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위반 ‘밥 먹듯’ 시내버스…대형사고 불렀다

입력 2015.09.24 (15:33) 수정 2015.09.24 (16: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강서구 시내버스 사고강서구 시내버스 사고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에서 시내버스 2대가 충돌해 승객 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경찰은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던 버스가 다른 버스를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현장에 있었던 60대 김 모 씨는 "펑 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버스 2대가 크게 부서져 있더라"며 "사람이 죽었겠다 했는데 젊은 처자들이 그렇게 됐다 해서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퇴근길 시내버스 2대 충돌…승객 2명 사망·40여 명 부상

숨진 승객은 19세 여성과 26세 여성이었다. 한순간의 신호위반으로 꽃다운 나이의 여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호를 무시한 버스로 인해 목숨을 잃은 건 이들만이 아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시내버스가 일으킨 사고로 585명이 숨졌다. 이 중 99명(16.9%)은 버스의 신호위반이 사고 원인이었다.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올 초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하다.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보고 주행했는데, 반대편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하던 버스와 부딪힐 뻔한 것.

강씨가 급하게 버스를 피한 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사이 버스는 사라지고 없었다. 강씨는 "당시는 너무 놀라 버스 번호 확인도 못 했는데, 지나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 말했다.

50대 박 모 씨는 지난달 횡단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일 뻔한 경우다. 박씨는 "분명 파란 불이었는데 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그냥 직진하더라"며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다"고 분개했다.

버스의 안전불감은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승객 몰리는 버스승객 몰리는 버스


☞ [관련기사] 시내버스 승하차 사고 잇따라…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은 "시내버스는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법으로 정해 놓은 규정조차 버스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스가 신호위반을 하는 이유로는 우선 열악한 근무환경이 꼽힌다. 긴 운행시간과 짧은 배차간격에 지친 버스기사들이 신호위반의 유혹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사 개인별 운전 성향, 승용차보다 긴 버스 차체상 특성도 이유로 꼽힌다.

박원일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버스기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버스준공영제(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운송 적자를 보전)같은 제도를 더 많은 지역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신호위반 같은 사고는 한 번 저지른 사람이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니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신호 위반 ‘밥 먹듯’ 시내버스…대형사고 불렀다
    • 입력 2015-09-24 15:33:49
    • 수정2015-09-24 16:02:23
    사회
강서구 시내버스 사고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에서 시내버스 2대가 충돌해 승객 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경찰은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던 버스가 다른 버스를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현장에 있었던 60대 김 모 씨는 "펑 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버스 2대가 크게 부서져 있더라"며 "사람이 죽었겠다 했는데 젊은 처자들이 그렇게 됐다 해서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퇴근길 시내버스 2대 충돌…승객 2명 사망·40여 명 부상

숨진 승객은 19세 여성과 26세 여성이었다. 한순간의 신호위반으로 꽃다운 나이의 여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호를 무시한 버스로 인해 목숨을 잃은 건 이들만이 아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시내버스가 일으킨 사고로 585명이 숨졌다. 이 중 99명(16.9%)은 버스의 신호위반이 사고 원인이었다.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올 초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하다.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보고 주행했는데, 반대편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하던 버스와 부딪힐 뻔한 것.

강씨가 급하게 버스를 피한 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사이 버스는 사라지고 없었다. 강씨는 "당시는 너무 놀라 버스 번호 확인도 못 했는데, 지나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 말했다.

50대 박 모 씨는 지난달 횡단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일 뻔한 경우다. 박씨는 "분명 파란 불이었는데 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그냥 직진하더라"며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다"고 분개했다.

버스의 안전불감은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승객 몰리는 버스


☞ [관련기사] 시내버스 승하차 사고 잇따라…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은 "시내버스는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법으로 정해 놓은 규정조차 버스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스가 신호위반을 하는 이유로는 우선 열악한 근무환경이 꼽힌다. 긴 운행시간과 짧은 배차간격에 지친 버스기사들이 신호위반의 유혹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사 개인별 운전 성향, 승용차보다 긴 버스 차체상 특성도 이유로 꼽힌다.

박원일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버스기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버스준공영제(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운송 적자를 보전)같은 제도를 더 많은 지역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신호위반 같은 사고는 한 번 저지른 사람이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니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