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릎 사과’ 파문…“7년 前 물건 무상 AS 요구”

입력 2015.10.20 (08:32) 수정 2015.10.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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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손님은 왕”이다...

기분이 나빠도 슬퍼도, 항상 친절한 감정만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대표적 업종이 바로 백화점 점원입니다.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두 점원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그 앞에 한 손님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앉아 있습니다.

한 눈에 봐도 굴욕적인 장면입니다.

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인천의 한 대형 백화점 귀금속 매장.

검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 2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맞은편 의자에 앉은 젊은 여성, 계속 반말을 하며 직원들을 다그칩니다.

<녹취> 고객(음성변조) : "너희 백화점에서 일하는 게 창피해? 야, 너희도 나 똑바로 봐. 지나가다가 나 마주치면 그때도 죄송하다고 하게 내 얼굴 똑바로 외워."

직원들이 해명을 하려 하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녹취> 점원(음성변조) : "그게 아니고요. 그게 아니고요, 고객님. 본사 방침인데요."

<녹취> 고객(음성변조) : "알았다고. 그런데 너희 서비스에 대해서는 너희가 해결하라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다른 고객들이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는데요.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거기가 사람들 바로 오가는 길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많이 볼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그런데 제가 하도 안쓰러워서 찍다가 나중에 제가 이건 안 되겠다 해서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거죠.”

직원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쩔쩔 매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지금 뭐하는 거냐고 빨리 일어나시라고. 그 상태 그냥 아무런 표정없이 그냥 있더라고 눈가에 눈물이 (나왔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꿇어야 하는 그 사람 심정이 어땠겠어요.”

목격자가 영상을 계속 찍자, 이번엔 여성과 목격자 사이에 영상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초상권 침해로 신고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웃었죠. 이거는 내가 신고하겠다고 제가 112에 신고한 거예요.”

<녹취> 경찰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신고는 손님이 직원을 무릎 꿇려 놓고 갑질하고 있다 이렇게 신고됐고 나가서 확인해 보니까 이제 팔찌하고 목걸이 AS문제로 7,8년 지난 물건을 AS 해달라 해서 이게 무상 수리가 되냐 안 되느냐 로 언쟁이 된 거고요.”

사건의 시작은 지난 10일부터였습니다.

중년의 여성이 매장을 방문해 7,8년 전에 구입한 제품을 무상으로 수선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귀금속 매장 본사 정책상 구입한 지 7,8년이 지난 제품은 돈을 내고 수리를 해야 하고, 점원은 이 점을 고객에게 설명했습니다.

이 때부터 가족들의 항의가 시작됐습니다.

여성의 딸이 며칠 뒤 다시 전화로 항의를 했고, 결국 본사에서 두 손을 들었습니다.

예외적으로 무상 수리를 해 주기로 한 겁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고객님과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요. 저희 직원 보호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진행됐던 부분이고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딸이 매장에 찾아와, 왜 무상 수선을 할 수 없다고 했는지 항의하며 폭언을 퍼부었다고 매장 관계자들은 전했는데요.

<녹취> 업체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한 시간 가량을 폭언을 하셨고요.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요청하시면서 물건 그런 부분도 요청을 계속하시고.”

이 여성이 이날 하루에만도 여러 차례 매장을 방문해 보상을 요구하자, 결국 매니저를 포함한 직원 두 명이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왜 본사는 해 준다 했고 그런데 왜 여기선 안 된다고 했느냐 항의하는 과정에 점원들이 자기네가 그러면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하면 받아주겠습니까 저희가 잘못한 것 이래서 점원들이 무릎을 꿇은 거죠."

자의로 무릎을 꿇었다고 했지만, 옆에서 지켜 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경비업체 그 사람한테 뭐라고 했죠. 당신들 뭐하는 거냐고 빨리 수습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 사람이 멀뚱멀뚱 쳐다보니까 화가 나더라고.”

