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한식 같지 않은 한식…한식의 현지화!

입력 2015.11.01 (01:31) 수정 2015.11.0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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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 홈페이지


프랑스 말로 '기드 미슐랭'이라고 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이른바 세계 최고의 맛집 평가서다.(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별 하나에서 별 세 개까지로 레스토랑을 평가한다. (★★★ :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 ★★ :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집, ★ :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집) 암행 맛 감정단들이 평가로 매겨지는데 통상적으로 이 '기드 미슐랭'에 오른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맛과 서비스에서 매우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기자도 '기드 미슐랭'에 오른 식당은 지금까지 겨우 두 번 정도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그것도 가격이 그나마 저렴한 점심으로 말이다.



두 달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기드 미슐랭' 별 하나 식당에 손님을 모시고 갔다. 기자도 가격대비 괜찮다는 이야기만 듣고 방문하는 것이어서 조금은 걱정이 됐다. 사실 프랑스에서 메뉴를 보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잘 아는 메뉴가 없는 데다 메뉴가 사실상 전문 용어인 식재료를 나열하는 식이라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식당마다 표현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이른바 '메뉴 공포증'이 자주 엄습해오곤 한다. 그런데 메뉴를 보니까 매우 반가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kimch'(김치)였다. 쇠고기가 주가 된 요리인데 샐러드식으로 같은 쟁반에 담겨져 나온다고 했다. 기자는 주저하지 않고 그 음식을 시켰고 손님은 다른 음식을 시켰다. 오기 힘든 곳이니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나눠 먹자는 얄팍한(?) 의도였다.(참고로 이곳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을 우리처럼 나눠서 먹는 것을 굉장히 의아해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손님 가운데 한두 명은 셰프에게 직접 'kimch'에 대해서 묻는 것을 봤다. 그때 마다 셰프는 한국의 음식이고 매우 건강하며 아주 특별한 맛을 낸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광경이 반가웠다. 그러나 정작 서빙된 'kimch'는 흔히 생각했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매우 작게 잘라져 튀어 보이진 않았다. 그냥 그렇게 프랑스 요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어찌됐던 'kimch' 덕분에 우리는 음식을 아주 맛나게 먹었다. 1인당 디저트까지 45유로 정도였으니까 싸지는 않았지만 기분 좋게 즐겼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셰프의 이름은 '윌리암 르뒈이'였다. 그는 '페랑디'라는 프랑스 최고 요리학교를 나왔고 레스토랑 두 개를 운영하고 있는 인기 셰프였다. 특히 'kimch'의 매력을 일찍이 발견해 이를 요리에 적용하면서 현지 언론들의 주목도 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난주, 바로 그 셰프 윌리엄이 자신이 졸업했다던 '페랑디'(Ferrandi)에서 한식 특강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요리 학교라면 '꼬르동 블뢰'(Le Cordon Bleu)를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곳 파리에서는 '페랑디'를 최고의 요리학교로 보는 경향이 많다. 르몽드에서는 '페랑디'를 '미식계의 하버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준 정부 조직인 파리상공회의소가 1920년에 설립했고 지원자들 가운데 엄격한 인터뷰 과정에서 30%는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특히 3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졸업하는 경우가 1,200명의 수강생 가운데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런 '페랑디'에서 한식 특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 보였다.

그의 이번 한식 특강은 이미 4년째 이뤄져 온 것이라고 했다.(3년 전부터는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aT)의 주최로 한식 특강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주제는 '갈비찜'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프랑스 요리법으로 재해석된 '갈비찜'이었다. 기자가 먹어본 '갈비찜'과는 너무 달랐다. 우선 모양부터 매우 달랐다. 뼈가 없고 흔히 말하는 진한 국물도 없었다. 그의 요리는 갈비뼈를 발라낸 고깃덩어리를 약한 불로 32시간 동안 먼저 삶았다고 한다. 그런 뒤 이를 먹기 좋게 잘라서 참기름을 메인으로 하는 양념에 볶아냈다. 그리고 한식에 자주 사용하는 야채 등을 곁들여 완성시켰다.



