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엔 에어컨…최저가 ‘먹튀’ 사기 또 터졌다

입력 2015.07.27 (16:59) 수정 2015.07.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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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준비에 한창이던 김진호(가명)씨는 이달 초 냉장고를 주문했다. 사려는 냉장고 모델 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전제품 가격 검색 사이트 ‘다나와’ 에서 모델 명을 검색해 가장 싸게 냉장고를 살 수 있는 매장을 찾았다.

김씨가 원하는 냉장고 모델을 최저가로 팔겠다고 올린 사이트의 이름은 ‘OOO에어컨’. 이 매장은 다른 대부분의 가전제품도 최저가로 올려두고 있었다.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는데, 먼저 판매자가 전화를 해서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3만원을 깎아주고, 밀폐용기 세트까지 추가로 얹어주겠다고 했다. 끈질긴 현금결제 요구에 결국 현금을 보냈다.

하지만 물건을 받기로 한 날이 한참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결국 지난 16일 전화해 주문을 취소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환불을 미루던 판매자는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김 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대포통장을 통해 모두 빠져나간 뒤였다.


◆ 온라인 최저가 ‘먹튀 사기’…또 터졌다

부산제일가전, 가전몰 등 반복해 벌어졌던 온라인 최저가 먹튀 사기가 다시 터졌다. 이번엔 여름철 에어컨 수요를 노리고 사이트 이름에 아예 에어컨을 넣었다.

김 씨 등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인된 사람만 이미 60명을 넘었다. 피해 금액은 대부분 100만 원을 넘고 200만~300만원대 피해자도 적지 않다.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 구매가 집중된 탓이다.

◆ 잠적한 일당 최소 3명…돈 받은 사람도 피해자라 주장

김 씨 등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번 일을 공모했다가 잠적한 일당은 최소 3명이다. 현금결제 유도 전화를 돌린 최모씨, 모 대기업 전자 대리점 직원 행세를 한 여성, 배송기사 역할을 한 남성 등이다. 이들은 각자 나름의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특정 전자제품 회사의 대리점 직원 행세를 할 때는 진짜 해당 회사의 서비스센터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들 3명 외에 ‘OOO에어컨’이란 이름으로 지난 6월 사업자등록을 하고 실제로 피해자들의 돈을 받은 것은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모씨다. 그는 일부 피해자의 피해금액을 돌려주고는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그가 이미 잠적한 일당과 공모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집요하게 현금만 노렸다

사기꾼들은 집요하게 현금 만을 노렸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OOO에어컨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기만 해도 직접 전화를 걸어 가전제품을 홍보하며 현금결제를 하도록 만들었다. 금액 할인은 기본이었다. 냉장고를 사려는 이들에게는 밀폐용기세트를, 에어컨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제습기를 덤으로 준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이미 최저가를 기대하고 OOO에어컨을 찾은 이들에게 밀폐용기나 제습기 등 ‘덤의 유혹’은 피하기 어려웠다.

◆ 카드 결제는 구제 가능하지만 현금이 문제

일당은 왜 집요하게 현금만 노렸을까. 카드는 결제일까지 돈을 빼돌릴 수 없지만 현금은 돈을 송금하는 즉시 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카드결제한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제금액이 이미 사기꾼들에게 넘어가지만 않았다면 카드결제는 사기피해로 확인될 경우 대부분 구제 받을 수 있다. 지난 수차례 최저가 사기 사건에서도 결제대금이 빠져나가기 전이면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가 결제를 취소하면서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다만 카드 결제 피해자들도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피해사실을 카드사 등에 신고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이미 대포통장을 통해 돈이 다 빠져나간 현금결제 피해자들이다. 사기꾼들이 잡힌다 해도 이들이 이미 빼돌린 돈을 다 탕진했다면,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돌려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60여명 중 거의 대부분은 카드결제가 아닌 현금결제 피해자다.

◆ 최저가 검색 서비스…돈은 벌어도 책임은 없어

올 3월 일산경찰서는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11명을 구속하고, 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된 일당은 작년 4월부터 올 초까지 총 6개의 최저가 가전제품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돈이 들어오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방식으로 돈을 챙겼다. 이들이 소위 ‘먹튀’로 챙긴 돈만 6억8000만 원에 달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 3월에는 다른 일당이‘000전자’라는 온라인 가전제품 판매사이트를 만들어 종합일간지에 버젓이 광고까지 해가며 먹튀를 노리는 사기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넉달 만에 또다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다.

