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불꽃축제 준비하다 참변…인재?

입력 2015.10.06 (08:32) 수정 2015.10.0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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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토요일, 서울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불꽃 축제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로 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불꽃 축제 리허설 준비 도중 조명 업체 직원 한 명이 한강에 빠져 익사한 겁니다.

이 직원은 강물 위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도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안전 규정을 위반한 또 다른 인재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여의도에서 열릴 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 밤.

한강경찰대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녹취> 한강경찰대 관계자(음성변조) : “22시 45분에 신고를 통보받았거든요. 사람이 빠져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강물에) 빠지는 걸 봤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40대 남성이 한강에 빠졌다는 신고자의 말.

한강경찰대는 119 수난구조대와 함께 곧장 사고 지점으로 출동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불꽃축제 준비가 한창이던 무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

<인터뷰> 박영삼(팀장/119 반포 수난구조대 1팀) : “불꽃놀이 당시에 여기에 만들어놓은 무대 장치가 있었어요. 무대장치로부터 300m 상류로. (한강)철교로부터 하류로 200m 지점.”

강물에 빠진 남성은 불꽃축제의 조명 설치 업체 직원 43살 이 모 씨였습니다.

그날 밤, 이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한강 불꽃축제 할 때 보면 레이저 같은 것 쏘고 그러잖아요. 그걸 옮기고 있었던 거예요. 레이저 빔 같은 거예요.”

사고 당시, 이 씨를 비롯한 조명 업체 직원들은 불꽃축제 리허설을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미리 설치해둔 조명 일부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조명 기구 중에 하나가 고장이 나서 교체하면서 가지고 들어갔었던 거예요.”

업체 측은 교체할 조명 장치를 소형 보트에 싣고 주 무대 앞 바지선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장비를 보트에서 바지선으로 옮기던 찰나, 갑자기 배 사이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 씨가 강 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보트 위에는 항해사와 동료직원 3명 등이 함께 있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상황 앞에서 모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영삼(팀장/119 반포 수난구조대 1팀) : “들어온 물때예요, 유속이 그때는 상당히 세게 들어오고 (물살이) 들어온 시점에서 추락했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밑으로 빠져서 흘러가 버린 거죠.”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강 위에서 긴급 출동한 수난구조대도 수색 작업을 신속히 벌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박영삼(팀장/119 반포 수난구조대 1팀) : “유수가 이렇게 센 상황에서는 저희 대원들이 들어가도 곧바로 흘러버려요. 수색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수색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재개됐습니다.

<녹취> 한강경찰대 관계자(음성변조) : “잠수 수색을 5회 걸쳐서 했거든요.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10명이요.”

수색이 이어지는 동안 한강 변에는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들었습니다.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실종된 이 씨를 찾는 작업은 중단됐습니다.

<녹취> 불꽃축제 주최 측(음성변조) : “이런 상황에서 행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음 날 아시다시피 아침부터 거의 100만 가까운 사람들이 모이거든요. 많은 인파들에 취소 통보하고 상당히 또 기대하시는 그런 걸 고려해서 행사는 진행한 거고……”

그렇게 또 하룻밤이 흘러갔습니다.

축제 다음 날.

아침 일찍 한강경찰대에 또다시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실종됐던 이 씨가 사고지점에서 300m 떨어진 상류 지점에서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겁니다.

<녹취> 한강경찰대 관계자(음성변조) :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밑으로 마포대교 쪽으로 (시신이) 흘러갔어야 했는데 역류했어요.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해서요. 그래서 발견 지점이 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발견 당시 이 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씨를 포함해, 당시 보트 위에서 장비 운반 작업을 하던 조명 업체 직원 4명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구명조끼는 없었어요. 다 안 입고 있었어요. 원칙적으로는 입어야 해요. 그 사람들은 아무래도 다음 날 축제고 그러니까 조급한 마음에 막 돌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사고가 난 날은 슈퍼문 주기로 강물 수위가 평소보다 높았던 데다, 최대 1m까지 파도가 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특히 이 씨는 조명업체 소속 정직원이 아닌 일용직 형태로 고용됐던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조명 팀 업주 대표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일 많을 때 한 번씩 불러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해줬던 분이라…….”

이 씨의 시신이 수습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유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아직 장례 절차도 밟지 못 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경찰은 이 씨의 사망과 관련해 조명 설치 업체와 보트 운영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놓고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사람 일을 시켰던 업체하고 그 보트와 관계된 회사가 있어요. 두 군데를 다 조사할 거예요. 과실 여부인데 안전 조치 미흡이라든가 이런 부분. 작업시간이라든지 방식이라든지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여부.”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근로자가 숨진 사건, 불과 두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외주 업체 직원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현장에서 숨졌던 사고입니다.

잇따르는 안전사고... 두 사건 모두 외주업체나 비정규직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최영선(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 “안타까운 건 똑같은 재해가 반복된다는 거죠. 특히 하청 비정규 노동자는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데 더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고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면서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일하고 있는 거죠. 사고 이후에 그것을 해결하려면 무분별한 외주화는 금지되어야 하고…….”

