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최저연봉 8천만 원’ 반년 지나고 보니...

입력 2015.10.28 (18:07) 수정 2015.10.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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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봄, 미국의 한 젊은 CEO가 아주 특별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직원의 연봉을 최소한 8천만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거였습니다.

반 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혹평을 받고 굴곡도 있었지만 반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알아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어떤 CEO인데, 이런 결정을 내렸었는지 궁금하네요.

<답변>
바로 이 사람입니다. 영화배우처럼 생겼죠.

나이는 불과 31살, 이름은 댄 프라이스입니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입니다.

댄 프라이스 CEO가 지난 4월에 발표했던 내용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녹취> 댄 프라이스(그래비티 CEO) : "우리 회사는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최저 7만 달러(8천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입니다."

숨죽이고 CEO의 발표를 듣던 직원들.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머뭇거리다 뒤늦게 환호성을 터뜨립니다.

좀 얼떨떨한 것 같기도 하고요. CEO와 하이파이브도 나눕니다.

당시 직원들 심정은 어땠을까요?

<녹취> "직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요. 이렇게들 말했죠. '이제 아기를 낳을 수 있겠어' '이제 집도 살 수 있다고!"

<녹취> "대단했죠. 수 개월 동안 디즈니랜드에 놀러 온 것 같았어요."

댄 프라이스는 3년 안에 직원들에게 7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한 대신 원래 11억 원이었던 자기 연봉은 직원들 수준으로 깎았습니다.

이 발표로 직원 70명의 임금이 상승했고요.

특히 경비원이나 전화상담원, 판매직 같은 저임금 노동자 30명은 임금이 거의 2배나 올랐습니다.

<질문>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던 배경을 밝혀서 화제가 됐더군요.

<답변>
네, 너무 파격적이어서 발표 당시에는 즉흥적인 결정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사실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4년 전 한 직원과 담배를 피우면서 나눴던 대화였습니다. 직원 표정이 안 좋아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이 직원이 '당신은 나를 착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CEO는 충격을 받았겠죠?

그래서 당신 급여 4천만 원은 시세대로 책정이 돼 있는데, 뭔가 다른 데이터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 직원은 "돈을 꼭 충분히 벌어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들리네요"라면서 약간 비꼬는 투로 말했다고 합니다.

나름대로는 직원 대우 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댄 프라이스는 큰 충격을 받았고요.

이후 매년 20%씩 직원 연봉을 올리다가, 아예 최저 연봉을 7만 달러로 정했다는 겁니다.

<질문>
그래서 최저연봉을 인상했는데, 찬반 양론이 뜨거웠어요?

<답변>
최고의 CEO라는 찬사도 있었지만, 회사가 금방 망할거라는 악담도 많았습니다.

<녹취> 美 방송 : "(댄 프라이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는 거 같은데 해보세요) 에이, 아니에요...당신 제 정신이에요? 하하 농담입니다만..."

방송 사회자조차 첫 마디가 '당신 제정신이냐'였을 정도였죠.

특히 다른 기업 CEO들은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면서 맹비난했습니다.

사실 지난 4월, 미국에서는 맥도널드 노동자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시위가 잇따르던 시기였거든요.

민감한 시기에 파격적 결정을 내린 저의가 뭐냐는 비판이었습니다.

반대로 댄 프라이스는 엄청난 응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녹취> 할리(직원) : "평균적으로 1분당 2통씩의 이력서 이메일이 접수될 정도였어요."

우선 발표 직후 일주일 동안 구직 이력서가 4천5백 통이나 몰렸고요.

회사의 방침을 옹호하는 응원편지부터, 개인적인 러브레터까지 다양한 편지들을 받았다고 합니다.

<질문>
그런데 결정 초기에는 상당한 위기가 찾아왔잖아요?

<답변>
사실 생각해 보면, 오래 일한 직원하고 신입사원이 받는 임금 차이가 별로 없어지니까 불만이 생길만 하죠.

또 이미 7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던 직원들은 의욕을 잃고 퇴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비티는 카드 결제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회사인데요.

직원들 임금이 올라갔으니 수수료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거래처들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가장 뼈 아팠던 부분은 어렸을 때 회사를 공동 창업하고 30%의 지분을 소유한 친형과의 불화였습니다.

물론 최저연봉 인상과는 무관하다고 알려졌습니다만, 형제간 소송전까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댄 프라이스는 자기 지분을 모두 팔고, 주택 두 채까지 대출을 받아 3백만 달러를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갈 길을 가겠다는 거죠.

<질문>
그런데 또 반전이 있었네요. 지금은 회사가 상당히 안정됐다면서요?

<답변>
4월에 발표를 했으니까 딱 반년이 지났죠?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매출과 이익이 종전의 2배로 뛰었고요.

일부 거래처 계약이 취소되긴 했었지만, 2분기 고객 유지비율이 무려 95%였다고 합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신뢰하면서 맡길 수 있겠다는 것이죠.

월 평균 30건 정도였던 고객 문의는 2천 건으로 늘고,

야후의 임원이었던 타미 크롤은 경영철학에 감동해서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그래비티에 합류했습니다.

<녹취> 댄 프라이스(그래비티 CEO) : "지금까지 오는 길은 평탄하지 않았죠. 하지만 상당한 변화가 있었고, 우리의 문제 해결능력과 결정은 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지금 가는 길이 흥분됩니다."

댄 프라이스의 도전은 진행중입니다.