왜 같은 수법이 반복되는데도 자꾸 피해자가 발생할까.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대형 포털이나 '다나와' 등 가격검색 사이트를 믿었다고 말한다. 주요 포털과 '다나와' 등은 사업자들에게 일정 금액의 수수료(네이버 2% 수준)를 받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사업자를 소개하는 가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델명을 치면 사업자들이 적어둔 가격 순으로 사업자를 나열해 보여주는 식이다. 이들이 모두 믿을 수 있는 제품을 파는 사업자라면 소비자는 편리하게 제일 싸게 물건을 파는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올라온 판매자가 모두 믿을만하지 않다는 데 있다. 포털사이트는 사업자등록증 등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일단 가격검색 서비스 등록을 받아 준다. 형식적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결제를 유도한다는 것 만으로 사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포털의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포털 등 가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버는 만큼 이들이 판매자를 좀 더 확실하게 걸러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돈벌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기꾼들을 더 정밀하게 걸러 달라는 요구다.

단,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조금이라도 제품을 싸게 사려다 보니, 확실치 않은 판매자를 대상으로 현금결제를 하는 것이다. 현금 대신 카드만 사용해도 이같은 ‘먹튀’ 사기에 대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경찰, 서울경찰청에 사건 배당해 집중 수사

경찰은 처음에 주 씨 계좌가 있던 노원경찰서에서 사건을 담당하려 했다가, 접수 사건이 늘어나자 서울경찰청에 사건을 배당해 집중 수사키로 했다. 이에 현재는 전국 각지에 접수된 사건이 서울청으로 이관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 금요일(24일)까지 신고된 피해 건수가 20~30건 정도였다.

서울청 관계자는 “서류 없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 서류들이 (일선 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으로) 건너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원경찰서에서 이미 조사된 통신자료, 거래내역 등을 참고로 조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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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이번엔 에어컨…최저가 ‘먹튀’ 사기 또 터졌다
    • 입력 2015-07-27 16:59:18
    • 수정2015-07-27 17:07:23
    사회
■ 결혼 준비에 한창이던 김진호(가명)씨는 이달 초 냉장고를 주문했다. 사려는 냉장고 모델 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전제품 가격 검색 사이트 ‘다나와’ 에서 모델 명을 검색해 가장 싸게 냉장고를 살 수 있는 매장을 찾았다.

김씨가 원하는 냉장고 모델을 최저가로 팔겠다고 올린 사이트의 이름은 ‘OOO에어컨’. 이 매장은 다른 대부분의 가전제품도 최저가로 올려두고 있었다.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는데, 먼저 판매자가 전화를 해서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3만원을 깎아주고, 밀폐용기 세트까지 추가로 얹어주겠다고 했다. 끈질긴 현금결제 요구에 결국 현금을 보냈다.

하지만 물건을 받기로 한 날이 한참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결국 지난 16일 전화해 주문을 취소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환불을 미루던 판매자는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김 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대포통장을 통해 모두 빠져나간 뒤였다.


◆ 온라인 최저가 ‘먹튀 사기’…또 터졌다

부산제일가전, 가전몰 등 반복해 벌어졌던 온라인 최저가 먹튀 사기가 다시 터졌다. 이번엔 여름철 에어컨 수요를 노리고 사이트 이름에 아예 에어컨을 넣었다.

김 씨 등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인된 사람만 이미 60명을 넘었다. 피해 금액은 대부분 100만 원을 넘고 200만~300만원대 피해자도 적지 않다.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 구매가 집중된 탓이다.

