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땅 도네츠크를 가다

입력 2015.11.07 (08:36) 수정 2015.11.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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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곳이 터키인데 흑해를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가운데 흑해로 돌출한 이곳이 크림 반도고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이 있습니다.

모두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지역입니다.

지난해 크림 의회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해 러시아로 편입할 것을 결정한 후,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도 독립 선언을 하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내전을 벌였는데요.

그러다가 지난 2월이었죠.

극적인 휴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휴전 합의 8개월이 넘도록 어찌 된 일인지 총성이 멎지 않고 있습니다.

분쟁의 땅 도네츠크 지역을 하준수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연안 쪽으로 가면 나타나는 국경.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경입니다.

국경을 넘어서자마자 포탄을 맞아 폐허가 된 집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1년반에 걸친 내전의 상흔입니다.

국경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도네츠크시.

인구 백만의 도네츠크시는 석탄 산업의 중심지이자 지난해 봄부터 내전이 시작된 후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난 비극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도네츠크 시내 중심에는 치열했던 교전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건물은 박물관인데 포격을 당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때마침 어린 학생들이 견학을 왔습니다.

<녹취> 나스찌아(초등학생) : "박물관이 이렇게 파괴된 걸 보니 슬프고 너무 무서워요."

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실험실 건물 지붕 위로 포탄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학교 측은 당시를 잊지 않겠다며 포탄의 잔해를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녹취> 콘스탄틴 마레니치(도네츠크 국립 기술대학교 부총장) : "학교 건물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다쳤을 때 학교는 한동안 마비 상태였습니다."

다리가 무너져 우회도로로 찾아간 도네츠크 공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집중 표적이 됐습니다.

포격으로 초토화된 공항 청사.

무너져 내린 호텔 건물에는 총탄 자국들이 선명합니다.

길바닥엔 박격포탄이 꽂혀 있고 기관총탄 탄피가 아직도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이곳 공항에서 맞은편 우크라이나 정부군 진지까지의 거리는 불과 1km 정도입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공항 건너편 지역에서는 요즘도 총격과 포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도네츠크 민병대 : "매일 우크라이나 쪽에서 사격을 합니다. 소형 화기도 있고 때로는 탱크 포탄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대응 사격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최근까지 공격이 계속됐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나옵니다.

키예프스크 지역은 내전 피해가 워낙 커 유령 마을처럼 변한 곳입니다.

주민들은 지난 8월까지도 민가에 포탄이 날아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류드밀라(주민) : "여기선 살 수가 없어요. 포탄이 날아 오고 전투가 계속되고 있어요."

지난 2월 1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프랑스 4개 나라 정상들이 17시간에 걸친 밤샘 협상을 통해 "민스크 합의"를 이끌어 냄에 따라 양측이 전면 휴전에 들어갔는데도, 총격과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유럽으로의 통합을 지지하는 이른바 '유로 마이단' 봉기가 일어나 정권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그러자, 이같은 친서방 움직임에 반감을 갖고 있던 크림반도가 지난해 3월 주민투표로 러시아로 귀속을 결정했고, 러시아는 이를 즉시 받아들였습니다.

이어 5월에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등 이른바 '돈바스' 지역이 독립을 선포했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독립을 결정한 배경에는, 주민들의 75%가 러시아어를 쓰는데도 정부가 우크라이나어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점과 서구화가 급격하게 추진됐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녹취> 데니스 푸쉴린(도네츠크인민공화국 인민 의회 의장) :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유럽이 아니라 러시아나 유라시아 연합 쪽과 협력하고 있 습니다. 유럽 기준을 따라가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돈바스 지역 독립이 단순한 영토 상실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절대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돈바스 지역 독립은 주요 산업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이 광산은 돈바스 지역에서도 질좋은 석탄이 생산되는 곳입니다.

이 광산도 지난해 7월 포격을 당한 뒤 이제 겨우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녹취> 알렉산드르 클리멘추크(광산 CEO) : "성공적으로 운영을 재개해서 하루 2천톤~2200톤의 석탄을 생산하고 있습 니다. 평균 수준이죠."

돈바스에는 우크라이나 석탄 광산의 70%가 몰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철강.중화학 공업 단지가 조성돼 있어서 '우크라이나의 심장' 이라고 불립니다.

돈바스의 면적은 우크라이나 전체의 5%지만, 우크라이나 국내 총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선 핵심 이익이 걸려 있고, 그만큼 교전이 치열했던 겁니다.

<녹취> 바실리 무드레쵸프(도네츠크 광산공학 공장장) : "지역 기업의 80%가 가동 중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 중이죠."

독립을 이미 선언한 돈바스 지역,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총격과 포격은 전투가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녹취> 나데즈다(도네츠크 시민) : "내 친척의 절반은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절반은 러시아 사람입니다. 우리가 누구죠? 우리는 모두 슬라브족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갈라질 수 있죠?"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숨진 사람은 8천 명 정도.

그리고 도네츠크시에서만 피난 간 50만 명 가운데 아직도 30만 명이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전쟁의 상처는 깊습니다.

