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무더위 고비 언제까지? 중동은 지금 74℃ ‘열돔 현상’

입력 2015.08.0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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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펄 끓는 중동…체감 온도 74도

"뜨거운 물 수건으로 머리를 덮은 느낌이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는 중동 지역 주민의 말입니다. 섭씨 50도를 넘나들고 있는 이라크는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습니다. 불볕 더위를 참지 못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충분한 전기 공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정도입니다. 이웃 나라 이란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지난달 31일 이란의 반다르마샤르 지역의 열 지수는 섭씨 74도를 기록했습니다. 열 지수(heat index)는 기온에 습도 조건을 더해서 사람이 느끼는 온도, 즉 일종의 체감온도를 의미합니다. 당시 반다르 마샤르 지역은 기온이 무려 섭씨 46도까지 치솟은 데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탓에 습도도 47%로 높아 기록적인 체감 온도가 관측된 겁니다. 비공식 기록이긴 합니다만 이번 더위가 지난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란 지역에서 측정된 열 지수 81도 이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뜨거웠던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70도가 넘는 체감 온도, 상상조차 어렵죠. 국내에서 기록된 열 지수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어제(4일)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경북 영덕 지역의 최고기온은 38.6도, 당시 습도는 23%를 기록했습니다. 열 지수로 환산해 보니 섭씨 38도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최근 중동 지역의 폭염은 어제(4일) 하루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웠던 곳보다 체감 온도로 무려 36도나 더 높았다는 겁니다.

※ <참고> 열 지수 계산 사이트(NOAA, 미국해양대기청)
링크 : http://www.wpc.ncep.noaa.gov/html/heatindex.shtml

■ 원인은 ‘열돔(heat dome) 현상’

해외 기상학자들은 최근 중동 지역 폭염의 원인을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용어는 낯설지만 '열돔 현상'은 기상학적으로 익히 알려진 현상입니다. 지상으로부터 약 5~6km 상공, 대류권의 중상층까지 높다랗게 발달한 고기압 때문에 발생하는데요. 이러한 공기 덩어리는 자신 스스로도 잘 움직이지 않는 데다 주변의 공기 흐름까지 가로 막아 오랜 시간 정체하는 게 특징이 있어서 저지 고기압(blocking high)이라 불립니다. 고기압권 내에서는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하강 기류가 형성되는데요. 상공에 있던 공기가 지표면 가까이로 내려오면 압축되고 가열돼서 뜨거워집니다. 오랜 기간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열기가 쌓이고 쌓여 마치 돔처럼 가둬진다고 해서 '열돔 현상'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 약 6km 상공에 형성된 고기압아라비아 반도 약 6km 상공에 형성된 고기압

▲ 아라비아 반도 약 6km 상공에 형성된 고기압


■ 열돔 현상, 한반도에도 영향 미칠까?

중동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도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의 열파가 동아시아까지 퍼진 건 아닐까 궁금해지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입니다. 이 지역에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은 지중해와 아라비아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계절적 원인이 결합돼서 해마다 이맘때쯤 이면 비슷한 위치에 형성됩니다. 올해 유난히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을 뿐 열기가 이 지역에만 갇히는 성질은 평소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이런 '열돔 현상'에서 자유로울까요? 올해 중동 지역에 더 강력한 저지 고기압(blocking high)이 형성된 원인을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대기의 흐름을 가로막는 저지(blocking)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 지역과 형성 원인은 다르지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도 이러한 저지 고기압이 형성돼 열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열돔 현상열돔 현상


진원지는 북극입니다. 극지연구소의 김백민 박사는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의 카라해와 바렌츠 해의 빙하가 더 많이 녹고 있는데, 이 때문에 얼음 밖으로 드러난 바닷물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와 인근의 러시아 우랄산맥 에 저지 고기압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저지 고기압이 제트기류의 흐름을 요동치게 해 그 연쇄 작용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또 다른 저지 고기압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한반도에도 열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겁니다.

■ 찜통더위는 언제까지?

올여름 한반도의 더위에서 중동 지역의 폭염 같은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덥고 습한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낸 뒤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무더위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최근 가장 뜨거운 곳은 한반도의 동쪽, 강원 영동과 영남 지방입니다. 이 지역의 폭염은 오늘(5일)과 내일(6일)이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대구의 한낮 기온이 수요일인 오늘엔 36도, 목요일인 내일엔 37도까지 오르겠습니다. 그런데 금요일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바람의 방향이 서풍에서 동풍으로 바뀌면서 동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뜨거운 바닷바람이 불어와 더위가 한풀 꺾이겠습니다. 반면 서쪽 지역은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어오며 뜨겁게 데워져 서울의 경우 목요일엔 33도, 금요일엔 34도까지 올라 이번 더위가 절정에 달하겠습니다.