중대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숨지는 하청업체 근로자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안전 규정만 제대로 지켰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 안타까운 목숨들... 바로, 우리 사회의 현 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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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불꽃축제 준비하다 참변…인재?
    • 입력 2015-10-06 08:42:48
    • 수정2015-10-06 1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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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토요일, 서울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불꽃 축제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로 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불꽃 축제 리허설 준비 도중 조명 업체 직원 한 명이 한강에 빠져 익사한 겁니다.

이 직원은 강물 위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도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안전 규정을 위반한 또 다른 인재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여의도에서 열릴 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 밤.

한강경찰대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녹취> 한강경찰대 관계자(음성변조) : “22시 45분에 신고를 통보받았거든요. 사람이 빠져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강물에) 빠지는 걸 봤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40대 남성이 한강에 빠졌다는 신고자의 말.

한강경찰대는 119 수난구조대와 함께 곧장 사고 지점으로 출동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불꽃축제 준비가 한창이던 무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

<인터뷰> 박영삼(팀장/119 반포 수난구조대 1팀) : “불꽃놀이 당시에 여기에 만들어놓은 무대 장치가 있었어요. 무대장치로부터 300m 상류로. (한강)철교로부터 하류로 200m 지점.”

강물에 빠진 남성은 불꽃축제의 조명 설치 업체 직원 43살 이 모 씨였습니다.

그날 밤, 이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한강 불꽃축제 할 때 보면 레이저 같은 것 쏘고 그러잖아요. 그걸 옮기고 있었던 거예요. 레이저 빔 같은 거예요.”

사고 당시, 이 씨를 비롯한 조명 업체 직원들은 불꽃축제 리허설을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미리 설치해둔 조명 일부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조명 기구 중에 하나가 고장이 나서 교체하면서 가지고 들어갔었던 거예요.”

업체 측은 교체할 조명 장치를 소형 보트에 싣고 주 무대 앞 바지선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장비를 보트에서 바지선으로 옮기던 찰나, 갑자기 배 사이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 씨가 강 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보트 위에는 항해사와 동료직원 3명 등이 함께 있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상황 앞에서 모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영삼(팀장/119 반포 수난구조대 1팀) : “들어온 물때예요, 유속이 그때는 상당히 세게 들어오고 (물살이) 들어온 시점에서 추락했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밑으로 빠져서 흘러가 버린 거죠.”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강 위에서 긴급 출동한 수난구조대도 수색 작업을 신속히 벌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박영삼(팀장/119 반포 수난구조대 1팀) : “유수가 이렇게 센 상황에서는 저희 대원들이 들어가도 곧바로 흘러버려요. 수색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수색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재개됐습니다.

<녹취> 한강경찰대 관계자(음성변조) : “잠수 수색을 5회 걸쳐서 했거든요.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10명이요.”

수색이 이어지는 동안 한강 변에는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들었습니다.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실종된 이 씨를 찾는 작업은 중단됐습니다.

<녹취> 불꽃축제 주최 측(음성변조) : “이런 상황에서 행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음 날 아시다시피 아침부터 거의 100만 가까운 사람들이 모이거든요. 많은 인파들에 취소 통보하고 상당히 또 기대하시는 그런 걸 고려해서 행사는 진행한 거고……”

그렇게 또 하룻밤이 흘러갔습니다.

축제 다음 날.

아침 일찍 한강경찰대에 또다시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실종됐던 이 씨가 사고지점에서 300m 떨어진 상류 지점에서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겁니다.

<녹취> 한강경찰대 관계자(음성변조) :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밑으로 마포대교 쪽으로 (시신이) 흘러갔어야 했는데 역류했어요.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해서요. 그래서 발견 지점이 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발견 당시 이 씨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씨를 포함해, 당시 보트 위에서 장비 운반 작업을 하던 조명 업체 직원 4명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구명조끼는 없었어요. 다 안 입고 있었어요. 원칙적으로는 입어야 해요. 그 사람들은 아무래도 다음 날 축제고 그러니까 조급한 마음에 막 돌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사고가 난 날은 슈퍼문 주기로 강물 수위가 평소보다 높았던 데다, 최대 1m까지 파도가 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특히 이 씨는 조명업체 소속 정직원이 아닌 일용직 형태로 고용됐던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조명 팀 업주 대표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일 많을 때 한 번씩 불러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해줬던 분이라…….”

이 씨의 시신이 수습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유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아직 장례 절차도 밟지 못 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경찰은 이 씨의 사망과 관련해 조명 설치 업체와 보트 운영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놓고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사람 일을 시켰던 업체하고 그 보트와 관계된 회사가 있어요. 두 군데를 다 조사할 거예요. 과실 여부인데 안전 조치 미흡이라든가 이런 부분. 작업시간이라든지 방식이라든지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여부.”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근로자가 숨진 사건, 불과 두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외주 업체 직원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현장에서 숨졌던 사고입니다.

잇따르는 안전사고... 두 사건 모두 외주업체나 비정규직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최영선(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 “안타까운 건 똑같은 재해가 반복된다는 거죠. 특히 하청 비정규 노동자는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데 더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고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면서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일하고 있는 거죠. 사고 이후에 그것을 해결하려면 무분별한 외주화는 금지되어야 하고…….”

중대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숨지는 하청업체 근로자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안전 규정만 제대로 지켰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 안타까운 목숨들... 바로, 우리 사회의 현 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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