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멀쩡한 보일러 “수리 안 하면 폭발” 사기

입력 2015.10.30 (08:32) 수정 2015.10.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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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보일러를 켜야 할 때가 됐습니다.

수명이 오래된 보일러는 여기저기 고장을 일으킬 수 있어 늘 걱정입니다.

바로 이런 점을 노린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가스 검침원을 사칭해 가정집에 들어간 뒤, 보일러가 터질 수 있다고 협박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부품을 바꾸는 수법입니다.

집에 혼자 있는 노인과 여성들이 주로 당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부천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65살 정 모 씨네 집에 가스 검침을 하러 왔다며 한 여성이 찾아 왔습니다.

진짜 검침원과 비슷한 옷을 입은 여성이어서, 별 의심 없이 집 안에 들였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가스 점검 나왔다고 그래서 그럼 들어오라고 했죠. 그랬더니 와서 가스는 보지도 않고 보일러가 어딨느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보일러가 저기 있다고 그랬지."

가스 검침을 하러 왔다던 여성은 엉뚱하게 보일러를 둘러 봤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물 새는 게 다 보인다고 그러면서 겁을 주더라고요. 자기가 연락을 해서 기술자를 알선해주겠다고. 우리는 뭘 알아야지. 전화하더니만 어떤 남자가 왔더라고요."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말에, 정 씨는 여성이 하자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분이 채 안 돼 남성 둘이 찾아왔습니다.

보일러 기술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이렇게 보고는 “물이 많이 새니까 이거 고쳐야 돼 할머니.” 큰일 난다고 그래서 돈 때문에 안 된다고 그랬더니 안 고치면 안 된다고."

덜컥 겁이 난 정 씨는 그 자리에서 이들에게 수리를 맡겼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얼마나 받아요? 하니까 85만 원을 줘야 한다고 그래. 그래서 무슨 85만 원이냐고 나는 돈도 없고 사정을 하다가 안 된다고 해서 55만 원 (지불했어요.)"

30만 원을 깎아, 55만 원을 줬습니다.

그동안 폐지를 모아 알뜰살뜰 모은 돈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그게 박스 주워서 모았죠. 그걸 안 하면 도롯가에 새벽에 나가서 청소해. (박스 모으시면 하루에 얼마나 버세요?) 가득 가지고 와봐야 3,000원, 4,000원……."

경비원 일을 하는 77살 할아버지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가스 검침원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보일러를 살폈습니다.

<녹취> 피해 할아버지(음성변조) : "물 샌다고 터지면 큰일 난다고. 그리고 나중에 두 사람 와서 한다는 이야기가 이거 새면 나중에 큰 돈 들어간다고 그래. 그래서 겁이 나서 그럼 고쳐달라고. 그래서 고친 거예요."

이들은 싱크대 아래 파이프를 전부 교체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130만 원.

<녹취> 피해 할아버지(음성변조) : "노인네고……. 살기 힘들 때 20만 원 깎아드린다고 130만 원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130만 원을 줬어요. 한 달에 40만 원으로 살아가는데……."

3달치 생활비를 고스란히 지불했습니다.

경찰이 피해 조사를 나왔을 때까지도,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아버지(음성변조) : "경찰서 두 분이 오셔서 얘길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사기라고. 전문가를 데리고 오셨어요. 그분이 와서 열고 보더니 이거 보통 15만 원이면 하는데 비싼 값으로 하면 20만 원이라 해요."

20만 원이면 충분한 걸, 130만 원이나 준 겁니다.

더 억울한 사실은, 파이프를 고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박종만(부천지시회장/한국열관리시공협회) : "퇴수 밸브인데요. 난방물이 너무 오래됐을 때는 퇴수 밸브에서 물을 빼면서 갈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을 틀게 되면 물이 바로 조금씩 흐르게 됩니다."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보일러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고장이 난 것처럼 눈속임을 했던 겁니다.

