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남다른 수감생활

입력 2015.08.09 (23:47) 수정 2015.08.10 (00: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녹취>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 : "여러분들께 심려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녹취> 한진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조 전 부사장이 대인기피나 우울증상이 있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달라는 차원에서 시작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녹취> 교도소 브로커(음성변조) : "(특별 면회)금액은 정해져 있어요. 30에서 50만 원 상품권으로...접견을 할 수 있는 신분인 사람이나 그걸 대리해줄 수 있는 사람한테 주겠죠."

국내 구치소 가운데 가장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구치소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서울 남부구치소입니다.

이른바 땅콩 회항을 지시한 혐의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43일 동안 수감돼 있었던 곳이죠.

조 전 부사장은 이 구치소 안에서도 대학 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거나 장시간 변호사와 접견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검찰이 한진그룹과 관련된 교도소 브로커를 구속하면서 일반 재소자와는 달랐던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생활은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곳인 교정시설에서 조차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는 재벌의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돈과 권력의 힘으로 특별한 감옥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취재했습니다.

지난 5월 22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 문을 나섰습니다.

다섯 달 가까운 수감생활 끝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석방됐습니다.

<녹취>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 :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을 얘기하고 있는데 피해자들께 하실 말씀 없습니까?) ......"

항소심 재판부는 주요 혐의 중 하나였던 항공기 항로 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는 등 진지하게 사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호재(서울고법 공보판사) : "진지한 사죄와 반성, 그리고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서 이를 실천한 기회를 한 번 주는것도 의미가 있다."

한국 재벌 일가의 봉건적인 경영 행태를 보여 준 땅콩회항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의 대한항공 인사청탁사건을 수사 중이었습니다.

검찰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식회사 한진의 서용원 사장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에서 석연치 않은 문자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앞뒤 맥락 없이 '고맙습니다'라고 딱 한 줄만 적어보낸 사람은 사업가 염모 씨였습니다.

염씨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당시 유족대책위 위원장을 맡았던 유가족 중 한 명입니다.

<인터뷰> 염00(1997년 8월(음성변조)) : "여동생을 못 찾았는데, 여동생 다시 찾으러 그때 또 오렵니다..."

당시 염씨는 유가족 보상 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억 대의 돈을 받았다가 사법처리됐습니다.

<인터뷰> 정00(괌 추락사고 유족(음성변조)) : "그 당시에 대한항공에서 3억 뇌물을 줘가지고 그 염00이랑 4명에게... 대한항공에서 그걸 007가방에 넣어가지고 와서, 돈을 가져와서 나눠줬다나봐."

서용원 한진 사장은 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 당시 협상 실무를 맡아 염 씨와 알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현아씨가 막 수감된 올해 초, 서사장과 염씨가 만난 자리에서 구치소 로비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염씨는 "내 지인이 서울 남부구치소 관계자를 알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편의를 봐달라고 말을 잘 해주겠다."고 제의했고 서 사장은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말했다고 한진 측은 밝혔습니다.

<인터뷰> 한진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조 전 부사장이 대인 기피나 우울 증상이 있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달라는 차원에서 시작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조현아 씨 측도 "조 전 부사장이 종합병원 가는데, 조금 신경써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조현아씨의 수감 생활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서 사장이 염 씨를 통해 편의 제공을 청탁한 이후 조씨의 수감 생활이 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증세를 이유로 조현아씨는 구치소 의무과가 아닌 외부 의료 기관의 진료를 받게 됐습니다.

한진그룹 계열의 인하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의료진이 각각 한 차례씩 구치소를 방문해 조씨를 진료했습니다.

외부에서 처방된 약도 구치소 안으로 반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모든 건 구치소 의무과장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구치소 내에 있는 그런 과장님들이 '아, 이분은 어디가 아프다'든가 외부에서 나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든가 원래 다니던 병원하고 특별하게 진료를 받게끔 한다든가 혹은 입원을 하게끔 한다든가 이런 게 필요하다는 소견을 적어줄 수 있거든요."

구치소 재소자들이 외래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특수한 경우는 아닙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초빙진료는 연 평균 3만에서 4만 건입니다.

그러나, 보통은 구치소나 교도소와 연계된 병원의 진료를 받게 됩니다.

조현아씨처럼 재소자가 지정한 특정 병원의 진료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입니다.

