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카드수수료 인하…내 카드 혜택 줄어드나?

입력 2015.11.0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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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원짜리 마스크 팩 한 장도 카드로 결제”

서울 시내의 한 동네에서 12년째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 모 씨는 '카드'란 말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철물점 특성상 600원짜리 경첩 하나, 1,000원짜리 문풍지 하나씩을 파는 경우도 많은데, 손님이 카드 한 장만 들고 와서 내민다는 겁니다. 인근의 문구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어린 손님들이 400원짜리 지우개나 천 원짜리 편지지를 사면서도 카드로 결제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는 1.5%. 천 원을 팔면 15원은 고스란히 카드사에 줘야 합니다.

동네에서 15년째 화장품 가게를 운영해온 김영희 씨는 최근 불경기로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카드 수수료까지 꼬박꼬박 내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천 원짜리 마스크 수분 팩까지 카드로 사는 상황에서 손님들에게 카드를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카드사가 카드 수수료율이라도 조금 내려준다면 자영업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삶은 팍팍합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 월 매출은 2010년 평균 990만 원에서 2013년 877만 원으로 하락했고 대신 빚은 평균 7천130만 원에서 8천995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2012년에 이미 카드 수수료를 한 차례 내렸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자의 매출 규모에 비춰볼 때 카드 수수료는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수수료 인하수수료 인하


■ 3년 만에 수수료율 인하 결정…자영업자 “반색”

그래서 줄이기로 했습니다. 우선 연 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현재 1.5%에서 0.8%로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또 연 매출 2억 원에서 3억 원 사이 중소가맹점은 2%에서 1.3%로, 연 매출 10억 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은 평균 0.3% 포인트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선도 현재의 2.7%에서 2.5%로 내리고, 국세를 납부할 때 내는 수수료도 현행 1%에서 0.8%로 0.2%포인트 내리기로 했습니다.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영세가맹점의 경우 현재 1%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로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럴 경우 내년 1월 말부터 전국 카드 가맹점의 97%인 238만 곳에서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이 지난해 1.95%에서 내년에 1.8%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 매출 2억 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의 경우 연간 최대 140만 원, 연 매출 3억 원의 중소가맹점은 연간 최대 210만 원 정도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가맹점의 연간 수수료 부담액은 6천7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계산됩니다.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결정입니다. 실제로 취재하면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소식을 듣고 모두 다행이라고, 잘 된 결정이라고 반겼습니다. 다만 연 매출 3억 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의 경우 영세가맹점에 비해 수수료율 인하 폭이 작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또 연 매출이 3억 원이 넘더라도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안되는 건 마찬가진데, 단순히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에도 불만족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연 매출이 2억 9천9백만 원인 가맹점과 3억 백만 원인 가맹점이 있다면, 매출은 2백만 원 밖에 차이 안 나는데 오히려 카드 수수료는 2백만 원 넘게 차이 나게 된다며, 불합리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연 카드 매출 3억 원 이상의 가맹점도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카드카드


▲ 카드업계도 비상…연 매출 6,700억 원 어디서 메우나

카드업계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당장 내년부터 연 매출이 6천7백억 원이 줄어드는데, 이를 상쇄할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체 순이익이 1조 원가량이었는데 절반 넘게 순이익이 감소하는 셈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각 카드 업체들이 전략기획팀을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 의존도가 높은 삼성카드나 현대카드 같은 업체가 신한카드나 국민카드 같은 은행계 카드사들에 비해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조치가 "카드사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금리 인하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입니다.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기준금리는 연 2.5%였지만 현재는 1.5%까지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서 카드사가 발행하는 카드채 금리도 뚝 떨어졌습니다. '선 결제, 추후 지급'에 따른 자금 조달이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 비용의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자금을 조달할 금리가 떨어졌으니, 당연히 수수료도 줄여야 맞다는 겁니다.

또 다른 논리는 카드사의 매출 현황입니다. 경기 침체로 영세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계속 늘어서, 당기 순이익이 2012년 1조 3천억 원에서 2013년 1조 7천억 원, 지난해 2조 2천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6월부터 수수료 인하 방안을 논의할 때 여신협회를 중심으로 카드사 등이 직접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카드사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카드사의 반발도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카드 가맹점카드 가맹점