특강이 끝난 뒤 기자는 그에게 이른바 돌직구를 날려봤다. "당신이 만든 갈비찜은 우리 한식에서 말하는 갈비찜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이 어떻게 한식이냐?"라고 말이다. 윌리엄의 대답은 매우 솔직했다. "내가 한국 음식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식의 작은 기술로 한식을 요리한다고 하면 이건 정말 거들먹거리는 것밖에 안된다. 다만 나의 작업은 한국 음식의 정신을 내가 아는 프랑스 요리 조리법에 가미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식의 레시피를 나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솔직했던 그의 대답은 다소 철학적으로 이어졌다. "나는 내 요리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다시 말해서 프랑스 요리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다른 나라 음식들을 연구하고 적용하고 변형시킨다. 나는 이것을 스스로 '음식문화 교류' 또는 '음식문화 상호 영향'이라고 부른다. 이런 선상에서 나는 한국 음식 문화를 더 알고 이해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음식으로 기자를 한번 매료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음식 철학으로 기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특강에 참여한 예비 셰프들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실습 기간 동안 한식을 배우고 실습한다고 했다. 이들이 미식의 나라 프랑스를 이끌 차세대 리더라고 볼 때 그들에게 할애된 한 주간의 한식 특강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번 한식 특강은 '한식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기자는 일본의 '스시' 같은 음식이 일본의 전체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로 자주 등장할 때마다 그 사업에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절반 이상이 한식이 매력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업은 이른바 '영부인 사업'(이명박 정부 당시 영부인 김윤옥 씨가 주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추진 배경도 그렇고 보여주기식의 추진 과정도 실망스러웠다. 그렇다 보니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은 점점 떨어졌고 따라서 예산 배정도 그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30% 넘게 삭감돼 70억 원대라는 관측이 나온다. 3백 11억 원을 찍었던 지난 2011년과 비교해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많은 언론에서는 한식 세계화 사업을 실패한 사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 그 평가와는 별도로 기자는 이번 한식 특강이 한식 세계화의 또 다른 전형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현지화다. 피자를 예를 들어 보자. 흔히들 이탈리아 음식으로 알고 있는 피자는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그 모습과 맛이 크게 달라졌다. 그리고 그 피자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어떻게 됐나? 이탈리아식도 아닌 미국식도 아닌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다른 말로 우리 입맛으로 현지화된 것이다. 윌리엄의 말대로 음식이 문화라고 한다면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변형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한식 세계화의 초기 목표가 한식당을 4만 개로 늘리고 초일류 한식당을 백 개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우리 입맛의 영토를 넓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들이 우리 입맛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문화적인 접근이 아니라 매우 상업적인 접근밖에 없었다. 우리 입맛만 강조했던 이 '한식 세계화' 사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취재를 끝내고 페랑디 문을 나서면서 일방통행식의 '한식 세계화'가 아니라 쌍방향식의 '한식 현지화'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기드 카베에스 파리 1 (Guide KBS PARIS 1)*
(기드 미슐랭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파리 현지에서 KBS 특파원들이가서 맛본 식당에 대한 특징들을 기록한 것이며 특정 식당에 대한 평가는아닌 것임을 밝혀둔다.)

-한식당
가든 (15구 위치) : 순대국과 김치 전골이 그리울 때...
다미 (15구 위치) : 쟁반 짜장이 유명하다.
명가 (15구 위치) : 콩나물 해장국이 반갑다.
삼부자 (9구 위치): 순대와 감자탕을 동시에 먹고 싶을 때...
백세주마을 (13구 위치) : 매운 족발과 막걸리 등 전통주
미주 (15구 위치) : 파닭을 유일하게 맛볼 수 있다.
봉 (15구 위치) : 한국식 삼겹살 집. 다소 소란스러워도 이해되는 분위기.
소담 (14구 위치) : 돌솥 비빔밥의 맛과 짜장 곱빼기의 양이 놀랍다.
송산 (15구 위치) : 한국식 중식과 감자탕이 일품이다.
순 (13구 위치) : 고급 고기집. 소믈리에가 있어서 놀랐다.
우정 (16구 위치) : 숙성회와 훌륭한 와인.
참새와 방앗간(15구 위치) : 갈비찜을 맛나게 먹었다.

-외국 식당
Ze Kitchen Galerie (6구 위치) : 기드 미슐랭 별 하나 음식점
6 New York (16구 위치) : 전통 프랑스 디저트가 눈에 띄었던 곳.
La Pizza Basque (14구 위치) : 바스크 요리 일품
Noura (1구 위치) : 레바논 음식 체인점으로 저렴하지만 좋은 질의 음식을 만난다
Pizza Sandro (15구 위치) :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매운 소스가 매혹적.
Ly Lan (7구 위치) : 캄보디아 음식점. 쌀국수를 먹으러 갈 때...
Chez Yong (13구 위치) : 사천식 중국집으로 아주 맵다.
Pizzaria (15구 위치) : 다양한 피자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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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한식 같지 않은 한식…한식의 현지화!
    • 입력 2015-11-01 01:31:16
    • 수정2015-11-01 07:01:50
    취재후·사건후

