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영국, 음식점 ‘팁’은 누구 것일까?

입력 2015.09.11 (00:22) 수정 2015.09.1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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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고민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팁'입니다.
호텔 등 숙소에서 나올 때나 음식점에서 밥값 계산을 할 때 팁을 주느냐 마느냐,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한마디로 팁은 고객의 의무 사항이 아닌 선택 사항인 만큼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줘도 되고 만족하지 않았다면 안줘도 됩니다.
그런데 팁은 서양의 오랜 관습이니 해외 여행까지 온 마당에 얼굴 붉힐 필요 없다며 팁을 놓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팁은 얼마를 주는 것이 적당할까요?
이 문제는 서양 사람들도 헷갈려 하는 문제입니다만 음식점의 경우 총비용의 대략 10 % 정도를 내면 적당하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습니다.(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만 영국 식당의 팁은 12.5%이고 대부분 신용카드 계산시 붙어서 나오기 때문에 따로 낼 필요는 없습니다. 영수증을 잘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팁은 왜 주어야 할까요? 이 문제는 누가 팁을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종업원의 서비스에 대한 보답으로 팁을 주는 만큼 당연히 종업원이 받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업원들이 최저임금도 못받고 있으니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 팁이라도 챙기라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영국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식당의 팁식당의 팁


그런데 영국의 일부 대형 음식점에서는 팁을 주는 손님들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런던 뿐만 아니라 영국 전역에 수십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한 프랑스 식당은 팁의 100%를 종업원이 아니라 식당 업주가 챙겨가고 있었습니다.
역시 수십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다른 대형 음식점에서도 팁의 60-80% 가량이 업주들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일부 음식점들은 "팁을 누가 가져가냐?"고 만약 손님들이 물어 볼 경우 "팁은 종업원들이 받습니다"라고 대답하라고 교육까지 시켰다고 합니다. 거짓 대답을 강요했다는 거지요.
이렇게 해서 한 음식점은 1년에 우리돈으로 18억여원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음식값에 덧붙여 팁으로만 짭짤한 부가 수익을 올린 겁니다.

팁 받는 종업원팁 받는 종업원


영국의 대형 음식점들이 종업원의 팁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두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먼저 2009년 영국 종업원들의 최저 시급(시간당 급료)에 대한 규정이 바뀐게 발단입니다. 그 전까지는 시급을 줄 때 팁을 포함해 7.5-8 파운드를 맞춰 주면 됐지만 법 개정으로 최저 시급에서 팁을 제외해야 했습니다. 예컨데 종업원들에게 시급을 줄 때 팁이 2 파운드였다면 업주는 5.5 파운드만 주면 됐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팁이 얼마이든 업주는 7.5 파운드를 줘야합니다. 종업원들은 팁이 2파운드라면 시급은 9.5 파운드로 오른 셈이고 업주는 줘야 할 시급이 5.5파운드에서 7.5 파운드로 부담이 커진 거죠. 업주들은 부담이 커진 만큼 부담 보전을 위해 팁을 챙겨가기 시작한 겁니다.
또 음식값을 대부분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최근 추세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신용카드로 계산할 때 아예 팁까지 포함시켜 계산하는 거죠. 이 경우 '신용카드로 계산한 비용 전액은 업주의 소유'라는 관련법 규정을 업주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팁도 신용카드로 계산한 만큼 '업주 소유'로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듯합니다.

그러나 업주들이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습니다. 팁과 관련한 규정에서 "팁을 준 손님들의 의도가 왜곡돼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손님들이 팁을 준 것은 나에게 서빙해 준 종업원 때문이지 업주 때문은 아니라는 보편적인 상식의 기준으로 본다면 업주가 팁을 가져간 행위는 '손님들의 의도를 왜곡'한 것이 되는거죠. 영국 정부가 팁의 소유 문제를 놓고 조사에 착수하게 된 근거도 바로 이 점입니다. 영국 정부가 조사를 시작했으니 조만간 이 문제는 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차라리 음식값을 팁 만큼 올린다면 어떨까요? "팁을 줘야 하나?"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하나"에 대한 고민과 '음식 값의 10% 가량'을 계산하는 수고도 덜 수 있을 테니까요. 어차피 팁을 줄거라면 말입니다. 특히 종업원이 아니라 업주가 팁을 챙겨 간다면 손님들의 '고민'과 '수고'는 '헛고민'이고 '헛수고'인 셈이 되는 거죠. 그러나 영국 정부가 문제를 고쳐보겠다며 나선 만큼 '팁' 관행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팁 값 따로 계산팁 값 따로 계산


