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심코 보낸 노출 사진에 성폭행 피해까지

입력 2015.10.07 (08:32) 수정 2015.10.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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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여성들의 노출 사진입니다.

이 중에는 평범한 10대 여학생들의 사진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면서 신체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아예 서로 벗은 몸을 보며 화상 채팅을 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사진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진을 빌미로 여성을 협박하며 성폭행까지 저지른 2차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 여학생들이 이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부천의 한 공원.

고등학생 17살 김 모 군은 지난 3일 한 초등학교 여학생을 이곳으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는 여학생을 공원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화장실 밖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겁니다.

<녹취> 공원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차가 두 대나 오고 그랬어요. 저 밑으로 내려갔어요. (경찰) 한 대여섯 명..."

김 군과 피해 여학생은 지난달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김 군은 채팅을 통해 받은 여학생의 노출 사진으로 여학생을 협박해 불러낸 뒤 성폭행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종류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한 요즘 성범죄는 거의 다 피해자가 아이들이라...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엄청 불안한 상태라 학교도 못 가요."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김 군의 스마트폰에선 실제로 피해 여학생의 노출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위창희(사무국장/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 "몇 년 전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영상을 쉽게 올릴 수 있을 때부터 이런 사건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채팅으로) 쉽게 친밀감이 형성되다 보니까 (사진을) 올렸는데 나중에 폭력으로 이어지는 거죠."

판단 능력이 성숙되지 않은 어린 여학생들이 최근 이 같은 성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경찰에 붙잡힌 20대 남성은 스마트폰 채팅으로 무려 3백여 명의 어린 여학생들에게 음란한 영상을 찍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영상을 이용해 여학생들을 협박하며 성관계까지 요구했습니다.

피해 학생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사철(서울 송파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장/지난 3월 21일) : "또래의 청소년인 양 접근하거나 여성으로 위장해 접근해서 사진을 요구하는..."

17살 김모 양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신체를 보여주며 화상 채팅을 하는 이른바 ‘몸캠 채팅’을 했다 상상도 못 했던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상대 남성이 김 양의 동영상을 몰래 녹화했다, 인터넷에 무단으로 올린 겁니다.

<녹취> 김○○(몸캠 채팅 피해자/음성변조) : "성적 호기심도 많았고 집에서 혼자 그런 식으로 풀어보는 게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보면 너무 잘못된 거죠."

김 양은 1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인터넷에서 발견했습니다.

<녹취> 김○○(몸캠 채팅 피해자/음성변조) : "지금도 계속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몇 명은 "이거 너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아니라고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얼굴이 다 보이고 그러니까 거의 매일 많이 울었었죠."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 채팅, 실태는 심각했습니다.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하는 애들) 있어요. 저도 했는데요. 그냥 애들이 다 해서... 반 애들이 말하면 다 들리는 소문이 있잖아요."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모르는 사람들이랑 대화하니까 좋잖아요. 대화할 사람 없는데, 야한 사진도 보내고..."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하는 애들 좀 있는데 ○○○나 △△ 같은 것. 애들도 다 해서 (하는데) 익명으로 하는 거니까 재밌어 보여서..."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심심해서 모르는 사람이랑 채팅하는 것..."

남녀를 불문하고 스마트폰 채팅 앱을 이용해 봤다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은 채팅 도중 성적인 요구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조건만남? (웃음) 거기서 계속 조건만남 하자고 해서..."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야한 얘기 하고 메시지 달라고 하고 자기 번호 주면서 사진 보내달라고..."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야한 것? 이상한 거 보여주고 그런 것 있잖아요. 자기 것 (사진) 보내면서 '너도 보내.' 이렇게 사진 교환 같은 것..."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는 한 스마트폰 채팅 앱을 취재진이 직접 이용해 봤습니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익명의 상대와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들어가면 바로 그냥 채팅할 수 있는 창이 나오는데요."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그냥 (앱을) 깔면 게임하는 것처럼 바로 돼요. 남자, 여자도 자기가 체크할 수 있고 나이제한도 없어요."

채팅방에 들어가 '18살 여자‘라고 밝히자 바로 여러 남성들이 대화를 걸더니, 알몸 사진, 심지어 성관계까지 요구해 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노출 사진을 주고받거나 몸캠 채팅을 하는 게 마치 놀이처럼 번져 있는 현실.

<인터뷰> 위창희(사무국장/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 "사진을 올리는 문화가 아이들은 되게 익숙해져 있어요. 아이들은 범죄라기보다 놀이로 생각하기 쉽죠.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의 하나라고 (아이들은) 볼 수 있는데..."

학생들은 노출 사진이 무단으로 유출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을 당하더라도 바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나 교사에게 혼이 날까 두려워, 혹은 죄책감과 수치심에 혼자 전전긍긍하다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위창희(사무국장/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 "부모님의 반응은 한결같죠. 내 아이가 이럴 줄 몰랐다는 반응인데 '넌 왜 이걸 해서'라는 비난의 말 보다는 그 상황을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양육자의 비난, 실망시켰다는 감정이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거든요."

이런 피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이버 성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독일에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문 단체까지 생겼는데요.

‘백색링’이란 이 단체에는, 3천 명에 이르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피해자들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폴커 담('백색링' 상담사) : "우리는 희생자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고 첫 대화를 마친 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어떤 구호단체나 정부에서 희생자를 도와줄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감시와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사이버 세상, 그 세상에 푹 빠져 부지불식간에 범죄에 연루되고 있는 청소년들.

