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청년에게 100만 원씩? “선투자 개념” vs “정치 노림수”

입력 2015.10.11 (00:23) 수정 2015.10.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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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가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한 '청년배당제도'를 입법 예고했다. 소득이 있든 없든, 취업했든 못했든, 부자든 가난하든 살림살이 여건과는 무관하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24살 청년 전체가 지원 대상으로 1년에 최대 100만 원씩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구는 현재 1만 1,300명 정도. 산술적으로 연간 113억 원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남시는 대상자들에게 적립카드 형식으로 분기당 최대 25만 원을 넣어주는 방법을 계획 중이다. 정확한 금액은 시 예산을 종합적으로 따져본 뒤 최종 결정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제시된 액수에서 많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성남 시내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만나봤다.

성남 시청 외관성남 시청 외관


■ “진짜요? 1인당 100만 원을?”

대부분 놀라는 눈치다. "정말요? 100만 원씩이나?" 이렇게 반응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 반문은 그러니까 그게 실제로 되느냐는 의문이다. 찬성·반대를 판단하기에 앞서 궁금증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정치권의 오래된 쟁점인 복지 논란 자체에 관심 있는 시민을 거리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아유, 난 그런 거 몰라요. 나라에서 세금 걷어다가 제대로 쓰면 그만인데 자기들끼리 싸움질만 하니까 문제지."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말하는 시민보다 이런 종류의 답을 주는 분들이 많았다.
정부가 수용해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찬반 여부를 물으니 긍정적인 쪽이 많다. 모집단이라고 할 만큼 많은 수의 시민을 만나 설문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돈 준다는데. 환영하는 성남시민이 그렇지 않은 성남시민보다 많은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본다. 요즘 청년들 어려워하는 모습 보면 좋은 정책이긴 한데, 앞선 궁금증이 다시 나온다. "진짜로 줄 수 있나요?" "가난한 사람한테만 주는 게 아니라고요?" 기본소득 개념이 우리 국민에게 낯설기는 하다. 여기서 성남시가 적용한다는 해당 개념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충분한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복지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지급된다는 점도 그 차이를 설명해준다. 즉 보편적 복지다. 이를 지지하는 견해에서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상대적 빈곤을 완화함으로써 평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돈을 주는 것이 오히려 불평등이라는 입장이다. 기본소득 개념을 근거로 우리가 본 적이 있는 정책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던 '노령 기초연금'이 있다. 65세 이상 전 국민에게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20만 원씩 준다는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시행 과정에서 소득 수준을 고려한 보조금 형태로 바뀌었다.
해묵은 논란은 계속된다. "돈은 한정돼있는데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 왜 공짜 밥을 주느냐"는 게 반대쪽의 논리다. "부자든 가난하든 같은 복지를 누리도록 하고 부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게 평등에 가까운 사회"라는 게 찬성하는 쪽의 목소리다. 한국에서 이 논란은 정치 갈등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거니와 증세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어서 당분간 관련 정책이 나올 때마다, 선거 때마다 계속될 것이다.

■ ‘청년배당’ 실현 가능한가?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자체의 이 같은 조례 시행은 복지부 장관이 합의해야 한다. 복지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행할 수 없다. 지난 3월 성남시와 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조례는 복지부가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8월 성남시가 내놓은 '무상 교복' 조례에 대해 복지부는 다음 달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하고, '청년 배당' 조례안은 12월까지 결정해 알려야 한다.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성남시가 잇따라 내놓은 복지정책의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은 물론 "튀는 정책으로 이슈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이재명 성남시장의 행보와 더불어 줄곧 따라다닌다. 이 시장을 직접 만나 물었다.

시민들 모습시민들 모습


“해야 할 일을 할 뿐” vs “정치적 노림수”

기자가 찾아갔을 때 이재명 시장은 '열린 시장실'을 관람하러 온 수십 명의 학생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도드라지는 발언과 행보가 이어지는 만큼 어느 지자체장과 비교해도 지지자 편에선 열혈팬이 많고 반대쪽에선 혀를 내두르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당장 필요한 것은 20대에게 술값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적 노림수'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시장은 "안 해도 되는 일을 벌이는 게 포퓰리즘이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시장의 일"이라며 "기초연금이 사회에 이바지한 분들을 위한 후배당이라면 청년 배당은 위험상황에 처해있는 세대를 위한 선투자 개념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성남시는 제도가 시행될 경우 내년 해당 정책에 투입될 금액은 탈세를 막아 절약한 예산에서 이미 실현할 수 있도록 잡아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성남시 측 조례안의 취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수용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복지부의 수용 여부와는 별개로, 당분간 우리 사회의 팽팽한 복지 논쟁 속에 이 시장이 종종 이슈메이커로 등장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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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청년에게 100만 원씩? “선투자 개념” vs “정치 노림수”
    • 입력 2015-10-11 00:23:41
    • 수정2015-10-11 09:22:26
    취재후·사건후
경기도 성남시가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한 '청년배당제도'를 입법 예고했다. 소득이 있든 없든, 취업했든 못했든, 부자든 가난하든 살림살이 여건과는 무관하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24살 청년 전체가 지원 대상으로 1년에 최대 100만 원씩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구는 현재 1만 1,300명 정도. 산술적으로 연간 113억 원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남시는 대상자들에게 적립카드 형식으로 분기당 최대 25만 원을 넣어주는 방법을 계획 중이다. 정확한 금액은 시 예산을 종합적으로 따져본 뒤 최종 결정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제시된 액수에서 많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성남 시내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만나봤다.

