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사라진 리조트…“우리 가족 휴가 어떡해”

입력 2015.07.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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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만원을 주고 회원 가입한 리조트에 예약 전화를 걸었더니 '없는 번호'라는 음성이 나온다면? 당사자에게는 '황당 그 자체'일 겁니다. '숙소 예약 전쟁'이 벌어지는 여름 휴가철에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정말 아찔했을 텐데요.

■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리조트

인천에 있는 한 리조트에 가입한 김수연씨가 꼭 같은 일을 당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2년, 아들 생일을 맞아 인천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마음에 쏙 드는 리조트를 발견했습니다. 마침 광고 현수막을 걸어놓고, 대대적으로 회원 모집을 하던 리조트에 갔다가 김 씨는 바로 회원 가입을 했습니다.

리조트로 세 번쯤 가족 여행을 가게 됐고, 김 씨 가족에겐 추억의 장소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숙소 예약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계속 전화번호가 결번이라고 나오는 거예요. 전화 번호가 바뀌었나? 그럼 안내가 될텐데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홈페이지가 없어지고..."

김 씨는 불과 몇 달 전에 다녀온 곳이 아무 말 없이 없어졌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수소문 결과, 운영 업체가 바뀌면서 이름도, 전화번호도 다 바꾼채 영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계약금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새 운영업체에서는 이전 회원들까지 인수한 게 아니라며, 나몰라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운영업체 대표와는 연락이 닿질 않고 소송을 내자니 비용이나 여러 절차가 부담스러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바닷가 리조트에 가고 싶다는 둘째 아이의 성화에 진땀을 빼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우리 아들은 그걸 모르고 왜 00 리조트 안 가냐고 워터파크 가고 싶다고 해요. 사기당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 애한테..."

■ “사정이 어려워서…환불을 나중에 해드릴게요”

심지어 소송을 내고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모 씨의 남편은 10년 전, 회사로 찾아온 영업사원을 통해 강원도 속초의 한 리조트에 회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온가족이 함께 한 첫 속초 여행은 기억하기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계약을 딱 하고 나서 처음으로 그해 여름에 속초 △△리조트를 갔는데 고객들이 너무 많아서 근처에 주공 아파트를 임대해가지고 우리를 입주시켰는데, 너무 낡고 곰팡이가 피었어요..."

심 씨 가족은 그 뒤로 단 한 번도 리조트를 찾지 않았습니다. 보증금 320만 원은 반환 기한인 10년 동안 그대로 묻어뒀구요, 정확히 10년 뒤인 2012년에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역시 주인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수도 없이 전화를 하고 독촉해도, 돈을 돌려주지 않기에 결국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냈는데요. 리조트에서 보증금 돌려주는 조건으로 조정 결정이 났지만, 이번엔 '사정이 어렵다'며 환불을 미루고 있습니다.

리조트 사기리조트 사기


리조트를 찾아가보니 이곳 역시 정상 영업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안좋아 운영이 어렵다면서 사정이 풀리면 돌려주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심 씨는 법원까지 갔는데 여전히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으니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냐며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 ‘리조트 회원권 피해’ 왜 끊이지 않나?

사실 위에 소개한 것 같은 '리조트 회원권 피해 사례'는 TV뉴스나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얘깁니다. '큰 돈 주고 회원 가입했더니 리조트 업체가 바뀌었더라', '막상 여행을 가보니 광고 내용과는 다른 허름한 숙소를 내주더라...' 등등 익숙한 피해 사례들이죠.

관련 피해가 참 꾸준히 많습니다. 2012년부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봤더니 해마다 500건이 넘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00건이 훌쩍 넘구요.

그동안 여러 사례를 봐온 소비자원 박두현 서비스팀장은 '피해 유형은 다양하지만, 가입 당시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주로 1:1로 만나서 계약의 내용이나 외부의 조언 등을 심사 숙고할 시간도 없이 계약 체결과 대금 결제가 빠르게 진행되는 특성때문에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결국 소비자 본인이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봐야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요.

만일의 피해를 막으려면 마치 집 구할 때처럼 직접 방문해서 시설도 둘러보고, 이 업체의 재정 상태는 어떤지, 소유권은 누가 갖고 있는지도 미리 알아봐야 하는 거죠. 팍팍한 살림살이에 마음 놓고 휴가 내기도 어려운데, 마음놓고 푹 쉴 곳을 찾는 것조차 긴장의 연속입니다.

