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불안 부추긴 ‘가공육’ 보도

입력 2015.11.08 (17:11) 수정 2015.11.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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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햄, 베이컨같은 가공육류와 돼지고기, 소고기같은 적색육을 암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물질로 분류했습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만큼 언론들은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는데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들이 가공육과 적색육에 대한 위험도를 부풀리거나 자극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가공육 관련 보도, 과연 적절했는지 김진희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질문>
김 기자, 가공육이나 육류 섭취가 지나치면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건 사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이목이 집중된 건 아무래도 권위있는 국제기구인 WHO가 발표했다는 점 때문이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조사가 있었고, 그때마다 산발적으로 관련 보도들이 나오면서 가공육, 적색육의 유해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가 800여건의 연구조사를 검토해 공식적으로 가공육, 적색육을 발암물질 군으로 분류하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언론들이 이를 주요뉴스로 보도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1군, 적색육을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각국 언론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이 소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주요뉴스로 보도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9 ( 10.26) : “세계보건기구 WHO가 베이컨과 햄 등의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 같은 1군 발암물질 수준으로 위험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녹취> YTN(10.26) : "WHO는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보고서에서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인터넷 언론과 주요 일간지들도 이소식을 기사화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10.27) : "WHO, 소시지-햄-붉은고기는 발암물질. 가공육 매일 50g 먹으면 대장암 발병률 18% 높아져."

언론들은 또 소비자들이 가공육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0.27) : "소비자 인터뷰:"뉴스를 보고 나니까 이걸 사야 될지 망설여지고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일부 학교가 급식에서 가공육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녹취> TV조선 뉴스쇼 판(10.27) : "발암 위험성까지 알려지자, 아예 식단에서 빼버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WHO 발표 이후 이틀만에 가공육 매출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녹취> SBS 8 뉴스(10.28) : "어제 하루 이마트의 가공육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17%나 감소했습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각각 18.4%와 15% 매출이 줄었습니다."

우려가 확산되자, 식품안전당국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녹취> 손문기(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 "(WHO 발표는) 과도한 가공육 섭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일 뿐, 가공육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질문>
가공육을 과도하게 먹지 말라는 것이지 먹지 말라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파장이 커진 건가요?

<답변>
우선, 가공육이 발암물질 1군이라고 보도하면서도 상당수 언론들은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 가공육을 다른 발암물질과 부적절하게 비교한 것도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리포트>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5개 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1군은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뜻이고, 4군은 발암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즉, 특정 인자가 발암원으로서 증거자료가 얼마나 충분한가에 따른 분류 체계일뿐, 위험의 크기를 비교하는 척도는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는 1군 발암물질로 118개를 분류했는데, 여기에는 술,담배,석면등 뿐 아니라 햇빛까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에 속하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가공육이 담배만큼 위험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10.27) : “소시지·햄, 담배만큼 위험한 발암물질”

<녹취> 헤럴드경제 : "햄이 발암물질, 담배-석면만큼 위험 '경악'"

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백혜진(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한양대 교수) : "(WHO 국제암연구소는) 그 증거가 얼마나 충분한지 그것을 평가해주는 기관이지. 담배, 술만큼 이런 식으로 위험하다 안하다를 평가하는 곳은 아니거든요. 근데 대부분 언론에서 헤드라인을 그렇게 뽑았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햄이나 소시지같은 것들이 담배만큼 발암성이 높단 말야? 이렇게 깜짝 놀라게끔 하는 정확성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보도자료와 함꼐 배포한 문답자료집을 통해
한해 가공육으로 인한 암 사망자는 3만4천 명, 흡연으로 인한 암 사망자는 백만 명이라며 결코 위험 수준이 같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두 개의 물질이 같은 군에 있다고 해서 서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 분류는 한 물질이 인체에 암을 유발하는지 여부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반영하는 것이지, 얼마나 암을 발전시킬 위험성이 강한지를 말하는게 아니다. 가공육이 흡연,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고 해서, 똑같은 수준으로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인터뷰> 심재억(과학기자협회장) : "WHO 발표 전문을 읽어보면, 어느 한부분도 의구심이 남는 부분이 없습니다. 외신이라든가 다른 보도를 준거삼아 보도할 게 아니고, WHO 발표 전문을 한번쯤 봤으면 그런 잘못된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그로 인한 충격이나 파장이 훨씬 적었을텐데 아직도 그런 관행이 좀 있어요."

