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난 아빠를 찾습니다”

입력 2015.08.16 (23:50) 수정 2024.03.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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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코피노' 친어머니 : "내가 아이를 낳은 후에 그는 도망가버렸어요."

<녹취> 코피노 친아버지(음성변조) : "놀랐어요. (코피노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녹취>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내가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 올릴 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것을 각오했다."

<녹취> 이종섭(필리핀 한인총연합회 감사) : "(소송을) 빌미로 해서 그거를 소위 말해서 타협을 한다는 거죠"

<오프닝>

코피노의 친부로 추정되는 한국인 남성들의 신상이 인터넷에 다시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이 올라온 지 한 달여만입니다.

코피노들이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응원부터 불법적인 방법이라며 비난하는 사람까지 찬반양론이 다시 뜨겁게 불붙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신상 공개 논란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필리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리핀의 대표적인 관광지 세부.

해변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한 빈민가 골목에서 유달리 피부가 하얀 어린이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취재진이 관심을 보이자 동네 아이들은 그 어린이가 코피노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뒤를 따라가 봤습니다.

<녹취> "실례합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아이 엄마인 젊은 필리핀 여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며 한 남성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출산 직전 한국으로 떠났고 그 이후 4년 동안 홀로 어렵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세부 시내의 한 동네에서만 10명이 넘는 코피노들이 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 내에 살고 있는 코피노들이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세부 외곽의 한 산간마을.

이곳에서 코피노맘 미라플로 씨를 만났습니다.

50페소, 우리 돈으로 한 장에 천원 정도 하는 깔개를 만들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영애가 최고 성적인 별3개를 받았어요."

팍팍한 일상 속, 5살 난 딸 영애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성적표가 그녀의 유일한 자랑거리입니다.

미라플로 씨는 7년 전 친구의 소개로 한국인 이 모씨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그는 제게 영어로 노래를 잘 불러줬어요. 가수처럼 불렀거든요. 그는 다른 한국 남자 같지 않게 진지하다고 했습니다. 세부에서 공부하고 있고 진지하다고 말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고 했죠."

같이 산 지 두 달 만에 영애를 가졌습니다.

이후 결혼 허락을 받아오겠다며 한국으로 간 이 씨는 부모가 결혼을 반대한다며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임신 중에 몸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차례 돈을 보내왔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그가 병원비로 15,000페소(약 38만 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올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지 않았죠."

영애에게 아빠는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미라플로 씨는 아빠가 곁에 없는 이유를 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울먹이며)그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실패라는 답이 돌아와요. 내가 아니라 영애를 위해서라도 그가 약간의 동정심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던 미라플로 씨가 최근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입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다른 방식으로 아이 아빠를 찾을 수 없다면 사진을 올려서라도 찾는 것이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은 '위 러브 코피노' WLK라는 단체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대표인 구본창 씨는 지난 6월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코피노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의 실명, 얼굴, 직업 등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름과 사진을 보고 당사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코피노 맘과 연결을 시켜주고 양육비 등을 받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취재진은 구본창 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학원을 운영하다가 10년 전 필리핀에 정착했다는 구씨는 코피노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필리핀 여자하고 한국 남성 사이에 결혼을 전제했든 안 했든 최소한 애인 관계, 완벽한 연인관계일 때 그때부터 여자들이 피임을 안 하거든요. 그래서 코피노가 태어나는 겁니다."

구씨가 지금까지 신상을 공개한 한국인 남성은 모두 26명, 이 가운데 17명의 남성이 연락을 해왔다고 구씨는 밝혔습니다.

구씨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코피노 맘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코피노맘 한 명이 남자한테 심하게 맞았어요. 그래서 경찰서에 가 있거든요. 그래서 세부 와서 가보질 못했는데 그 문제 때문에 가봐야 합니다."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의 신상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구 씨의 방식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선 코피노 아버지가 맞는지 아무 검증없이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녹취> 신상공개된 한국 남성(음성변조) : "거기서 지낼 때 만난 것 뿐이고. 헤어지고 한국 들어온 것이고요. 저는. 내 애인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무조건 말만 들어서 내가 해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사실상."

