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북한 표준시간 30분 늦추면 어떤 변화가?

입력 2015.08.07 (18:30) 수정 2015.08.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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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천문대그리니치 천문대

▲ 그리니치 천문대


북한이 광복 70주년을 맞는 이달 15일부터 표준시간을 30분 늦추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7일) “동경 127.5˚를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며 “평양시간은 8월 15일부터 적용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전대미문의 조선민족 말살정책을 일삼으면서 우리나라 표준시간까지 빼앗았다”며 “일제의 백년죄악을 결산하고 민족의 자주권을 수고하며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세계만방에 떨치려는 신념이며 의지”라고 강조했다.

오늘 발표한 대로 북한이 15일부터 평양시간을 적용하면, 남한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각 나라의 표준시간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0˚)으로 한다. 지구를 15˚씩 총 24개로 구분해, 경도가 15˚ 달라질 때마다 1시간씩 차이가 생긴다. 기준 자오선 120˚와 135˚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의 표준 자오선인 동경 135˚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 동경 135˚ vs 동경 127.5˚…일본 표준시 사용, 왜?

경도표경도표

▲ 경도표


표준시간 변경은 그동안 남한에서도 꾸준히 불거져왔던 문제다.

우리나라가 표준시간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08년 4월이다. 당시는 한반도의 중심을 지나는 동경 127.5˚를 표준자오선으로 삼았다. 북한이 이번에 평양시간으로 바꾸겠다는 기준이다.

표준시간이 135˚로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 때인 1912년부터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일본과 같은 시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1954년 해방된 한국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다시 동경 127.5˚를 표준시간으로 되돌린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또다시 동경 135˚를 기준으로 표준시간을 환원한다. 1961년 정부는 항공과 항해, 기상 등 관측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미국과 일본 등의 요구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 국회에서는 수차례 표준시 변경에 관한 법안이 추진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동경 135˚ 선은 울릉도 동쪽 350㎞ 지점을 남북으로 지나는 자오선으로 우리의 영토를 지나지 않고, 대한민국의 최동단 독도에서도 약 278㎞나 떨어져 있다”며 “우리나라의 중심부와 평균 태양시를 비교하여도 표준시가 30분 빠른 등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표준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잃어버린 30분? 경제적 손실 감당해야

일제 잔재로 평가받는 일본표준시 사용에 대해 일부에서는 ‘잃어버린 30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동경 135˚를 표준시간으로 고집할까.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 책임연구원은 “우선 기본적인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동경 135˚’라고 하니 도쿄부터 떠올리지만, ‘동쪽 경도’의 줄임말이고 나고야 부근을 지나는 선”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120도와 135도 사이에 위치하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며 “오른쪽(135도)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를 30분 일찍 시작하게 돼 썸머타임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적 특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 단위로 표준시간을 설정하는 국제적인 추세도 영향이 있다. 과거에는 30분이나 15분 단위로 표준시간을 설정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미얀마와 네팔, 이란 등 전 세계에서 극히 일부 국가만 30분 단위 표준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표준시간을 30분 늦추겠다는 것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표준시간을 30분 늦추면 평양이 낮 12시일 때 런던,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와 30분 간격의 시차가 생기는 불편이 생긴다. 또, 앞으로 남과 북이 30분 시차가 생기면 개성 공단 운영 등 남북 교류에 차질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관용적으로 굳어진 나라의 표준시간을 변경하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유발된다고 지적한다. 항공과 금융, 무역 등 사회 각 영역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고, 막대한 부대비용과 추가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표준시간 변경으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교류뿐 아니라, 수출·입 등 대외무역, 관광산업에서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국제관례에 맞지 않는 시간 변경이기 때문에 국제관계에서 신뢰도 역시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막대한 비용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감당하면서도 표준시간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로 일제 청산을 내세웠지만, 그 속내는 김정은 정권을 부각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관 기사]