해당 백화점에서는 위급 상황이 아니었고, 관리 요원은 사법권이 없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백화점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그런 불만 이 있었다는 건 저희 영업팀에서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매장에서 바로 소동이 일어나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거고.”

무릎을 꿇었던 두 직원, 정신적 충격을 받아 바로 다음날부터 현재까지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업체 측은 직원들이 원할 경우 폭언을 퍼부은 고객을 상대로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심리적으로 많이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최대한 직원분들이 안정을 취하시는 게 최우선이라서 그렇게 방향을 잡고 있거든요.”

한 40대 여성이 카운터의 물건을 집어 던지다, 별안간 매장 직원의 뺨을 때립니다.

<녹취> 백화점 고객(음성변조) : "놔! 놓으라고! 어디서 손을 잡아 이게."

옷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는데 직원이 규정상 어렵다고 거부하자 벌어진 일입니다.

부천의 한 백화점에서는 모녀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을 무릎 꿇리고 폭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진상 고객들’, 각 백화점마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녹취> 백화점 직원(음성변조) : “원래 안 되는데 환불한다든가 환불해달라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소리를 지르면 해주긴 해 주는데 그러면 해줄 수 있는데 안 해줬느냐 트집을 잡고…….”

<녹취> 백화점 직원(음성변조) : “6개월 쓰고 환불해달라든가, 사지도 않은 걸 가지고와서 큰소리치면서 “야 네가 과장 데려와도 안 해줄 거야?” 반말 착착하면서 생각보다 많아요.”

손님을 왕처럼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다, 매장에서 큰 소리가 나면 다른 손님마저 쫓는 꼴이 돼,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점원들의 비애입니다.

<인터뷰> 이영애(교수/인천대 아동소비자학과) : “무조건 친절교육을 강요하는 것들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든가 응대 매뉴얼등을 통해 과도하다 싶은 고객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라든가 권한 같은 걸 이양해야 되는 거고요.”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갑질들. 백화점에서 고객이 살 수 있는 건 물건이지 점원의 인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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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릎 사과’ 파문…“7년 前 물건 무상 AS 요구”
    • 입력 2015-10-20 08:34:19
    • 수정2015-10-20 14: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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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손님은 왕”이다...

기분이 나빠도 슬퍼도, 항상 친절한 감정만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대표적 업종이 바로 백화점 점원입니다.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두 점원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그 앞에 한 손님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앉아 있습니다.

한 눈에 봐도 굴욕적인 장면입니다.

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인천의 한 대형 백화점 귀금속 매장.

검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 2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맞은편 의자에 앉은 젊은 여성, 계속 반말을 하며 직원들을 다그칩니다.

<녹취> 고객(음성변조) : "너희 백화점에서 일하는 게 창피해? 야, 너희도 나 똑바로 봐. 지나가다가 나 마주치면 그때도 죄송하다고 하게 내 얼굴 똑바로 외워."

직원들이 해명을 하려 하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녹취> 점원(음성변조) : "그게 아니고요. 그게 아니고요, 고객님. 본사 방침인데요."

<녹취> 고객(음성변조) : "알았다고. 그런데 너희 서비스에 대해서는 너희가 해결하라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다른 고객들이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는데요.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거기가 사람들 바로 오가는 길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많이 볼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그런데 제가 하도 안쓰러워서 찍다가 나중에 제가 이건 안 되겠다 해서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거죠.”

직원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쩔쩔 매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지금 뭐하는 거냐고 빨리 일어나시라고. 그 상태 그냥 아무런 표정없이 그냥 있더라고 눈가에 눈물이 (나왔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꿇어야 하는 그 사람 심정이 어땠겠어요.”

목격자가 영상을 계속 찍자, 이번엔 여성과 목격자 사이에 영상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초상권 침해로 신고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웃었죠. 이거는 내가 신고하겠다고 제가 112에 신고한 거예요.”

