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분양가 인상…주택시장 ‘독’ 되나?

입력 2015.09.13 (00:01) 수정 2015.09.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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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일반 분양이 예정돼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자이 아파트는 분양가를 3.3㎡당 4000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당초 3500만~36000만원 정도의 분양가를 책정할 예정이었지만, 최근의 아파트 분양 시장 열기에 편승해 분양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만일 3.3㎡당 4000만원의 분양가가 현실화된다면 지난해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두번째 사례가 된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들어 부동산 심리가 크게 개선된 데다, 지난 4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라는 강력한 규제가 해제되면서 너도나도 분양가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다음달 일반분양에 나서는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송파 헬리오시티'(총가구수 9510세대)는 분양을 앞두고 분양가 책정에 고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었던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 인가 당시 일반 분양가를 3.3㎡당 평균 2515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 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자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일반 분양가 인상을 모색 중이다.

현재 시공사(현대산업개발)는 3.3㎡당 2500만원을 제시하고 있지만, 조합은 "2700만~2800만원은 받아야 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사업 주체가 조합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조합측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가락 시영의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시세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락동 일대 새 아파트 시세는 3.3㎡당 2300만~2400만원로 가락 시영의 예상분양가(조합측 요구 기준)보다 3.3㎡당 400만원이나 낮다.

◆ 3.3㎡당 4000만원에 육박한 강남구 아파트

강남구의 분양가는 올들어 4000만원 근방까지 치솟고 있다.

지난달말 1순위 청약을 받은 강남구 대치동 SK뷰는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3.3㎡당 평균 3927만원에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를 3.3㎡당 최고 5000만원, 1차와 2차 평균 분양가를 4046만원에 책정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관리처분 당시 조합에서 일반분양가로 3.3㎡당 3500만원을 책정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주변 시세 상승 분위기를 틈타 400만원 이상 가격을 올렸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239가구의 크지 않은 단지인데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 완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30 가구 모집에 1519명이 몰려 50대 1이 넘는 일반 분양 경쟁률을 기록했다.

◆ ‘비싸도 팔린다’는 자신감에 너도 나도 인상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 가을 예정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일제히 분양가 인상을 계획중이다.

올 가을 분양에 나서는 삼호가든 4차, 서초우성2차 등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3600만원 정도에 분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주공2단지도 일반분양분 분양가를 3.3㎡당 3600만원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114조사 결과 지난 2013년 3.3㎡당 평균 1849만원이던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일반분양가는 지난해 2066만원으로 오른뒤, 올해는 9월 현재 2205만원에 달하고 있다. 2013년 대비 평균 16%가 상승했다.

◆ 주택시장에 ‘독’ 될 수 있는 고분양가

문제는 이런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른 경쟁적인 분양가 인상이 주택시장에 오히려 독일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주변 시세까지 자극해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전세가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부작용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여파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 2~3년뒤 입주물량 폭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올들어 건설사들은 '10년만에 찾아온 기회'라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낸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른 주택가격 변동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이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상승하겠지만, 주택공급량이 늘면서 2~3년 뒤에는 다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 분석 결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후 서울에서 분양가격이 15% 상승하고 주택공급이 25% 증가하면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후 3분기까지 최고 9.38% 오른다. 하지만 곧 상승세가 꺾여 9분기 이후 하락 반전해 11분기에는 8.67%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서울보다 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빨라 분양가 상한제 폐지후 4분기까지 1.87% 가격이 오르다 7분기부터 내림세로 돌아서 12분기에는 2.71%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의 아파트를 경쟁적으로 분양받거나, 심지어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구입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닥터아파트 오윤섭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른 최근의 경쟁적인 분양가 인상이 주택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며 “입주 물량 폭탄이 현실화되면 분양권 거품이 빠지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할 것”이라며 예상했다.