<인터뷰> 박종만(부천시지회장/한국열관리시공협회) : "여기가 물이 샌다든지 난방 호스에서 물이 새게 되면 보일러 자체에서 물이 자동으로 보충됩니다. 자동 보충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살짝 물을 틀었다 해서 보일러가 작동이 안 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이 업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침원을 사칭한 여성, 보일러를 수리했던 남성들을 비롯해 대표와 과장까지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반영민(지능팀장/부천 오정경찰서) : "대표가 1명 있습니다. 중간 책임자가 4명 정도 있습니다. 그 외에는 여성 접수원, 실제 가스 검침을 나온 것처럼 여성 피의자, 실제로 보일러를 수리하는 남성 피의자, 직원이겠죠. 그렇게 해서 총 15명이죠."

이들은 낡은 보일러가 많은 노후 주거지를 주로 노렸습니다.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었습니다.

1년 치 생활비를 모두 날린 노인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반영민(지능팀장/부천 오정경찰서) : "피해자들 선정할 때 서울, 인천, 부천, 안산 등지에 보면 노후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을 집중적으로 방문해서 노인이 혼자 살거나 부녀자가 혼자 있으면 수리비를 받아야겠다 하고 들어가서 범행을 하는 거죠."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지난 2년간 153명, 피해 액수가 7200만 원에 이릅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반영민(지능팀장/부천 오정경찰서) : "3,700명가량의 고객 명부를 확보했고 그분들 수리비를 모두 합치면 11억 원가량 됩니다. 153명에 대해서만 수사를 했습니다. 그 나머지 분들이 실제로 피해를 봐서 했는지 추가로 조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비슷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진짜 도시가스 검침원이 하는 일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이관수(홍보실장/한국도시가스협회) : "안전 점검을 하는 내용은 도시가스 배관 이음부에 가스 누출 여부가 있거나 아니면 보일러도 배관 이음부 간에 가스 누출 여부, 배기관 이탈 여부만 확인하지 실제 보일러에 장착되어 있는 부품에 대해서는 절대 점검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도시가스에서 안전 점검원이 보일러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고..."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업체 대표 등 5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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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멀쩡한 보일러 “수리 안 하면 폭발” 사기
    • 입력 2015-10-30 08:33:51
    • 수정2015-10-30 0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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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보일러를 켜야 할 때가 됐습니다.

수명이 오래된 보일러는 여기저기 고장을 일으킬 수 있어 늘 걱정입니다.

바로 이런 점을 노린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가스 검침원을 사칭해 가정집에 들어간 뒤, 보일러가 터질 수 있다고 협박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부품을 바꾸는 수법입니다.

집에 혼자 있는 노인과 여성들이 주로 당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부천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65살 정 모 씨네 집에 가스 검침을 하러 왔다며 한 여성이 찾아 왔습니다.

진짜 검침원과 비슷한 옷을 입은 여성이어서, 별 의심 없이 집 안에 들였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가스 점검 나왔다고 그래서 그럼 들어오라고 했죠. 그랬더니 와서 가스는 보지도 않고 보일러가 어딨느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보일러가 저기 있다고 그랬지."

가스 검침을 하러 왔다던 여성은 엉뚱하게 보일러를 둘러 봤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물 새는 게 다 보인다고 그러면서 겁을 주더라고요. 자기가 연락을 해서 기술자를 알선해주겠다고. 우리는 뭘 알아야지. 전화하더니만 어떤 남자가 왔더라고요."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말에, 정 씨는 여성이 하자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분이 채 안 돼 남성 둘이 찾아왔습니다.

보일러 기술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이렇게 보고는 “물이 많이 새니까 이거 고쳐야 돼 할머니.” 큰일 난다고 그래서 돈 때문에 안 된다고 그랬더니 안 고치면 안 된다고."

덜컥 겁이 난 정 씨는 그 자리에서 이들에게 수리를 맡겼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얼마나 받아요? 하니까 85만 원을 줘야 한다고 그래. 그래서 무슨 85만 원이냐고 나는 돈도 없고 사정을 하다가 안 된다고 해서 55만 원 (지불했어요.)"

