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공직사회 골프금지령…애먼 교민들에 ‘불똥’

입력 2015.11.02 (18:51) 수정 2015.11.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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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헬스클럽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 등을 취득, 보유, 사용한 경우 경고 또는 엄중 경고 처분한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중국공산당 기율처분조례> 제87조이다.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반부패 캠페인과 근검절약 기풍을 진작하기 위해 간부들에게 골프를 금지해왔지만, 아예 윤리규정에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라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중국 공직사회는 사실상 이를 삼엄한 골프 금지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골프금지골프금지


골프를 치다 징계처분을 받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 국유기업 바오강(寶鋼)집단의 부총경리 자오쿤이 공금으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면직됐다. 또 최근 25개 국유기업에 대한 중앙기율검사위 조사에서, 최소 6개사 60여 명이 골프를 쳤다가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과 규정보다는 '꽌시(관계)'가 지배하고 뇌물과 상납이 일상화된 중국사회라지만 어지간히 간 큰 공무원들도 이 같은 시진핑 정부의 서슬 퍼런 반부패 칼날 앞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모양이다. 8,800만 공산당원이 사라진 골프장에는 중국인들 특유의 시끌벅적함도 자취를 감췄다.

■ 中 반부패 칼날, ‘골프장’ 정조준

상하이 외곽의 타이양다오(太陽島) 골프클럽. 호수를 끼고 펼쳐진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코스가 유명해 주말이면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도 많이 찾던 골프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드넓은 필드가 텅텅 비어 있다. 문을 닫은 지 벌써 넉 달째이다. 정부로부터 폐쇄조치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골프금지골프금지


골프장 직원에게 폐쇄조치를 당한 이유를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20년이나 된 합법적인 골프장이거든요. 상수원이 가까이에 있어서 그렇다는 것 같은데, 정부에 물어보세요."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골프장에 대한 강도 높은 일제감독과 단속의 결과이다. 단속에 동원된 중앙부처만 국가발전개혁위와 국토부 등 무려 11개에 이를 정도이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골프 사정(査正)'이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66개 골프장을 폐쇄 조치했다. 주된 이유는 자연 생태계 파괴, 지하수 고갈, 상수원 근접 등 환경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손보기' 역시 반부패 조치의 일환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부 안팎에서 골프장에 대해 '부정한 계약을 맺는 장소'라는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운영 중인 골프장마저 폐쇄되는 상황이다 보니, 현재 전국적으로 개발 중인 200여 곳의 골프장은 건설을 중지한 상태이다. 더구나 중국 현지에서는 '조만간 100여 곳의 골프장에 2차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골프라는 스포츠가 벙커에 빠졌다'고 보도했을 정도이다.

■ 골프장 폐쇄 ‘불똥’…애먼 교민들 피해

상하이에서 IT 사업을 하고 있는 백모 사장. 10년 전부터 '타이양다오' 골프장을 이용해 온 회원이다. 그러나 골프장이 갑작스레 문을 닫으면서 벌써 넉 달째 회원권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환불 요구에도 골프장 측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백 사장은 "중국이 사회주의라지만 그래도 법치가 있는 국가 아닙니까? 정당하게 값을 지불하고 의무를 다해서 산 회원권인데, 사용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보상한다는 얘기도 못 듣고 있어요. 그게 제일 답답한 거죠."라고 하소연했다.

폐쇄조치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다 보니, 문 닫은 골프장들의 회원권이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거래돼왔다는 게 문제이다. 특히 중국의 골프 인구가 많지 않아 일찍이 회원권을 구매해 이용해 온 이들 상당수가 한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었다. 이 때문에 백 사장과 같은 교민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하이 '타이양다오'의 경우만 봐도, 회원권을 가진 한국 교민이 5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원권 시가가 20만 위안(약 3천5백만 원) 정도이므로 한국 교민만 무려 1억 위안(약 180억 원)대의 보상분쟁이 걸려 있는 셈이다.

■ “대신 호텔이용권?”…보상 막막

중국 전역에서 골프장 폐쇄로 피해를 입은 한국 교민이 얼마나 되는지 현재로선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민들이 많은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서 골프회원권 보상 문제가 집중될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베이징 지역의 일부 폐쇄 골프장은 '회원권 가격의 일부만 보상해주겠다'거나 혹은 '중국 내 호텔이용권으로 대신 주겠다'는 황당한 보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한 제보자는 기자에게 답답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수천만 원어치 호텔을 왜 이용하겠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다 인터넷으로 정상가격보다 훨씬 싸게 예약하지, 제값 다 주고 호텔 가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골프회원권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호텔이용권으로 바꿔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골프금지골프금지


이들이 마땅히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회원권을 가진 교민이 개별적으로 문의하거나 비용반환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배 째라'식으로 버티는 골프장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 믿기 힘든 중국 골프장…“교민 재산권 지켜야”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은 그 자체로는 중국 사회에 커다란 진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반부패 드라이브는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면 문제이다. 대대적인 골프장 폐쇄는 '회원권 구매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비용반환이 전제돼야 한다. 보상이 막막한 한국 교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지의 외교공관이 교민 재산권 보호에 적극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상하이 교민사회의 대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상하이 한국상회는 골프장 회원권 피해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미 3백여 명이 피해구제를 신청한 상태이다. 이들을 대표해 한국상회가 골프장 측과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집단소송에 나서는 방안까지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골프 회원권을 갖고 있거나 구매하고자 하는 개인도 주의가 필요하다. 현지의 골프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내 600여 개 골프장 가운데 400여 곳이 무허가이거나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골프회원권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골프장 영업허가증과 토지증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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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퍼] 공직사회 골프금지령…애먼 교민들에 ‘불똥’
    • 입력 2015-11-02 18:51:02
    • 수정2015-11-02 2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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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헬스클럽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 등을 취득, 보유, 사용한 경우 경고 또는 엄중 경고 처분한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중국공산당 기율처분조례> 제87조이다.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반부패 캠페인과 근검절약 기풍을 진작하기 위해 간부들에게 골프를 금지해왔지만, 아예 윤리규정에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라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중국 공직사회는 사실상 이를 삼엄한 골프 금지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골프금지