<인터뷰> 노영희 : "교도소하고 연결되어 있긴 병원이 있긴한데, 그 안에(구치소 안에) 있는 과장님이 여기하고만(연계 병원) 왔다갔다 하세요 하지 외부까지 나가라곤 잘 안 한단 말이에요."

조현아씨의 변호인 접견 횟수와 시간도 다른 재소자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조씨가 구속된 지난 해 12월 30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40여 일 동안 일반인 면회 33회, 변호인 접견은 81회로 모두 124회 면회가 이뤄졌습니다.

하루 평균 3번 꼴로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감방을 벗어나 변호인이나 지인을 만난 겁니다.

특히, 변호인 접견의 경우 남부구치소 안에 두 개뿐인 여성 접견실 가운데 하나를 조현아 씨가 장시간 사용해 다른 재소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조현아씨가 머물고 있던 남부구치소는 여자 수용자들의 경우에는 접견실이 두 개 있었단 말이죠. 두 개 있는 곳 중에서 하나를 본인이 계속 하루종일 차지해가지고 사용을 했잖아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석방된 뒤 염 씨는 한진렌터카의 순회 정비 사업권을 받았습니다.

서울 강서 지역의 렌터카 차량 300여 대를 관리하는 일로 매달 고정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입니다.

한진렌터카가 외부 업체에 정비 용역을 맡긴 것은 염 씨가 처음입니다.

검찰은 차량 정비 사업 경험이 없는 염 씨가 수의 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던 건 청탁의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염 씨를 구속 수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특히 염씨가 구치소 관계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대해 한진 측은 정비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준 것은 서사장이 개인적으로 염씨를 챙겨준 것이라면서 조현아씨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부구치소 측은 조현아씨에게 특별한 편의는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서울 남부구치소 관계자(음성변조) : "조현아 부사장이라고 해서 우리가 특별히 더 잘해준 것도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못해준 것도 없습니다. 다른 수용자하고 똑같이 지냈습니다."

오히려,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재소자와 똑같이 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서울 남부구치소 관계자(음성변조) : "특혜 시비 이런 것 때문에 얼마나 말이 많았습니까. 저희들도 하도 경계했기 때문에 남들하고 다르게 한다든지 특별하게 불이익을 준다든지 그런 건 없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나 조현아씨 특혜 수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법무부는 남부구치소 간부들은 줄줄이 인사조치했습니다.

부임한지 7달 된 남부구치소 장모 소장은 광주교도소로 전보 조치됐습니다.

부소장도 1년을 못 채우고 수원구치소 평택지소로 발령났고 보안과장과 의무과장 역시 지방 교도소로 전보됐습니다.

의무과장의 경우, 2000년 이후 남부구치소에서만 줄곧 근무했지만 15년 만에 청주로 전보됐습니다.

법무부는 정기 인사일 뿐 좌천성 발령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재벌 일가나 유력 정치인처럼 경제력과 권력이 있는 재소자들, 이른바 범털들의 수감 생활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중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역시 하루 평균 3번이 넘는 면회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변호사나 경영진과의 면담으로 최 회장은 이 시간을 통해 옥중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나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특별 면회를 1년에 백 번 이상 하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수감자 접견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을 이른바 '집사변호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변호인 접견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특별 면회를 원할때는 금품이 오고가는 경우도 있다고 교도소 보로커는 말합니다.

<녹취> 교도소 브로커(음성변조) : "(특별 면회) 금액은 정해져 있어요. 30에서 50만 원 상품권으로...접견을 할 수 있는 신분인 사람이나 그걸 대리해줄 수 있는 사람한테 주겠죠."

면회나 접견 같은 외부 접촉 기회를 비롯해 운동 시간이나 방 배정, 외부 물건 전달 등의 생활 편의에서, 가석방 여부나 교정 성적 채점까지 구치소나 교도소 안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편의의 범위는 꽤 넓습니다.

편의는 대부분 소장 재량에 따라 주어지고, 이같은 모호한 기준이 전문 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한상훈(대한변호사협외 대변인) : "교정당국의 폐쇄성때문에 이렇게 잘 모르는 국민들 그리고 자기의 가족들이 수감돼있는 외부의 가족들은 더 사실은 뭔가 감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브로커라고 접근한 사람들에 대해서 쉽게 속고 넘어가는 그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재벌과 정치인들의 수감 생활 특혜 논란.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이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도 지켜질 수 있도록 교도 행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재벌들의 남다른 수감생활
    • 입력 2015-08-09 23:47:16
    • 수정2015-08-10 00:08:00
    취재파일K
<녹취>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 : "여러분들께 심려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녹취> 한진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조 전 부사장이 대인기피나 우울증상이 있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달라는 차원에서 시작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녹취> 교도소 브로커(음성변조) : "(특별 면회)금액은 정해져 있어요. 30에서 50만 원 상품권으로...접견을 할 수 있는 신분인 사람이나 그걸 대리해줄 수 있는 사람한테 주겠죠."

