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소셜커머스 ‘가격할인의 비밀’

입력 2015.09.20 (23:22) 수정 2015.09.2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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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할인한다면 손이 한 번 더 가기는 하죠. 안 살 것도 한 개 더 사게 되고"

<녹취> "정상가로 샀는데 세일로 산 것처럼 해서 다 속아서 산 거죠."

<녹취> "기만적인 방법을 통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거든요."

<오프닝>

상점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가지각색의 할인 광고가 즐비합니다.

이제는 '할인 상품'이 아닌 일반 상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인데요.

하지만, 권장소비자가격이 예전처럼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정가보다 대체 얼마나 할인이 된 건지 소비자들은 알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를 틈타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가격할인 꼼수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유통업계에 만연한 왜곡된 할인 마케팅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6살 박모씨는 지난달 평소 자주 장을 보던 대형마트에 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감자칩이 놓인 매대에 할인 행사상품을 의미하는 노란 가격표와 일반상품을 뜻하는 흰 가격표가 함께 붙어 있었는데 두 가격표에 적힌 가격이 똑같았습니다.

<녹취> 박모씨(대형마트 고객) : "설마 그렇겠어? 하고 반신반의하고 봤는데 진짜 그러니까 화가 나는 거죠. 오늘 주말이라서 세일한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가격은 세일 가격이 아니라 원래 정가대로 팔고 있는건데 태그만 바꾼거니까."

박씨가 샀던 감자칩의 주말 행사가격은 천6백 원.

하지만, 가격을 확인해보니 해당 제품은 주말뿐만 아니라 2주 내내 천6백 원이었습니다.

이런 상품이 더 있는지 마트를 찾아가 확인해봤습니다.

'행사 상품'이라며 눈에 띄는 노란색 가격표가 붙은 이 데리야키 소스의 가격표를 들추자 뒷편에 겹쳐있던 일반 가격표가 보입니다.

특가와 일반 상품이 3천3백80원으로 가격이 같습니다.

간장 역시 4천백50원의 행사 가격 뒤에 가려진 일반 가격이 4천백50원으로 동일합니다.

<녹취> 대형 마트 점원(음성변조) : "행사상품이라고 이렇게 들어갔는데..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네.."

가격은 그대로 두고 '행사상품'이라고 표시만 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마트 측은 점원들이 잘못된 가격표를 뽑아서 함께 게시하는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상한 '가격 할인'은 다른 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수용 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견과류를 고르다가 가격표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씨가 찍은 사진입니다.

일주일 전에 30% 할인된 3천 5백원으로 팔던 견과류 상품인데, 일주일 뒤에 보니 가격은 고작 10원 내려갔는데 할인율은 50%로 껑충 뛰었습니다.

<녹취> 이수용(대형마트 고객) : "반값이다 하고 혹하면서 사는 경우가 있잖아요. 아마 그거를 노리고 가격은 10원밖에 할인을 안한거죠 실제로는. 그렇게 장난질하니까 기분이 나빴죠."

이 씨는 달라진 할인율에 대해 마트에 항의했지만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황당한 답변 뿐이었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나쁜 뜻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니니까 너무 오해하지 마십시오."

소비자들은 '할인'이나 '행사'같은 광고가 있으면 일단 손이 먼저 나가기 마련입니다.

<인터뷰> 박정자(대형마트 고객) : "세일상품이 덜 좋다는 그런 생각은 하면서도 할인한다고 그러면 가보게 되고. 또 가서 보면 한 두개는 사게되고 그래요."

<인터뷰> 이을호(대형마트 고객) : "지금 아니면 언제까지 세일을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지금 사놔야지. 나중에 되면 안 할 수도 있으니까 그 품목이."

정가와 할인율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취재진은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제품들의 가격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PC와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격추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국내 3대 대형마트에서 파는 생필품의 가격을 추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상품의 가격을 하루 단위로 불러들여 데이터베이스에 자동 저장하는 방식으로 판매가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줍니다.

매대마다 '행사상품'과 '할인상품'이라는 광고판이 빽빽한 한 대형마트 매장.

30% 할인됐다고 광고하는 한 과즙음료의 가격 이력을 조회해 봤습니다.

할인 제품이라는 설명과는 다르게 이 제품이 처음 팔리기 시작한 올해 2월부터 가격이 8천9백50원으로 동일합니다.