WLK에게서 연락을 받고 필리핀에 있는 자녀에게 양육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한 남성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코피노 친아버지(음성변조) : "놀랐어요. (코피노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위협이라기보다는 솔직히 스테레스를 많이 받아서요. 솔직히 돈벌이 수단 아닙니까."

공개된 남성이 코피노의 친아버지가 맞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 등 법적인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뷰> 신현호(변호사) :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이 되고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처벌이 됩니다. 차이는 형법은 친고죄인데요. 정통망법은 그냥 처벌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인터넷 포털업체는 이용자들의 신고가 잇따르자 지난 6일 구 씨의 블로그 가운데 '아빠찾기' 게시판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구씨는 해외에 서버가 있는 업체로 '아빠찾기' 게시판을 옮겨 신상공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신상공개를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전혀 알 수 없도록 비밀리에 연판장을 돌려서 우리가 찾아내는 방법 밖에 없잖아요? 사설탐정을 고용하든지 그런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럼 결국은 아빠를 찾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오는 게 없잖아요"

필리핀 현지 교민 사회에서도 구씨의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일부 교민들은 구씨가 코피노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종섭(필리핀 한인총연합회 감사) : "본인이 노력해서 찾아야죠. 누군가 일부러 모아서 너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해줄게. 사인해 이건 아닌 거에요. 돈을 받으면 그중에서 일부는 여자들에게 주고, 더이상 얘기 없는 걸로 끝내고 일부는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다 라는.. 저는 이거 보고 진짜 놀랐어요. 이건 아니죠."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이 과연 돈벌이로 이용될 수 있을까

WLK 관계자로부터 아빠찾기 사업의 소송 절차 등 내부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WLK가 코피노 맘들을 찾아 아이 아버지의 정보를 받아서 한국인 남성을 찾습니다.

한국 남성과 연락이 되면 양육비 지급 등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의 법무법인을 통해 코피노 맘이 소송하도록 돕고, 소송에서 이기면 합의금이나 위자료의 50%를 법무법인이 수임료로 받고 이 수임료의 절반을 WLK가 가져간다는 겁다.

<녹취> 코피노 지원단체 'WLK' 관계자 : "(소송은) 전액 후불제입니다. 사실상 처음에 내는 선수금도 취소되는 확률도 높은 걸 다 쥐고가는 이유가 한마디로 위험을 감수하고 해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기 나오는 금액이 2천만 원 정도인데 그러면 나중에 소송이 끝난 다음에 받죠. 그리고 많이 취소되죠."

이 관계자는 또 50% 수수료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코피노 지원단체 'WLK' 관계자 : "다 생각이 다르긴 한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이거를 한 30%에서 35%로 줄여야 한다고 일단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제 더 커지면 그 퍼센티지를 줄여야죠. 지금은 초반이지만."

코피노 아빠찾기를 장삿속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구본창 씨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로펌들이 돈벌이가 아니라 공익적차원에서 진행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요구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로펌이 돈벌이가 안되면 할 수 없죠 그 차이입니다. 그러면 코피노들을 도울 수 잇는 방법, 대안이 없다는 거죠. 물론 공익적으로 하면 제일 좋죠. 그런데 가능한 얘기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구씨는 어떤 법무법인을 통해서 어떻게, 얼마나 소송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우리가 하는 활동이 코피노맘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것으로 가야 하는데 법적으로 어떤 하자가 있는지 이걸 찾아내고 이런 식의 질문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면 대답할 이유가 없죠."

WLK와 함께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법무법인은 모두 3곳.

하지만 돈벌이 논란이 불거지면서 모두 협업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00 법무법인(음성변조) : "코피노 사건이요? 그거 관련해서는 없는데..."

