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김일곤 “다른 사람 죽이려 여성 납치했다”

입력 2015.09.21 (08:31) 수정 2015.09.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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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형마트에서 30대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한 일명 트렁크 시신 사건.

공개수사 나흘만인 지난 17일 피의자 김일곤이 검거됐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김일곤의 소지품에서 2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가 나왔는데요.

피해 여성은 이들 중 한명에게 복수를 하려던 과정에서 어이없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김일곤의 범행 이유와 도피 행적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동물병원.

이른 아침, 낯선 남자가 들어섭니다.

공개수배 중이던 김일곤입니다.

<녹취> 동물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8시 반에 청소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여기 왔대요."

처음엔 병원 문을 연 뒤 다시 오라며 손님을 돌려보냈습니다.

9시가 지났을 무렵. 김일곤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동물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개를 안락사를 시키고 싶다고 했는데 개가 크다는 거예요. 데리고 올 수 없다는 거예요. 안락사는 여기서 안 되는데 약을 드리면 더더욱 안되죠. 그랬더니 갔어요."

다시 김일곤을 돌려보낸 직원들.

그런데, 1시간쯤 뒤 김일곤이 병원에 또 나타나, 다시 한 번 안락사 약을 요구합니다.

이번에도 거절당하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녹취> 동물병원 관계자 : "(진료실로) 들어간 지 1분도 안 돼서 칼을 들고 '이리 와, 다 모여, 서!' 이렇게 된 거예요."

다행히, 동물병원 뒷문을 이용해 도망친 병원 직원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직원들은 이 남자가 살인혐의로 수배중인 김일곤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김일곤 검거 당시 영상입니다.

화단 앞에서 경찰 두 명과 김일곤이 격투를 벌입니다.

흉기까지 꺼내 들고 격렬히 저항하는 김일곤. 시민들까지 합세해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주재진(경위/서울 성동경찰서 성수 지구대) : "(신분증을) 순순히 보여 주지는 않았습니다. 지갑이 보이더라고요 호주머니에. 지갑을 꺼내서 김일곤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경찰서로 압송된 김일곤. 하지만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녹취> “잘못한 게 없어요. 난. 난 살아야 해.”

김일곤은 또 다른 사람을 살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김일곤의 소지품에서 나온 두 장의 메모지.

2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폭행 사건 상대방이었던 20대 K씨부터 23년 전 자신을 조사한 형사, 형량을 선고한 판사, 불친절했던 의사, 식당 주인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포함됐습니다.

김일곤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입니다.

김일곤은 K씨와의 폭행 사건으로 지난 6월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이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K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복수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노래방 업주인 K씨에게 여성을 도우미로 취업시켜 접근한 뒤 납치해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 복수 대상자에 대해서 복수하기 위해서 여성을 이용하려고 그랬죠. (복수) 대상자를 유인하려고.”

이를 위해 먼저 유인책으로 이용할 여성을 마트에서 납치한 김일곤.

하지만,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가)용변이 보고 싶다고 해서 용변을 보게 하려고 가는데 가는 순간 피해자가 도주했습니다. 도주하니까 피해자를 제압해서 다시 태웁니다. 태운 상태에서 목을 졸랐다는 겁니다."

여성을 살해한 뒤 김일곤은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강원도 양양, 부산, 울산 등지로 도피 행각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범행 사흘째인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났습니다.

김일곤은 처음엔 지난달 16일 저지른 뺑소니 사고 전력 때문에, 자신의 DNA를 비롯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차량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의경이) 지나치더라도 나를 검문하러 온 것 아닌가 하고 지레 겁먹은 거죠."

하지만, K씨에 대한 범행 계획을 자백한 뒤, 김일곤은 시신을 훼손한 진짜 이유를 밝혔습니다.

K씨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 하게 돼 화가 나서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한 겁니다.

지명 수배 이후, 김 씨는 경기 하남시의 모텔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동물병원에 들어가 안락사 약을 요구했고, 결국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왜, 김일곤은 K씨에게 직접 복수를 하지 않고 여성을 이용하려 한 건지, 메모에 등장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범행을 저지를 계획을 세웠던 건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 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기본적으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모든 일에 다 른 사람 탓을 하고 내가 누굴 죽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누구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분노, 이것이 보통 사이코패스들의 특성이거든요. 그게 분명히 그 범죄에 나타난 거죠.”

김일곤의 이웃이나 노숙자 쉼터 동료들은 그를 남들과 교류가 없는 외톨이나 분노 조절이 힘든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사람은 누구하고도 접촉도 잘 안 해요. 누가 오지도 않고. 누가 오는 것도 모르고…….”

<녹취> 노숙자 쉼터 관계자(음성변조) : “친하신 분이나 이런 분이 없어서 자기 할 일만 하셨어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평상시에는 괜찮은 데 화가 나면 자기 분노 조절을 못 하는 이런 사람입니다. (감정이) 극과 극을 달리는…….”

김씨의 명단에 있는 28명 중 실제 피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왜 김 씨가 자신의 이름을 적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K씨를 해칠 목적으로 K씨의 노래방 앞에서 흉기를 들고 기다린 적이 있었다며,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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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21 08:37:08
    • 수정2015-09-21 09: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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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30대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한 일명 트렁크 시신 사건.