<녹취> 스베틀라나 필리포비치(주민) : "많은 사람이 아이들을 총탄에, 위험에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림길에 선 흑해 연안 분쟁이 어떤 길로 접어들지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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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쟁의 땅 도네츠크를 가다
    • 입력 2015-11-07 09:13:00
    • 수정2015-11-07 11:54: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곳이 터키인데 흑해를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가운데 흑해로 돌출한 이곳이 크림 반도고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이 있습니다.

모두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지역입니다.

지난해 크림 의회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해 러시아로 편입할 것을 결정한 후,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도 독립 선언을 하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내전을 벌였는데요.

그러다가 지난 2월이었죠.

극적인 휴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휴전 합의 8개월이 넘도록 어찌 된 일인지 총성이 멎지 않고 있습니다.

분쟁의 땅 도네츠크 지역을 하준수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연안 쪽으로 가면 나타나는 국경.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경입니다.

국경을 넘어서자마자 포탄을 맞아 폐허가 된 집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1년반에 걸친 내전의 상흔입니다.

국경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도네츠크시.

인구 백만의 도네츠크시는 석탄 산업의 중심지이자 지난해 봄부터 내전이 시작된 후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난 비극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도네츠크 시내 중심에는 치열했던 교전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건물은 박물관인데 포격을 당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때마침 어린 학생들이 견학을 왔습니다.

<녹취> 나스찌아(초등학생) : "박물관이 이렇게 파괴된 걸 보니 슬프고 너무 무서워요."

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실험실 건물 지붕 위로 포탄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학교 측은 당시를 잊지 않겠다며 포탄의 잔해를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녹취> 콘스탄틴 마레니치(도네츠크 국립 기술대학교 부총장) : "학교 건물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다쳤을 때 학교는 한동안 마비 상태였습니다."

다리가 무너져 우회도로로 찾아간 도네츠크 공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집중 표적이 됐습니다.

포격으로 초토화된 공항 청사.

무너져 내린 호텔 건물에는 총탄 자국들이 선명합니다.

길바닥엔 박격포탄이 꽂혀 있고 기관총탄 탄피가 아직도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이곳 공항에서 맞은편 우크라이나 정부군 진지까지의 거리는 불과 1km 정도입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공항 건너편 지역에서는 요즘도 총격과 포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도네츠크 민병대 : "매일 우크라이나 쪽에서 사격을 합니다. 소형 화기도 있고 때로는 탱크 포탄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대응 사격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최근까지 공격이 계속됐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나옵니다.

키예프스크 지역은 내전 피해가 워낙 커 유령 마을처럼 변한 곳입니다.

주민들은 지난 8월까지도 민가에 포탄이 날아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류드밀라(주민) : "여기선 살 수가 없어요. 포탄이 날아 오고 전투가 계속되고 있어요."

지난 2월 1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프랑스 4개 나라 정상들이 17시간에 걸친 밤샘 협상을 통해 "민스크 합의"를 이끌어 냄에 따라 양측이 전면 휴전에 들어갔는데도, 총격과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유럽으로의 통합을 지지하는 이른바 '유로 마이단' 봉기가 일어나 정권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그러자, 이같은 친서방 움직임에 반감을 갖고 있던 크림반도가 지난해 3월 주민투표로 러시아로 귀속을 결정했고, 러시아는 이를 즉시 받아들였습니다.

이어 5월에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등 이른바 '돈바스' 지역이 독립을 선포했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독립을 결정한 배경에는, 주민들의 75%가 러시아어를 쓰는데도 정부가 우크라이나어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점과 서구화가 급격하게 추진됐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녹취> 데니스 푸쉴린(도네츠크인민공화국 인민 의회 의장) :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유럽이 아니라 러시아나 유라시아 연합 쪽과 협력하고 있 습니다. 유럽 기준을 따라가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돈바스 지역 독립이 단순한 영토 상실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절대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돈바스 지역 독립은 주요 산업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이 광산은 돈바스 지역에서도 질좋은 석탄이 생산되는 곳입니다.

이 광산도 지난해 7월 포격을 당한 뒤 이제 겨우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녹취> 알렉산드르 클리멘추크(광산 CEO) : "성공적으로 운영을 재개해서 하루 2천톤~2200톤의 석탄을 생산하고 있습 니다. 평균 수준이죠."

돈바스에는 우크라이나 석탄 광산의 70%가 몰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철강.중화학 공업 단지가 조성돼 있어서 '우크라이나의 심장' 이라고 불립니다.

돈바스의 면적은 우크라이나 전체의 5%지만, 우크라이나 국내 총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선 핵심 이익이 걸려 있고, 그만큼 교전이 치열했던 겁니다.

<녹취> 바실리 무드레쵸프(도네츠크 광산공학 공장장) : "지역 기업의 80%가 가동 중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 중이죠."

독립을 이미 선언한 돈바스 지역,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총격과 포격은 전투가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녹취> 나데즈다(도네츠크 시민) : "내 친척의 절반은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절반은 러시아 사람입니다. 우리가 누구죠? 우리는 모두 슬라브족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갈라질 수 있죠?"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숨진 사람은 8천 명 정도.

그리고 도네츠크시에서만 피난 간 50만 명 가운데 아직도 30만 명이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전쟁의 상처는 깊습니다.

<녹취> 스베틀라나 필리포비치(주민) : "많은 사람이 아이들을 총탄에, 위험에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림길에 선 흑해 연안 분쟁이 어떤 길로 접어들지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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