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재소자는 “아파도 못 나갑니다”

입력 2015.09.13 (23:37) 수정 2015.10.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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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문>

1. ‘취재파일K’는 ‘부산교도소가 특정 수용자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될 때까지 외부병원 진료를 허용해주지 않았고, 그 수용자는 출소 8개월만에 사망하여 마치 수용자 사망에 부실한 치료가 원인인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산교도소는 외부병원 진료를 불허한 사실이 없으며, 수용자가 외부 종합병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도록 조치해왔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방송에서는 ‘수용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응급차가 출동해 후송되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외부진료 요청은 거절되었다‘고 보도되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그 수용자는 증세에 따라 외부병원 진료를 정상적으로 받아왔다는 점도 알려드립니다.

2. ‘취재파일K’는 서울구치소 수용자 김모씨 사례를 보도하면서 ‘동료들이 김씨의 외부병원 진료를 요구하며 한 달간 시위를 한 결과, 비로소 외부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내용도 사실이 아니며, 김씨는 입소일로부터 불과 8일만에 본인이 다니던 외부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본인이 원하는 의사로부터 정상 진료를 받아왔다는 점도 알려드립니다.

3. 법무부 교정본부는 몸이 아픈 수용자에 대하여 내부, 외부 진료를 수시로 받도록 하여 치료와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녹취> "(교도소 안에서는) 아예 병원가는 게 하늘에 별 따기랍니다. 안 데리고 간답니다. 어지간해서는 안 데려 간답니다."

<인터뷰> "일반 감기 환자도 아니잖아요. 나라에서 희귀병이라고 지정해 준 사람인데 이렇게 해야만 하나..."

<인터뷰> "좋은 취지로 이게 도입이 됐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정작 꼭 필요하실까 좀 염려되는 분들이 이것을 악용하고 있으니까..."

<오프닝>

일부 정치인이나 재벌가 출신 재소자가 신병 치료를 이유로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벗어나 외부 병원에 머무르는 사례가 종종 알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일반 재소자들은 교도소 밖 병원에서 진료 한 번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는데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거나 숨지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리포트>

부산에 사는 이모 씨는 1년 전 남편을 잃었습니다.

이 씨는 지난 해 1월, 18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를 나서던 남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00(재소자 신00씨 부인) : "(교도소를) 나오실 때는 휠체어 타고 걸음도 못 걷고. 얼굴이 완전히 이(백지) 색깔이에요, 몸 전체가. 안 간 산이 없을 정도로 다니고 산악 자전거 타고 그렇게 건강했었는데.,,"

부산교도소에 수감됐던 이 씨의 남편 신모 씨는 수감된 지 한 달 뒤부터 무릎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50대 중반이던 신씨가 스스로 옷을 갈아입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악화되자 교도소는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허가했습니다.

신씨가 감방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외부 의료기관의 응급차가 출동해 응급실로 후송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인 박 씨는 그 이후에도 자신이 요구한 외부 진료는 모두 거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이00(재소자 신00씨 부인) : "출소하기 6개월 전에 사람이 이제 완전 노랗게 되어서 완전히 쓰러졌던 거에요. 내가 (교도소 측에) 호소를 했었거든. 저렇게 아파하는데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 되지 않느냐고, 죽을 죄 짓지는 않았지 않느냐고. 내가 병원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괜찮다는 거예요. '공황장애'고 나가면 괜찮다는 거예요. 출소할 때 얼마 안남았으니까 나가면 괜찮아요."

공황장애라던 신 씨는 출소 한 달 만에 대학병원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섬유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골수 이식 수술도 했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신 씨는 지난해 55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교도소를 나온 지 여덟 달만이었습니다.

출소하자마자 암 진단을 받을 정도로 나빠진 건강 상태를 교도소에서는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신 씨가 수감됐던 부산교도소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KBS에서 취재 왔는데요. 여기 의료과장님 좀 만나뵈러 왔거든요."

<녹취> 부산교도소 관계자(음성변조) : "(1월이면 한 4,5일경에 사망하셨나요?) 작년 하반기에... (작년 하반기에요?)"