최근 6개월간 한 번도 할인된 적이 없는 겁니다.

바로 옆에서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에너지 드링크 역시 올해초부터 가격은 천8백80원으로 같았습니다.

어린이용 음료, 세제, 인스턴트 커피까지 최소 6개월간 상품을 판매했던 가격에서 할인된 적이 없는 제품들이었습니다.

반값에 팔고 있다고 광고하는 이 4천4백50원짜리 미용 티슈는 가격을 조회해 보니 일 주일 전 한차례 이뤄졌던 세일기간에 비해 가격이 오히려 올랐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가격이 얼마인지를 표시를 해두고 '기간이 얼마나 된다' 표시를 해서 최대한 알려드리려는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이 모기퇴치 제품은 30%할인된 가격에 판다고 표시됐지만 원래 할인된 가격으로 팔다가 가격을 단 하루 끌어올리고 다시 내리는 꼼수를 썼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바이어가 균일가 행사했던 것을 착각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원래) 할인했던 것을 모르고 행사를 걸었네요."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할인을 표시할 때 종전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도록 정해놓았습니다.

종전거래가격이란 과거 20일간 판매했던 가격입니다.

종전거래가격이나 시장에서 통용되는 시가보다 가격을 내리지 않았으면서 할인이라고 표시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녹취> 오행록(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 : "사업자들이 할인행사를 한다고 광고를 하면서 실제로 종전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거나 할인율을 속이는 경우에 부당광공게 해당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할인율을 표기할 때는 할인행사 전에 상당한 기간 동안 실제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표시를 해야 하고요."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주는 '원 플러스 원' 방식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부 박모씨는 대형마트에서 샴푸를 고르다가 분통을 터뜨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눈여겨봤던 샴푸가 한 개에 6천9백원이었는데 일주일 뒤 원 플러스 원 행사라면서 샴푸 2개를 1만3천9백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낱개를 2개 사는 것보다 가격을 더 비싸게 받으면서 '행사상품'으로 홍보하고 있었던 겁니다.

<녹취> 박모씨 : "제가 얘기를 했었어요. 매장에서 죄송하다고 그런식으로 연락이 왔었는데.(그걸 잘못 표시했다고요?) 네 그랬다는데 더이상 뭐라고 하겠어요."

유통업계에서 가장 급성장 하고 있는 시장은 바로 소셜커머스 입니다.

지난 2010년 5백억 규모에서 지난해 4조8천억원 무려 100배 가까이 성장했는데요.

이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파격적인 가격할인 마케팅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소셜커머스 할인율을 제대로 조사한 적은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국내 3대 소셜커머스를 대상으로 할인율을 분석해봤습니다.

이 소셜커머스에서는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프라이팬'를 정가 1만5천9백원보다 13%할인된 1만3천9백원에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추적해보니 보름전 가격인 1만9백원 보다 오히려 27%나 올랐습니다.

12만8천원짜리를 73%할인해서 판매한다는 이 마사지기는 처음 판매할때부터 3만4천8백원이었고 현재 어디 마켓에서도 4만원대 이상으로 팔리고 있지 않습니다.

<녹취> 가격추적기 개발자 : "1만2천6백개가 판매가 됐네요. 이렇게 현혹을 했는데 가격을 보니까 한달 전 이상부터 3만4천8백원이라는거죠. 지금 판매하는 가격이랑 똑같다라는거에요. 과연 과거에 12만 8천원의 기준이 되는 가격은 어디서 나온걸까라는 의문이 들거든요."

<녹취> 소셜커머스 관계자(음성변조) : "최초 (판매를) 진행할 때는 시가가 12만8천원이 맞았고요. 저희가 사실 (상품) 수십만개가 다른 채널 들에서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가격을 다 반영하기엔 조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최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명절 선물과 추석 기획 상품들은 어떨까요?

정가 6만원에서 반값으로 내렸다는 이 다기 세트는 알고보니 보름 전 가격보다 82%나 가격이 뛰었습니다.

한 주물냄비는 정가인 36만8천원의 반값도 안하는 15만9천원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20일 전보다는 가격이 27% 비싸졌습니다.