골프를 치다 징계처분을 받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 국유기업 바오강(寶鋼)집단의 부총경리 자오쿤이 공금으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면직됐다. 또 최근 25개 국유기업에 대한 중앙기율검사위 조사에서, 최소 6개사 60여 명이 골프를 쳤다가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과 규정보다는 '꽌시(관계)'가 지배하고 뇌물과 상납이 일상화된 중국사회라지만 어지간히 간 큰 공무원들도 이 같은 시진핑 정부의 서슬 퍼런 반부패 칼날 앞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모양이다. 8,800만 공산당원이 사라진 골프장에는 중국인들 특유의 시끌벅적함도 자취를 감췄다.

■ 中 반부패 칼날, ‘골프장’ 정조준

상하이 외곽의 타이양다오(太陽島) 골프클럽. 호수를 끼고 펼쳐진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코스가 유명해 주말이면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도 많이 찾던 골프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드넓은 필드가 텅텅 비어 있다. 문을 닫은 지 벌써 넉 달째이다. 정부로부터 폐쇄조치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골프금지


골프장 직원에게 폐쇄조치를 당한 이유를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20년이나 된 합법적인 골프장이거든요. 상수원이 가까이에 있어서 그렇다는 것 같은데, 정부에 물어보세요."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골프장에 대한 강도 높은 일제감독과 단속의 결과이다. 단속에 동원된 중앙부처만 국가발전개혁위와 국토부 등 무려 11개에 이를 정도이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골프 사정(査正)'이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66개 골프장을 폐쇄 조치했다. 주된 이유는 자연 생태계 파괴, 지하수 고갈, 상수원 근접 등 환경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손보기' 역시 반부패 조치의 일환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부 안팎에서 골프장에 대해 '부정한 계약을 맺는 장소'라는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운영 중인 골프장마저 폐쇄되는 상황이다 보니, 현재 전국적으로 개발 중인 200여 곳의 골프장은 건설을 중지한 상태이다. 더구나 중국 현지에서는 '조만간 100여 곳의 골프장에 2차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골프라는 스포츠가 벙커에 빠졌다'고 보도했을 정도이다.

■ 골프장 폐쇄 ‘불똥’…애먼 교민들 피해

상하이에서 IT 사업을 하고 있는 백모 사장. 10년 전부터 '타이양다오' 골프장을 이용해 온 회원이다. 그러나 골프장이 갑작스레 문을 닫으면서 벌써 넉 달째 회원권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환불 요구에도 골프장 측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백 사장은 "중국이 사회주의라지만 그래도 법치가 있는 국가 아닙니까? 정당하게 값을 지불하고 의무를 다해서 산 회원권인데, 사용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보상한다는 얘기도 못 듣고 있어요. 그게 제일 답답한 거죠."라고 하소연했다.

폐쇄조치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다 보니, 문 닫은 골프장들의 회원권이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거래돼왔다는 게 문제이다. 특히 중국의 골프 인구가 많지 않아 일찍이 회원권을 구매해 이용해 온 이들 상당수가 한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었다. 이 때문에 백 사장과 같은 교민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하이 '타이양다오'의 경우만 봐도, 회원권을 가진 한국 교민이 5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원권 시가가 20만 위안(약 3천5백만 원) 정도이므로 한국 교민만 무려 1억 위안(약 180억 원)대의 보상분쟁이 걸려 있는 셈이다.

■ “대신 호텔이용권?”…보상 막막

중국 전역에서 골프장 폐쇄로 피해를 입은 한국 교민이 얼마나 되는지 현재로선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민들이 많은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서 골프회원권 보상 문제가 집중될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베이징 지역의 일부 폐쇄 골프장은 '회원권 가격의 일부만 보상해주겠다'거나 혹은 '중국 내 호텔이용권으로 대신 주겠다'는 황당한 보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한 제보자는 기자에게 답답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수천만 원어치 호텔을 왜 이용하겠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다 인터넷으로 정상가격보다 훨씬 싸게 예약하지, 제값 다 주고 호텔 가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골프회원권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호텔이용권으로 바꿔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골프금지


이들이 마땅히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회원권을 가진 교민이 개별적으로 문의하거나 비용반환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배 째라'식으로 버티는 골프장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 믿기 힘든 중국 골프장…“교민 재산권 지켜야”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은 그 자체로는 중국 사회에 커다란 진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반부패 드라이브는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면 문제이다. 대대적인 골프장 폐쇄는 '회원권 구매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비용반환이 전제돼야 한다. 보상이 막막한 한국 교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지의 외교공관이 교민 재산권 보호에 적극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상하이 교민사회의 대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상하이 한국상회는 골프장 회원권 피해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미 3백여 명이 피해구제를 신청한 상태이다. 이들을 대표해 한국상회가 골프장 측과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집단소송에 나서는 방안까지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골프 회원권을 갖고 있거나 구매하고자 하는 개인도 주의가 필요하다. 현지의 골프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내 600여 개 골프장 가운데 400여 곳이 무허가이거나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골프회원권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골프장 영업허가증과 토지증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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