교도소 의료과에서는 신 씨가 수감돼 있을 때 필요한 치료는 했다며, 재소자들이 원하는만큼 외부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부인 이 씨는 이런 교도소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00(재소자 신00씨 부인) : "죄 지은 사람은 당연히 죄값을 받아야하지만은 너무 억울하게 가 놓으니까 마음이 아프죠. 병원에라도 좀 데려갔으면, 차라리 형집행정지 해가지고 00그룹에 000씨 병원에 있는 거 보고 우리 아저씨도 병원에 일찍 와 있었으면은 병이 좀 낫지 않았겠나..."

어렵게 외부 진료를 받게 되더라도 교도소가 지정한 병원으로만 가야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이 강릉교도소에 구속 수감돼 있는 박모 씨는 남편이 수감된 뒤 한달 여 동안 하루 걸러 하루는 교도소로 면회를 갑니다.

10년 이상 지병을 앓아 온 남편 최 씨의 건강은 구속된 이후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최00(재소자) : "화장실도 더 자주 가게 되는 편이고...(하루에 몇 번 가요?) 지금 하루에 8번 정도 가고 (많이 가네. 설사 8번하고 복통 있고?) 복통이 제일 심해요. 4시에, 꼭 오면 4시에 심해."

최 씨가 앓고 있는 병은 희귀성 난치병인 '궤양성 대장염'.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하는 질병입니다.

<인터뷰> 천갑진(강릉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최00 씨 주치의) : "이게 희귀성 난치병에 들어가기 때문에 평생 진료를 해야된다고 봐야죠. 그리고 이 병 자체가 악성 종양. 즉 대장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게 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내시경을 반드시 해야됩니다."

부인 박 씨는 남편의 상태가 악화되자 10년 이상 다녀온 강릉 시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교도소에 요청했습니다.

해당 병원은 교도소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 악화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는 담당 주치의의 소견서도 첨부했습니다.

<인터뷰> 박00(재소자 최00씨 부인 : "(주치의) 소견서를 받아다 드렸더니 바로 이거(교도소측 답변서)를 주시더라구요. 준비해놓은 것처럼 바로 주시더라구요. 이렇게 안된다는 내용이죠. 의료과장은 안되고 다른 분들은 불러주겠다고 해서 밑에 분들이 나와서 대화를 했죠."

최 씨도 자신이 다니던 병원으로 외부 진료를 나갈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거부됐습니다.

<녹취> 최00(재소자) : "무조건 자기네들하고 결연한 □□병원하고 거래가 되니까 ▲▲병원(수감 전 이용 병원)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나가는 날까지는 생각도 하지말라고 그런 식으로 단서 조항을 딱 붙이더라고..."

교도소 측은 교도소와 협약을 맺은 병원에서도 충분히 진료받을 수 있는 질병이고, 원격 화상 진료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최씨에게 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경우 협약병원으로 외부 진료를 갈 수 있도록 허가했었다고 교도소측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씨 가족들은 원격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약을 복용했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서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치료받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00(재소자 최00씨 부인) : "일반 감기 환자도 아니잖아요. 나라에서 희귀병이라고 지정해 준 사람인데 이렇게 해야만 하나..."

교도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교도소 측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에 진료를 받아온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허가해주겠다는 겁니다.

<녹취> 강릉교도소 관계자 : "(방침이) 갑자기 바뀌어진 것은 외부에서 말해가지고 한다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수용자라고 무조건 (외부 진료를) 다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교도소 안에서) 최선을 해보고 그래도 본인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든지 의료 과장님이 판단하셔서 정 그렇다면 이렇게 (외부 진료) 해보자는 그런 과정에 어제 기자님이 오시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작용했을 수 있죠, 사실은..."

재소자에 대한 외부진료를 규정하는 현행 법은 교도소장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법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교도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고 형 집행법에 되어 있습니다.

소장 개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재소자들이 외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노명선(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이 개인의 재량에 의해서 또 개인의 소견에 따라서 달라질 여지는 많죠. 허가 결정 이런 사항에서 필요한 경우라고만 돼 있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요.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재소자의 외부 진료 건수도 외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체 교정시설의 외부 진료 건수는 2000년대 중반 들어 크게 늘면서 지난 2008년에는 3만 7천여 건에 달했다가 1년 만에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후에도 감소 추세가 두드러집니다.