할인 광고표시를 중복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석기획상품인 이 수저선물세트는 제품의 상단에 한정수량 50% 할인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가장 싼 옵션의 상품에 대해 3일동안 50% 할인행사를 진행한 뒤 할인이 끝났는데도 계속 50% 할인이라고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소셜커머스 관계자(음성변조) : "50%할인했던거는 옛날 문구인데.. 저희가 검토를 해서 빼고 있기는 하거든요? 그부분이 조금 신속하게 이루지지지 않았던 것 같고.."

소비자의 혼동을 유도하는 교묘한 장치들도 눈에 띕니다.

이 전기오븐의 경우 위쪽에는 33리터와 48리터 제품이 4만9천원 인것처럼 적혀있지만 실제로 해당 규격의 제품은 19만8천원과 24만 9천원 입니다.

이 수납합 세트의 경우 2개가 만5천4백원으로 표시됐지만 구매하려고 선택하면 가격이 2만7천9백원으로 올라갑니다.

옵션이 다른 여러 상품 가운데 가장 싼 가격을 걸어놓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한 다음 실제 구매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가격이 달라지게 해놓은 겁니다.

<녹취> 소셜커머스 관계자(음성변조) : "오인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서 저희 내부 정책에 위반되는 것 같습니다. 법적인 처벌 여지는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왜냐면 상품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이같은 행태는 지난 2013년 공정위가 제정한 '소셜커머스 소비자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행위이지만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김인숙(한국소비자원 수석연구원) :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이 50%할인이랬는데 안에 실제 들어가면 50%는 딱 하나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다 10%할인 밖에 안돼. 그런 경우는 기만적인 방법을 통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거든요."

지난 2010년, 제조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권장소비자 가격 제도가 폐지되고 유통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제조업체가 가격을 높게 책정해 할인폭을 크게 보이게 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1년 만에 권장소비자가격이 재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재도입된 권장소비자가격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인터뷰> 백진주(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워치) : "(할인의) 기준치가 없는거죠. 내가 현명하게 합리적인 구매를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판단할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빨리 시정이 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할인가격'이 '정상가격'을 대신하고 있는 이른바 '할인 전성시대'

소비자들이 보다 정확한 가격 정보와 할인율을 알 수 있는 실효성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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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소셜커머스 ‘가격할인의 비밀’
    • 입력 2015-09-20 23:05:51
    • 수정2015-09-21 06:16:08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할인한다면 손이 한 번 더 가기는 하죠. 안 살 것도 한 개 더 사게 되고"

<녹취> "정상가로 샀는데 세일로 산 것처럼 해서 다 속아서 산 거죠."

<녹취> "기만적인 방법을 통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거든요."

<오프닝>

상점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가지각색의 할인 광고가 즐비합니다.

이제는 '할인 상품'이 아닌 일반 상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인데요.

하지만, 권장소비자가격이 예전처럼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정가보다 대체 얼마나 할인이 된 건지 소비자들은 알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를 틈타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가격할인 꼼수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유통업계에 만연한 왜곡된 할인 마케팅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6살 박모씨는 지난달 평소 자주 장을 보던 대형마트에 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감자칩이 놓인 매대에 할인 행사상품을 의미하는 노란 가격표와 일반상품을 뜻하는 흰 가격표가 함께 붙어 있었는데 두 가격표에 적힌 가격이 똑같았습니다.

<녹취> 박모씨(대형마트 고객) : "설마 그렇겠어? 하고 반신반의하고 봤는데 진짜 그러니까 화가 나는 거죠. 오늘 주말이라서 세일한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가격은 세일 가격이 아니라 원래 정가대로 팔고 있는건데 태그만 바꾼거니까."

박씨가 샀던 감자칩의 주말 행사가격은 천6백 원.

하지만, 가격을 확인해보니 해당 제품은 주말뿐만 아니라 2주 내내 천6백 원이었습니다.

이런 상품이 더 있는지 마트를 찾아가 확인해봤습니다.

'행사 상품'이라며 눈에 띄는 노란색 가격표가 붙은 이 데리야키 소스의 가격표를 들추자 뒷편에 겹쳐있던 일반 가격표가 보입니다.

특가와 일반 상품이 3천3백80원으로 가격이 같습니다.

간장 역시 4천백50원의 행사 가격 뒤에 가려진 일반 가격이 4천백50원으로 동일합니다.