공개수사 나흘만인 지난 17일 피의자 김일곤이 검거됐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김일곤의 소지품에서 2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가 나왔는데요.

피해 여성은 이들 중 한명에게 복수를 하려던 과정에서 어이없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김일곤의 범행 이유와 도피 행적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동물병원.

이른 아침, 낯선 남자가 들어섭니다.

공개수배 중이던 김일곤입니다.

<녹취> 동물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8시 반에 청소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여기 왔대요."

처음엔 병원 문을 연 뒤 다시 오라며 손님을 돌려보냈습니다.

9시가 지났을 무렵. 김일곤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동물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개를 안락사를 시키고 싶다고 했는데 개가 크다는 거예요. 데리고 올 수 없다는 거예요. 안락사는 여기서 안 되는데 약을 드리면 더더욱 안되죠. 그랬더니 갔어요."

다시 김일곤을 돌려보낸 직원들.

그런데, 1시간쯤 뒤 김일곤이 병원에 또 나타나, 다시 한 번 안락사 약을 요구합니다.

이번에도 거절당하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녹취> 동물병원 관계자 : "(진료실로) 들어간 지 1분도 안 돼서 칼을 들고 '이리 와, 다 모여, 서!' 이렇게 된 거예요."

다행히, 동물병원 뒷문을 이용해 도망친 병원 직원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직원들은 이 남자가 살인혐의로 수배중인 김일곤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김일곤 검거 당시 영상입니다.

화단 앞에서 경찰 두 명과 김일곤이 격투를 벌입니다.

흉기까지 꺼내 들고 격렬히 저항하는 김일곤. 시민들까지 합세해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주재진(경위/서울 성동경찰서 성수 지구대) : "(신분증을) 순순히 보여 주지는 않았습니다. 지갑이 보이더라고요 호주머니에. 지갑을 꺼내서 김일곤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경찰서로 압송된 김일곤. 하지만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녹취> “잘못한 게 없어요. 난. 난 살아야 해.”

김일곤은 또 다른 사람을 살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김일곤의 소지품에서 나온 두 장의 메모지.

2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폭행 사건 상대방이었던 20대 K씨부터 23년 전 자신을 조사한 형사, 형량을 선고한 판사, 불친절했던 의사, 식당 주인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포함됐습니다.

김일곤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입니다.

김일곤은 K씨와의 폭행 사건으로 지난 6월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이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K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복수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노래방 업주인 K씨에게 여성을 도우미로 취업시켜 접근한 뒤 납치해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 복수 대상자에 대해서 복수하기 위해서 여성을 이용하려고 그랬죠. (복수) 대상자를 유인하려고.”

이를 위해 먼저 유인책으로 이용할 여성을 마트에서 납치한 김일곤.

하지만,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가)용변이 보고 싶다고 해서 용변을 보게 하려고 가는데 가는 순간 피해자가 도주했습니다. 도주하니까 피해자를 제압해서 다시 태웁니다. 태운 상태에서 목을 졸랐다는 겁니다."

여성을 살해한 뒤 김일곤은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강원도 양양, 부산, 울산 등지로 도피 행각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범행 사흘째인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났습니다.

김일곤은 처음엔 지난달 16일 저지른 뺑소니 사고 전력 때문에, 자신의 DNA를 비롯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차량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의경이) 지나치더라도 나를 검문하러 온 것 아닌가 하고 지레 겁먹은 거죠."

하지만, K씨에 대한 범행 계획을 자백한 뒤, 김일곤은 시신을 훼손한 진짜 이유를 밝혔습니다.

K씨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 하게 돼 화가 나서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한 겁니다.

지명 수배 이후, 김 씨는 경기 하남시의 모텔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동물병원에 들어가 안락사 약을 요구했고, 결국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왜, 김일곤은 K씨에게 직접 복수를 하지 않고 여성을 이용하려 한 건지, 메모에 등장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범행을 저지를 계획을 세웠던 건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배상훈(교수/서울 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기본적으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모든 일에 다 른 사람 탓을 하고 내가 누굴 죽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누구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분노, 이것이 보통 사이코패스들의 특성이거든요. 그게 분명히 그 범죄에 나타난 거죠.”

김일곤의 이웃이나 노숙자 쉼터 동료들은 그를 남들과 교류가 없는 외톨이나 분노 조절이 힘든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사람은 누구하고도 접촉도 잘 안 해요. 누가 오지도 않고. 누가 오는 것도 모르고…….”

<녹취> 노숙자 쉼터 관계자(음성변조) : “친하신 분이나 이런 분이 없어서 자기 할 일만 하셨어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평상시에는 괜찮은 데 화가 나면 자기 분노 조절을 못 하는 이런 사람입니다. (감정이) 극과 극을 달리는…….”

김씨의 명단에 있는 28명 중 실제 피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왜 김 씨가 자신의 이름을 적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K씨를 해칠 목적으로 K씨의 노래방 앞에서 흉기를 들고 기다린 적이 있었다며,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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