더 늦기 전에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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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심코 보낸 노출 사진에 성폭행 피해까지
    • 입력 2015-10-07 08:35:48
    • 수정2015-10-07 09:22:16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여성들의 노출 사진입니다.

이 중에는 평범한 10대 여학생들의 사진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면서 신체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아예 서로 벗은 몸을 보며 화상 채팅을 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사진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진을 빌미로 여성을 협박하며 성폭행까지 저지른 2차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 여학생들이 이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부천의 한 공원.

고등학생 17살 김 모 군은 지난 3일 한 초등학교 여학생을 이곳으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는 여학생을 공원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화장실 밖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겁니다.

<녹취> 공원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차가 두 대나 오고 그랬어요. 저 밑으로 내려갔어요. (경찰) 한 대여섯 명..."

김 군과 피해 여학생은 지난달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김 군은 채팅을 통해 받은 여학생의 노출 사진으로 여학생을 협박해 불러낸 뒤 성폭행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종류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한 요즘 성범죄는 거의 다 피해자가 아이들이라...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엄청 불안한 상태라 학교도 못 가요."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김 군의 스마트폰에선 실제로 피해 여학생의 노출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위창희(사무국장/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 "몇 년 전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영상을 쉽게 올릴 수 있을 때부터 이런 사건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채팅으로) 쉽게 친밀감이 형성되다 보니까 (사진을) 올렸는데 나중에 폭력으로 이어지는 거죠."

판단 능력이 성숙되지 않은 어린 여학생들이 최근 이 같은 성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경찰에 붙잡힌 20대 남성은 스마트폰 채팅으로 무려 3백여 명의 어린 여학생들에게 음란한 영상을 찍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영상을 이용해 여학생들을 협박하며 성관계까지 요구했습니다.

피해 학생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사철(서울 송파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장/지난 3월 21일) : "또래의 청소년인 양 접근하거나 여성으로 위장해 접근해서 사진을 요구하는..."

17살 김모 양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신체를 보여주며 화상 채팅을 하는 이른바 ‘몸캠 채팅’을 했다 상상도 못 했던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상대 남성이 김 양의 동영상을 몰래 녹화했다, 인터넷에 무단으로 올린 겁니다.

<녹취> 김○○(몸캠 채팅 피해자/음성변조) : "성적 호기심도 많았고 집에서 혼자 그런 식으로 풀어보는 게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보면 너무 잘못된 거죠."

김 양은 1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인터넷에서 발견했습니다.

<녹취> 김○○(몸캠 채팅 피해자/음성변조) : "지금도 계속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몇 명은 "이거 너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아니라고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얼굴이 다 보이고 그러니까 거의 매일 많이 울었었죠."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 채팅, 실태는 심각했습니다.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하는 애들) 있어요. 저도 했는데요. 그냥 애들이 다 해서... 반 애들이 말하면 다 들리는 소문이 있잖아요."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모르는 사람들이랑 대화하니까 좋잖아요. 대화할 사람 없는데, 야한 사진도 보내고..."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하는 애들 좀 있는데 ○○○나 △△ 같은 것. 애들도 다 해서 (하는데) 익명으로 하는 거니까 재밌어 보여서..."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심심해서 모르는 사람이랑 채팅하는 것..."

남녀를 불문하고 스마트폰 채팅 앱을 이용해 봤다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은 채팅 도중 성적인 요구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조건만남? (웃음) 거기서 계속 조건만남 하자고 해서..."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야한 얘기 하고 메시지 달라고 하고 자기 번호 주면서 사진 보내달라고..."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야한 것? 이상한 거 보여주고 그런 것 있잖아요. 자기 것 (사진) 보내면서 '너도 보내.' 이렇게 사진 교환 같은 것..."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는 한 스마트폰 채팅 앱을 취재진이 직접 이용해 봤습니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익명의 상대와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녹취> 중학생(음성변조) : "들어가면 바로 그냥 채팅할 수 있는 창이 나오는데요."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그냥 (앱을) 깔면 게임하는 것처럼 바로 돼요. 남자, 여자도 자기가 체크할 수 있고 나이제한도 없어요."

채팅방에 들어가 '18살 여자‘라고 밝히자 바로 여러 남성들이 대화를 걸더니, 알몸 사진, 심지어 성관계까지 요구해 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노출 사진을 주고받거나 몸캠 채팅을 하는 게 마치 놀이처럼 번져 있는 현실.

<인터뷰> 위창희(사무국장/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 "사진을 올리는 문화가 아이들은 되게 익숙해져 있어요. 아이들은 범죄라기보다 놀이로 생각하기 쉽죠.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의 하나라고 (아이들은) 볼 수 있는데..."

학생들은 노출 사진이 무단으로 유출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을 당하더라도 바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나 교사에게 혼이 날까 두려워, 혹은 죄책감과 수치심에 혼자 전전긍긍하다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위창희(사무국장/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 "부모님의 반응은 한결같죠. 내 아이가 이럴 줄 몰랐다는 반응인데 '넌 왜 이걸 해서'라는 비난의 말 보다는 그 상황을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양육자의 비난, 실망시켰다는 감정이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거든요."

이런 피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이버 성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독일에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문 단체까지 생겼는데요.

‘백색링’이란 이 단체에는, 3천 명에 이르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피해자들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폴커 담('백색링' 상담사) : "우리는 희생자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고 첫 대화를 마친 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어떤 구호단체나 정부에서 희생자를 도와줄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감시와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사이버 세상, 그 세상에 푹 빠져 부지불식간에 범죄에 연루되고 있는 청소년들.

더 늦기 전에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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