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사] 조치 늦어서 사망했다면 의료과실

입력 2015.07.31 (08:47) 수정 2015.07.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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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생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판결을 통해 알아보는 <친절한 판사들> 시간인데요.

지난해 10월 장협착 수술을 받고 열흘 만에 숨진 가수 신해철 씨. 당시 위 수술을 받은 뒤 소장에 천공이 생겨 의료사로 이어졌다는 논란이 일었었는데요.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먼저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대장내시경 후 약물을 처방받고 1주일의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지만, 이틀 후 심한 복통과 구토로 다시 병원을 찾은 A씨.

하지만,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A씨에게 병원은 무려 15시간 가까이 진통제만을 처방했습니다.

가족들은 의료진들에게 의료조치를 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는데요.

의료진은 CT검사를 해서 복막염을 발견하고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결국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의료조치가 늦어져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의료진에겐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최근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 의료진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주선아 판사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질문>
먼저, 어떤 사건인지 사건의 개요부터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답변>
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중년 여성이 이틀 뒤, 심한 복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면서 다시 병원에 입원 했습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복부 CT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금식을 해야 하는데, 환자가 입원 전에 식사를 했기 때문에 당일에는 CT검사를 할 수 없다면서, 다음 날 오전까지 진통제만 주었습니다.

그동안 환자는 계속해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고열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약 15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CT검사를 했더니, 결장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이 의심되어 바로 응급수술을 시행했지만, 약 2주 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습니다.

그러자 환자의 유족들이 의사와 병원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질문>
가수 신해철 씨 의료사고 논란과도 비슷한 점이 있어 보이는데요.

1심과 2심에서는 의료진은 잘못한 게 없다고 판결했죠.

대법원 판단은 어떤가요?

<답변>
1, 2심은 의사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진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1, 2심은 입원 당시 혈액검사 결과로는 대장 천공이나 복막염이 생겼다고 보기 어려웠고, 금식을 안 해 CT검사를 못 한 것이라고 보고, 의사의 과실이 없다, 이렇게 판단한 건데요.

하지만 대법원은 CT검사를 늦게 해서 결과적으로 수술을 신속하게 받지 못하게 한 것은 의사의 잘못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CT검사를 하려면 6시간을 금식하면 되는데, 한참 뒤에야 CT검사를 한 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와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질문>
금식시간 6시간 이후에는 의료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6시간 이후에도 진통제만 처방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본 거군요?

<답변>
의사도 사람인만큼 완전무결한 진단이나 진료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수준에 맞춰,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해야 하고, 그래서 위험한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환자의 복부 CT검사를 위해 금식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금식 시간이 지났고, 마약성 진통제까지 계속 투여하는데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진통제만 처방할 게 아니라 CT검사같은 응급검사 등이 필요한지 검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CT검사를 더 빨리 했다면 천공도 더 빨리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그러면, 통상 의료사고로 인정돼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들이 있어야 하나요?

<답변>
의료사고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별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에서 인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이것이 의료진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이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즉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설명드린 것과 같은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때문에 생긴 ‘손해’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기억하셔야 할 점은 이런 내용을 원칙적으로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과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비전문가인 환자가 전문가인 의료진의 잘못을 밝혀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의료사고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 역시 다른 손해배상청구와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로 손해가 생겼다는 점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원고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의료행위는 말씀하신 것처럼 매우 전문적인 분야여서, 환자 측에서 의사의 과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해,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볼 때, 의료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는 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진 것에 의료상 과실 말고 다른 원인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질문>
의료사고, 나도... 나의 가족도 당할 수 있는 문제인데요.

의료사고로 의심될 경우, 피해자 측에선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도 짚어주시죠?

<답변>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텐데요.

먼저, 이 사건처럼 환자가 매우 위급한 상태일 때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환자의 증상과 상태를 자세히 전달해 의료진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상식에 비춰봤을 때 의료 행위가 보통 기대할 수 있는 정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약 불행히도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진료기록 같은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하기까지 환자의 증상과 의료진의 대처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네 오늘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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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31 08:54:01
    • 수정2015-07-31 1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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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생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판결을 통해 알아보는 <친절한 판사들> 시간인데요.

