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國記] 판자촌에 솟은 27층 초호화 주택

입력 2015.10.31 (10:03) 수정 2015.10.3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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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롯데 그룹 형제들의 싸움이 장기전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재벌가 형제들이 다툼을 벌일 때면 으레 등장하는 인도인 형제가 있다. 형 무케시 암바니와 동생 아닐 암바니다. 재계 순위 1위 릴라이언스 그룹을 놓고 2002년부터 수년간 다툼을 벌인 끝에 사업 영역을 나눠 갈라섰다. 이들은 한국의 재벌 오너처럼 에너지, 화학, 유통, 금융, 통신 등 산업 전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형 무케시 암바니는 약 21조 원을 보유해 8년째 인도 최대 갑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암바니암바니

▲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소유주 무케시 암바니


■ 27층짜리 건물 전체가 개인 주택

무케시에게는 더욱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그와 가족이 사는 집이다. 재벌 총수 집이니 크고 화려한 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그 이상이다.
무케시는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 산다. 회사 본사도 뭄바이에 있다. 무케시는 지난 2011년 집 한 채를 지어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안틸라'라고 이름 붙인 이 주택은 27층짜리 초현대식 빌딩이다. '안틸라'는 대서양의 전설 속 섬이다. 각 층의 층고가 높아 일반 건물의 50~60층 높이를 자랑한다. 연면적은 37,161제곱미터(11,241평), 32평 아파트 340채를 합쳐놓은 넓이다. 지하 6개 층은 주차장이다.

안틸라안틸라

▲ 무케시 암바니 가족의 개인 주택 ‘안틸라’


엘리베이터 9대, 헬리콥터 착륙장 3곳, 50석 규모의 영화관, 수영장, 힌두 사원, 정원, 연회장 등이 갖춰져 있다. 화려할 뿐 아니라 규모 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관리인도 600명이나 된다. 입주 후 첫 달 전기요금이 약 1억 7천만 원 나왔다. 세간의 평가처럼 '21세기의 타지마할'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 집값 1조 1,300억 원 이상…세계 최고가

이 집의 가격은 얼마일까? 산정 기관마다 좀 다른데 대략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사이로 추정한다. 우리 돈으로 1조 1,300억 ~ 2조 2,600억 원이다. 현존하는 어떤 개인 주택도 이 집에 필적하지 못한다. 유럽과 미국 일색이던 호화 주택의 역사를 순식간에 다시 썼다. 이 대단한 집에 거주하는 사람은 무케시와 아내, 그리고 세 자녀 등 고작 다섯 명이다.
가족의 생활 공간은 위쪽 4개 층이다. 거대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것은 물론 아라비아 해의 푸른 바다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좋은 전망에서 '옥에 티'가 있다. 그건 뭄바이의 슬럼이다.

뭄바이뭄바이

▲ 뭄바이


■ 인구 절반이 슬럼에 사는 ‘번영 도시’

1,800만 명이 밀집한 뭄바이는 인도의 경제 수도답게 크고 화려하다. 상업과 금융의 허브 도시이자 인도 영화산업 '볼리우드'의 중심지다. 그래서 뭄바이에는 늘 돈과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 된 슬럼의 도시이기도 하다. 뭄바이 인구의 약 50%가 슬럼에 거주한다. 뭄바이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번영과 궁핍의 그 끔찍한 대조에 할 말을 잊곤 한다.

크고 작은 빈민촌이 널려 있는 뭄바이에서 다라비 슬럼은 그 규모로 유명하다. 175만 제곱미터(53만 평)에 약 80만 명이 거주한다. 슬럼이 많은 인도에서도 단연 가장 클뿐더러 세계 5대 슬럼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집들이 마치 거북이 등껍질같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주민들은 막노동이나 날품팔이로 생계로 이어가고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를 놀이터 삼아 지낸다. 한국에서 60, 70년대 먹고 살기 위해 서울로 몰려들어 도시 빈민이 된 사람들처럼, 이곳 주민들도 대부분 헐벗은 농촌을 등지고 돈이 도는 뭄바이의 한 귀퉁이를 비집고 들어온 이들이다.