이와 관련해 코피노 소송을 진행했던 한 변호사는 코피노 관련 법률 시장이 꽤 커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변호사(코피노 소송 수임(음성변조) : "필리핀 어린 여자들 건드려서 애만 낳고 사라져버리고, 한국으로 가버리고 이런 것이 꼴 보기도 싫고, (소송이) 꽤 많이 모이면 동일한 사건으로 수입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실제로 코피노 관련 소송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국내 법원에서 이뤄진 친자확인소송에서 코피노가 처음 승소한 이후 지난 1년간 국내 법원에 제기된 '코피노 소송'은 백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법조계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출생신고서에 아버지 이름이 적혀 있고 유전자 검사 등의 결과가 맞아떨어지면 승소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에서 이겨 코피노가 친권을 인정받을 경우 한국 국적 취득과 양육비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위자료나 합의금은 2천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변호사(코피노 소송 수임/음성변조) :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가족들한테 특히 아내한테 알려지면 파탄 나는 문제가 된다는 약점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합의를 보고 끝내려고 하겠죠. 한마디로 그 사람들 약점을 확실히 잡아야 돼요."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필리핀 현지 단체가 사실상 법조 '브로커'로 활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변호사법의 위반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효은(변호사/대한변협 대변인) : "필리핀의 특정 단체가 국내 변호사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수임료를 나눠갖는다는 것은 결국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수 없는 일을 그에 따른 보수나 이익을 나눠갖는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법상 금지된 행위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법조계까지 '코피노 소송'이라는 새로운 법무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유명 로펌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코피노들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도움을 아버지로부터 받을 권리가 있다며 소송에 관심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에드가르도 이 투만간(필리핀 변호사) : "가장 먼저 할 일은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그 한국인의 필리핀 방문 성격이 무엇이냐. 그는 관광객인가? 사업가인가? 그걸 가지고 시작할 수 있고요. 우리가 확보하는 정보는 모든 단서를 제공해줄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걸 가지고) 한국대사관에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미혼모 문제는 유독 한국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필리핀에 미군기지를 운영했던 미국과 사업상 교류가 많았던 일본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 달랐습니다.

<인터뷰> 이영희(아동인권단체 '탁틴내일' 공동대표) : "일본의 경우도 아버지를 찾는거, 그래서 인지를 하게되면 인지청구라고 하죠? 그런과정을 돕고 그렇게 해서 아버지가 인지되면 국적을 부여하거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그 아이들에 대해서 국적을 갖게 해주고 또한 생존에 관해서 지원해줄 수 있게끔 만드는 제도를 만들었거든요."

버려진 아이들, 코피노에 대한 인도적인 대책과 함께 버려지는 코피노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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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아난 아빠를 찾습니다”
    • 입력 2015-08-16 23:52:25
    • 수정2024-03-21 17:46:00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코피노' 친어머니 : "내가 아이를 낳은 후에 그는 도망가버렸어요."

<녹취> 코피노 친아버지(음성변조) : "놀랐어요. (코피노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녹취>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내가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 올릴 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것을 각오했다."

<녹취> 이종섭(필리핀 한인총연합회 감사) : "(소송을) 빌미로 해서 그거를 소위 말해서 타협을 한다는 거죠"

<오프닝>

코피노의 친부로 추정되는 한국인 남성들의 신상이 인터넷에 다시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이 올라온 지 한 달여만입니다.

코피노들이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응원부터 불법적인 방법이라며 비난하는 사람까지 찬반양론이 다시 뜨겁게 불붙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신상 공개 논란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필리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필리핀의 대표적인 관광지 세부.

해변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한 빈민가 골목에서 유달리 피부가 하얀 어린이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취재진이 관심을 보이자 동네 아이들은 그 어린이가 코피노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뒤를 따라가 봤습니다.

<녹취> "실례합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아이 엄마인 젊은 필리핀 여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며 한 남성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출산 직전 한국으로 떠났고 그 이후 4년 동안 홀로 어렵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세부 시내의 한 동네에서만 10명이 넘는 코피노들이 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 내에 살고 있는 코피노들이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세부 외곽의 한 산간마을.

이곳에서 코피노맘 미라플로 씨를 만났습니다.

50페소, 우리 돈으로 한 장에 천원 정도 하는 깔개를 만들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영애가 최고 성적인 별3개를 받았어요."

팍팍한 일상 속, 5살 난 딸 영애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성적표가 그녀의 유일한 자랑거리입니다.

미라플로 씨는 7년 전 친구의 소개로 한국인 이 모씨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그는 제게 영어로 노래를 잘 불러줬어요. 가수처럼 불렀거든요. 그는 다른 한국 남자 같지 않게 진지하다고 했습니다. 세부에서 공부하고 있고 진지하다고 말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고 했죠."

같이 산 지 두 달 만에 영애를 가졌습니다.