<녹취> 대형 마트 점원(음성변조) : "행사상품이라고 이렇게 들어갔는데..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네.."

가격은 그대로 두고 '행사상품'이라고 표시만 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마트 측은 점원들이 잘못된 가격표를 뽑아서 함께 게시하는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상한 '가격 할인'은 다른 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수용 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견과류를 고르다가 가격표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씨가 찍은 사진입니다.

일주일 전에 30% 할인된 3천 5백원으로 팔던 견과류 상품인데, 일주일 뒤에 보니 가격은 고작 10원 내려갔는데 할인율은 50%로 껑충 뛰었습니다.

<녹취> 이수용(대형마트 고객) : "반값이다 하고 혹하면서 사는 경우가 있잖아요. 아마 그거를 노리고 가격은 10원밖에 할인을 안한거죠 실제로는. 그렇게 장난질하니까 기분이 나빴죠."

이 씨는 달라진 할인율에 대해 마트에 항의했지만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황당한 답변 뿐이었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나쁜 뜻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니니까 너무 오해하지 마십시오."

소비자들은 '할인'이나 '행사'같은 광고가 있으면 일단 손이 먼저 나가기 마련입니다.

<인터뷰> 박정자(대형마트 고객) : "세일상품이 덜 좋다는 그런 생각은 하면서도 할인한다고 그러면 가보게 되고. 또 가서 보면 한 두개는 사게되고 그래요."

<인터뷰> 이을호(대형마트 고객) : "지금 아니면 언제까지 세일을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지금 사놔야지. 나중에 되면 안 할 수도 있으니까 그 품목이."

정가와 할인율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취재진은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제품들의 가격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PC와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격추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국내 3대 대형마트에서 파는 생필품의 가격을 추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상품의 가격을 하루 단위로 불러들여 데이터베이스에 자동 저장하는 방식으로 판매가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줍니다.

매대마다 '행사상품'과 '할인상품'이라는 광고판이 빽빽한 한 대형마트 매장.

30% 할인됐다고 광고하는 한 과즙음료의 가격 이력을 조회해 봤습니다.

할인 제품이라는 설명과는 다르게 이 제품이 처음 팔리기 시작한 올해 2월부터 가격이 8천9백50원으로 동일합니다.

최근 6개월간 한 번도 할인된 적이 없는 겁니다.

바로 옆에서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에너지 드링크 역시 올해초부터 가격은 천8백80원으로 같았습니다.

어린이용 음료, 세제, 인스턴트 커피까지 최소 6개월간 상품을 판매했던 가격에서 할인된 적이 없는 제품들이었습니다.

반값에 팔고 있다고 광고하는 이 4천4백50원짜리 미용 티슈는 가격을 조회해 보니 일 주일 전 한차례 이뤄졌던 세일기간에 비해 가격이 오히려 올랐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가격이 얼마인지를 표시를 해두고 '기간이 얼마나 된다' 표시를 해서 최대한 알려드리려는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이 모기퇴치 제품은 30%할인된 가격에 판다고 표시됐지만 원래 할인된 가격으로 팔다가 가격을 단 하루 끌어올리고 다시 내리는 꼼수를 썼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바이어가 균일가 행사했던 것을 착각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원래) 할인했던 것을 모르고 행사를 걸었네요."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할인을 표시할 때 종전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도록 정해놓았습니다.

종전거래가격이란 과거 20일간 판매했던 가격입니다.

종전거래가격이나 시장에서 통용되는 시가보다 가격을 내리지 않았으면서 할인이라고 표시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녹취> 오행록(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 : "사업자들이 할인행사를 한다고 광고를 하면서 실제로 종전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거나 할인율을 속이는 경우에 부당광공게 해당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할인율을 표기할 때는 할인행사 전에 상당한 기간 동안 실제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표시를 해야 하고요."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주는 '원 플러스 원' 방식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부 박모씨는 대형마트에서 샴푸를 고르다가 분통을 터뜨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눈여겨봤던 샴푸가 한 개에 6천9백원이었는데 일주일 뒤 원 플러스 원 행사라면서 샴푸 2개를 1만3천9백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낱개를 2개 사는 것보다 가격을 더 비싸게 받으면서 '행사상품'으로 홍보하고 있었던 겁니다.