☞ 북한 ‘표준시’ 변경…서울-평양 30분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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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8-08 00: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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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천문대 ▲ 그리니치 천문대
북한이 광복 70주년을 맞는 이달 15일부터 표준시간을 30분 늦추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7일) “동경 127.5˚를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며 “평양시간은 8월 15일부터 적용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전대미문의 조선민족 말살정책을 일삼으면서 우리나라 표준시간까지 빼앗았다”며 “일제의 백년죄악을 결산하고 민족의 자주권을 수고하며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세계만방에 떨치려는 신념이며 의지”라고 강조했다. 오늘 발표한 대로 북한이 15일부터 평양시간을 적용하면, 남한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각 나라의 표준시간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0˚)으로 한다. 지구를 15˚씩 총 24개로 구분해, 경도가 15˚ 달라질 때마다 1시간씩 차이가 생긴다. 기준 자오선 120˚와 135˚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의 표준 자오선인 동경 135˚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 동경 135˚ vs 동경 127.5˚…일본 표준시 사용, 왜?
경도표 ▲ 경도표
표준시간 변경은 그동안 남한에서도 꾸준히 불거져왔던 문제다. 우리나라가 표준시간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08년 4월이다. 당시는 한반도의 중심을 지나는 동경 127.5˚를 표준자오선으로 삼았다. 북한이 이번에 평양시간으로 바꾸겠다는 기준이다. 표준시간이 135˚로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 때인 1912년부터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일본과 같은 시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1954년 해방된 한국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다시 동경 127.5˚를 표준시간으로 되돌린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또다시 동경 135˚를 기준으로 표준시간을 환원한다. 1961년 정부는 항공과 항해, 기상 등 관측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미국과 일본 등의 요구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 국회에서는 수차례 표준시 변경에 관한 법안이 추진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동경 135˚ 선은 울릉도 동쪽 350㎞ 지점을 남북으로 지나는 자오선으로 우리의 영토를 지나지 않고, 대한민국의 최동단 독도에서도 약 278㎞나 떨어져 있다”며 “우리나라의 중심부와 평균 태양시를 비교하여도 표준시가 30분 빠른 등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표준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잃어버린 30분? 경제적 손실 감당해야 일제 잔재로 평가받는 일본표준시 사용에 대해 일부에서는 ‘잃어버린 30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동경 135˚를 표준시간으로 고집할까.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 책임연구원은 “우선 기본적인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동경 135˚’라고 하니 도쿄부터 떠올리지만, ‘동쪽 경도’의 줄임말이고 나고야 부근을 지나는 선”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120도와 135도 사이에 위치하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며 “오른쪽(135도)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를 30분 일찍 시작하게 돼 썸머타임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적 특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 단위로 표준시간을 설정하는 국제적인 추세도 영향이 있다. 과거에는 30분이나 15분 단위로 표준시간을 설정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미얀마와 네팔, 이란 등 전 세계에서 극히 일부 국가만 30분 단위 표준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표준시간을 30분 늦추겠다는 것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표준시간을 30분 늦추면 평양이 낮 12시일 때 런던,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와 30분 간격의 시차가 생기는 불편이 생긴다. 또, 앞으로 남과 북이 30분 시차가 생기면 개성 공단 운영 등 남북 교류에 차질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관용적으로 굳어진 나라의 표준시간을 변경하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유발된다고 지적한다. 항공과 금융, 무역 등 사회 각 영역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고, 막대한 부대비용과 추가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표준시간 변경으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교류뿐 아니라, 수출·입 등 대외무역, 관광산업에서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국제관례에 맞지 않는 시간 변경이기 때문에 국제관계에서 신뢰도 역시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막대한 비용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감당하면서도 표준시간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로 일제 청산을 내세웠지만, 그 속내는 김정은 정권을 부각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관 기사] ☞ 북한 ‘표준시’ 변경…서울-평양 30분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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