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 핵·미사일 카드…‘8·25 합의’ 어디로

입력 2015.09.19 (07:49) 수정 2015.09.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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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9월 19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이례적일 정도의 강한 경고 메시지로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는데요.

힘겹게 8.25합의에 도달했던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 분위기입니다.

<이슈&한반도>, 오늘은 미사일과 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북한의 의도와 향후 한반도 정세를 분석했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늦은 밤, 북한의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짧은 기사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언제든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우주개발국장의 발언 내용입니다.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이어 다음 날, 이번엔 원자력연구원장을 내세워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

공식 기구의 성명이 아닌 실무 책임자들의 발언 형식을 빌려 비록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북한이 언제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입니다.

지난 6일 촬영된 북한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위성사진입니다. 사진 위쪽의 대형 수직 발사대가 60미터 이상으로 증축된 사실이 확인됩니다.

3년 전 은하 3호 발사 당시 50미터였던 발사대의 높이가 10미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발사대가 커진 만큼 미사일의 사거리도 더 길어질 거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이창진(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 "아마 6,000KM 이상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 그렇다고 하면 이제 미국 서해안까지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봅니다. 발사를 한다면 그것은 정지궤도를 올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발사체의 기술을 평가하고 시험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거죠."

과거엔 없던 로켓 연료제와 산화제 저장시설 두 곳이 새로 건설되고, 엔진 시험장 근처에서 발사체 엔진 실험을 한 흔적도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이창진(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 "수직으로 연소시험을 하는 그런 시험 장치입니다. 그래서 화염이 이렇게 나가고요. 화염이 나가면 뜨겁기 때문에 나무가 탄 흔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수직방향으로 엔진을 시험했다는 얘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면 그건 곧바로 발사체에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보여지고 있고요."

아직 발사가 임박한 징후는 없지만, 언제든 일정 기간의 준비를 거쳐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것입니다.

이번엔 영변 핵 시설 단지의 위성사진입니다.

2년 전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5메가와트 원자로 주변에 대형 트럭들이 보입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 들어선 건물의 부지 면적도 최근 1년 간 2배로 확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뒤 군 당국은 이지스함을 투입하고 한미 연합 감시 자산을 증강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 달 전,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최소 1주일 전에 징후 파악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다시 미사일과 핵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두고 무엇보다 북한의 대내외 정치일정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2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 달 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그리고 다음 달 16일 한미정상회담과 남북 관계를 감안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든 데는 무엇보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집권 5년차, 마땅히 내세울 업적이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선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자신의 치적을 과시할 상징적인 이벤트가 필요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 창건 70주년은 매우 의미가 있어요, 김정은에게. 집권 이후 소위 말하면 꺾어지는 해, 5년 내지 10년 단위의 최초의 행사고요. 또 북한 발전의 70년을 보여줘야 되는 부담감이 있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경제도 어렵고 권력기반도 불안정한, 또 대외관계도 어려운 김정은이 사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드는 거고요."

북한은 과거에도 주요 정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미사일 발사 카드를 이용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2009년 4월 5일) :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국가우주개발전망 계획에 따라 운반 로케트 '은하 2호'로 공동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하였다."

2009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은하 2호’를 발사한 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꼭 열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 뒤엔 김일성의 100주년 생일을 이틀 앞두고 은하 3호를 쏘아 올립니다.

같은 해 12월 쏘아 올린 두 번째 은하 3호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1주기를 닷새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적 관심을 고조시킨 뒤 유엔 등의 대북 제재가 나오면 추가 핵실험으로 대응하는 도발 패턴을 반복해 온 점도 주목됩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국제 사회의 압박이 있지만 이것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명분 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만약 이것을 가지고 국제 사회가 제재를 한다면 뭐 당연히 4차 핵실험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공카드를 가져오고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서 자신들의 존립을 강화하는 아주 북한 체제의 독특한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한층 공고해진 한중간의 밀착도 부담이 됐을 거란 분석입니다.