◆ 잠적한 일당 최소 3명…돈 받은 사람도 피해자라 주장

김 씨 등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번 일을 공모했다가 잠적한 일당은 최소 3명이다. 현금결제 유도 전화를 돌린 최모씨, 모 대기업 전자 대리점 직원 행세를 한 여성, 배송기사 역할을 한 남성 등이다. 이들은 각자 나름의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특정 전자제품 회사의 대리점 직원 행세를 할 때는 진짜 해당 회사의 서비스센터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들 3명 외에 ‘OOO에어컨’이란 이름으로 지난 6월 사업자등록을 하고 실제로 피해자들의 돈을 받은 것은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모씨다. 그는 일부 피해자의 피해금액을 돌려주고는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그가 이미 잠적한 일당과 공모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집요하게 현금만 노렸다

사기꾼들은 집요하게 현금 만을 노렸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OOO에어컨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기만 해도 직접 전화를 걸어 가전제품을 홍보하며 현금결제를 하도록 만들었다. 금액 할인은 기본이었다. 냉장고를 사려는 이들에게는 밀폐용기세트를, 에어컨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제습기를 덤으로 준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이미 최저가를 기대하고 OOO에어컨을 찾은 이들에게 밀폐용기나 제습기 등 ‘덤의 유혹’은 피하기 어려웠다.

◆ 카드 결제는 구제 가능하지만 현금이 문제

일당은 왜 집요하게 현금만 노렸을까. 카드는 결제일까지 돈을 빼돌릴 수 없지만 현금은 돈을 송금하는 즉시 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카드결제한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제금액이 이미 사기꾼들에게 넘어가지만 않았다면 카드결제는 사기피해로 확인될 경우 대부분 구제 받을 수 있다. 지난 수차례 최저가 사기 사건에서도 결제대금이 빠져나가기 전이면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가 결제를 취소하면서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다만 카드 결제 피해자들도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피해사실을 카드사 등에 신고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이미 대포통장을 통해 돈이 다 빠져나간 현금결제 피해자들이다. 사기꾼들이 잡힌다 해도 이들이 이미 빼돌린 돈을 다 탕진했다면,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돌려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60여명 중 거의 대부분은 카드결제가 아닌 현금결제 피해자다.

◆ 최저가 검색 서비스…돈은 벌어도 책임은 없어

올 3월 일산경찰서는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11명을 구속하고, 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된 일당은 작년 4월부터 올 초까지 총 6개의 최저가 가전제품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돈이 들어오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방식으로 돈을 챙겼다. 이들이 소위 ‘먹튀’로 챙긴 돈만 6억8000만 원에 달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 3월에는 다른 일당이‘000전자’라는 온라인 가전제품 판매사이트를 만들어 종합일간지에 버젓이 광고까지 해가며 먹튀를 노리는 사기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넉달 만에 또다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다.

왜 같은 수법이 반복되는데도 자꾸 피해자가 발생할까.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대형 포털이나 '다나와' 등 가격검색 사이트를 믿었다고 말한다. 주요 포털과 '다나와' 등은 사업자들에게 일정 금액의 수수료(네이버 2% 수준)를 받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사업자를 소개하는 가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델명을 치면 사업자들이 적어둔 가격 순으로 사업자를 나열해 보여주는 식이다. 이들이 모두 믿을 수 있는 제품을 파는 사업자라면 소비자는 편리하게 제일 싸게 물건을 파는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올라온 판매자가 모두 믿을만하지 않다는 데 있다. 포털사이트는 사업자등록증 등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일단 가격검색 서비스 등록을 받아 준다. 형식적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결제를 유도한다는 것 만으로 사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포털의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포털 등 가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버는 만큼 이들이 판매자를 좀 더 확실하게 걸러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돈벌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기꾼들을 더 정밀하게 걸러 달라는 요구다.

단,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조금이라도 제품을 싸게 사려다 보니, 확실치 않은 판매자를 대상으로 현금결제를 하는 것이다. 현금 대신 카드만 사용해도 이같은 ‘먹튀’ 사기에 대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경찰, 서울경찰청에 사건 배당해 집중 수사

경찰은 처음에 주 씨 계좌가 있던 노원경찰서에서 사건을 담당하려 했다가, 접수 사건이 늘어나자 서울경찰청에 사건을 배당해 집중 수사키로 했다. 이에 현재는 전국 각지에 접수된 사건이 서울청으로 이관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 금요일(24일)까지 신고된 피해 건수가 20~30건 정도였다.

서울청 관계자는 “서류 없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 서류들이 (일선 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으로) 건너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원경찰서에서 이미 조사된 통신자료, 거래내역 등을 참고로 조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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