성남 시청 외관


■ “진짜요? 1인당 100만 원을?”

대부분 놀라는 눈치다. "정말요? 100만 원씩이나?" 이렇게 반응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 반문은 그러니까 그게 실제로 되느냐는 의문이다. 찬성·반대를 판단하기에 앞서 궁금증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정치권의 오래된 쟁점인 복지 논란 자체에 관심 있는 시민을 거리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아유, 난 그런 거 몰라요. 나라에서 세금 걷어다가 제대로 쓰면 그만인데 자기들끼리 싸움질만 하니까 문제지."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말하는 시민보다 이런 종류의 답을 주는 분들이 많았다.
정부가 수용해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찬반 여부를 물으니 긍정적인 쪽이 많다. 모집단이라고 할 만큼 많은 수의 시민을 만나 설문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돈 준다는데. 환영하는 성남시민이 그렇지 않은 성남시민보다 많은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본다. 요즘 청년들 어려워하는 모습 보면 좋은 정책이긴 한데, 앞선 궁금증이 다시 나온다. "진짜로 줄 수 있나요?" "가난한 사람한테만 주는 게 아니라고요?" 기본소득 개념이 우리 국민에게 낯설기는 하다. 여기서 성남시가 적용한다는 해당 개념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충분한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복지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지급된다는 점도 그 차이를 설명해준다. 즉 보편적 복지다. 이를 지지하는 견해에서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상대적 빈곤을 완화함으로써 평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돈을 주는 것이 오히려 불평등이라는 입장이다. 기본소득 개념을 근거로 우리가 본 적이 있는 정책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던 '노령 기초연금'이 있다. 65세 이상 전 국민에게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20만 원씩 준다는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시행 과정에서 소득 수준을 고려한 보조금 형태로 바뀌었다.
해묵은 논란은 계속된다. "돈은 한정돼있는데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 왜 공짜 밥을 주느냐"는 게 반대쪽의 논리다. "부자든 가난하든 같은 복지를 누리도록 하고 부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게 평등에 가까운 사회"라는 게 찬성하는 쪽의 목소리다. 한국에서 이 논란은 정치 갈등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거니와 증세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어서 당분간 관련 정책이 나올 때마다, 선거 때마다 계속될 것이다.

■ ‘청년배당’ 실현 가능한가?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자체의 이 같은 조례 시행은 복지부 장관이 합의해야 한다. 복지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행할 수 없다. 지난 3월 성남시와 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조례는 복지부가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8월 성남시가 내놓은 '무상 교복' 조례에 대해 복지부는 다음 달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하고, '청년 배당' 조례안은 12월까지 결정해 알려야 한다.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성남시가 잇따라 내놓은 복지정책의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은 물론 "튀는 정책으로 이슈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이재명 성남시장의 행보와 더불어 줄곧 따라다닌다. 이 시장을 직접 만나 물었다.

시민들 모습


“해야 할 일을 할 뿐” vs “정치적 노림수”

기자가 찾아갔을 때 이재명 시장은 '열린 시장실'을 관람하러 온 수십 명의 학생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도드라지는 발언과 행보가 이어지는 만큼 어느 지자체장과 비교해도 지지자 편에선 열혈팬이 많고 반대쪽에선 혀를 내두르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당장 필요한 것은 20대에게 술값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적 노림수'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시장은 "안 해도 되는 일을 벌이는 게 포퓰리즘이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시장의 일"이라며 "기초연금이 사회에 이바지한 분들을 위한 후배당이라면 청년 배당은 위험상황에 처해있는 세대를 위한 선투자 개념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성남시는 제도가 시행될 경우 내년 해당 정책에 투입될 금액은 탈세를 막아 절약한 예산에서 이미 실현할 수 있도록 잡아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성남시 측 조례안의 취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수용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복지부의 수용 여부와는 별개로, 당분간 우리 사회의 팽팽한 복지 논쟁 속에 이 시장이 종종 이슈메이커로 등장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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