인도 빈민촌인도 빈민촌

▲ 생활 여건이 열악한 인도 빈민촌


■ 인도 빈곤층 2억 8천만 명…세계 최대

뭄바이 슬럼이 아니더라도 인도의 빈곤 문제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인도 경제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버거운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정한 빈곤선은 하루 생활비 1.25 달러이다. 이보다 덜 쓰고 사는 인구가 빈곤층이다. 세계은행은 2011년 기준으로 인도 인구의 23.6%, 2억 8천만 명 정도가 빈곤선 아래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과 인도 정부도 빈곤 인구를 비슷하게 산정하고 있다.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이런 빈곤의 거대한 저수지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게 바로 세계 최고가 개인 저택 '안틸라'이다. 제 돈 제가 쓴다지만 집만 나서면 헐벗고 굶주리는 빈민이 널렸는데, 가족 다섯 명이 사는 주택이 일반 가정집 7,000채에 해당하는 전기를 소모하고, 주택 관리인들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등으로 한 달에 수십억 원씩을 쓴다면, 좋은 평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무케시의 씀씀이는 과거에도 종종 구설수에 올랐는데, 2007년에는 부인에게 600억 원짜리 비행기를 생일 선물로 사준 일도 있다.

만일 한국 사회에서 무케시처럼 분별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을 것이다. 아무리 재벌 오너라도 공동체 안에서 최소한의 눈치를 보며 산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케시의 돈 자랑은 이따금 구설에 오를 뿐 심각한 비난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도인들의 태도는 '부자는 부자, 나는 나' 이런 식이다. 자신의 처지를 수긍하고 받아들이며 내세에 희망을 품는 인도인들의 운명적 사고방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돈 있는 사람이 제멋대로 사는 데 인도만한 나라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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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10-31 10:05:00
    7국기
인도
롯데 그룹 형제들의 싸움이 장기전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재벌가 형제들이 다툼을 벌일 때면 으레 등장하는 인도인 형제가 있다. 형 무케시 암바니와 동생 아닐 암바니다. 재계 순위 1위 릴라이언스 그룹을 놓고 2002년부터 수년간 다툼을 벌인 끝에 사업 영역을 나눠 갈라섰다. 이들은 한국의 재벌 오너처럼 에너지, 화학, 유통, 금융, 통신 등 산업 전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형 무케시 암바니는 약 21조 원을 보유해 8년째 인도 최대 갑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암바니 ▲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소유주 무케시 암바니
■ 27층짜리 건물 전체가 개인 주택 무케시에게는 더욱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그와 가족이 사는 집이다. 재벌 총수 집이니 크고 화려한 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그 이상이다. 무케시는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 산다. 회사 본사도 뭄바이에 있다. 무케시는 지난 2011년 집 한 채를 지어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안틸라'라고 이름 붙인 이 주택은 27층짜리 초현대식 빌딩이다. '안틸라'는 대서양의 전설 속 섬이다. 각 층의 층고가 높아 일반 건물의 50~60층 높이를 자랑한다. 연면적은 37,161제곱미터(11,241평), 32평 아파트 340채를 합쳐놓은 넓이다. 지하 6개 층은 주차장이다.
안틸라 ▲ 무케시 암바니 가족의 개인 주택 ‘안틸라’