<녹취> 경찰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신고는 손님이 직원을 무릎 꿇려 놓고 갑질하고 있다 이렇게 신고됐고 나가서 확인해 보니까 이제 팔찌하고 목걸이 AS문제로 7,8년 지난 물건을 AS 해달라 해서 이게 무상 수리가 되냐 안 되느냐 로 언쟁이 된 거고요.”

사건의 시작은 지난 10일부터였습니다.

중년의 여성이 매장을 방문해 7,8년 전에 구입한 제품을 무상으로 수선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귀금속 매장 본사 정책상 구입한 지 7,8년이 지난 제품은 돈을 내고 수리를 해야 하고, 점원은 이 점을 고객에게 설명했습니다.

이 때부터 가족들의 항의가 시작됐습니다.

여성의 딸이 며칠 뒤 다시 전화로 항의를 했고, 결국 본사에서 두 손을 들었습니다.

예외적으로 무상 수리를 해 주기로 한 겁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고객님과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요. 저희 직원 보호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진행됐던 부분이고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딸이 매장에 찾아와, 왜 무상 수선을 할 수 없다고 했는지 항의하며 폭언을 퍼부었다고 매장 관계자들은 전했는데요.

<녹취> 업체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한 시간 가량을 폭언을 하셨고요.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요청하시면서 물건 그런 부분도 요청을 계속하시고.”

이 여성이 이날 하루에만도 여러 차례 매장을 방문해 보상을 요구하자, 결국 매니저를 포함한 직원 두 명이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왜 본사는 해 준다 했고 그런데 왜 여기선 안 된다고 했느냐 항의하는 과정에 점원들이 자기네가 그러면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하면 받아주겠습니까 저희가 잘못한 것 이래서 점원들이 무릎을 꿇은 거죠."

자의로 무릎을 꿇었다고 했지만, 옆에서 지켜 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경비업체 그 사람한테 뭐라고 했죠. 당신들 뭐하는 거냐고 빨리 수습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 사람이 멀뚱멀뚱 쳐다보니까 화가 나더라고.”

해당 백화점에서는 위급 상황이 아니었고, 관리 요원은 사법권이 없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백화점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그런 불만 이 있었다는 건 저희 영업팀에서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매장에서 바로 소동이 일어나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거고.”

무릎을 꿇었던 두 직원, 정신적 충격을 받아 바로 다음날부터 현재까지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업체 측은 직원들이 원할 경우 폭언을 퍼부은 고객을 상대로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전화/음성변조) : “심리적으로 많이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최대한 직원분들이 안정을 취하시는 게 최우선이라서 그렇게 방향을 잡고 있거든요.”

한 40대 여성이 카운터의 물건을 집어 던지다, 별안간 매장 직원의 뺨을 때립니다.

<녹취> 백화점 고객(음성변조) : "놔! 놓으라고! 어디서 손을 잡아 이게."

옷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는데 직원이 규정상 어렵다고 거부하자 벌어진 일입니다.

부천의 한 백화점에서는 모녀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을 무릎 꿇리고 폭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진상 고객들’, 각 백화점마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녹취> 백화점 직원(음성변조) : “원래 안 되는데 환불한다든가 환불해달라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소리를 지르면 해주긴 해 주는데 그러면 해줄 수 있는데 안 해줬느냐 트집을 잡고…….”

<녹취> 백화점 직원(음성변조) : “6개월 쓰고 환불해달라든가, 사지도 않은 걸 가지고와서 큰소리치면서 “야 네가 과장 데려와도 안 해줄 거야?” 반말 착착하면서 생각보다 많아요.”

손님을 왕처럼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다, 매장에서 큰 소리가 나면 다른 손님마저 쫓는 꼴이 돼,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점원들의 비애입니다.

<인터뷰> 이영애(교수/인천대 아동소비자학과) : “무조건 친절교육을 강요하는 것들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든가 응대 매뉴얼등을 통해 과도하다 싶은 고객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라든가 권한 같은 걸 이양해야 되는 거고요.”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갑질들. 백화점에서 고객이 살 수 있는 건 물건이지 점원의 인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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