<녹취> 박모씨 : "제가 얘기를 했었어요. 매장에서 죄송하다고 그런식으로 연락이 왔었는데.(그걸 잘못 표시했다고요?) 네 그랬다는데 더이상 뭐라고 하겠어요."

유통업계에서 가장 급성장 하고 있는 시장은 바로 소셜커머스 입니다.

지난 2010년 5백억 규모에서 지난해 4조8천억원 무려 100배 가까이 성장했는데요.

이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파격적인 가격할인 마케팅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소셜커머스 할인율을 제대로 조사한 적은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국내 3대 소셜커머스를 대상으로 할인율을 분석해봤습니다.

이 소셜커머스에서는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프라이팬'를 정가 1만5천9백원보다 13%할인된 1만3천9백원에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추적해보니 보름전 가격인 1만9백원 보다 오히려 27%나 올랐습니다.

12만8천원짜리를 73%할인해서 판매한다는 이 마사지기는 처음 판매할때부터 3만4천8백원이었고 현재 어디 마켓에서도 4만원대 이상으로 팔리고 있지 않습니다.

<녹취> 가격추적기 개발자 : "1만2천6백개가 판매가 됐네요. 이렇게 현혹을 했는데 가격을 보니까 한달 전 이상부터 3만4천8백원이라는거죠. 지금 판매하는 가격이랑 똑같다라는거에요. 과연 과거에 12만 8천원의 기준이 되는 가격은 어디서 나온걸까라는 의문이 들거든요."

<녹취> 소셜커머스 관계자(음성변조) : "최초 (판매를) 진행할 때는 시가가 12만8천원이 맞았고요. 저희가 사실 (상품) 수십만개가 다른 채널 들에서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가격을 다 반영하기엔 조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최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명절 선물과 추석 기획 상품들은 어떨까요?

정가 6만원에서 반값으로 내렸다는 이 다기 세트는 알고보니 보름 전 가격보다 82%나 가격이 뛰었습니다.

한 주물냄비는 정가인 36만8천원의 반값도 안하는 15만9천원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20일 전보다는 가격이 27% 비싸졌습니다.

할인 광고표시를 중복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석기획상품인 이 수저선물세트는 제품의 상단에 한정수량 50% 할인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가장 싼 옵션의 상품에 대해 3일동안 50% 할인행사를 진행한 뒤 할인이 끝났는데도 계속 50% 할인이라고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소셜커머스 관계자(음성변조) : "50%할인했던거는 옛날 문구인데.. 저희가 검토를 해서 빼고 있기는 하거든요? 그부분이 조금 신속하게 이루지지지 않았던 것 같고.."

소비자의 혼동을 유도하는 교묘한 장치들도 눈에 띕니다.

이 전기오븐의 경우 위쪽에는 33리터와 48리터 제품이 4만9천원 인것처럼 적혀있지만 실제로 해당 규격의 제품은 19만8천원과 24만 9천원 입니다.

이 수납합 세트의 경우 2개가 만5천4백원으로 표시됐지만 구매하려고 선택하면 가격이 2만7천9백원으로 올라갑니다.

옵션이 다른 여러 상품 가운데 가장 싼 가격을 걸어놓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한 다음 실제 구매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가격이 달라지게 해놓은 겁니다.

<녹취> 소셜커머스 관계자(음성변조) : "오인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서 저희 내부 정책에 위반되는 것 같습니다. 법적인 처벌 여지는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왜냐면 상품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이같은 행태는 지난 2013년 공정위가 제정한 '소셜커머스 소비자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행위이지만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김인숙(한국소비자원 수석연구원) :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이 50%할인이랬는데 안에 실제 들어가면 50%는 딱 하나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다 10%할인 밖에 안돼. 그런 경우는 기만적인 방법을 통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거든요."

지난 2010년, 제조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권장소비자 가격 제도가 폐지되고 유통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제조업체가 가격을 높게 책정해 할인폭을 크게 보이게 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1년 만에 권장소비자가격이 재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재도입된 권장소비자가격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인터뷰> 백진주(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워치) : "(할인의) 기준치가 없는거죠. 내가 현명하게 합리적인 구매를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판단할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빨리 시정이 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할인가격'이 '정상가격'을 대신하고 있는 이른바 '할인 전성시대'

소비자들이 보다 정확한 가격 정보와 할인율을 알 수 있는 실효성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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