13호 태풍 '사우델로르' 예상 진로도13호 태풍 '사우델로르' 예상 진로도

▲ 13호 태풍 '사우델로르' 예상 진로도


올여름 더위를 끝낼 변수는 13호 태풍 '사우델로르'입니다. 현재 괌 북서쪽 900km 해상까지 북상한 태풍은 주말쯤 타이완을 거쳐 중국 남동부 해안에 상륙할 전망입니다. 이후 태풍은 소멸하겠지만, 열대 해상에서 몰고 온 구름 덩어리가 남아 다음 주 중반쯤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상청은 다음 주 화요일부터는 구름 많이 낀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한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내려가고, 열대야도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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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무더위 고비 언제까지? 중동은 지금 74℃ ‘열돔 현상’
    • 입력 2015-08-05 06:06:00
    취재후·사건후
■ 펄펄 끓는 중동…체감 온도 74도 "뜨거운 물 수건으로 머리를 덮은 느낌이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는 중동 지역 주민의 말입니다. 섭씨 50도를 넘나들고 있는 이라크는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습니다. 불볕 더위를 참지 못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충분한 전기 공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정도입니다. 이웃 나라 이란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지난달 31일 이란의 반다르마샤르 지역의 열 지수는 섭씨 74도를 기록했습니다. 열 지수(heat index)는 기온에 습도 조건을 더해서 사람이 느끼는 온도, 즉 일종의 체감온도를 의미합니다. 당시 반다르 마샤르 지역은 기온이 무려 섭씨 46도까지 치솟은 데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탓에 습도도 47%로 높아 기록적인 체감 온도가 관측된 겁니다. 비공식 기록이긴 합니다만 이번 더위가 지난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란 지역에서 측정된 열 지수 81도 이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뜨거웠던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70도가 넘는 체감 온도, 상상조차 어렵죠. 국내에서 기록된 열 지수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어제(4일)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경북 영덕 지역의 최고기온은 38.6도, 당시 습도는 23%를 기록했습니다. 열 지수로 환산해 보니 섭씨 38도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최근 중동 지역의 폭염은 어제(4일) 하루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웠던 곳보다 체감 온도로 무려 36도나 더 높았다는 겁니다. ※ <참고> 열 지수 계산 사이트(NOAA, 미국해양대기청) 링크 : http://www.wpc.ncep.noaa.gov/html/heatindex.shtml ■ 원인은 ‘열돔(heat dome) 현상’ 해외 기상학자들은 최근 중동 지역 폭염의 원인을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용어는 낯설지만 '열돔 현상'은 기상학적으로 익히 알려진 현상입니다. 지상으로부터 약 5~6km 상공, 대류권의 중상층까지 높다랗게 발달한 고기압 때문에 발생하는데요. 이러한 공기 덩어리는 자신 스스로도 잘 움직이지 않는 데다 주변의 공기 흐름까지 가로 막아 오랜 시간 정체하는 게 특징이 있어서 저지 고기압(blocking high)이라 불립니다. 고기압권 내에서는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하강 기류가 형성되는데요. 상공에 있던 공기가 지표면 가까이로 내려오면 압축되고 가열돼서 뜨거워집니다. 오랜 기간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열기가 쌓이고 쌓여 마치 돔처럼 가둬진다고 해서 '열돔 현상'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 약 6km 상공에 형성된 고기압 ▲ 아라비아 반도 약 6km 상공에 형성된 고기압
■ 열돔 현상, 한반도에도 영향 미칠까? 중동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도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의 열파가 동아시아까지 퍼진 건 아닐까 궁금해지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입니다. 이 지역에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은 지중해와 아라비아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계절적 원인이 결합돼서 해마다 이맘때쯤 이면 비슷한 위치에 형성됩니다. 올해 유난히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을 뿐 열기가 이 지역에만 갇히는 성질은 평소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이런 '열돔 현상'에서 자유로울까요? 올해 중동 지역에 더 강력한 저지 고기압(blocking high)이 형성된 원인을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대기의 흐름을 가로막는 저지(blocking)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 지역과 형성 원인은 다르지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도 이러한 저지 고기압이 형성돼 열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열돔 현상
진원지는 북극입니다. 극지연구소의 김백민 박사는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의 카라해와 바렌츠 해의 빙하가 더 많이 녹고 있는데, 이 때문에 얼음 밖으로 드러난 바닷물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와 인근의 러시아 우랄산맥 에 저지 고기압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저지 고기압이 제트기류의 흐름을 요동치게 해 그 연쇄 작용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또 다른 저지 고기압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한반도에도 열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겁니다. ■ 찜통더위는 언제까지? 올여름 한반도의 더위에서 중동 지역의 폭염 같은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덥고 습한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낸 뒤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무더위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최근 가장 뜨거운 곳은 한반도의 동쪽, 강원 영동과 영남 지방입니다. 이 지역의 폭염은 오늘(5일)과 내일(6일)이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대구의 한낮 기온이 수요일인 오늘엔 36도, 목요일인 내일엔 37도까지 오르겠습니다. 그런데 금요일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바람의 방향이 서풍에서 동풍으로 바뀌면서 동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뜨거운 바닷바람이 불어와 더위가 한풀 꺾이겠습니다. 반면 서쪽 지역은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어오며 뜨겁게 데워져 서울의 경우 목요일엔 33도, 금요일엔 34도까지 올라 이번 더위가 절정에 달하겠습니다.
13호 태풍 '사우델로르' 예상 진로도 ▲ 13호 태풍 '사우델로르' 예상 진로도
올여름 더위를 끝낼 변수는 13호 태풍 '사우델로르'입니다. 현재 괌 북서쪽 900km 해상까지 북상한 태풍은 주말쯤 타이완을 거쳐 중국 남동부 해안에 상륙할 전망입니다. 이후 태풍은 소멸하겠지만, 열대 해상에서 몰고 온 구름 덩어리가 남아 다음 주 중반쯤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상청은 다음 주 화요일부터는 구름 많이 낀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한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내려가고, 열대야도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중동 지역 체감온도 73℃ 넘어…원인은 ‘열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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