※ 이 기사는 7월 26일 밤 11시 20분 KBS 1TV <취재파일K>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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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퍼] 사라진 리조트…“우리 가족 휴가 어떡해”
    • 입력 2015-07-26 14:00:35
    디지털퍼스트
수백 만원을 주고 회원 가입한 리조트에 예약 전화를 걸었더니 '없는 번호'라는 음성이 나온다면? 당사자에게는 '황당 그 자체'일 겁니다. '숙소 예약 전쟁'이 벌어지는 여름 휴가철에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정말 아찔했을 텐데요. ■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리조트 인천에 있는 한 리조트에 가입한 김수연씨가 꼭 같은 일을 당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2년, 아들 생일을 맞아 인천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마음에 쏙 드는 리조트를 발견했습니다. 마침 광고 현수막을 걸어놓고, 대대적으로 회원 모집을 하던 리조트에 갔다가 김 씨는 바로 회원 가입을 했습니다. 리조트로 세 번쯤 가족 여행을 가게 됐고, 김 씨 가족에겐 추억의 장소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숙소 예약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계속 전화번호가 결번이라고 나오는 거예요. 전화 번호가 바뀌었나? 그럼 안내가 될텐데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홈페이지가 없어지고..." 김 씨는 불과 몇 달 전에 다녀온 곳이 아무 말 없이 없어졌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수소문 결과, 운영 업체가 바뀌면서 이름도, 전화번호도 다 바꾼채 영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계약금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새 운영업체에서는 이전 회원들까지 인수한 게 아니라며, 나몰라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운영업체 대표와는 연락이 닿질 않고 소송을 내자니 비용이나 여러 절차가 부담스러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바닷가 리조트에 가고 싶다는 둘째 아이의 성화에 진땀을 빼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우리 아들은 그걸 모르고 왜 00 리조트 안 가냐고 워터파크 가고 싶다고 해요. 사기당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 애한테..." ■ “사정이 어려워서…환불을 나중에 해드릴게요” 심지어 소송을 내고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모 씨의 남편은 10년 전, 회사로 찾아온 영업사원을 통해 강원도 속초의 한 리조트에 회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온가족이 함께 한 첫 속초 여행은 기억하기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계약을 딱 하고 나서 처음으로 그해 여름에 속초 △△리조트를 갔는데 고객들이 너무 많아서 근처에 주공 아파트를 임대해가지고 우리를 입주시켰는데, 너무 낡고 곰팡이가 피었어요..." 심 씨 가족은 그 뒤로 단 한 번도 리조트를 찾지 않았습니다. 보증금 320만 원은 반환 기한인 10년 동안 그대로 묻어뒀구요, 정확히 10년 뒤인 2012년에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역시 주인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수도 없이 전화를 하고 독촉해도, 돈을 돌려주지 않기에 결국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냈는데요. 리조트에서 보증금 돌려주는 조건으로 조정 결정이 났지만, 이번엔 '사정이 어렵다'며 환불을 미루고 있습니다.
리조트 사기
리조트를 찾아가보니 이곳 역시 정상 영업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안좋아 운영이 어렵다면서 사정이 풀리면 돌려주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심 씨는 법원까지 갔는데 여전히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으니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냐며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 ‘리조트 회원권 피해’ 왜 끊이지 않나? 사실 위에 소개한 것 같은 '리조트 회원권 피해 사례'는 TV뉴스나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얘깁니다. '큰 돈 주고 회원 가입했더니 리조트 업체가 바뀌었더라', '막상 여행을 가보니 광고 내용과는 다른 허름한 숙소를 내주더라...' 등등 익숙한 피해 사례들이죠. 관련 피해가 참 꾸준히 많습니다. 2012년부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봤더니 해마다 500건이 넘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00건이 훌쩍 넘구요. 그동안 여러 사례를 봐온 소비자원 박두현 서비스팀장은 '피해 유형은 다양하지만, 가입 당시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주로 1:1로 만나서 계약의 내용이나 외부의 조언 등을 심사 숙고할 시간도 없이 계약 체결과 대금 결제가 빠르게 진행되는 특성때문에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결국 소비자 본인이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봐야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요. 만일의 피해를 막으려면 마치 집 구할 때처럼 직접 방문해서 시설도 둘러보고, 이 업체의 재정 상태는 어떤지, 소유권은 누가 갖고 있는지도 미리 알아봐야 하는 거죠. 팍팍한 살림살이에 마음 놓고 휴가 내기도 어려운데, 마음놓고 푹 쉴 곳을 찾는 것조차 긴장의 연속입니다. ※ 이 기사는 7월 26일 밤 11시 20분 KBS 1TV <취재파일K>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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