오는 25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다음달 16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은 미중 양국으로부터의 푸대접을 극복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강공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경과 워싱턴을 동시에 겨냥한 미사일과 핵실험을 예고함으로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고 대중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적극적인 외교 강공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도발 카드를 꺼내들자 미국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하루 동안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관리가 총출동해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북한의 핵 개발 종식을 위해서는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이 필요하다며 고강도의 대북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녹취> 존 케리(미국 국무장관) : "북한에 대해서는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북한 경제는 이미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전례 없는 직설 화법으로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선 점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녹취> 홍레이(중국 외교부 대변인) :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가 있지만, 이 권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의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관국(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함으로써 한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이제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어떤 행위도 반대한다는 입장까지 밝힌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그런 의미에서 국제 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이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데 동참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지만, 실제 도발 여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우선은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입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 : “거기에 대해서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적절하게, 단호하게 대응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입장이 확고하게 드러났다고 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나선 지난 15일.

남북은 적십자접촉 합의에 따라 예정대로 이산가족 생사 확인 의뢰서를 교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측이 넘긴 이산가족 200명의 남쪽 가족 찾기 작업도 본격화됐습니다.

이어 14명으로 구성된 시설 점검단이 금강산을 찾아 면회소와 호텔 등 상봉 시설을 점검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경우 남북이 지난달 8.25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이른바 ‘비정상적 사태’의 적용 여부입니다.

남북관계를 힘겹게 대화국면으로 돌려놓은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해 8.25합의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우리 입장에서는 이 인공위성이 핵 개발을 위한 하나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고 판단을 하는 만큼 남북이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인공위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것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 있느냐라는 정치 딜레마에 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3주 앞두고 또 다시 도발 카드를 깨내 든 북한.

이에 맞서 전례 없이 강력해진 국제사회의 압박과 경고.

남북 대화 국면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갈지, 또다시 고립의 길로 들어설지, 북한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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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9 08:12:11
    • 수정2015-09-19 08:42:00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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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9월 19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이례적일 정도의 강한 경고 메시지로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는데요.

힘겹게 8.25합의에 도달했던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 분위기입니다.

<이슈&한반도>, 오늘은 미사일과 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북한의 의도와 향후 한반도 정세를 분석했습니다.

송지현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늦은 밤, 북한의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짧은 기사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언제든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우주개발국장의 발언 내용입니다.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이어 다음 날, 이번엔 원자력연구원장을 내세워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

공식 기구의 성명이 아닌 실무 책임자들의 발언 형식을 빌려 비록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북한이 언제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입니다.

지난 6일 촬영된 북한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위성사진입니다. 사진 위쪽의 대형 수직 발사대가 60미터 이상으로 증축된 사실이 확인됩니다.

3년 전 은하 3호 발사 당시 50미터였던 발사대의 높이가 10미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발사대가 커진 만큼 미사일의 사거리도 더 길어질 거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이창진(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 "아마 6,000KM 이상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 그렇다고 하면 이제 미국 서해안까지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봅니다. 발사를 한다면 그것은 정지궤도를 올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발사체의 기술을 평가하고 시험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거죠."

과거엔 없던 로켓 연료제와 산화제 저장시설 두 곳이 새로 건설되고, 엔진 시험장 근처에서 발사체 엔진 실험을 한 흔적도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이창진(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 "수직으로 연소시험을 하는 그런 시험 장치입니다. 그래서 화염이 이렇게 나가고요. 화염이 나가면 뜨겁기 때문에 나무가 탄 흔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수직방향으로 엔진을 시험했다는 얘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면 그건 곧바로 발사체에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보여지고 있고요."

아직 발사가 임박한 징후는 없지만, 언제든 일정 기간의 준비를 거쳐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것입니다.

이번엔 영변 핵 시설 단지의 위성사진입니다.