<질문>
기자들이 좀 더 철저하게 WHO의 발표 자료들을 살폈더라면,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었을텐데요.

그런가 하면, 부적절한 용어 사용도 문제가 됐죠?

<답변>
네. 비과학적이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용어들이 기사에 사용되면서, 가공육 섭취의 불안감이 고조됐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언론들은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보도를 넘어 WHO가 규정한 ‘5대 발암물질’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10.26) : “가공육을 술과 석면, 비소, 담배와 함께 5대 발암물질로 규정한 겁니다.”

<녹취> YTN 뉴스(10.26) : “세계보건기구는 5대 위험 발암 물질로 가공육과 술, 석면과 비소, 담배를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WHO가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는 군별 분류만 하고 있을 뿐, 가공육, 술, 석면, 비소, 담배를 따로 묶어 ‘5대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한 내용은 없다고 식약처는 설명했습니다.

또, 일부 일간지와 인터넷 기사에선 가공육을 1군이 아닌 ‘1급’ 또는 ‘1등급’ 발암물질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부정확한 표현입니다.

<녹취> 식약처 보도자료 : "(WHO의 발표내용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1급, 1등급으로 번역되어 위해의 크기가 큰 순서에 따라 분류된 것으로 오해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

<인터뷰> 명승권(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 "1군이거든요. 사실 직역을 하면. 이것을 급으로 번역하면 1급 발암물질 이렇게 표현이 된단 말이죠. 그럼 먼저 일단 1급이라고 하면 굉장히 심각해 보이는거죠. 어떤 연구결과가 나왔을 때 너무 강조를 하면서 과장되게 해석될 위험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질문>
김 기자, 건강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려면 또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야 할까요?

<답변>
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위험을 부풀리는 것도 당연히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보도하는 것도 문제일텐데요,

언론들은, 독자와 시청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보도하고 철저한 검증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리포트>

<녹취>문화일보 (10.27) : "육가공업체, “하루 70개는 먹어야 탈 난다” 반박."

'가공육’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 일간지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햄의 경우, 하루 70개 이상은 먹어야 탈이 날 수 있는 정도인데, 육가공이 몸에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란 발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관계자의 말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어느 정도 크기의, 몇 그램의 햄을 뜻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주장만을 전한겁니다.

또, 지난 2일, 식약처가 가공육, 적색육 섭취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하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추가적인 검토없이 그 내용을 전했습니다.

<녹취> SBS 8뉴스(11.2) : "결론은 지금 섭취하는 양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경우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6g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가공육 6g이 과연 어느 정도 양인지 확인해 보고, 타당한 내용인지를 짚어봤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1.2) : "하지만 당국이 밝힌 '평균 섭취량 6g'이 변화된 식생활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공육 6g은 반찬으로 자주 먹는 작은 소시지의 1/3가량으로, 하루 3개만 먹어도 WHO 경고치를 넘습니다."

이같은 검증 노력과 함께 기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언론의 과제입니다.

<인터뷰> 주영기(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건강보도 자체는 기본적으로 과학적인 지식에 기반해서 과학적 지식이 갖는 핵심적 의미를 아주 쉬운 말로 정확한 단어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언론인들도 굉장히 전문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언론인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시작이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가공육 보도는 건강 관련 보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식품,혹은 건강과 관련한 내용은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욱 더 신중하고 정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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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해·불안 부추긴 ‘가공육’ 보도
    • 입력 2015-11-08 17:20:34
    • 수정2015-11-08 17: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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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햄, 베이컨같은 가공육류와 돼지고기, 소고기같은 적색육을 암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물질로 분류했습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만큼 언론들은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는데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들이 가공육과 적색육에 대한 위험도를 부풀리거나 자극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가공육 관련 보도, 과연 적절했는지 김진희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질문>
김 기자, 가공육이나 육류 섭취가 지나치면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건 사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이목이 집중된 건 아무래도 권위있는 국제기구인 WHO가 발표했다는 점 때문이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조사가 있었고, 그때마다 산발적으로 관련 보도들이 나오면서 가공육, 적색육의 유해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가 800여건의 연구조사를 검토해 공식적으로 가공육, 적색육을 발암물질 군으로 분류하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언론들이 이를 주요뉴스로 보도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을 1군, 적색육을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각국 언론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이 소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주요뉴스로 보도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9 ( 10.26) : “세계보건기구 WHO가 베이컨과 햄 등의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 같은 1군 발암물질 수준으로 위험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녹취> YTN(10.26) : "WHO는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보고서에서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인터넷 언론과 주요 일간지들도 이소식을 기사화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10.27) : "WHO, 소시지-햄-붉은고기는 발암물질. 가공육 매일 50g 먹으면 대장암 발병률 18% 높아져."

