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메마른 땅…최악의 가뭄 현장을 가다

입력 2015.10.26 (16:49) 수정 2015.10.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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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댐 상류


"지금 우리가 물 위를 달리고 있네요."

분명 내비게이션에 따르면 기자가 탄 차량은 물살을 가로지르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황량하게 메마른 채 쩍쩍 갈라진 땅덩어리뿐이었다. 26일 찾은 충남 보령댐 상류 지역 모습이다.

보령댐은 충남 서북부 지역 유일한 광역상수원이다. 보령·서산·당진·홍성 등 8개 시·군에 사는 50만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 보령댐 상류


이날 오전 7시 기준 보령댐 저수율은 20.0%로 1998년 보령댐 준공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만 지나면 20% 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게 한국수자원공사 측 예상이다.

박종덕 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 운영팀장은 "가뭄이 이어지며 보령댐 하루 방수량을 기존 20만t에서 18만t으로 줄인 상태"라며 "예년 수위가 70.5m인데 지금은 58m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댐 상류 지역은 평소 같으면 어른 키 2배 높이 만큼 물이 차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지역이 바닥을 드러낸 채 있었다. 군데군데 갈라진 토지를 통해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물가 쪽 암석에는 한 때 물이 차 있었음을 증명하는 물때가 선명했다.


▲ 보령댐 상류


보령댐이 외부 유입 없이 최대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500여일. 수자원공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내년 3월이면 보령댐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충남도는 부랴부랴 금강 물을 끌어와 보령댐에 유입하는 작업을 시행키로 했다.

인근 주민들은 고민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의 이고우(63) 이장은 "우리는 대부분이 밭농사로, 지금 수확 철인데도 다들 울상만 짓고 있다"며 "물이 부족해 콩들이 껍질만 있어 수확을 못 한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10분의 1 수준인 집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풍계리는 오전 오후 2시간씩 하루 4시간만 급수를 시행한다. 이런 생활을 지난 5월부터 했다. 주민들은 여름에도 맘껏 씻지 못하고, 심지어 변기 물 내리는 것도 조심스러워 할 정도다. 가뭄에 견디다 못한 일부 주민은 보령댐을 찾아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

보령시 최대 저수지인 청천저수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령시에 농업용수를 보급하는 이 저수지의 저수율은 17% 수준으로, 평년(69.8%)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 청천저수지


기자가 찾아간 저수지는 '낚시할 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바닥은 어른 손가락 깊이 만큼 갈라져 있었고, 여기저기 조가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인근 주민은 "내년 봄부터는 모내기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용수가 많이 필요하다"며 "어떻게든 내년 장마철까지 버텨보자는 심정"이라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 청천저수지


현재 충남 지역 저수지 저수율은 32%로, 평년(7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저수지 저수율은 45%로 역시 평년(77%)에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충남 보령시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단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관 기사]

☞ [뉴스9] 42년 만의 가을 가뭄…바닥 드러낸 댐·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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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메마른 땅…최악의 가뭄 현장을 가다
    • 입력 2015-10-26 16:49:10
    • 수정2015-10-26 21:50:56
    사회

▲ 보령댐 상류


"지금 우리가 물 위를 달리고 있네요."

분명 내비게이션에 따르면 기자가 탄 차량은 물살을 가로지르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황량하게 메마른 채 쩍쩍 갈라진 땅덩어리뿐이었다. 26일 찾은 충남 보령댐 상류 지역 모습이다.

보령댐은 충남 서북부 지역 유일한 광역상수원이다. 보령·서산·당진·홍성 등 8개 시·군에 사는 50만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 보령댐 상류


이날 오전 7시 기준 보령댐 저수율은 20.0%로 1998년 보령댐 준공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만 지나면 20% 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게 한국수자원공사 측 예상이다.

박종덕 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 운영팀장은 "가뭄이 이어지며 보령댐 하루 방수량을 기존 20만t에서 18만t으로 줄인 상태"라며 "예년 수위가 70.5m인데 지금은 58m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댐 상류 지역은 평소 같으면 어른 키 2배 높이 만큼 물이 차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지역이 바닥을 드러낸 채 있었다. 군데군데 갈라진 토지를 통해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물가 쪽 암석에는 한 때 물이 차 있었음을 증명하는 물때가 선명했다.


▲ 보령댐 상류


보령댐이 외부 유입 없이 최대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500여일. 수자원공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내년 3월이면 보령댐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충남도는 부랴부랴 금강 물을 끌어와 보령댐에 유입하는 작업을 시행키로 했다.

인근 주민들은 고민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의 이고우(63) 이장은 "우리는 대부분이 밭농사로, 지금 수확 철인데도 다들 울상만 짓고 있다"며 "물이 부족해 콩들이 껍질만 있어 수확을 못 한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10분의 1 수준인 집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풍계리는 오전 오후 2시간씩 하루 4시간만 급수를 시행한다. 이런 생활을 지난 5월부터 했다. 주민들은 여름에도 맘껏 씻지 못하고, 심지어 변기 물 내리는 것도 조심스러워 할 정도다. 가뭄에 견디다 못한 일부 주민은 보령댐을 찾아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

보령시 최대 저수지인 청천저수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령시에 농업용수를 보급하는 이 저수지의 저수율은 17% 수준으로, 평년(69.8%)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 청천저수지


기자가 찾아간 저수지는 '낚시할 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바닥은 어른 손가락 깊이 만큼 갈라져 있었고, 여기저기 조가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인근 주민은 "내년 봄부터는 모내기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용수가 많이 필요하다"며 "어떻게든 내년 장마철까지 버텨보자는 심정"이라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 청천저수지


현재 충남 지역 저수지 저수율은 32%로, 평년(7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저수지 저수율은 45%로 역시 평년(77%)에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충남 보령시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단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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