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게임으로 운전 배워”…무면허 20대 훔친차로 도주극

입력 2015.10.02 (08:31) 수정 2015.10.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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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밤에 도심에서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경찰과 도난 차량 사이의 이 추격전은 무려 40여 분이나 이어졌습니다.

차량 운전자는 고속도로까지 나갔다가 결국 검거됐습니다.

위험한 질주를 서슴지 않았던 이 운전자, 알고 보니 면허라고는 한 번도 따 본 적이 없는 21살 청년이었습니다.

왜 이런 추격전이 벌어졌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28일 새벽,

관내 순찰을 하던 경찰에게, 누군가 승합차를 절도해 도주하고 있다는 다급한 무전이 전해집니다.

그와 동시에, 순찰차 앞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용의 차량.

경찰차가 경고 방송을 하며 따라 붙었습니다.

도주 차량은 경찰차를 보고는 더 속도를 냅니다.

경찰차 한 대가 추격에 더 합세해, 도주 차량 앞을 막아섭니다.

<녹취> 김민준(순경/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절도차량을 우리 경찰서 형사기동 차량이 앞에서 막았습니다.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리저리 피해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마치 약을 올리듯 경찰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차량.

어느새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합니다.

<녹취> 오원균(경위/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고순대(고속도로순찰대) 순찰차도 쫓아가고 저희 순찰차는 뒤에서 이렇게 계속 쫓아가는데 톨게이트를 이제 지나가죠."

다행히 새벽 시간대여서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 특성상,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

경찰차가 본격적인 합동 작전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경찰차 두 대가 다시 도주 차량을 에워쌉니다.

<녹취> 오원균(경위/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우측으로 밀어서 3차선에서 서행을 시켜서 정지를 시키려고 그러던 중에 이제 고속도로 순찰대가 차단을 했지만 이 차가 후진으로 도주를 해 버리는 거죠. 이렇게 후진을 해요."

100여 미터를 후진한 뒤 경찰 포위망을 뚫고 다시 질주합니다.

경찰 차량을 이리저리 피하며, 네다섯 차로를 가로지르는 대각선 주행도 서슴지 않습니다.

잡힐 듯 말 듯, 영화 속 장면을 방불케 하는 긴박한 추격전.

<녹취> 오원균(경위/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워낙 고속 주행이고 소형차다보니까 조금만 스쳐도 바로 전도될 수 있거든요. 최대한 안전에 유의해서 차를 서행시키려고 많이 노력을 했죠. 4, 5차로 되는 이 경부 고속도로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막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경찰차 넉 대가 한꺼번에 차량을 에워싼 끝에, 40여 분에 걸친 추격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녹취>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 "형사과 동시에 에워싼 거죠. 맨 앞에 있는 순찰차가 속도를 줄이고 그러면 당연히 (용의차량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같이 포위하게 된 거죠."

경찰차 한 대가 살짝 긁혔을 뿐, 인명 피해나 다른 차량 피해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 : "훔친 장소는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이에요. 금토동부터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약 1km 전까지 약 한 17km를 운전한 겁니다."

조용한 추석 연휴, 이처럼 아찔한 질주 행각을 벌인 이는 21살 앳된 청년이었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건 이 청년이 무면허라는 사실입니다.

<인터뷰>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 :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실이 없습니다. 근데 다른 사람의 차량을 훔쳤고 훔친 차량을 몰고 가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는데"

박 씨는 과거에도 같은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박 씨는 어떻게 이런 운전 실력을 갖게 됐을까?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게임에서 (배웠어요.) (자동차게임이요?) 네. 레이싱게임이죠. 게임에서 계속 하다 보니까 시동 거는 방법도 알고 어떻게 출발하는지도 알고 그렇게 해서 다 알게 되다 보니까……."

전자오락실에서 자동차 게임을 통해 운전을 배웠다는 겁니다.