이후 결혼 허락을 받아오겠다며 한국으로 간 이 씨는 부모가 결혼을 반대한다며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임신 중에 몸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차례 돈을 보내왔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그가 병원비로 15,000페소(약 38만 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올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지 않았죠."

영애에게 아빠는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미라플로 씨는 아빠가 곁에 없는 이유를 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울먹이며)그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실패라는 답이 돌아와요. 내가 아니라 영애를 위해서라도 그가 약간의 동정심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던 미라플로 씨가 최근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입니다.

<인터뷰> 미라플로(코피노 맘) : "다른 방식으로 아이 아빠를 찾을 수 없다면 사진을 올려서라도 찾는 것이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은 '위 러브 코피노' WLK라는 단체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대표인 구본창 씨는 지난 6월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코피노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의 실명, 얼굴, 직업 등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름과 사진을 보고 당사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코피노 맘과 연결을 시켜주고 양육비 등을 받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취재진은 구본창 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학원을 운영하다가 10년 전 필리핀에 정착했다는 구씨는 코피노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필리핀 여자하고 한국 남성 사이에 결혼을 전제했든 안 했든 최소한 애인 관계, 완벽한 연인관계일 때 그때부터 여자들이 피임을 안 하거든요. 그래서 코피노가 태어나는 겁니다."

구씨가 지금까지 신상을 공개한 한국인 남성은 모두 26명, 이 가운데 17명의 남성이 연락을 해왔다고 구씨는 밝혔습니다.

구씨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코피노 맘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코피노맘 한 명이 남자한테 심하게 맞았어요. 그래서 경찰서에 가 있거든요. 그래서 세부 와서 가보질 못했는데 그 문제 때문에 가봐야 합니다."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의 신상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구 씨의 방식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선 코피노 아버지가 맞는지 아무 검증없이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녹취> 신상공개된 한국 남성(음성변조) : "거기서 지낼 때 만난 것 뿐이고. 헤어지고 한국 들어온 것이고요. 저는. 내 애인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무조건 말만 들어서 내가 해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사실상."

WLK에게서 연락을 받고 필리핀에 있는 자녀에게 양육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한 남성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코피노 친아버지(음성변조) : "놀랐어요. (코피노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위협이라기보다는 솔직히 스테레스를 많이 받아서요. 솔직히 돈벌이 수단 아닙니까."

공개된 남성이 코피노의 친아버지가 맞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 등 법적인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뷰> 신현호(변호사) :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이 되고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처벌이 됩니다. 차이는 형법은 친고죄인데요. 정통망법은 그냥 처벌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인터넷 포털업체는 이용자들의 신고가 잇따르자 지난 6일 구 씨의 블로그 가운데 '아빠찾기' 게시판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구씨는 해외에 서버가 있는 업체로 '아빠찾기' 게시판을 옮겨 신상공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신상공개를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전혀 알 수 없도록 비밀리에 연판장을 돌려서 우리가 찾아내는 방법 밖에 없잖아요? 사설탐정을 고용하든지 그런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럼 결국은 아빠를 찾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오는 게 없잖아요"

필리핀 현지 교민 사회에서도 구씨의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일부 교민들은 구씨가 코피노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종섭(필리핀 한인총연합회 감사) : "본인이 노력해서 찾아야죠. 누군가 일부러 모아서 너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해줄게. 사인해 이건 아닌 거에요. 돈을 받으면 그중에서 일부는 여자들에게 주고, 더이상 얘기 없는 걸로 끝내고 일부는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다 라는.. 저는 이거 보고 진짜 놀랐어요. 이건 아니죠."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이 과연 돈벌이로 이용될 수 있을까

WLK 관계자로부터 아빠찾기 사업의 소송 절차 등 내부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WLK가 코피노 맘들을 찾아 아이 아버지의 정보를 받아서 한국인 남성을 찾습니다.

한국 남성과 연락이 되면 양육비 지급 등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의 법무법인을 통해 코피노 맘이 소송하도록 돕고, 소송에서 이기면 합의금이나 위자료의 50%를 법무법인이 수임료로 받고 이 수임료의 절반을 WLK가 가져간다는 겁다.

