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이 문제 꼭 나온다” 어느 교사의 비뚤어진 제자 사랑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들에게만 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준 고등학교 교사를 학교가 해임처분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6월26일 전남 목포의 한 고등학교 수학 수업시간.

교사 김모 씨는 자신이 담당하는 반 학생들이 1학기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좋지 않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교사로서는 해서는 안 될 비위를 저지르고 만다.

김 교사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EBS 수능특강 교재 중 30~40페이지에서 시험 문제가 나올 거라고 미리 알려준다.

같은 해 7월3일 고3 1학기 기말고사가 실시됐고 수학시험 총 문항 24개 중 9개 문항이 동일하게, 5개 문항은 변형돼 출제됐다.

이에 다른 반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냈고 고 3학생 전체는 나흘 뒤인 7일 재시험을 치렀다.

김 교사의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학교 측은 같은 해 10월 김 교사를 해임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김 교사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교권탄압이라며 교문 앞에서 학교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한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김 교사는 재판과정에서 “잘못의 정도가 무겁다고 할 수 없고 고의의 정도가 약한 우발적인 행위"라며 "학교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해임은 너무 무거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조한창)는 “김 교사의 해임이 정당하다”며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청소년을 지도하는 교사에게는 다른 일반 직업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데, 김 교사는 이 의무를 저버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고3 자연계 학생들에게 1학기 기말고사 수학성적은 대학 진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시험출제 교사로서는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고도의 주의·성실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 교사가 이런 의무를 저버리고 비위를 저지름으로써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들이 다른 반 학생들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서 시험을 치렀다"며 "김 교사의 비위가 없었더라면 얻기 어려운 점수를 얻어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교사들과 비교해 징계가 너무 무겁다는 김 교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위의 행태와 정도 및 결과, 고의 또는 과실의 경중, 뉘우치는 정도가 이 사건과 다르다"며 "형평이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