고위 공직자나 기업인 출신 재소가 일부가 외부 진료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외부 진료를 엄격하게 허가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부 진료 허가가 강화된 뒤에도 재력과 권력이 있는 재소자들, 일명 '범털'들이 쉽게 외부 진료를 이용하는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청부살해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길자씨는 2007년부터 무려 6년 넘게 종합병원에서 특실 생활을 했습니다.

유방암과 파킨슨병, 우울증 등 12가지 병을 이유로 5차례 형집행정지를 받았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우울증과 호흡곤란 등을 이유로 1년 여 동안 종합 병원 특실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출소한 지 7개월 만에 아시안게임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 안에서 우울증이 생겼다며 대학병원 의사의 왕진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현아씨의 수감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면서 접근한 법조 브로커가 검찰에 구속돼 다시 한 번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구치소 내에 있는 과장님들이 이분들을 위해서 밖에 내보내게 한다든가 아니면 특별하게 진료를 받게끔 한다든가 혹은 입원을 하게끔 한다든가 이런게 필요하다는 소견을 적어줄 수 있거든요. 그것이 사실은 상당히 영향을 미쳐요."

인권위원회 앞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구치소 안에서 공황장애가 생겼지만 외부 진료 허가를 받지 못한 여성 재소자 김모 씨에게 외부 진료를 허락해 달라며 동료들이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김 씨는 동료들이 집회를 벌이고 한 달 동안 구치소에 외부 진료 요청을 한 뒤에야 다니던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호균(변호사, 전 대한변협 의료인권위원) : "많은 사람들한테 평등의 문제 의식을 제기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꼭 필요하신 분들이 있는데 꼭 필요하신 분들한테 외부 진료 허용이 되지 않거나 필요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그런 분들한테 특혜로 주어지든가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겠죠."

법무부는 외부 진료의 경우, 교정시설의 기관장이 의무관의 판단을 존중해 법에 따라 조치하기 때문에 특혜나 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2013년까지 최근 5년 동안 교정시설 안에서 질병으로 숨진 재소자는 모두 79명.

치러야 할 죗값과는 별개로 해마다 15명 이상이 교도소 안에서 숨지는 상황에서 재소자들이 기본적인 치료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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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재소자는 “아파도 못 나갑니다”
    • 입력 2015-09-13 23:45:16
    • 수정2015-10-12 12:58:05
    취재파일K
<반론보도문>

1. ‘취재파일K’는 ‘부산교도소가 특정 수용자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될 때까지 외부병원 진료를 허용해주지 않았고, 그 수용자는 출소 8개월만에 사망하여 마치 수용자 사망에 부실한 치료가 원인인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산교도소는 외부병원 진료를 불허한 사실이 없으며, 수용자가 외부 종합병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도록 조치해왔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방송에서는 ‘수용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응급차가 출동해 후송되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외부진료 요청은 거절되었다‘고 보도되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그 수용자는 증세에 따라 외부병원 진료를 정상적으로 받아왔다는 점도 알려드립니다.

2. ‘취재파일K’는 서울구치소 수용자 김모씨 사례를 보도하면서 ‘동료들이 김씨의 외부병원 진료를 요구하며 한 달간 시위를 한 결과, 비로소 외부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내용도 사실이 아니며, 김씨는 입소일로부터 불과 8일만에 본인이 다니던 외부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본인이 원하는 의사로부터 정상 진료를 받아왔다는 점도 알려드립니다.

3. 법무부 교정본부는 몸이 아픈 수용자에 대하여 내부, 외부 진료를 수시로 받도록 하여 치료와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녹취> "(교도소 안에서는) 아예 병원가는 게 하늘에 별 따기랍니다. 안 데리고 간답니다. 어지간해서는 안 데려 간답니다."

<인터뷰> "일반 감기 환자도 아니잖아요. 나라에서 희귀병이라고 지정해 준 사람인데 이렇게 해야만 하나..."

<인터뷰> "좋은 취지로 이게 도입이 됐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정작 꼭 필요하실까 좀 염려되는 분들이 이것을 악용하고 있으니까..."

<오프닝>

일부 정치인이나 재벌가 출신 재소자가 신병 치료를 이유로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벗어나 외부 병원에 머무르는 사례가 종종 알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일반 재소자들은 교도소 밖 병원에서 진료 한 번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는데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거나 숨지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리포트>

부산에 사는 이모 씨는 1년 전 남편을 잃었습니다.