마지막으로 알아 두면 좋은 '팁' 하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국에서는 신용카드로 음식값을 계산할 때 영수증을 보시면 '음식 값'과 '팁'(영국에서는 Gratuity)이 따로 표시됩니다. 만약 너무 오래 기다렸다거나 종업원의 서빙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팁'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면 음식값만 계산할 수 있습니다. '팁'을 제외했다고 해서 음식점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손님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팁은 음식값의 12.5%로 다른 나라보다 많은데다 당분간은 종업원이 아니라 업주의 주머니를 불리는데 사용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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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영국, 음식점 ‘팁’은 누구 것일까?
    • 입력 2015-09-11 00:22:43
    • 수정2015-09-11 06:07:59
    취재후·사건후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고민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팁'입니다.
호텔 등 숙소에서 나올 때나 음식점에서 밥값 계산을 할 때 팁을 주느냐 마느냐,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한마디로 팁은 고객의 의무 사항이 아닌 선택 사항인 만큼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줘도 되고 만족하지 않았다면 안줘도 됩니다.
그런데 팁은 서양의 오랜 관습이니 해외 여행까지 온 마당에 얼굴 붉힐 필요 없다며 팁을 놓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팁은 얼마를 주는 것이 적당할까요?
이 문제는 서양 사람들도 헷갈려 하는 문제입니다만 음식점의 경우 총비용의 대략 10 % 정도를 내면 적당하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습니다.(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만 영국 식당의 팁은 12.5%이고 대부분 신용카드 계산시 붙어서 나오기 때문에 따로 낼 필요는 없습니다. 영수증을 잘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팁은 왜 주어야 할까요? 이 문제는 누가 팁을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종업원의 서비스에 대한 보답으로 팁을 주는 만큼 당연히 종업원이 받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업원들이 최저임금도 못받고 있으니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 팁이라도 챙기라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영국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식당의 팁


그런데 영국의 일부 대형 음식점에서는 팁을 주는 손님들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런던 뿐만 아니라 영국 전역에 수십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한 프랑스 식당은 팁의 100%를 종업원이 아니라 식당 업주가 챙겨가고 있었습니다.
역시 수십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다른 대형 음식점에서도 팁의 60-80% 가량이 업주들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일부 음식점들은 "팁을 누가 가져가냐?"고 만약 손님들이 물어 볼 경우 "팁은 종업원들이 받습니다"라고 대답하라고 교육까지 시켰다고 합니다. 거짓 대답을 강요했다는 거지요.
이렇게 해서 한 음식점은 1년에 우리돈으로 18억여원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음식값에 덧붙여 팁으로만 짭짤한 부가 수익을 올린 겁니다.

팁 받는 종업원


영국의 대형 음식점들이 종업원의 팁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두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먼저 2009년 영국 종업원들의 최저 시급(시간당 급료)에 대한 규정이 바뀐게 발단입니다. 그 전까지는 시급을 줄 때 팁을 포함해 7.5-8 파운드를 맞춰 주면 됐지만 법 개정으로 최저 시급에서 팁을 제외해야 했습니다. 예컨데 종업원들에게 시급을 줄 때 팁이 2 파운드였다면 업주는 5.5 파운드만 주면 됐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팁이 얼마이든 업주는 7.5 파운드를 줘야합니다. 종업원들은 팁이 2파운드라면 시급은 9.5 파운드로 오른 셈이고 업주는 줘야 할 시급이 5.5파운드에서 7.5 파운드로 부담이 커진 거죠. 업주들은 부담이 커진 만큼 부담 보전을 위해 팁을 챙겨가기 시작한 겁니다.
또 음식값을 대부분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최근 추세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신용카드로 계산할 때 아예 팁까지 포함시켜 계산하는 거죠. 이 경우 '신용카드로 계산한 비용 전액은 업주의 소유'라는 관련법 규정을 업주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팁도 신용카드로 계산한 만큼 '업주 소유'로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듯합니다.

그러나 업주들이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습니다. 팁과 관련한 규정에서 "팁을 준 손님들의 의도가 왜곡돼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손님들이 팁을 준 것은 나에게 서빙해 준 종업원 때문이지 업주 때문은 아니라는 보편적인 상식의 기준으로 본다면 업주가 팁을 가져간 행위는 '손님들의 의도를 왜곡'한 것이 되는거죠. 영국 정부가 팁의 소유 문제를 놓고 조사에 착수하게 된 근거도 바로 이 점입니다. 영국 정부가 조사를 시작했으니 조만간 이 문제는 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차라리 음식값을 팁 만큼 올린다면 어떨까요? "팁을 줘야 하나?"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하나"에 대한 고민과 '음식 값의 10% 가량'을 계산하는 수고도 덜 수 있을 테니까요. 어차피 팁을 줄거라면 말입니다. 특히 종업원이 아니라 업주가 팁을 챙겨 간다면 손님들의 '고민'과 '수고'는 '헛고민'이고 '헛수고'인 셈이 되는 거죠. 그러나 영국 정부가 문제를 고쳐보겠다며 나선 만큼 '팁' 관행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팁 값 따로 계산


마지막으로 알아 두면 좋은 '팁' 하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국에서는 신용카드로 음식값을 계산할 때 영수증을 보시면 '음식 값'과 '팁'(영국에서는 Gratuity)이 따로 표시됩니다. 만약 너무 오래 기다렸다거나 종업원의 서빙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팁'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면 음식값만 계산할 수 있습니다. '팁'을 제외했다고 해서 음식점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손님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팁은 음식값의 12.5%로 다른 나라보다 많은데다 당분간은 종업원이 아니라 업주의 주머니를 불리는데 사용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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