▲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 홈페이지


프랑스 말로 '기드 미슐랭'이라고 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이른바 세계 최고의 맛집 평가서다.(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별 하나에서 별 세 개까지로 레스토랑을 평가한다. (★★★ :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 ★★ :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집, ★ :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집) 암행 맛 감정단들이 평가로 매겨지는데 통상적으로 이 '기드 미슐랭'에 오른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맛과 서비스에서 매우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기자도 '기드 미슐랭'에 오른 식당은 지금까지 겨우 두 번 정도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그것도 가격이 그나마 저렴한 점심으로 말이다.



두 달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기드 미슐랭' 별 하나 식당에 손님을 모시고 갔다. 기자도 가격대비 괜찮다는 이야기만 듣고 방문하는 것이어서 조금은 걱정이 됐다. 사실 프랑스에서 메뉴를 보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잘 아는 메뉴가 없는 데다 메뉴가 사실상 전문 용어인 식재료를 나열하는 식이라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식당마다 표현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이른바 '메뉴 공포증'이 자주 엄습해오곤 한다. 그런데 메뉴를 보니까 매우 반가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kimch'(김치)였다. 쇠고기가 주가 된 요리인데 샐러드식으로 같은 쟁반에 담겨져 나온다고 했다. 기자는 주저하지 않고 그 음식을 시켰고 손님은 다른 음식을 시켰다. 오기 힘든 곳이니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나눠 먹자는 얄팍한(?) 의도였다.(참고로 이곳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을 우리처럼 나눠서 먹는 것을 굉장히 의아해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손님 가운데 한두 명은 셰프에게 직접 'kimch'에 대해서 묻는 것을 봤다. 그때 마다 셰프는 한국의 음식이고 매우 건강하며 아주 특별한 맛을 낸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광경이 반가웠다. 그러나 정작 서빙된 'kimch'는 흔히 생각했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매우 작게 잘라져 튀어 보이진 않았다. 그냥 그렇게 프랑스 요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어찌됐던 'kimch' 덕분에 우리는 음식을 아주 맛나게 먹었다. 1인당 디저트까지 45유로 정도였으니까 싸지는 않았지만 기분 좋게 즐겼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셰프의 이름은 '윌리암 르뒈이'였다. 그는 '페랑디'라는 프랑스 최고 요리학교를 나왔고 레스토랑 두 개를 운영하고 있는 인기 셰프였다. 특히 'kimch'의 매력을 일찍이 발견해 이를 요리에 적용하면서 현지 언론들의 주목도 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난주, 바로 그 셰프 윌리엄이 자신이 졸업했다던 '페랑디'(Ferrandi)에서 한식 특강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요리 학교라면 '꼬르동 블뢰'(Le Cordon Bleu)를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곳 파리에서는 '페랑디'를 최고의 요리학교로 보는 경향이 많다. 르몽드에서는 '페랑디'를 '미식계의 하버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준 정부 조직인 파리상공회의소가 1920년에 설립했고 지원자들 가운데 엄격한 인터뷰 과정에서 30%는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특히 3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졸업하는 경우가 1,200명의 수강생 가운데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런 '페랑디'에서 한식 특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 보였다.

그의 이번 한식 특강은 이미 4년째 이뤄져 온 것이라고 했다.(3년 전부터는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aT)의 주최로 한식 특강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주제는 '갈비찜'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프랑스 요리법으로 재해석된 '갈비찜'이었다. 기자가 먹어본 '갈비찜'과는 너무 달랐다. 우선 모양부터 매우 달랐다. 뼈가 없고 흔히 말하는 진한 국물도 없었다. 그의 요리는 갈비뼈를 발라낸 고깃덩어리를 약한 불로 32시간 동안 먼저 삶았다고 한다. 그런 뒤 이를 먹기 좋게 잘라서 참기름을 메인으로 하는 양념에 볶아냈다. 그리고 한식에 자주 사용하는 야채 등을 곁들여 완성시켰다.