박 씨는 경찰에서, 처음부터 차를 훔칠 생각은 아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 "형사과 문이 잠겨있지 않은 차 안에 들어가서 현금이나 귀금속을 훔친 개념의 차털이인데 그걸 범행하려고 물색하다가 차 안에 키가 꽂혀있으니까 시동 걸고 차를 훔치게 된 것이죠."

금품만 훔칠 생각으로 차에 들어갔다가, 열쇠가 꽂혀 있는 걸 보고는 충동적으로 차를 몰았다는 겁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아무데나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원래 차를 훔칠 마음도 없었는데…… 솔직히 도주할 생각 없었는데 몸이랑 생각이랑 따로 놀다 보니까 그렇게 됐죠."

박 씨는 자동차 게임을 하듯 과감하고 아슬아슬하게 추격전을 벌였습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제가 운전을 하다보면 질주본능이 약간 좀 생겨요. 그러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재밌다는 생각도 들고 게임상으로 운전할 때도 있잖아요. 그 쾌감라고 해야 하나……."

평소 영업용으로 쓰였던 소형 승합차가 도심 추격전에 이용된 상황.

<녹취> 피해차주 (음성변조) 여러 직원들이 사용하다 보니까 (키를) 꽂아놓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편리성 때문에…….

차량 주인은 당혹감 속에, 뒤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녹취> 피해차주 (음성변조) 등골도 오싹하고 도둑맞았다는 자체가 무섭더라고요. 어휴…… 이제는 차 키를 다 뽑고 다니고요. 그러고 다닙니다. 절대로 차키는 못 꽂고 다니겠어요.

<인터뷰> 김민준(순경/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차량 절도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에 차량을 잠깐 어디다 세워놓고 잠깐 1, 2분이라도 자리를 비우시게 된다면 꼭 차량의 열쇠를 빼서 시정장치를 다 하신 후에 이동하시면 차량 절도위험에서 벗어나실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운전을 배우고, 현실에서도 게임처럼 운전을 해 버린 박 씨.

경찰은 상습 절도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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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게임으로 운전 배워”…무면허 20대 훔친차로 도주극
    • 입력 2015-10-02 08:33:17
    • 수정2015-10-02 09: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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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도심에서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경찰과 도난 차량 사이의 이 추격전은 무려 40여 분이나 이어졌습니다.

차량 운전자는 고속도로까지 나갔다가 결국 검거됐습니다.

위험한 질주를 서슴지 않았던 이 운전자, 알고 보니 면허라고는 한 번도 따 본 적이 없는 21살 청년이었습니다.

왜 이런 추격전이 벌어졌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28일 새벽,

관내 순찰을 하던 경찰에게, 누군가 승합차를 절도해 도주하고 있다는 다급한 무전이 전해집니다.

그와 동시에, 순찰차 앞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용의 차량.

경찰차가 경고 방송을 하며 따라 붙었습니다.

도주 차량은 경찰차를 보고는 더 속도를 냅니다.

경찰차 한 대가 추격에 더 합세해, 도주 차량 앞을 막아섭니다.

<녹취> 김민준(순경/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절도차량을 우리 경찰서 형사기동 차량이 앞에서 막았습니다.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리저리 피해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마치 약을 올리듯 경찰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차량.

어느새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합니다.

<녹취> 오원균(경위/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고순대(고속도로순찰대) 순찰차도 쫓아가고 저희 순찰차는 뒤에서 이렇게 계속 쫓아가는데 톨게이트를 이제 지나가죠."

다행히 새벽 시간대여서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 특성상,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

경찰차가 본격적인 합동 작전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경찰차 두 대가 다시 도주 차량을 에워쌉니다.

<녹취> 오원균(경위/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우측으로 밀어서 3차선에서 서행을 시켜서 정지를 시키려고 그러던 중에 이제 고속도로 순찰대가 차단을 했지만 이 차가 후진으로 도주를 해 버리는 거죠. 이렇게 후진을 해요."

100여 미터를 후진한 뒤 경찰 포위망을 뚫고 다시 질주합니다.