이 씨는 지난 해 1월, 18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를 나서던 남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00(재소자 신00씨 부인) : "(교도소를) 나오실 때는 휠체어 타고 걸음도 못 걷고. 얼굴이 완전히 이(백지) 색깔이에요, 몸 전체가. 안 간 산이 없을 정도로 다니고 산악 자전거 타고 그렇게 건강했었는데.,,"

부산교도소에 수감됐던 이 씨의 남편 신모 씨는 수감된 지 한 달 뒤부터 무릎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50대 중반이던 신씨가 스스로 옷을 갈아입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악화되자 교도소는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허가했습니다.

신씨가 감방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외부 의료기관의 응급차가 출동해 응급실로 후송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인 박 씨는 그 이후에도 자신이 요구한 외부 진료는 모두 거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이00(재소자 신00씨 부인) : "출소하기 6개월 전에 사람이 이제 완전 노랗게 되어서 완전히 쓰러졌던 거에요. 내가 (교도소 측에) 호소를 했었거든. 저렇게 아파하는데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 되지 않느냐고, 죽을 죄 짓지는 않았지 않느냐고. 내가 병원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괜찮다는 거예요. '공황장애'고 나가면 괜찮다는 거예요. 출소할 때 얼마 안남았으니까 나가면 괜찮아요."

공황장애라던 신 씨는 출소 한 달 만에 대학병원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섬유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골수 이식 수술도 했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신 씨는 지난해 55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교도소를 나온 지 여덟 달만이었습니다.

출소하자마자 암 진단을 받을 정도로 나빠진 건강 상태를 교도소에서는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신 씨가 수감됐던 부산교도소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KBS에서 취재 왔는데요. 여기 의료과장님 좀 만나뵈러 왔거든요."

<녹취> 부산교도소 관계자(음성변조) : "(1월이면 한 4,5일경에 사망하셨나요?) 작년 하반기에... (작년 하반기에요?)"

교도소 의료과에서는 신 씨가 수감돼 있을 때 필요한 치료는 했다며, 재소자들이 원하는만큼 외부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부인 이 씨는 이런 교도소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00(재소자 신00씨 부인) : "죄 지은 사람은 당연히 죄값을 받아야하지만은 너무 억울하게 가 놓으니까 마음이 아프죠. 병원에라도 좀 데려갔으면, 차라리 형집행정지 해가지고 00그룹에 000씨 병원에 있는 거 보고 우리 아저씨도 병원에 일찍 와 있었으면은 병이 좀 낫지 않았겠나..."

어렵게 외부 진료를 받게 되더라도 교도소가 지정한 병원으로만 가야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이 강릉교도소에 구속 수감돼 있는 박모 씨는 남편이 수감된 뒤 한달 여 동안 하루 걸러 하루는 교도소로 면회를 갑니다.

10년 이상 지병을 앓아 온 남편 최 씨의 건강은 구속된 이후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최00(재소자) : "화장실도 더 자주 가게 되는 편이고...(하루에 몇 번 가요?) 지금 하루에 8번 정도 가고 (많이 가네. 설사 8번하고 복통 있고?) 복통이 제일 심해요. 4시에, 꼭 오면 4시에 심해."

최 씨가 앓고 있는 병은 희귀성 난치병인 '궤양성 대장염'.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하는 질병입니다.

<인터뷰> 천갑진(강릉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최00 씨 주치의) : "이게 희귀성 난치병에 들어가기 때문에 평생 진료를 해야된다고 봐야죠. 그리고 이 병 자체가 악성 종양. 즉 대장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게 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내시경을 반드시 해야됩니다."

부인 박 씨는 남편의 상태가 악화되자 10년 이상 다녀온 강릉 시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교도소에 요청했습니다.

해당 병원은 교도소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 악화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는 담당 주치의의 소견서도 첨부했습니다.

<인터뷰> 박00(재소자 최00씨 부인 : "(주치의) 소견서를 받아다 드렸더니 바로 이거(교도소측 답변서)를 주시더라구요. 준비해놓은 것처럼 바로 주시더라구요. 이렇게 안된다는 내용이죠. 의료과장은 안되고 다른 분들은 불러주겠다고 해서 밑에 분들이 나와서 대화를 했죠."