엘리베이터 9대, 헬리콥터 착륙장 3곳, 50석 규모의 영화관, 수영장, 힌두 사원, 정원, 연회장 등이 갖춰져 있다. 화려할 뿐 아니라 규모 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관리인도 600명이나 된다. 입주 후 첫 달 전기요금이 약 1억 7천만 원 나왔다. 세간의 평가처럼 '21세기의 타지마할'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 집값 1조 1,300억 원 이상…세계 최고가 이 집의 가격은 얼마일까? 산정 기관마다 좀 다른데 대략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사이로 추정한다. 우리 돈으로 1조 1,300억 ~ 2조 2,600억 원이다. 현존하는 어떤 개인 주택도 이 집에 필적하지 못한다. 유럽과 미국 일색이던 호화 주택의 역사를 순식간에 다시 썼다. 이 대단한 집에 거주하는 사람은 무케시와 아내, 그리고 세 자녀 등 고작 다섯 명이다. 가족의 생활 공간은 위쪽 4개 층이다. 거대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것은 물론 아라비아 해의 푸른 바다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좋은 전망에서 '옥에 티'가 있다. 그건 뭄바이의 슬럼이다.
뭄바이 ▲ 뭄바이
■ 인구 절반이 슬럼에 사는 ‘번영 도시’ 1,800만 명이 밀집한 뭄바이는 인도의 경제 수도답게 크고 화려하다. 상업과 금융의 허브 도시이자 인도 영화산업 '볼리우드'의 중심지다. 그래서 뭄바이에는 늘 돈과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 된 슬럼의 도시이기도 하다. 뭄바이 인구의 약 50%가 슬럼에 거주한다. 뭄바이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번영과 궁핍의 그 끔찍한 대조에 할 말을 잊곤 한다. 크고 작은 빈민촌이 널려 있는 뭄바이에서 다라비 슬럼은 그 규모로 유명하다. 175만 제곱미터(53만 평)에 약 80만 명이 거주한다. 슬럼이 많은 인도에서도 단연 가장 클뿐더러 세계 5대 슬럼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집들이 마치 거북이 등껍질같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주민들은 막노동이나 날품팔이로 생계로 이어가고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를 놀이터 삼아 지낸다. 한국에서 60, 70년대 먹고 살기 위해 서울로 몰려들어 도시 빈민이 된 사람들처럼, 이곳 주민들도 대부분 헐벗은 농촌을 등지고 돈이 도는 뭄바이의 한 귀퉁이를 비집고 들어온 이들이다.
인도 빈민촌 ▲ 생활 여건이 열악한 인도 빈민촌
■ 인도 빈곤층 2억 8천만 명…세계 최대 뭄바이 슬럼이 아니더라도 인도의 빈곤 문제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인도 경제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버거운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정한 빈곤선은 하루 생활비 1.25 달러이다. 이보다 덜 쓰고 사는 인구가 빈곤층이다. 세계은행은 2011년 기준으로 인도 인구의 23.6%, 2억 8천만 명 정도가 빈곤선 아래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과 인도 정부도 빈곤 인구를 비슷하게 산정하고 있다.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이런 빈곤의 거대한 저수지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게 바로 세계 최고가 개인 저택 '안틸라'이다. 제 돈 제가 쓴다지만 집만 나서면 헐벗고 굶주리는 빈민이 널렸는데, 가족 다섯 명이 사는 주택이 일반 가정집 7,000채에 해당하는 전기를 소모하고, 주택 관리인들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등으로 한 달에 수십억 원씩을 쓴다면, 좋은 평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무케시의 씀씀이는 과거에도 종종 구설수에 올랐는데, 2007년에는 부인에게 600억 원짜리 비행기를 생일 선물로 사준 일도 있다. 만일 한국 사회에서 무케시처럼 분별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을 것이다. 아무리 재벌 오너라도 공동체 안에서 최소한의 눈치를 보며 산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케시의 돈 자랑은 이따금 구설에 오를 뿐 심각한 비난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도인들의 태도는 '부자는 부자, 나는 나' 이런 식이다. 자신의 처지를 수긍하고 받아들이며 내세에 희망을 품는 인도인들의 운명적 사고방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돈 있는 사람이 제멋대로 사는 데 인도만한 나라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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