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통치구호 ‘백두산 대국’

입력 2015.08.22 (08:07) 수정 2015.08.22 (08: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8.15 광복 70주년을 전후해 북한 매체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백두산 대국인데요,

지난해 말 김정은 3주기를 계기로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이 백두산대국은 그야말로 이제는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통치 구호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특히 김정은 집권 3년 동안 북한이 30년의 발전을 이룩했다며‘백두산대국의 전성기’도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시대의 새 통치 구호인 백두산 대국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평양.

시계가 새벽 0시를 가리키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광복 70년을 맞아 북한의 새로운 표준 시간인 ‘평양시’의 시작을 선포하는 자리..

일제 식민 통치의 잔재를 버리겠다며 우리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표준시로 정한 것이다.

북한은 기념행사를 전역에 생중계했는데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표현이 등장했다.

<녹취> 지난 15일, 조선중앙TV : "우리나라에서 일제식민지 통치의 잔재를 흔적도 없이 청산하며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존함으로 빛나는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영원토록 세계만방에 떨쳐나가려..."

백두산 대국...

평양시의 시작을 알리면서 동시에 백두산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8.15를 전후로 백두산을 강조하는 행사도 부쩍 늘었다.

군복 차림을 한 앳된 얼굴..

이른바 김일성 항일 전적지를 찾기 위해 백두산에 오르는 청소년 답사 행군 대원들이다.

<녹취> 장정화 (백두산 답사 행군대 참가자) : "자나 깨나 꿈속에 그리던 내 마음의 고향인 백두산으로 가는 저의 심정은 정말이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보다 한 발 앞서, 군인들도 백두산을 찾았다.

8.15를 일주일 여 앞두고 백두산을 출발해 판문점까지 북한 전역을 달리는 ‘붉은 기 이어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8.15 행사인 민족통일대회 개막식을 백두산 정상에서 열기도 했다.

광복 70주년, 북한이 이처럼 백두산을 띄우고 나선 이유는 뭘까?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올해가 광복 70주년이 되다 보니까 조국해방, 북한식의 조국 해방이라는 의미가 부쩍 강조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그 조국해방의 상징인 항일무장투쟁의 근거지로 백두산이 더욱 더 강조되고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해 12월, 김정은 제 1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

한겨울의 맹추위 속에서 뭔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천지를 둘러보는 김 제1위원장,

<녹취> 2014년 12월, 북한 기록영화 : "혁명의 성산 백두산은 김정은 원수님 바쳐 오신 다함없는 지성과 심혈, 그 길에서 싸우신 고귀한 업적을 만방에 전하고 있습니다."

12월 17일, 김정일 3주기 당일 아침에 맞춰 공개된 이 영상은 김정일 3주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자신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됐다.

이러한 김정은의 의도는 김정일 3주기 추모행사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녹취> 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 : "이 땅위에 통일대국 부강 번영하는 김정은 백두산 강국을 반드시 일떠세우겠다는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녹취> 리춘희(조선중앙TV 앵커/지난해 12월) : "원수님의 모습에서 백두산 대국의 휘황한 내일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김정은의 ‘백두산 대국’..

김정일 시대의 ‘강성대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통치 구호가 공식 탄생한 것이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 입장에서는 3년 탈상을 맞으면서 이제 아버지의 시대는 끝났고 자신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인민들에게 알려야 될 숙제를 안고 있었죠. 3대 세습도 완성하고, 또 자신의 시대가 주체성과 정통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백두산 대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북한 매체들은 앞 다퉈 백두산 대국을 강조하고 나섰다.

<녹취> 조선중앙TV : "경애하는 원수님의 탁월한 영도로 이 땅 위엔 가장 존엄 높고 빛나는 김정은 시대 영광스런 백두산 대국의 전성기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광복 70주년인 지난 15일,

