

이에 따라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렸던 북핵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다시 북한을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이란 핵 협상 타결이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웬디 셔먼(미 국무부 정무차관) : "이란 제재 해제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북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위험스러운 경로에 대해 재검토할 것입니다."

<녹취> 왕이(중국 외교부장) : "한반도 핵 문제의 진전을 포함한 다른 국제적, 지역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우선 현안이었던 이란 핵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서,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북한 역시 더 압박을 받게 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이 이란의 핵 협상을 중심으로 해서 해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일단 이란의 핵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고, 이제부터는 미국이 보다 더 본격적으로 대북 제재라든가 이런 것을 강화하게 됨으로써 북한 역시 이제보다는 더 강한 압박을 느끼게 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됐다 이렇게 볼 수 있죠."

하지만 이란 식 해법을 곧바로 북핵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란 핵협상 타결에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큰 위력을 발휘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지 않은 북한엔 이란 식 제재가 통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대이란 경제제재가 이란의 원유 수출에 상당히 타격을 미쳤기 때문에 북한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죠. 또 북한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고난의 행군이랄까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그런 경제적 이익을 모색할 수 있는 그런 통로를 상당히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그런 국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이란과 북한은 핵개발 수준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란이 핵 개발 단계인 반면,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핵보유국을 자처할 정도로 상당 수준에 도달해있다는 평가됩니다.

<인터뷰>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란은 아직까지 실제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 이렇게 판단이 되고 핵실험도 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많은 국가들에서 인정을 하고 있고, 3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서 상당한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충분히 소형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렇게 보이기 때문에 상당히 진보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핵, 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하며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조차 거부중입니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은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며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녹취> 북 외무성 대변인 대답(지난 21일/조선중앙통신) : "우리는 명실공히 핵보유국이며 핵보유국에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이 남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다자간 협상의 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입니다.

북 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 노력은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해 이뤄져왔는데요.

6자회담은 과거 몇 차례 의미 있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7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수혁(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2003년 8월) : "이번에 개최되는 베이징 제1차 6자회담은 긴 협상과정의 시작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체제가 처음 가동된 건 지난 2003년 8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를 선언하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직후였습니다.

이후 베이징에서 회담을 이어온 관련국들은 2005년 9월 4차 회담에서, 북핵 해결의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에 합의합니다.

<녹취> 우다웨이(당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2005년) : "6자 회담이 한반도 핵문제를 푸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시간은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합의는 1년여 만에 공식 파기됐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2006년 10월 9일) : "핵 시험은 100% 우리 지혜와 기술에 의거하여 진행함으로써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갈망해 온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변이다."

이후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을 더 실시하며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진행 중이고, 올 들어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까지 시험 발사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고요. 협상 가운데서도 핵무기를 계속 개발해왔고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막아놓으니까 다시 우라늄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면서 추가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왔고요."

이후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한미일과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면서 6자회담은 7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6자회담 무용론에 새로운 협상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6자회담의 틀은 여전히 유용하다는 게 관련국들의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일단 6자회담이라는 것이 또 동북아의 어떤 북핵문제뿐만 아니라 안보문제와도 관련해서 상당히 긴밀하게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아마 추후에 계속해서 6자회담을 대체할 만한 그런 회담은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다..."

이란 핵 협상의 타결을 계기로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가열될 전망입니다.

특히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제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포기케 하는 것은 바로 이제는 뭐 한미일 뿐만 아니고 중국이라든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여러 가지 유엔안보리 제재라든가 이런 것을 현실적으로 하고 그리고 북한을 인위적으로 이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는 실질적인 외교노력 이런 것들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향후 북핵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습니다.

이란 핵 타결 직후, 6자회담 정부 수석대표인 황준국 본부장은 곧바로 중국 방문길에 올라 우다웨이 특별 대표와 면담했습니다.

이어 미국 정부의 성김 수석대표가 일본을 방문했고, 차석대표인 시드니 사일러 특사는 오늘부터 한중일 세 나라를 방문해 북핵 문제를 집중 조율합니다.

이란 핵 타결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북핵 논의는 오는 9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가을쯤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이 변곡점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오는 10월 당 창건 70주년을 전후해서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까지 제기돼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대화 내지는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협상을 펼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다, 이렇게 보고요. 북한 스스로도 이제 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대화의 기회를 놓치거나 10월에 또다시 도발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 강화되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봅니다."

이란 핵 타결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유일한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북한.

북핵 문제 해결에는 무엇보다 핵 대신 빵을 선택하는 북한의 결단이 관건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주변국들을 설득해 협상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정부의 역할 또한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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