경찰 차량을 이리저리 피하며, 네다섯 차로를 가로지르는 대각선 주행도 서슴지 않습니다.

잡힐 듯 말 듯, 영화 속 장면을 방불케 하는 긴박한 추격전.

<녹취> 오원균(경위/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워낙 고속 주행이고 소형차다보니까 조금만 스쳐도 바로 전도될 수 있거든요. 최대한 안전에 유의해서 차를 서행시키려고 많이 노력을 했죠. 4, 5차로 되는 이 경부 고속도로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막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경찰차 넉 대가 한꺼번에 차량을 에워싼 끝에, 40여 분에 걸친 추격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녹취>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 "형사과 동시에 에워싼 거죠. 맨 앞에 있는 순찰차가 속도를 줄이고 그러면 당연히 (용의차량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같이 포위하게 된 거죠."

경찰차 한 대가 살짝 긁혔을 뿐, 인명 피해나 다른 차량 피해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 : "훔친 장소는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이에요. 금토동부터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약 1km 전까지 약 한 17km를 운전한 겁니다."

조용한 추석 연휴, 이처럼 아찔한 질주 행각을 벌인 이는 21살 앳된 청년이었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건 이 청년이 무면허라는 사실입니다.

<인터뷰>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 :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실이 없습니다. 근데 다른 사람의 차량을 훔쳤고 훔친 차량을 몰고 가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는데"

박 씨는 과거에도 같은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박 씨는 어떻게 이런 운전 실력을 갖게 됐을까?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게임에서 (배웠어요.) (자동차게임이요?) 네. 레이싱게임이죠. 게임에서 계속 하다 보니까 시동 거는 방법도 알고 어떻게 출발하는지도 알고 그렇게 해서 다 알게 되다 보니까……."

전자오락실에서 자동차 게임을 통해 운전을 배웠다는 겁니다.

박 씨는 경찰에서, 처음부터 차를 훔칠 생각은 아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이재만(강력팀장/성남 수정경찰서) : "형사과 문이 잠겨있지 않은 차 안에 들어가서 현금이나 귀금속을 훔친 개념의 차털이인데 그걸 범행하려고 물색하다가 차 안에 키가 꽂혀있으니까 시동 걸고 차를 훔치게 된 것이죠."

금품만 훔칠 생각으로 차에 들어갔다가, 열쇠가 꽂혀 있는 걸 보고는 충동적으로 차를 몰았다는 겁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아무데나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원래 차를 훔칠 마음도 없었는데…… 솔직히 도주할 생각 없었는데 몸이랑 생각이랑 따로 놀다 보니까 그렇게 됐죠."

박 씨는 자동차 게임을 하듯 과감하고 아슬아슬하게 추격전을 벌였습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제가 운전을 하다보면 질주본능이 약간 좀 생겨요. 그러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재밌다는 생각도 들고 게임상으로 운전할 때도 있잖아요. 그 쾌감라고 해야 하나……."

평소 영업용으로 쓰였던 소형 승합차가 도심 추격전에 이용된 상황.

<녹취> 피해차주 (음성변조) 여러 직원들이 사용하다 보니까 (키를) 꽂아놓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편리성 때문에…….

차량 주인은 당혹감 속에, 뒤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녹취> 피해차주 (음성변조) 등골도 오싹하고 도둑맞았다는 자체가 무섭더라고요. 어휴…… 이제는 차 키를 다 뽑고 다니고요. 그러고 다닙니다. 절대로 차키는 못 꽂고 다니겠어요.

<인터뷰> 김민준(순경/성남 수정경찰서 교통안전계) : "차량 절도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에 차량을 잠깐 어디다 세워놓고 잠깐 1, 2분이라도 자리를 비우시게 된다면 꼭 차량의 열쇠를 빼서 시정장치를 다 하신 후에 이동하시면 차량 절도위험에서 벗어나실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운전을 배우고, 현실에서도 게임처럼 운전을 해 버린 박 씨.

경찰은 상습 절도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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