노동신문은 '위대한 백두산대국을 천만년 길이 빛내어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을 김일성 주석의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3년 만에 북한이 일 년에 10년씩, 30년을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선대의 업적을 찬양하면서도 김정은 시대 들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백두산대국의 의미는 뭘까?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군사적으로 강인한 어떤 군사력을 갖추고 있고, 정치적으로 자주와 존엄이 높고 사상적으로도 마찬가지고 경제적으로 번성한 국가, 그런 의미에서 강하고 번영하는 국가로서의 어떤 대국을 우리 민족이란 측면에서 백두산에 빗대어서 백두산대국으로 상징화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백두산은 과거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김일성의 항일 투쟁 무대가 백두산이며, 김정일은 백두 혈통의 계승자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백두산은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사상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혁명의 어떤 성지, 성산이라고 이렇게 사상 교육을 늘 받아왔고, 주민들도 그런 차원에서 백두산을 한번 꼭 가봐야 되고, 가보고 싶은 그런 어떤 혁명 전적지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북한 주민들은 상당히 백두산을 숭배한다고 할까요."

김정은 시대 들어서면서 백두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한층 다양한 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북한은 전격적으로 ‘김정은 찬가’를 공개했다.

<녹취> '김정은 장군 찬가'(북한 공훈합창단) : "백두산 대국 삼천리 밝은 미래 펼친다."

백두산 대국이라는 표현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직접 들어간첫 공식 찬양가가 울려 퍼지자, 공연을 관람하던 김정은은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녹취> ‘가리라 백두산으로’(모란봉 악단)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지난해 말 모란봉악단이 발표한 대표적인 신곡 역시 백두산을 주제로 한 노래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백두산을 활용한 김정은 우상화에 힘을 쏟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일성 전 주석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같이 찍은 사진이 지금 한 장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신의 정통성을 권력 승계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그걸 또 강조를 하고 그걸 통해서 주민들을 결속시켜내기 위해서는 더욱 더 백두산이란 상징물을 통해서 자신도 만경대 가문, 또는 백두혈통의 적자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 시대 들어 백두산을 유독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특히 3대 세습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백두산 대국에 대해 다룬 지난 14일 노동신문 기사..

신문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국가가 붕괴되는 등 재난과 참변 겪은 것은 '수령의 대'가 끊어졌기 때문이라며 3대 체제 세습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3대 세습이라는 것은 전 세계에서 정말로 아주 드문 희귀한 일이기 때문에 인민들에게 손자가 임금이 됐다고 하는 것은 21세기 문명국가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신이 통치에 적자라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결국은 백두산 대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시도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통치구호를 내세웠던 김정일 시대와는 차이가 있다.

1994년, 50년 가까이 북한을 통치해 온 최고 권력자 김일성의 사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김정일은 1998년 이른바 ‘강성대국’ 구호를 선포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까지 사상과 군사, 경제 세 분야에서 세계적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군을 앞세운 선군정치와 핵, 미사일 개발은 북한 경제를 더욱 한계로 내몰았고,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선대 통치자가 결국 강성대국을 선포했지만 그 강성대국은 결국 흐지부지되고 주민들한테도 강성대국이 안겨준 선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2012년에 원년해로 선포했잖아요. 원년에 주민들이 굉장히, 강성대국 원년이면 ‘옥수수도 못 주는 강성대국에서 뭐 하냐.’ 이렇게 주민들이 반문하기 시작했죠."

이런 상황에서 강성대국의 꿈은 멀어져 갔고, 3대 세습으로 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새로운 구호를 내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백두산 대국’이었다.

백두산 대국론을 내세운 북한은 최근 백두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두산에 건설중인 선군청년발전소와 백두산 관광 개발이다.

특히 지난 4월 백두산일대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해, 지난달에는 중국과 북한을 잇는 관광코스를 개방하기도 했다.

백두산 개발을 본격화해 그 경제적 효과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치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거듭되는 핵 실험과 이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백두산 대국’을 꿈꾸는 북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백두산과 대국이라는, 소위 부국강병의 논리들이 결합된 이런 어떤 담론으로서 정치적으로는 일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보게 되면 결국 부국강병도 나라가 잘 살아야 되는 것인데, 이 문제에서 병진노선이 지속되는 한 북한 경제의 근본적으로 성장과 번영을 구가하는 쪽으로 전환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 않겠나..."