30만 원을 깎아, 55만 원을 줬습니다.

그동안 폐지를 모아 알뜰살뜰 모은 돈이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그게 박스 주워서 모았죠. 그걸 안 하면 도롯가에 새벽에 나가서 청소해. (박스 모으시면 하루에 얼마나 버세요?) 가득 가지고 와봐야 3,000원, 4,000원……."

경비원 일을 하는 77살 할아버지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가스 검침원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보일러를 살폈습니다.

<녹취> 피해 할아버지(음성변조) : "물 샌다고 터지면 큰일 난다고. 그리고 나중에 두 사람 와서 한다는 이야기가 이거 새면 나중에 큰 돈 들어간다고 그래. 그래서 겁이 나서 그럼 고쳐달라고. 그래서 고친 거예요."

이들은 싱크대 아래 파이프를 전부 교체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130만 원.

<녹취> 피해 할아버지(음성변조) : "노인네고……. 살기 힘들 때 20만 원 깎아드린다고 130만 원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130만 원을 줬어요. 한 달에 40만 원으로 살아가는데……."

3달치 생활비를 고스란히 지불했습니다.

경찰이 피해 조사를 나왔을 때까지도,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할아버지(음성변조) : "경찰서 두 분이 오셔서 얘길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사기라고. 전문가를 데리고 오셨어요. 그분이 와서 열고 보더니 이거 보통 15만 원이면 하는데 비싼 값으로 하면 20만 원이라 해요."

20만 원이면 충분한 걸, 130만 원이나 준 겁니다.

더 억울한 사실은, 파이프를 고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박종만(부천지시회장/한국열관리시공협회) : "퇴수 밸브인데요. 난방물이 너무 오래됐을 때는 퇴수 밸브에서 물을 빼면서 갈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을 틀게 되면 물이 바로 조금씩 흐르게 됩니다."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보일러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고장이 난 것처럼 눈속임을 했던 겁니다.

<인터뷰> 박종만(부천시지회장/한국열관리시공협회) : "여기가 물이 샌다든지 난방 호스에서 물이 새게 되면 보일러 자체에서 물이 자동으로 보충됩니다. 자동 보충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살짝 물을 틀었다 해서 보일러가 작동이 안 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이 업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침원을 사칭한 여성, 보일러를 수리했던 남성들을 비롯해 대표와 과장까지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반영민(지능팀장/부천 오정경찰서) : "대표가 1명 있습니다. 중간 책임자가 4명 정도 있습니다. 그 외에는 여성 접수원, 실제 가스 검침을 나온 것처럼 여성 피의자, 실제로 보일러를 수리하는 남성 피의자, 직원이겠죠. 그렇게 해서 총 15명이죠."

이들은 낡은 보일러가 많은 노후 주거지를 주로 노렸습니다.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었습니다.

1년 치 생활비를 모두 날린 노인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반영민(지능팀장/부천 오정경찰서) : "피해자들 선정할 때 서울, 인천, 부천, 안산 등지에 보면 노후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을 집중적으로 방문해서 노인이 혼자 살거나 부녀자가 혼자 있으면 수리비를 받아야겠다 하고 들어가서 범행을 하는 거죠."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지난 2년간 153명, 피해 액수가 7200만 원에 이릅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반영민(지능팀장/부천 오정경찰서) : "3,700명가량의 고객 명부를 확보했고 그분들 수리비를 모두 합치면 11억 원가량 됩니다. 153명에 대해서만 수사를 했습니다. 그 나머지 분들이 실제로 피해를 봐서 했는지 추가로 조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비슷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진짜 도시가스 검침원이 하는 일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이관수(홍보실장/한국도시가스협회) : "안전 점검을 하는 내용은 도시가스 배관 이음부에 가스 누출 여부가 있거나 아니면 보일러도 배관 이음부 간에 가스 누출 여부, 배기관 이탈 여부만 확인하지 실제 보일러에 장착되어 있는 부품에 대해서는 절대 점검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도시가스에서 안전 점검원이 보일러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고..."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업체 대표 등 5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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