▲ “내 카드 혜택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그래서 카드사들은 표면적으로 이번 정책에 반발하진 않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매출 감소에 대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런 카드 업계의 속앓이가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진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실제 지난 2012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한 차례 인하했을 때, 카드사들은 포인트 지급이나 할인 등 각종 카드 혜택을 대폭 줄였습니다.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내세웠던 혜택들을 모든 카드업계가 다 함께 줄여서 수익 구조 악화를 막은 것이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카드사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카드사들은 일관되게 당장 부가 혜택을 줄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번 제시한 카드 부가 혜택은 5년 동안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현행법 때문이라도 안 된다는 게 카드사의 설명입니다. 또 당장 혜택을 줄이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손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내년 상반기가 지나고 나면 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혜택을 하나둘씩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카드사를 달랠 '당근책'도 준비했습니다. 5만 원 이하는 무서명 거래를 확대해서 서명에 따른 카드사의 비용을 절감시켜주기로 했습니다. 또 현행 5년인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도 5년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내년 초에 새로운 수수료 산정 기준이 적정한지 점검해서, 3년 뒤 다시 한 번 수수료율을 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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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카드수수료 인하…내 카드 혜택 줄어드나?
    • 입력 2015-11-04 00:07:37
    취재후·사건후
■ “1,000원짜리 마스크 팩 한 장도 카드로 결제” 서울 시내의 한 동네에서 12년째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 모 씨는 '카드'란 말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철물점 특성상 600원짜리 경첩 하나, 1,000원짜리 문풍지 하나씩을 파는 경우도 많은데, 손님이 카드 한 장만 들고 와서 내민다는 겁니다. 인근의 문구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어린 손님들이 400원짜리 지우개나 천 원짜리 편지지를 사면서도 카드로 결제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는 1.5%. 천 원을 팔면 15원은 고스란히 카드사에 줘야 합니다. 동네에서 15년째 화장품 가게를 운영해온 김영희 씨는 최근 불경기로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카드 수수료까지 꼬박꼬박 내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천 원짜리 마스크 수분 팩까지 카드로 사는 상황에서 손님들에게 카드를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카드사가 카드 수수료율이라도 조금 내려준다면 자영업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삶은 팍팍합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 월 매출은 2010년 평균 990만 원에서 2013년 877만 원으로 하락했고 대신 빚은 평균 7천130만 원에서 8천995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2012년에 이미 카드 수수료를 한 차례 내렸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자의 매출 규모에 비춰볼 때 카드 수수료는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수수료 인하
■ 3년 만에 수수료율 인하 결정…자영업자 “반색” 그래서 줄이기로 했습니다. 우선 연 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현재 1.5%에서 0.8%로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또 연 매출 2억 원에서 3억 원 사이 중소가맹점은 2%에서 1.3%로, 연 매출 10억 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은 평균 0.3% 포인트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선도 현재의 2.7%에서 2.5%로 내리고, 국세를 납부할 때 내는 수수료도 현행 1%에서 0.8%로 0.2%포인트 내리기로 했습니다.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영세가맹점의 경우 현재 1%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로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럴 경우 내년 1월 말부터 전국 카드 가맹점의 97%인 238만 곳에서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이 지난해 1.95%에서 내년에 1.8%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 매출 2억 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의 경우 연간 최대 140만 원, 연 매출 3억 원의 중소가맹점은 연간 최대 210만 원 정도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가맹점의 연간 수수료 부담액은 6천7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계산됩니다.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결정입니다. 실제로 취재하면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소식을 듣고 모두 다행이라고, 잘 된 결정이라고 반겼습니다. 다만 연 매출 3억 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의 경우 영세가맹점에 비해 수수료율 인하 폭이 작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또 연 매출이 3억 원이 넘더라도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안되는 건 마찬가진데, 단순히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에도 불만족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연 매출이 2억 9천9백만 원인 가맹점과 3억 백만 원인 가맹점이 있다면, 매출은 2백만 원 밖에 차이 안 나는데 오히려 카드 수수료는 2백만 원 넘게 차이 나게 된다며, 불합리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연 카드 매출 3억 원 이상의 가맹점도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카드
▲ 카드업계도 비상…연 매출 6,700억 원 어디서 메우나 카드업계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당장 내년부터 연 매출이 6천7백억 원이 줄어드는데, 이를 상쇄할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체 순이익이 1조 원가량이었는데 절반 넘게 순이익이 감소하는 셈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각 카드 업체들이 전략기획팀을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 의존도가 높은 삼성카드나 현대카드 같은 업체가 신한카드나 국민카드 같은 은행계 카드사들에 비해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조치가 "카드사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금리 인하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입니다.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기준금리는 연 2.5%였지만 현재는 1.5%까지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서 카드사가 발행하는 카드채 금리도 뚝 떨어졌습니다. '선 결제, 추후 지급'에 따른 자금 조달이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 비용의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자금을 조달할 금리가 떨어졌으니, 당연히 수수료도 줄여야 맞다는 겁니다. 또 다른 논리는 카드사의 매출 현황입니다. 경기 침체로 영세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계속 늘어서, 당기 순이익이 2012년 1조 3천억 원에서 2013년 1조 7천억 원, 지난해 2조 2천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6월부터 수수료 인하 방안을 논의할 때 여신협회를 중심으로 카드사 등이 직접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카드사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카드사의 반발도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카드 가맹점
▲ “내 카드 혜택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그래서 카드사들은 표면적으로 이번 정책에 반발하진 않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매출 감소에 대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런 카드 업계의 속앓이가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진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실제 지난 2012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한 차례 인하했을 때, 카드사들은 포인트 지급이나 할인 등 각종 카드 혜택을 대폭 줄였습니다.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내세웠던 혜택들을 모든 카드업계가 다 함께 줄여서 수익 구조 악화를 막은 것이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카드사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카드사들은 일관되게 당장 부가 혜택을 줄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번 제시한 카드 부가 혜택은 5년 동안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현행법 때문이라도 안 된다는 게 카드사의 설명입니다. 또 당장 혜택을 줄이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손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내년 상반기가 지나고 나면 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혜택을 하나둘씩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카드사를 달랠 '당근책'도 준비했습니다. 5만 원 이하는 무서명 거래를 확대해서 서명에 따른 카드사의 비용을 절감시켜주기로 했습니다. 또 현행 5년인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도 5년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내년 초에 새로운 수수료 산정 기준이 적정한지 점검해서, 3년 뒤 다시 한 번 수수료율을 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 카드 수수료율 대폭 인하…영세 자영업자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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