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법정에 가보니…피해자 母 “한 풀어달라”

입력 2015.10.08 (15:05) 수정 2015.10.0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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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고(故) 조중필 씨의 어머니


18년 전 살해된 아들 잊지 못하는 노부부

"가슴이 메여서 말이 안 나옵니다...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의 부친은 말을 아꼈다. 아들을 잃었던 날로부터 18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이 사건을 잊은적이 없다고 했다. 8일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법 417호실에는 이제 초로에 접어든 부부가 피의자가 잘 보이는 곳 앞쪽자리에 쓸쓸히 앉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심규홍)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된 아더 패터슨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공소사실와 변호입장을 확인하고 다음 일정을 정하는 공판준비기일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관심도를 반영하듯 재판장 주변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건물로 들어가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에선 영상카메라기자와 방송 기자가 줄지어 섰고, 어림잡아 300석이 넘어 보이는 공판장이 빈자리 없이 가득찼다.

패터슨 변호인패터슨 변호인

▲패터슨의 변호인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 모습.


건물 입구에서는 15분 간격으로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와 아더 패터슨의 변호인이 차례로 등장해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무죄 판결 에드워드 리 아버지 “내 아들은 절대 살인자가 아니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패터슨은) 100%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노부부의 반대편에 앉은 그는 검사의 기소 이유에 귀를 기울이며 중간 중간 메모를 했다.

아더 패터슨아더 패터슨

▲1997년 사건 당시 아더 패터슨의 모습


수형복을 입고 재판장에 등장한 아더 패터슨은 귀국 당시와 달리 수염을 민 상태였으며 방청객을 한 번 둘러보더니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검사나 통역사의 말에 짧게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방청석을 살피기도 했다. 한국말에 서툰 패터슨이 법원 통역사의 말을 듣고서 영어로 짧게 답변을 하면 모두들 그의 말에 집중하느라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패터슨의 변호인 오병주 변호사는 "진실을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됐다"며 검사의 기소 내역을 반박했다. 23년 검사 경력 갖고 있는 변호인은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이 사건 특성상 마약을 한 상태에서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피의자로 16년 만에 송환, 법정에 선 한국계 미국인

그는 "패터슨의 무죄를 의심치 않는다"며 중간 중간 한국인 홀어머니 밑에 자란 그의 딱한 상황과 누명으로 한국에 강제송환된 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재판이 17년 전과는 다를 것임을 강조했다. 검사측에서는 '자신이 조씨를 살해했다'는 패터슨의 말을 직접 들은 주변 친구의 증언과 혈흔 자극 등을 토대로 패터슨이 범인이라는 점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측은 또, 102개의 증거 목록을 제출하며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패터슨패터슨

▲지난달 말 한국으로 송환된 패터슨


하지만, 패터슨의 변호인은 1심 당시 주요 증거로 제출됐던 거짓말 탐지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무죄를 주장하며, 이미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온 패터슨을 기소하는 것은 판결이 확정된 범죄는 다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양측이 각자 발언을 할 때마다 재판장 안은 긴장감이 넘쳤다.

드디어 재판이 끝나고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법정 밖으로 나왔다. 이씨는 "패터슨이 범인이라고 알고 있다"며 "재판을 공정하게 받아서 꼭 범인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과 중필이의 한을 풀어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진실은 언제쯤 그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패터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연관 기사]

☞ [뉴스9] ‘이태원 살인 사건’ 패터슨 18년 만에 첫 재판…범행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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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터슨’ 법정에 가보니…피해자 母 “한 풀어달라”
    • 입력 2015-10-08 15:05:12
    • 수정2015-10-08 22:06:23
    사회
▲ 재판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고(故) 조중필 씨의 어머니


18년 전 살해된 아들 잊지 못하는 노부부

"가슴이 메여서 말이 안 나옵니다...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의 부친은 말을 아꼈다. 아들을 잃었던 날로부터 18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이 사건을 잊은적이 없다고 했다. 8일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법 417호실에는 이제 초로에 접어든 부부가 피의자가 잘 보이는 곳 앞쪽자리에 쓸쓸히 앉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심규홍)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된 아더 패터슨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공소사실와 변호입장을 확인하고 다음 일정을 정하는 공판준비기일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관심도를 반영하듯 재판장 주변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건물로 들어가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에선 영상카메라기자와 방송 기자가 줄지어 섰고, 어림잡아 300석이 넘어 보이는 공판장이 빈자리 없이 가득찼다.

패터슨 변호인
▲패터슨의 변호인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 모습.


건물 입구에서는 15분 간격으로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와 아더 패터슨의 변호인이 차례로 등장해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무죄 판결 에드워드 리 아버지 “내 아들은 절대 살인자가 아니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패터슨은) 100%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노부부의 반대편에 앉은 그는 검사의 기소 이유에 귀를 기울이며 중간 중간 메모를 했다.

아더 패터슨
▲1997년 사건 당시 아더 패터슨의 모습


수형복을 입고 재판장에 등장한 아더 패터슨은 귀국 당시와 달리 수염을 민 상태였으며 방청객을 한 번 둘러보더니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검사나 통역사의 말에 짧게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방청석을 살피기도 했다. 한국말에 서툰 패터슨이 법원 통역사의 말을 듣고서 영어로 짧게 답변을 하면 모두들 그의 말에 집중하느라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패터슨의 변호인 오병주 변호사는 "진실을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됐다"며 검사의 기소 내역을 반박했다. 23년 검사 경력 갖고 있는 변호인은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이 사건 특성상 마약을 한 상태에서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피의자로 16년 만에 송환, 법정에 선 한국계 미국인

그는 "패터슨의 무죄를 의심치 않는다"며 중간 중간 한국인 홀어머니 밑에 자란 그의 딱한 상황과 누명으로 한국에 강제송환된 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재판이 17년 전과는 다를 것임을 강조했다. 검사측에서는 '자신이 조씨를 살해했다'는 패터슨의 말을 직접 들은 주변 친구의 증언과 혈흔 자극 등을 토대로 패터슨이 범인이라는 점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측은 또, 102개의 증거 목록을 제출하며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패터슨
▲지난달 말 한국으로 송환된 패터슨


하지만, 패터슨의 변호인은 1심 당시 주요 증거로 제출됐던 거짓말 탐지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무죄를 주장하며, 이미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온 패터슨을 기소하는 것은 판결이 확정된 범죄는 다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박했다.

양측이 각자 발언을 할 때마다 재판장 안은 긴장감이 넘쳤다.

드디어 재판이 끝나고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법정 밖으로 나왔다. 이씨는 "패터슨이 범인이라고 알고 있다"며 "재판을 공정하게 받아서 꼭 범인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과 중필이의 한을 풀어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진실은 언제쯤 그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패터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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