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미국 CEO-직원 임금격차 공개 의무…얼마나 차이나길래?

입력 2015.08.06 (16:31) 수정 2015.08.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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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봉에서 2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자진해서 삭감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준 CEO가 화제가 됐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페이먼츠 CEO 댄 프라이스(31)는 지난 4월 파격적인 공언을 했다. 자신의 연봉 200만 달러(약 23억4500만 원)를 90% 삭감하는 대신 전 직원 120명의 연봉을 최소 7만 달러(약 8,200만 원)로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프라이스의 결정으로 70명의 직원 연봉이 인상됐다.

미국내에서 기업 CEO의 천문학적인 연봉에 대한 개혁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젊은 CEO의 도전은 화제가 됐고, ABC방송 등 많은 언론이 “올해의 CEO감”이라고 호평했다.

결과는 성공적일까? 안타깝게도 3개월이 지난 현재 프라이스의 ‘최저 연봉 7만 달러’ 프로젝트 전망은 밝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전 직원 7만 달러 연봉 프로젝트’를 시작한 프라이스 CEO가 경영 악화로 자신의 집까지 내놓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프라이스가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고 있지만, 노동계의 이슈인 최저임금 인상 운동에도 영향을 주는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있다”며 “이 젊은 CEO의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분석했다.

포옹하는 댄 프라포옹하는 댄 프라


프라이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봉 4만 달러(약 4,690만 원)를 받는 직원이 월세와 학자금 대출 때문에 걱정하는 걸 보고 ‘최저 연봉 7만 달러’ 프로젝트를 구상했다”며 “똑똑하고 성실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은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임금 불평등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지만, 이에 맞서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는 소신을 전했다.

◆ 미국, CEO 연봉은 일반직원 300배 이상

월스트리트 거리월스트리트 거리


프라이스의 도전이 파격적으로 주목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 미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CEO의 연봉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는 “대다수 미국 근로자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지만, CEO의 연봉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불평등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PI는 지난해 미국 350대 기업 CEO와 일반직원의 평균연봉이 300배 이상 차이 난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2000년 임금 격차가 376배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지난 40년간 임금 격차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조사결과 지난해 CEO의 평균 연봉은 1,630만 달러(약 191억 1,500만 원)로 전년(2013년)보다 3.9%, 그리고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9년과 비교하면 54.3% 올랐다.

CEO는 보통의 직원뿐 아니라 고소득자와 비교해도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연구 결과 2013년 CEO들은 상위 0.1% 고소득자보다 6배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 한국은 최대 140배 차이

한국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을 비교하는 연구가 있다.

지난 4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30대 기업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이 평균 36배에서 최대 142배까지 차이 난다고 분석했다.

조사결과 가장 큰 연봉 격차를 보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145억 7,000만 원을 받았다. 삼성전자 일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인 1억 200만 원과 비교해 142.8배 많은 금액이다.

이 밖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역시 직원보다 각각 67배, 51배 많은 연봉을 받았다. 30대 기업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 차이는 평균 36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 미국, CEO-직원 임금격차 공개 의무화

CEO와 일반 직원의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직원의 임금 격차 공개를 재무제표처럼 의무화하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5일(현지날짜) 표결을 통해 CEO의 임금이 직원 평균임금의 몇 배인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찬성 3, 반대 2로 통과시켰다. 위원 중 공화당 측 2명은 모두 반대를 표했지만, 민주당에서 추천한 2명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메리 조 화이트 위원장이 찬성표를 행사하면서 최종 통과하게 됐다.

이번에 통과된 법률에 따라 상장회사는 2017년 1월 이후 회계연도가 시작할 때부터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는 2010년 시행된 금융규제법 '도드-프랭크 법률'의 일부다.

당시 골드만삭스나 AIG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이 큰 경영 손실을 입었지만, 경영자들은 고액의 연봉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끓어올랐고, 결국 연봉공개를 추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경영인과 경제학자들은 이 제도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발해 왔다.