최 씨도 자신이 다니던 병원으로 외부 진료를 나갈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거부됐습니다.

<녹취> 최00(재소자) : "무조건 자기네들하고 결연한 □□병원하고 거래가 되니까 ▲▲병원(수감 전 이용 병원)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나가는 날까지는 생각도 하지말라고 그런 식으로 단서 조항을 딱 붙이더라고..."

교도소 측은 교도소와 협약을 맺은 병원에서도 충분히 진료받을 수 있는 질병이고, 원격 화상 진료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최씨에게 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경우 협약병원으로 외부 진료를 갈 수 있도록 허가했었다고 교도소측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씨 가족들은 원격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약을 복용했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서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치료받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00(재소자 최00씨 부인) : "일반 감기 환자도 아니잖아요. 나라에서 희귀병이라고 지정해 준 사람인데 이렇게 해야만 하나..."

교도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교도소 측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에 진료를 받아온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허가해주겠다는 겁니다.

<녹취> 강릉교도소 관계자 : "(방침이) 갑자기 바뀌어진 것은 외부에서 말해가지고 한다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수용자라고 무조건 (외부 진료를) 다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교도소 안에서) 최선을 해보고 그래도 본인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든지 의료 과장님이 판단하셔서 정 그렇다면 이렇게 (외부 진료) 해보자는 그런 과정에 어제 기자님이 오시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작용했을 수 있죠, 사실은..."

재소자에 대한 외부진료를 규정하는 현행 법은 교도소장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법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교도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고 형 집행법에 되어 있습니다.

소장 개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재소자들이 외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노명선(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이 개인의 재량에 의해서 또 개인의 소견에 따라서 달라질 여지는 많죠. 허가 결정 이런 사항에서 필요한 경우라고만 돼 있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요.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재소자의 외부 진료 건수도 외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체 교정시설의 외부 진료 건수는 2000년대 중반 들어 크게 늘면서 지난 2008년에는 3만 7천여 건에 달했다가 1년 만에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후에도 감소 추세가 두드러집니다.

고위 공직자나 기업인 출신 재소가 일부가 외부 진료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외부 진료를 엄격하게 허가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부 진료 허가가 강화된 뒤에도 재력과 권력이 있는 재소자들, 일명 '범털'들이 쉽게 외부 진료를 이용하는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청부살해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길자씨는 2007년부터 무려 6년 넘게 종합병원에서 특실 생활을 했습니다.

유방암과 파킨슨병, 우울증 등 12가지 병을 이유로 5차례 형집행정지를 받았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우울증과 호흡곤란 등을 이유로 1년 여 동안 종합 병원 특실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출소한 지 7개월 만에 아시안게임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 안에서 우울증이 생겼다며 대학병원 의사의 왕진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현아씨의 수감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면서 접근한 법조 브로커가 검찰에 구속돼 다시 한 번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구치소 내에 있는 과장님들이 이분들을 위해서 밖에 내보내게 한다든가 아니면 특별하게 진료를 받게끔 한다든가 혹은 입원을 하게끔 한다든가 이런게 필요하다는 소견을 적어줄 수 있거든요. 그것이 사실은 상당히 영향을 미쳐요."

인권위원회 앞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구치소 안에서 공황장애가 생겼지만 외부 진료 허가를 받지 못한 여성 재소자 김모 씨에게 외부 진료를 허락해 달라며 동료들이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김 씨는 동료들이 집회를 벌이고 한 달 동안 구치소에 외부 진료 요청을 한 뒤에야 다니던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호균(변호사, 전 대한변협 의료인권위원) : "많은 사람들한테 평등의 문제 의식을 제기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꼭 필요하신 분들이 있는데 꼭 필요하신 분들한테 외부 진료 허용이 되지 않거나 필요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그런 분들한테 특혜로 주어지든가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겠죠."

법무부는 외부 진료의 경우, 교정시설의 기관장이 의무관의 판단을 존중해 법에 따라 조치하기 때문에 특혜나 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2013년까지 최근 5년 동안 교정시설 안에서 질병으로 숨진 재소자는 모두 79명.

치러야 할 죗값과는 별개로 해마다 15명 이상이 교도소 안에서 숨지는 상황에서 재소자들이 기본적인 치료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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