집권 4년 차, ‘백두산대국’이라는 새 통치구호와 함께 본격적인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김정은,

하지만 공포 통치로 체제 불안이 가중되고, 국제적 고립마저 심화되는 상황에서 백두산대국의 꿈은 또다시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통치구호 ‘백두산 대국’
    • 입력 2015-08-22 08:10:24
    • 수정2015-08-22 08:30:3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8.15 광복 70주년을 전후해 북한 매체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백두산 대국인데요,

지난해 말 김정은 3주기를 계기로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이 백두산대국은 그야말로 이제는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통치 구호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특히 김정은 집권 3년 동안 북한이 30년의 발전을 이룩했다며‘백두산대국의 전성기’도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시대의 새 통치 구호인 백두산 대국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평양.

시계가 새벽 0시를 가리키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광복 70년을 맞아 북한의 새로운 표준 시간인 ‘평양시’의 시작을 선포하는 자리..

일제 식민 통치의 잔재를 버리겠다며 우리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표준시로 정한 것이다.

북한은 기념행사를 전역에 생중계했는데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표현이 등장했다.

<녹취> 지난 15일, 조선중앙TV : "우리나라에서 일제식민지 통치의 잔재를 흔적도 없이 청산하며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존함으로 빛나는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영원토록 세계만방에 떨쳐나가려..."

백두산 대국...

평양시의 시작을 알리면서 동시에 백두산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8.15를 전후로 백두산을 강조하는 행사도 부쩍 늘었다.

군복 차림을 한 앳된 얼굴..

이른바 김일성 항일 전적지를 찾기 위해 백두산에 오르는 청소년 답사 행군 대원들이다.

<녹취> 장정화 (백두산 답사 행군대 참가자) : "자나 깨나 꿈속에 그리던 내 마음의 고향인 백두산으로 가는 저의 심정은 정말이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보다 한 발 앞서, 군인들도 백두산을 찾았다.

8.15를 일주일 여 앞두고 백두산을 출발해 판문점까지 북한 전역을 달리는 ‘붉은 기 이어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8.15 행사인 민족통일대회 개막식을 백두산 정상에서 열기도 했다.

광복 70주년, 북한이 이처럼 백두산을 띄우고 나선 이유는 뭘까?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올해가 광복 70주년이 되다 보니까 조국해방, 북한식의 조국 해방이라는 의미가 부쩍 강조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그 조국해방의 상징인 항일무장투쟁의 근거지로 백두산이 더욱 더 강조되고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해 12월, 김정은 제 1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

한겨울의 맹추위 속에서 뭔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천지를 둘러보는 김 제1위원장,

<녹취> 2014년 12월, 북한 기록영화 : "혁명의 성산 백두산은 김정은 원수님 바쳐 오신 다함없는 지성과 심혈, 그 길에서 싸우신 고귀한 업적을 만방에 전하고 있습니다."

12월 17일, 김정일 3주기 당일 아침에 맞춰 공개된 이 영상은 김정일 3주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자신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됐다.

이러한 김정은의 의도는 김정일 3주기 추모행사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녹취> 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 : "이 땅위에 통일대국 부강 번영하는 김정은 백두산 강국을 반드시 일떠세우겠다는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녹취> 리춘희(조선중앙TV 앵커/지난해 12월) : "원수님의 모습에서 백두산 대국의 휘황한 내일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김정은의 ‘백두산 대국’..

김정일 시대의 ‘강성대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통치 구호가 공식 탄생한 것이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 입장에서는 3년 탈상을 맞으면서 이제 아버지의 시대는 끝났고 자신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인민들에게 알려야 될 숙제를 안고 있었죠. 3대 세습도 완성하고, 또 자신의 시대가 주체성과 정통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백두산 대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북한 매체들은 앞 다퉈 백두산 대국을 강조하고 나섰다.

<녹취> 조선중앙TV : "경애하는 원수님의 탁월한 영도로 이 땅 위엔 가장 존엄 높고 빛나는 김정은 시대 영광스런 백두산 대국의 전성기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광복 70주년인 지난 15일,