국내 구치소 가운데 가장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구치소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서울 남부구치소입니다.

이른바 땅콩 회항을 지시한 혐의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43일 동안 수감돼 있었던 곳이죠.

조 전 부사장은 이 구치소 안에서도 대학 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거나 장시간 변호사와 접견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검찰이 한진그룹과 관련된 교도소 브로커를 구속하면서 일반 재소자와는 달랐던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생활은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곳인 교정시설에서 조차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는 재벌의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돈과 권력의 힘으로 특별한 감옥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취재했습니다.

지난 5월 22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 문을 나섰습니다.

다섯 달 가까운 수감생활 끝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석방됐습니다.

<녹취>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 :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을 얘기하고 있는데 피해자들께 하실 말씀 없습니까?) ......"

항소심 재판부는 주요 혐의 중 하나였던 항공기 항로 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는 등 진지하게 사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호재(서울고법 공보판사) : "진지한 사죄와 반성, 그리고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서 이를 실천한 기회를 한 번 주는것도 의미가 있다."

한국 재벌 일가의 봉건적인 경영 행태를 보여 준 땅콩회항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의 대한항공 인사청탁사건을 수사 중이었습니다.

검찰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식회사 한진의 서용원 사장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에서 석연치 않은 문자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앞뒤 맥락 없이 '고맙습니다'라고 딱 한 줄만 적어보낸 사람은 사업가 염모 씨였습니다.

염씨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 당시 유족대책위 위원장을 맡았던 유가족 중 한 명입니다.

<인터뷰> 염00(1997년 8월(음성변조)) : "여동생을 못 찾았는데, 여동생 다시 찾으러 그때 또 오렵니다..."

당시 염씨는 유가족 보상 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억 대의 돈을 받았다가 사법처리됐습니다.

<인터뷰> 정00(괌 추락사고 유족(음성변조)) : "그 당시에 대한항공에서 3억 뇌물을 줘가지고 그 염00이랑 4명에게... 대한항공에서 그걸 007가방에 넣어가지고 와서, 돈을 가져와서 나눠줬다나봐."

서용원 한진 사장은 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 당시 협상 실무를 맡아 염 씨와 알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현아씨가 막 수감된 올해 초, 서사장과 염씨가 만난 자리에서 구치소 로비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염씨는 "내 지인이 서울 남부구치소 관계자를 알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편의를 봐달라고 말을 잘 해주겠다."고 제의했고 서 사장은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말했다고 한진 측은 밝혔습니다.

<인터뷰> 한진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조 전 부사장이 대인 기피나 우울 증상이 있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달라는 차원에서 시작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조현아 씨 측도 "조 전 부사장이 종합병원 가는데, 조금 신경써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조현아씨의 수감 생활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서 사장이 염 씨를 통해 편의 제공을 청탁한 이후 조씨의 수감 생활이 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증세를 이유로 조현아씨는 구치소 의무과가 아닌 외부 의료 기관의 진료를 받게 됐습니다.

한진그룹 계열의 인하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의료진이 각각 한 차례씩 구치소를 방문해 조씨를 진료했습니다.

외부에서 처방된 약도 구치소 안으로 반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모든 건 구치소 의무과장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구치소 내에 있는 그런 과장님들이 '아, 이분은 어디가 아프다'든가 외부에서 나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든가 원래 다니던 병원하고 특별하게 진료를 받게끔 한다든가 혹은 입원을 하게끔 한다든가 이런 게 필요하다는 소견을 적어줄 수 있거든요."

구치소 재소자들이 외래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특수한 경우는 아닙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초빙진료는 연 평균 3만에서 4만 건입니다.

그러나, 보통은 구치소나 교도소와 연계된 병원의 진료를 받게 됩니다.

조현아씨처럼 재소자가 지정한 특정 병원의 진료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입니다.