<녹취> 코피노 지원단체 'WLK' 관계자 : "(소송은) 전액 후불제입니다. 사실상 처음에 내는 선수금도 취소되는 확률도 높은 걸 다 쥐고가는 이유가 한마디로 위험을 감수하고 해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기 나오는 금액이 2천만 원 정도인데 그러면 나중에 소송이 끝난 다음에 받죠. 그리고 많이 취소되죠."

이 관계자는 또 50% 수수료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코피노 지원단체 'WLK' 관계자 : "다 생각이 다르긴 한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이거를 한 30%에서 35%로 줄여야 한다고 일단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제 더 커지면 그 퍼센티지를 줄여야죠. 지금은 초반이지만."

코피노 아빠찾기를 장삿속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구본창 씨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로펌들이 돈벌이가 아니라 공익적차원에서 진행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요구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로펌이 돈벌이가 안되면 할 수 없죠 그 차이입니다. 그러면 코피노들을 도울 수 잇는 방법, 대안이 없다는 거죠. 물론 공익적으로 하면 제일 좋죠. 그런데 가능한 얘기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구씨는 어떤 법무법인을 통해서 어떻게, 얼마나 소송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인터뷰> 구본창(코피노 지원단체 'WLK' 설립자) : "우리가 하는 활동이 코피노맘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것으로 가야 하는데 법적으로 어떤 하자가 있는지 이걸 찾아내고 이런 식의 질문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면 대답할 이유가 없죠."

WLK와 함께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법무법인은 모두 3곳.

하지만 돈벌이 논란이 불거지면서 모두 협업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00 법무법인(음성변조) : "코피노 사건이요? 그거 관련해서는 없는데..."

이와 관련해 코피노 소송을 진행했던 한 변호사는 코피노 관련 법률 시장이 꽤 커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변호사(코피노 소송 수임(음성변조) : "필리핀 어린 여자들 건드려서 애만 낳고 사라져버리고, 한국으로 가버리고 이런 것이 꼴 보기도 싫고, (소송이) 꽤 많이 모이면 동일한 사건으로 수입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실제로 코피노 관련 소송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국내 법원에서 이뤄진 친자확인소송에서 코피노가 처음 승소한 이후 지난 1년간 국내 법원에 제기된 '코피노 소송'은 백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법조계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출생신고서에 아버지 이름이 적혀 있고 유전자 검사 등의 결과가 맞아떨어지면 승소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에서 이겨 코피노가 친권을 인정받을 경우 한국 국적 취득과 양육비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위자료나 합의금은 2천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변호사(코피노 소송 수임/음성변조) :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가족들한테 특히 아내한테 알려지면 파탄 나는 문제가 된다는 약점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합의를 보고 끝내려고 하겠죠. 한마디로 그 사람들 약점을 확실히 잡아야 돼요."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필리핀 현지 단체가 사실상 법조 '브로커'로 활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변호사법의 위반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효은(변호사/대한변협 대변인) : "필리핀의 특정 단체가 국내 변호사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수임료를 나눠갖는다는 것은 결국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수 없는 일을 그에 따른 보수나 이익을 나눠갖는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법상 금지된 행위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법조계까지 '코피노 소송'이라는 새로운 법무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유명 로펌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코피노들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도움을 아버지로부터 받을 권리가 있다며 소송에 관심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에드가르도 이 투만간(필리핀 변호사) : "가장 먼저 할 일은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그 한국인의 필리핀 방문 성격이 무엇이냐. 그는 관광객인가? 사업가인가? 그걸 가지고 시작할 수 있고요. 우리가 확보하는 정보는 모든 단서를 제공해줄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걸 가지고) 한국대사관에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미혼모 문제는 유독 한국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필리핀에 미군기지를 운영했던 미국과 사업상 교류가 많았던 일본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 달랐습니다.

<인터뷰> 이영희(아동인권단체 '탁틴내일' 공동대표) : "일본의 경우도 아버지를 찾는거, 그래서 인지를 하게되면 인지청구라고 하죠? 그런과정을 돕고 그렇게 해서 아버지가 인지되면 국적을 부여하거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그 아이들에 대해서 국적을 갖게 해주고 또한 생존에 관해서 지원해줄 수 있게끔 만드는 제도를 만들었거든요."

버려진 아이들, 코피노에 대한 인도적인 대책과 함께 버려지는 코피노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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