화이트 SEC 위원장은 표결에 앞서 "CEO와 종업원 임금 격차를 공개하라는 법규가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정해진 법률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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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퍼] 미국 CEO-직원 임금격차 공개 의무…얼마나 차이나길래?
    • 입력 2015-08-06 16:31:55
    • 수정2015-08-06 2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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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봉에서 2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자진해서 삭감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준 CEO가 화제가 됐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페이먼츠 CEO 댄 프라이스(31)는 지난 4월 파격적인 공언을 했다. 자신의 연봉 200만 달러(약 23억4500만 원)를 90% 삭감하는 대신 전 직원 120명의 연봉을 최소 7만 달러(약 8,200만 원)로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프라이스의 결정으로 70명의 직원 연봉이 인상됐다.

미국내에서 기업 CEO의 천문학적인 연봉에 대한 개혁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젊은 CEO의 도전은 화제가 됐고, ABC방송 등 많은 언론이 “올해의 CEO감”이라고 호평했다.

결과는 성공적일까? 안타깝게도 3개월이 지난 현재 프라이스의 ‘최저 연봉 7만 달러’ 프로젝트 전망은 밝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전 직원 7만 달러 연봉 프로젝트’를 시작한 프라이스 CEO가 경영 악화로 자신의 집까지 내놓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프라이스가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고 있지만, 노동계의 이슈인 최저임금 인상 운동에도 영향을 주는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있다”며 “이 젊은 CEO의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분석했다.

포옹하는 댄 프라


프라이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봉 4만 달러(약 4,690만 원)를 받는 직원이 월세와 학자금 대출 때문에 걱정하는 걸 보고 ‘최저 연봉 7만 달러’ 프로젝트를 구상했다”며 “똑똑하고 성실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은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임금 불평등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지만, 이에 맞서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는 소신을 전했다.

◆ 미국, CEO 연봉은 일반직원 300배 이상

월스트리트 거리


프라이스의 도전이 파격적으로 주목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 미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CEO의 연봉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는 “대다수 미국 근로자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지만, CEO의 연봉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불평등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PI는 지난해 미국 350대 기업 CEO와 일반직원의 평균연봉이 300배 이상 차이 난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2000년 임금 격차가 376배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지난 40년간 임금 격차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조사결과 지난해 CEO의 평균 연봉은 1,630만 달러(약 191억 1,500만 원)로 전년(2013년)보다 3.9%, 그리고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9년과 비교하면 54.3% 올랐다.

CEO는 보통의 직원뿐 아니라 고소득자와 비교해도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연구 결과 2013년 CEO들은 상위 0.1% 고소득자보다 6배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 한국은 최대 140배 차이

한국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을 비교하는 연구가 있다.

지난 4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30대 기업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이 평균 36배에서 최대 142배까지 차이 난다고 분석했다.

조사결과 가장 큰 연봉 격차를 보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145억 7,000만 원을 받았다. 삼성전자 일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인 1억 200만 원과 비교해 142.8배 많은 금액이다.

이 밖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역시 직원보다 각각 67배, 51배 많은 연봉을 받았다. 30대 기업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 차이는 평균 36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 미국, CEO-직원 임금격차 공개 의무화

CEO와 일반 직원의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직원의 임금 격차 공개를 재무제표처럼 의무화하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5일(현지날짜) 표결을 통해 CEO의 임금이 직원 평균임금의 몇 배인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찬성 3, 반대 2로 통과시켰다. 위원 중 공화당 측 2명은 모두 반대를 표했지만, 민주당에서 추천한 2명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메리 조 화이트 위원장이 찬성표를 행사하면서 최종 통과하게 됐다.

이번에 통과된 법률에 따라 상장회사는 2017년 1월 이후 회계연도가 시작할 때부터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는 2010년 시행된 금융규제법 '도드-프랭크 법률'의 일부다.

당시 골드만삭스나 AIG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이 큰 경영 손실을 입었지만, 경영자들은 고액의 연봉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끓어올랐고, 결국 연봉공개를 추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경영인과 경제학자들은 이 제도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발해 왔다.

화이트 SEC 위원장은 표결에 앞서 "CEO와 종업원 임금 격차를 공개하라는 법규가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정해진 법률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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