이 때문에 청약 열기가 과열되는 요즘 자신의 재무능력을 고려하지않고 분위기에 편승해 고분양가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 센터장은 “부동산 경기가 가라 앉았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고분양가 아파트 인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청약자들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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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3 00:01:04
    • 수정2015-09-13 15:54:57
    경제
다음달 일반 분양이 예정돼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자이 아파트는 분양가를 3.3㎡당 4000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당초 3500만~36000만원 정도의 분양가를 책정할 예정이었지만, 최근의 아파트 분양 시장 열기에 편승해 분양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만일 3.3㎡당 4000만원의 분양가가 현실화된다면 지난해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두번째 사례가 된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들어 부동산 심리가 크게 개선된 데다, 지난 4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라는 강력한 규제가 해제되면서 너도나도 분양가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다음달 일반분양에 나서는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송파 헬리오시티'(총가구수 9510세대)는 분양을 앞두고 분양가 책정에 고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었던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 인가 당시 일반 분양가를 3.3㎡당 평균 2515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 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자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일반 분양가 인상을 모색 중이다.

현재 시공사(현대산업개발)는 3.3㎡당 2500만원을 제시하고 있지만, 조합은 "2700만~2800만원은 받아야 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사업 주체가 조합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조합측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가락 시영의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시세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락동 일대 새 아파트 시세는 3.3㎡당 2300만~2400만원로 가락 시영의 예상분양가(조합측 요구 기준)보다 3.3㎡당 400만원이나 낮다.

◆ 3.3㎡당 4000만원에 육박한 강남구 아파트

강남구의 분양가는 올들어 4000만원 근방까지 치솟고 있다.

지난달말 1순위 청약을 받은 강남구 대치동 SK뷰는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3.3㎡당 평균 3927만원에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를 3.3㎡당 최고 5000만원, 1차와 2차 평균 분양가를 4046만원에 책정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관리처분 당시 조합에서 일반분양가로 3.3㎡당 3500만원을 책정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주변 시세 상승 분위기를 틈타 400만원 이상 가격을 올렸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239가구의 크지 않은 단지인데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 완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30 가구 모집에 1519명이 몰려 50대 1이 넘는 일반 분양 경쟁률을 기록했다.

◆ ‘비싸도 팔린다’는 자신감에 너도 나도 인상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 가을 예정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일제히 분양가 인상을 계획중이다.

올 가을 분양에 나서는 삼호가든 4차, 서초우성2차 등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3600만원 정도에 분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주공2단지도 일반분양분 분양가를 3.3㎡당 3600만원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114조사 결과 지난 2013년 3.3㎡당 평균 1849만원이던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일반분양가는 지난해 2066만원으로 오른뒤, 올해는 9월 현재 2205만원에 달하고 있다. 2013년 대비 평균 16%가 상승했다.

◆ 주택시장에 ‘독’ 될 수 있는 고분양가

문제는 이런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른 경쟁적인 분양가 인상이 주택시장에 오히려 독일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주변 시세까지 자극해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전세가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부작용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여파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 2~3년뒤 입주물량 폭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올들어 건설사들은 '10년만에 찾아온 기회'라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낸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른 주택가격 변동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이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상승하겠지만, 주택공급량이 늘면서 2~3년 뒤에는 다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 분석 결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후 서울에서 분양가격이 15% 상승하고 주택공급이 25% 증가하면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후 3분기까지 최고 9.38% 오른다. 하지만 곧 상승세가 꺾여 9분기 이후 하락 반전해 11분기에는 8.67%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서울보다 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빨라 분양가 상한제 폐지후 4분기까지 1.87% 가격이 오르다 7분기부터 내림세로 돌아서 12분기에는 2.71%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의 아파트를 경쟁적으로 분양받거나, 심지어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구입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닥터아파트 오윤섭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른 최근의 경쟁적인 분양가 인상이 주택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며 “입주 물량 폭탄이 현실화되면 분양권 거품이 빠지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할 것”이라며 예상했다.

이 때문에 청약 열기가 과열되는 요즘 자신의 재무능력을 고려하지않고 분위기에 편승해 고분양가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 센터장은 “부동산 경기가 가라 앉았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고분양가 아파트 인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청약자들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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