성공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응원하면서 이 실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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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최저연봉 8천만 원’ 반년 지나고 보니...
    • 입력 2015-10-28 18:08:45
    • 수정2015-10-28 18:49:13
    글로벌24
<앵커 멘트>

올해 봄, 미국의 한 젊은 CEO가 아주 특별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직원의 연봉을 최소한 8천만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거였습니다.

반 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혹평을 받고 굴곡도 있었지만 반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알아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어떤 CEO인데, 이런 결정을 내렸었는지 궁금하네요.

<답변>
바로 이 사람입니다. 영화배우처럼 생겼죠.

나이는 불과 31살, 이름은 댄 프라이스입니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입니다.

댄 프라이스 CEO가 지난 4월에 발표했던 내용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녹취> 댄 프라이스(그래비티 CEO) : "우리 회사는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최저 7만 달러(8천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입니다."

숨죽이고 CEO의 발표를 듣던 직원들.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머뭇거리다 뒤늦게 환호성을 터뜨립니다.

좀 얼떨떨한 것 같기도 하고요. CEO와 하이파이브도 나눕니다.

당시 직원들 심정은 어땠을까요?

<녹취> "직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요. 이렇게들 말했죠. '이제 아기를 낳을 수 있겠어' '이제 집도 살 수 있다고!"

<녹취> "대단했죠. 수 개월 동안 디즈니랜드에 놀러 온 것 같았어요."

댄 프라이스는 3년 안에 직원들에게 7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한 대신 원래 11억 원이었던 자기 연봉은 직원들 수준으로 깎았습니다.

이 발표로 직원 70명의 임금이 상승했고요.

특히 경비원이나 전화상담원, 판매직 같은 저임금 노동자 30명은 임금이 거의 2배나 올랐습니다.

<질문>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던 배경을 밝혀서 화제가 됐더군요.

<답변>
네, 너무 파격적이어서 발표 당시에는 즉흥적인 결정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사실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4년 전 한 직원과 담배를 피우면서 나눴던 대화였습니다. 직원 표정이 안 좋아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이 직원이 '당신은 나를 착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CEO는 충격을 받았겠죠?

그래서 당신 급여 4천만 원은 시세대로 책정이 돼 있는데, 뭔가 다른 데이터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 직원은 "돈을 꼭 충분히 벌어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들리네요"라면서 약간 비꼬는 투로 말했다고 합니다.

나름대로는 직원 대우 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댄 프라이스는 큰 충격을 받았고요.

이후 매년 20%씩 직원 연봉을 올리다가, 아예 최저 연봉을 7만 달러로 정했다는 겁니다.

<질문>
그래서 최저연봉을 인상했는데, 찬반 양론이 뜨거웠어요?

<답변>
최고의 CEO라는 찬사도 있었지만, 회사가 금방 망할거라는 악담도 많았습니다.

<녹취> 美 방송 : "(댄 프라이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는 거 같은데 해보세요) 에이, 아니에요...당신 제 정신이에요? 하하 농담입니다만..."

방송 사회자조차 첫 마디가 '당신 제정신이냐'였을 정도였죠.

특히 다른 기업 CEO들은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면서 맹비난했습니다.

사실 지난 4월, 미국에서는 맥도널드 노동자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시위가 잇따르던 시기였거든요.

민감한 시기에 파격적 결정을 내린 저의가 뭐냐는 비판이었습니다.

반대로 댄 프라이스는 엄청난 응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녹취> 할리(직원) : "평균적으로 1분당 2통씩의 이력서 이메일이 접수될 정도였어요."

우선 발표 직후 일주일 동안 구직 이력서가 4천5백 통이나 몰렸고요.

회사의 방침을 옹호하는 응원편지부터, 개인적인 러브레터까지 다양한 편지들을 받았다고 합니다.

<질문>
그런데 결정 초기에는 상당한 위기가 찾아왔잖아요?

<답변>
사실 생각해 보면, 오래 일한 직원하고 신입사원이 받는 임금 차이가 별로 없어지니까 불만이 생길만 하죠.

또 이미 7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던 직원들은 의욕을 잃고 퇴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비티는 카드 결제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회사인데요.

직원들 임금이 올라갔으니 수수료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거래처들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가장 뼈 아팠던 부분은 어렸을 때 회사를 공동 창업하고 30%의 지분을 소유한 친형과의 불화였습니다.

물론 최저연봉 인상과는 무관하다고 알려졌습니다만, 형제간 소송전까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댄 프라이스는 자기 지분을 모두 팔고, 주택 두 채까지 대출을 받아 3백만 달러를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갈 길을 가겠다는 거죠.

<질문>
그런데 또 반전이 있었네요. 지금은 회사가 상당히 안정됐다면서요?

<답변>
4월에 발표를 했으니까 딱 반년이 지났죠?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매출과 이익이 종전의 2배로 뛰었고요.

일부 거래처 계약이 취소되긴 했었지만, 2분기 고객 유지비율이 무려 95%였다고 합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신뢰하면서 맡길 수 있겠다는 것이죠.

월 평균 30건 정도였던 고객 문의는 2천 건으로 늘고,

야후의 임원이었던 타미 크롤은 경영철학에 감동해서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그래비티에 합류했습니다.

<녹취> 댄 프라이스(그래비티 CEO) : "지금까지 오는 길은 평탄하지 않았죠. 하지만 상당한 변화가 있었고, 우리의 문제 해결능력과 결정은 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지금 가는 길이 흥분됩니다."

댄 프라이스의 도전은 진행중입니다.

성공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응원하면서 이 실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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