노동신문은 '위대한 백두산대국을 천만년 길이 빛내어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을 김일성 주석의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3년 만에 북한이 일 년에 10년씩, 30년을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선대의 업적을 찬양하면서도 김정은 시대 들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백두산대국의 의미는 뭘까?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군사적으로 강인한 어떤 군사력을 갖추고 있고, 정치적으로 자주와 존엄이 높고 사상적으로도 마찬가지고 경제적으로 번성한 국가, 그런 의미에서 강하고 번영하는 국가로서의 어떤 대국을 우리 민족이란 측면에서 백두산에 빗대어서 백두산대국으로 상징화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백두산은 과거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김일성의 항일 투쟁 무대가 백두산이며, 김정일은 백두 혈통의 계승자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백두산은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사상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혁명의 어떤 성지, 성산이라고 이렇게 사상 교육을 늘 받아왔고, 주민들도 그런 차원에서 백두산을 한번 꼭 가봐야 되고, 가보고 싶은 그런 어떤 혁명 전적지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북한 주민들은 상당히 백두산을 숭배한다고 할까요."

김정은 시대 들어서면서 백두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한층 다양한 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북한은 전격적으로 ‘김정은 찬가’를 공개했다.

<녹취> '김정은 장군 찬가'(북한 공훈합창단) : "백두산 대국 삼천리 밝은 미래 펼친다."

백두산 대국이라는 표현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직접 들어간첫 공식 찬양가가 울려 퍼지자, 공연을 관람하던 김정은은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녹취> ‘가리라 백두산으로’(모란봉 악단)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지난해 말 모란봉악단이 발표한 대표적인 신곡 역시 백두산을 주제로 한 노래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백두산을 활용한 김정은 우상화에 힘을 쏟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일성 전 주석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같이 찍은 사진이 지금 한 장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신의 정통성을 권력 승계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그걸 또 강조를 하고 그걸 통해서 주민들을 결속시켜내기 위해서는 더욱 더 백두산이란 상징물을 통해서 자신도 만경대 가문, 또는 백두혈통의 적자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 시대 들어 백두산을 유독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특히 3대 세습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백두산 대국에 대해 다룬 지난 14일 노동신문 기사..

신문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국가가 붕괴되는 등 재난과 참변 겪은 것은 '수령의 대'가 끊어졌기 때문이라며 3대 체제 세습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3대 세습이라는 것은 전 세계에서 정말로 아주 드문 희귀한 일이기 때문에 인민들에게 손자가 임금이 됐다고 하는 것은 21세기 문명국가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신이 통치에 적자라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결국은 백두산 대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시도는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통치구호를 내세웠던 김정일 시대와는 차이가 있다.

1994년, 50년 가까이 북한을 통치해 온 최고 권력자 김일성의 사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김정일은 1998년 이른바 ‘강성대국’ 구호를 선포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까지 사상과 군사, 경제 세 분야에서 세계적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군을 앞세운 선군정치와 핵, 미사일 개발은 북한 경제를 더욱 한계로 내몰았고,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선대 통치자가 결국 강성대국을 선포했지만 그 강성대국은 결국 흐지부지되고 주민들한테도 강성대국이 안겨준 선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2012년에 원년해로 선포했잖아요. 원년에 주민들이 굉장히, 강성대국 원년이면 ‘옥수수도 못 주는 강성대국에서 뭐 하냐.’ 이렇게 주민들이 반문하기 시작했죠."

이런 상황에서 강성대국의 꿈은 멀어져 갔고, 3대 세습으로 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새로운 구호를 내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백두산 대국’이었다.

백두산 대국론을 내세운 북한은 최근 백두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두산에 건설중인 선군청년발전소와 백두산 관광 개발이다.

특히 지난 4월 백두산일대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해, 지난달에는 중국과 북한을 잇는 관광코스를 개방하기도 했다.

백두산 개발을 본격화해 그 경제적 효과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치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거듭되는 핵 실험과 이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백두산 대국’을 꿈꾸는 북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백두산과 대국이라는, 소위 부국강병의 논리들이 결합된 이런 어떤 담론으로서 정치적으로는 일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보게 되면 결국 부국강병도 나라가 잘 살아야 되는 것인데, 이 문제에서 병진노선이 지속되는 한 북한 경제의 근본적으로 성장과 번영을 구가하는 쪽으로 전환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 않겠나..."

집권 4년 차, ‘백두산대국’이라는 새 통치구호와 함께 본격적인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김정은,

하지만 공포 통치로 체제 불안이 가중되고, 국제적 고립마저 심화되는 상황에서 백두산대국의 꿈은 또다시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