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바람 핀 남편, 간병하고 간 이식까지 해줬더니…

입력 2015.10.19 (10:21) 수정 2015.10.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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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A씨는 집 나간 아내 B씨를 원망했다. 사업부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외면한 아내가 야속했다. 결국 A씨는 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소. 서울고법 가사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연은 이렇다.

30여년 전 결혼한 두 사람은 성격 차이와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부부싸움이 잦았다.

그러다 A씨에게 여자가 생겼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여성인 C씨와 3년 전부터 사업상 자주 만나기 시작하면서 가까워졌다. 아내는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추궁했고, C씨를 찾아가서는 남편을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A씨는 아내가 C씨를 찾아간 일을 탓하며 폭언을 했다. 부부관계는 악화됐고, 결국 B씨는 딸과 함께 집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됐다.

그러다 1년여 뒤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아내는 집에 들어왔다. A씨의 간이식 수술이 시급한 상황에서 딸이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해줬다. 아내는 병원에서 남편을 돌봤다.

건강을 회복한 A씨는 B씨와 함께 집에 돌아와 생활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사업 부도로 재산 대부분을 아내 명의로 보유한 상황에서 생긴 경제적인 문제에 더해 남편과 C씨가 계속 연락하는 것을 B씨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B씨는 다시 집을 나갔다.

A씨는 아내 가출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내면서 "사업 부도로 스트레스를 겪었음에도 아내는 철저히 외면했고 부정행위를 근거 없이 의심하며 미행했을 뿐 아니라 재산 대부분이 자신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3년 전 가출해 경제적인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고가 남편의 건강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간병했고 딸도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이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간을 이식해주는 등 가족공동체가 완전히 파탄됐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원은 이혼소송에서의 원칙인 이른바 '유책주의'를 재확인했다.

이혼소송에 관한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있다. 유책주의란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인 반면, 파탄주의는 부부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 났다면 책임소재를 묻지 않고 이혼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도 유책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유책주의를 적용해 법원은 "상당 기간 별거하면서 건강이 나빠진 남편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한 일부 잘못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지속해온 원고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런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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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바람 핀 남편, 간병하고 간 이식까지 해줬더니…
    • 입력 2015-10-19 10:21:17
    • 수정2015-10-19 11:39:23
    취재후·사건후
남편 A씨는 집 나간 아내 B씨를 원망했다. 사업부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외면한 아내가 야속했다. 결국 A씨는 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소. 서울고법 가사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연은 이렇다.

30여년 전 결혼한 두 사람은 성격 차이와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부부싸움이 잦았다.

그러다 A씨에게 여자가 생겼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여성인 C씨와 3년 전부터 사업상 자주 만나기 시작하면서 가까워졌다. 아내는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추궁했고, C씨를 찾아가서는 남편을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A씨는 아내가 C씨를 찾아간 일을 탓하며 폭언을 했다. 부부관계는 악화됐고, 결국 B씨는 딸과 함께 집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됐다.

그러다 1년여 뒤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아내는 집에 들어왔다. A씨의 간이식 수술이 시급한 상황에서 딸이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해줬다. 아내는 병원에서 남편을 돌봤다.

건강을 회복한 A씨는 B씨와 함께 집에 돌아와 생활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사업 부도로 재산 대부분을 아내 명의로 보유한 상황에서 생긴 경제적인 문제에 더해 남편과 C씨가 계속 연락하는 것을 B씨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B씨는 다시 집을 나갔다.

A씨는 아내 가출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내면서 "사업 부도로 스트레스를 겪었음에도 아내는 철저히 외면했고 부정행위를 근거 없이 의심하며 미행했을 뿐 아니라 재산 대부분이 자신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3년 전 가출해 경제적인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고가 남편의 건강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간병했고 딸도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이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간을 이식해주는 등 가족공동체가 완전히 파탄됐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원은 이혼소송에서의 원칙인 이른바 '유책주의'를 재확인했다.

이혼소송에 관한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있다. 유책주의란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인 반면, 파탄주의는 부부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 났다면 책임소재를 묻지 않고 이혼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도 유책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유책주의를 적용해 법원은 "상당 기간 별거하면서 건강이 나빠진 남편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한 일부 잘못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지속해온 원고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런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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