<인터뷰> 노영희 : "교도소하고 연결되어 있긴 병원이 있긴한데, 그 안에(구치소 안에) 있는 과장님이 여기하고만(연계 병원) 왔다갔다 하세요 하지 외부까지 나가라곤 잘 안 한단 말이에요."

조현아씨의 변호인 접견 횟수와 시간도 다른 재소자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조씨가 구속된 지난 해 12월 30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40여 일 동안 일반인 면회 33회, 변호인 접견은 81회로 모두 124회 면회가 이뤄졌습니다.

하루 평균 3번 꼴로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감방을 벗어나 변호인이나 지인을 만난 겁니다.

특히, 변호인 접견의 경우 남부구치소 안에 두 개뿐인 여성 접견실 가운데 하나를 조현아 씨가 장시간 사용해 다른 재소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조현아씨가 머물고 있던 남부구치소는 여자 수용자들의 경우에는 접견실이 두 개 있었단 말이죠. 두 개 있는 곳 중에서 하나를 본인이 계속 하루종일 차지해가지고 사용을 했잖아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석방된 뒤 염 씨는 한진렌터카의 순회 정비 사업권을 받았습니다.

서울 강서 지역의 렌터카 차량 300여 대를 관리하는 일로 매달 고정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입니다.

한진렌터카가 외부 업체에 정비 용역을 맡긴 것은 염 씨가 처음입니다.

검찰은 차량 정비 사업 경험이 없는 염 씨가 수의 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던 건 청탁의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염 씨를 구속 수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특히 염씨가 구치소 관계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대해 한진 측은 정비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준 것은 서사장이 개인적으로 염씨를 챙겨준 것이라면서 조현아씨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부구치소 측은 조현아씨에게 특별한 편의는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서울 남부구치소 관계자(음성변조) : "조현아 부사장이라고 해서 우리가 특별히 더 잘해준 것도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못해준 것도 없습니다. 다른 수용자하고 똑같이 지냈습니다."

오히려,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재소자와 똑같이 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서울 남부구치소 관계자(음성변조) : "특혜 시비 이런 것 때문에 얼마나 말이 많았습니까. 저희들도 하도 경계했기 때문에 남들하고 다르게 한다든지 특별하게 불이익을 준다든지 그런 건 없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나 조현아씨 특혜 수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법무부는 남부구치소 간부들은 줄줄이 인사조치했습니다.

부임한지 7달 된 남부구치소 장모 소장은 광주교도소로 전보 조치됐습니다.

부소장도 1년을 못 채우고 수원구치소 평택지소로 발령났고 보안과장과 의무과장 역시 지방 교도소로 전보됐습니다.

의무과장의 경우, 2000년 이후 남부구치소에서만 줄곧 근무했지만 15년 만에 청주로 전보됐습니다.

법무부는 정기 인사일 뿐 좌천성 발령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재벌 일가나 유력 정치인처럼 경제력과 권력이 있는 재소자들, 이른바 범털들의 수감 생활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중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역시 하루 평균 3번이 넘는 면회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변호사나 경영진과의 면담으로 최 회장은 이 시간을 통해 옥중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나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특별 면회를 1년에 백 번 이상 하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수감자 접견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을 이른바 '집사변호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변호인 접견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특별 면회를 원할때는 금품이 오고가는 경우도 있다고 교도소 보로커는 말합니다.

<녹취> 교도소 브로커(음성변조) : "(특별 면회) 금액은 정해져 있어요. 30에서 50만 원 상품권으로...접견을 할 수 있는 신분인 사람이나 그걸 대리해줄 수 있는 사람한테 주겠죠."

면회나 접견 같은 외부 접촉 기회를 비롯해 운동 시간이나 방 배정, 외부 물건 전달 등의 생활 편의에서, 가석방 여부나 교정 성적 채점까지 구치소나 교도소 안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편의의 범위는 꽤 넓습니다.

편의는 대부분 소장 재량에 따라 주어지고, 이같은 모호한 기준이 전문 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한상훈(대한변호사협외 대변인) : "교정당국의 폐쇄성때문에 이렇게 잘 모르는 국민들 그리고 자기의 가족들이 수감돼있는 외부의 가족들은 더 사실은 뭔가 감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브로커라고 접근한 사람들에 대해서 쉽게 속고 넘어가는 그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재벌과 정치인들의 수감 생활 특혜 논란.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이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도 지켜질 수 있도록 교도 행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