지난해 10월 장협착 수술을 받고 열흘 만에 숨진 가수 신해철 씨. 당시 위 수술을 받은 뒤 소장에 천공이 생겨 의료사로 이어졌다는 논란이 일었었는데요.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먼저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대장내시경 후 약물을 처방받고 1주일의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지만, 이틀 후 심한 복통과 구토로 다시 병원을 찾은 A씨.

하지만,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A씨에게 병원은 무려 15시간 가까이 진통제만을 처방했습니다.

가족들은 의료진들에게 의료조치를 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는데요.

의료진은 CT검사를 해서 복막염을 발견하고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결국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의료조치가 늦어져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의료진에겐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최근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 의료진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주선아 판사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질문>
먼저, 어떤 사건인지 사건의 개요부터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답변>
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중년 여성이 이틀 뒤, 심한 복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면서 다시 병원에 입원 했습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복부 CT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금식을 해야 하는데, 환자가 입원 전에 식사를 했기 때문에 당일에는 CT검사를 할 수 없다면서, 다음 날 오전까지 진통제만 주었습니다.

그동안 환자는 계속해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고열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약 15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CT검사를 했더니, 결장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이 의심되어 바로 응급수술을 시행했지만, 약 2주 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습니다.

그러자 환자의 유족들이 의사와 병원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질문>
가수 신해철 씨 의료사고 논란과도 비슷한 점이 있어 보이는데요.

1심과 2심에서는 의료진은 잘못한 게 없다고 판결했죠.

대법원 판단은 어떤가요?

<답변>
1, 2심은 의사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진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1, 2심은 입원 당시 혈액검사 결과로는 대장 천공이나 복막염이 생겼다고 보기 어려웠고, 금식을 안 해 CT검사를 못 한 것이라고 보고, 의사의 과실이 없다, 이렇게 판단한 건데요.

하지만 대법원은 CT검사를 늦게 해서 결과적으로 수술을 신속하게 받지 못하게 한 것은 의사의 잘못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CT검사를 하려면 6시간을 금식하면 되는데, 한참 뒤에야 CT검사를 한 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와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질문>
금식시간 6시간 이후에는 의료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6시간 이후에도 진통제만 처방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본 거군요?

<답변>
의사도 사람인만큼 완전무결한 진단이나 진료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수준에 맞춰,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해야 하고, 그래서 위험한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환자의 복부 CT검사를 위해 금식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금식 시간이 지났고, 마약성 진통제까지 계속 투여하는데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진통제만 처방할 게 아니라 CT검사같은 응급검사 등이 필요한지 검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CT검사를 더 빨리 했다면 천공도 더 빨리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그러면, 통상 의료사고로 인정돼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들이 있어야 하나요?

<답변>
의료사고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별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에서 인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이것이 의료진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이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즉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설명드린 것과 같은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때문에 생긴 ‘손해’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기억하셔야 할 점은 이런 내용을 원칙적으로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과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비전문가인 환자가 전문가인 의료진의 잘못을 밝혀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의료사고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 역시 다른 손해배상청구와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로 손해가 생겼다는 점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원고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의료행위는 말씀하신 것처럼 매우 전문적인 분야여서, 환자 측에서 의사의 과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해,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볼 때, 의료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는 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진 것에 의료상 과실 말고 다른 원인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질문>
의료사고, 나도... 나의 가족도 당할 수 있는 문제인데요.

의료사고로 의심될 경우, 피해자 측에선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도 짚어주시죠?

<답변>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텐데요.

먼저, 이 사건처럼 환자가 매우 위급한 상태일 때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환자의 증상과 상태를 자세히 전달해 의료진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상식에 비춰봤을 때 의료 행위가 보통 기대할 수 있는 정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약 불행히도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진료기록 같은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하기까지 환자의 증상과 의료진의 대처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네 오늘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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