2년 전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5메가와트 원자로 주변에 대형 트럭들이 보입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 들어선 건물의 부지 면적도 최근 1년 간 2배로 확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뒤 군 당국은 이지스함을 투입하고 한미 연합 감시 자산을 증강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 달 전,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최소 1주일 전에 징후 파악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다시 미사일과 핵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두고 무엇보다 북한의 대내외 정치일정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2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 달 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그리고 다음 달 16일 한미정상회담과 남북 관계를 감안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든 데는 무엇보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집권 5년차, 마땅히 내세울 업적이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선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자신의 치적을 과시할 상징적인 이벤트가 필요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 창건 70주년은 매우 의미가 있어요, 김정은에게. 집권 이후 소위 말하면 꺾어지는 해, 5년 내지 10년 단위의 최초의 행사고요. 또 북한 발전의 70년을 보여줘야 되는 부담감이 있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경제도 어렵고 권력기반도 불안정한, 또 대외관계도 어려운 김정은이 사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드는 거고요."

북한은 과거에도 주요 정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미사일 발사 카드를 이용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2009년 4월 5일) :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국가우주개발전망 계획에 따라 운반 로케트 '은하 2호'로 공동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하였다."

2009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은하 2호’를 발사한 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꼭 열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 뒤엔 김일성의 100주년 생일을 이틀 앞두고 은하 3호를 쏘아 올립니다.

같은 해 12월 쏘아 올린 두 번째 은하 3호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1주기를 닷새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적 관심을 고조시킨 뒤 유엔 등의 대북 제재가 나오면 추가 핵실험으로 대응하는 도발 패턴을 반복해 온 점도 주목됩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국제 사회의 압박이 있지만 이것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명분 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만약 이것을 가지고 국제 사회가 제재를 한다면 뭐 당연히 4차 핵실험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공카드를 가져오고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서 자신들의 존립을 강화하는 아주 북한 체제의 독특한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한층 공고해진 한중간의 밀착도 부담이 됐을 거란 분석입니다.

오는 25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다음달 16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은 미중 양국으로부터의 푸대접을 극복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강공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경과 워싱턴을 동시에 겨냥한 미사일과 핵실험을 예고함으로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고 대중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적극적인 외교 강공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도발 카드를 꺼내들자 미국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하루 동안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관리가 총출동해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북한의 핵 개발 종식을 위해서는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이 필요하다며 고강도의 대북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녹취> 존 케리(미국 국무장관) : "북한에 대해서는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북한 경제는 이미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전례 없는 직설 화법으로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선 점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녹취> 홍레이(중국 외교부 대변인) :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가 있지만, 이 권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의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관국(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함으로써 한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인터뷰>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이제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어떤 행위도 반대한다는 입장까지 밝힌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그런 의미에서 국제 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이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데 동참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지만, 실제 도발 여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우선은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입니다.

<녹취> 정준희(통일부 대변인) : “거기에 대해서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적절하게, 단호하게 대응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입장이 확고하게 드러났다고 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나선 지난 15일.

남북은 적십자접촉 합의에 따라 예정대로 이산가족 생사 확인 의뢰서를 교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측이 넘긴 이산가족 200명의 남쪽 가족 찾기 작업도 본격화됐습니다.

이어 14명으로 구성된 시설 점검단이 금강산을 찾아 면회소와 호텔 등 상봉 시설을 점검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경우 남북이 지난달 8.25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이른바 ‘비정상적 사태’의 적용 여부입니다.

남북관계를 힘겹게 대화국면으로 돌려놓은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해 8.25합의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우리 입장에서는 이 인공위성이 핵 개발을 위한 하나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고 판단을 하는 만큼 남북이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인공위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것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 있느냐라는 정치 딜레마에 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3주 앞두고 또 다시 도발 카드를 깨내 든 북한.

이에 맞서 전례 없이 강력해진 국제사회의 압박과 경고.

남북 대화 국면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갈지, 또다시 고립의 길로 들어설지, 북한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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