특강이 끝난 뒤 기자는 그에게 이른바 돌직구를 날려봤다. "당신이 만든 갈비찜은 우리 한식에서 말하는 갈비찜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이 어떻게 한식이냐?"라고 말이다. 윌리엄의 대답은 매우 솔직했다. "내가 한국 음식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아는 한식의 작은 기술로 한식을 요리한다고 하면 이건 정말 거들먹거리는 것밖에 안된다. 다만 나의 작업은 한국 음식의 정신을 내가 아는 프랑스 요리 조리법에 가미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식의 레시피를 나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솔직했던 그의 대답은 다소 철학적으로 이어졌다. "나는 내 요리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다시 말해서 프랑스 요리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다른 나라 음식들을 연구하고 적용하고 변형시킨다. 나는 이것을 스스로 '음식문화 교류' 또는 '음식문화 상호 영향'이라고 부른다. 이런 선상에서 나는 한국 음식 문화를 더 알고 이해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음식으로 기자를 한번 매료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음식 철학으로 기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특강에 참여한 예비 셰프들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실습 기간 동안 한식을 배우고 실습한다고 했다. 이들이 미식의 나라 프랑스를 이끌 차세대 리더라고 볼 때 그들에게 할애된 한 주간의 한식 특강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번 한식 특강은 '한식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기자는 일본의 '스시' 같은 음식이 일본의 전체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로 자주 등장할 때마다 그 사업에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절반 이상이 한식이 매력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업은 이른바 '영부인 사업'(이명박 정부 당시 영부인 김윤옥 씨가 주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추진 배경도 그렇고 보여주기식의 추진 과정도 실망스러웠다. 그렇다 보니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은 점점 떨어졌고 따라서 예산 배정도 그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30% 넘게 삭감돼 70억 원대라는 관측이 나온다. 3백 11억 원을 찍었던 지난 2011년과 비교해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많은 언론에서는 한식 세계화 사업을 실패한 사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 그 평가와는 별도로 기자는 이번 한식 특강이 한식 세계화의 또 다른 전형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현지화다. 피자를 예를 들어 보자. 흔히들 이탈리아 음식으로 알고 있는 피자는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그 모습과 맛이 크게 달라졌다. 그리고 그 피자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어떻게 됐나? 이탈리아식도 아닌 미국식도 아닌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다른 말로 우리 입맛으로 현지화된 것이다. 윌리엄의 말대로 음식이 문화라고 한다면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변형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한식 세계화의 초기 목표가 한식당을 4만 개로 늘리고 초일류 한식당을 백 개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우리 입맛의 영토를 넓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들이 우리 입맛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문화적인 접근이 아니라 매우 상업적인 접근밖에 없었다. 우리 입맛만 강조했던 이 '한식 세계화' 사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취재를 끝내고 페랑디 문을 나서면서 일방통행식의 '한식 세계화'가 아니라 쌍방향식의 '한식 현지화'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기드 카베에스 파리 1 (Guide KBS PARIS 1)*
(기드 미슐랭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파리 현지에서 KBS 특파원들이가서 맛본 식당에 대한 특징들을 기록한 것이며 특정 식당에 대한 평가는아닌 것임을 밝혀둔다.)

-한식당
가든 (15구 위치) : 순대국과 김치 전골이 그리울 때...
다미 (15구 위치) : 쟁반 짜장이 유명하다.
명가 (15구 위치) : 콩나물 해장국이 반갑다.
삼부자 (9구 위치): 순대와 감자탕을 동시에 먹고 싶을 때...
백세주마을 (13구 위치) : 매운 족발과 막걸리 등 전통주
미주 (15구 위치) : 파닭을 유일하게 맛볼 수 있다.
봉 (15구 위치) : 한국식 삼겹살 집. 다소 소란스러워도 이해되는 분위기.
소담 (14구 위치) : 돌솥 비빔밥의 맛과 짜장 곱빼기의 양이 놀랍다.
송산 (15구 위치) : 한국식 중식과 감자탕이 일품이다.
순 (13구 위치) : 고급 고기집. 소믈리에가 있어서 놀랐다.
우정 (16구 위치) : 숙성회와 훌륭한 와인.
참새와 방앗간(15구 위치) : 갈비찜을 맛나게 먹었다.

-외국 식당
Ze Kitchen Galerie (6구 위치) : 기드 미슐랭 별 하나 음식점
6 New York (16구 위치) : 전통 프랑스 디저트가 눈에 띄었던 곳.
La Pizza Basque (14구 위치) : 바스크 요리 일품
Noura (1구 위치) : 레바논 음식 체인점으로 저렴하지만 좋은 질의 음식을 만난다
Pizza Sandro (15구 위치) :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매운 소스가 매혹적.
Ly Lan (7구 위치) : 캄보디아 음식점. 쌀국수를 먹으러 갈 때...
Chez Yong (13구 위치) : 사천식 중국집으로 아주 맵다.
Pizzaria (15구 위치) : 다양한 피자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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