언론들은 또 소비자들이 가공육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0.27) : "소비자 인터뷰:"뉴스를 보고 나니까 이걸 사야 될지 망설여지고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일부 학교가 급식에서 가공육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녹취> TV조선 뉴스쇼 판(10.27) : "발암 위험성까지 알려지자, 아예 식단에서 빼버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WHO 발표 이후 이틀만에 가공육 매출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녹취> SBS 8 뉴스(10.28) : "어제 하루 이마트의 가공육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17%나 감소했습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각각 18.4%와 15% 매출이 줄었습니다."

우려가 확산되자, 식품안전당국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녹취> 손문기(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 "(WHO 발표는) 과도한 가공육 섭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일 뿐, 가공육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질문>
가공육을 과도하게 먹지 말라는 것이지 먹지 말라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파장이 커진 건가요?

<답변>
우선, 가공육이 발암물질 1군이라고 보도하면서도 상당수 언론들은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 가공육을 다른 발암물질과 부적절하게 비교한 것도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리포트>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5개 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1군은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뜻이고, 4군은 발암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즉, 특정 인자가 발암원으로서 증거자료가 얼마나 충분한가에 따른 분류 체계일뿐, 위험의 크기를 비교하는 척도는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는 1군 발암물질로 118개를 분류했는데, 여기에는 술,담배,석면등 뿐 아니라 햇빛까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에 속하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가공육이 담배만큼 위험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10.27) : “소시지·햄, 담배만큼 위험한 발암물질”

<녹취> 헤럴드경제 : "햄이 발암물질, 담배-석면만큼 위험 '경악'"

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백혜진(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한양대 교수) : "(WHO 국제암연구소는) 그 증거가 얼마나 충분한지 그것을 평가해주는 기관이지. 담배, 술만큼 이런 식으로 위험하다 안하다를 평가하는 곳은 아니거든요. 근데 대부분 언론에서 헤드라인을 그렇게 뽑았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햄이나 소시지같은 것들이 담배만큼 발암성이 높단 말야? 이렇게 깜짝 놀라게끔 하는 정확성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보도자료와 함꼐 배포한 문답자료집을 통해
한해 가공육으로 인한 암 사망자는 3만4천 명, 흡연으로 인한 암 사망자는 백만 명이라며 결코 위험 수준이 같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두 개의 물질이 같은 군에 있다고 해서 서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 분류는 한 물질이 인체에 암을 유발하는지 여부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반영하는 것이지, 얼마나 암을 발전시킬 위험성이 강한지를 말하는게 아니다. 가공육이 흡연,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고 해서, 똑같은 수준으로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인터뷰> 심재억(과학기자협회장) : "WHO 발표 전문을 읽어보면, 어느 한부분도 의구심이 남는 부분이 없습니다. 외신이라든가 다른 보도를 준거삼아 보도할 게 아니고, WHO 발표 전문을 한번쯤 봤으면 그런 잘못된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그로 인한 충격이나 파장이 훨씬 적었을텐데 아직도 그런 관행이 좀 있어요."

<질문>
기자들이 좀 더 철저하게 WHO의 발표 자료들을 살폈더라면,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었을텐데요.

그런가 하면, 부적절한 용어 사용도 문제가 됐죠?

<답변>
네. 비과학적이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용어들이 기사에 사용되면서, 가공육 섭취의 불안감이 고조됐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언론들은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보도를 넘어 WHO가 규정한 ‘5대 발암물질’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10.26) : “가공육을 술과 석면, 비소, 담배와 함께 5대 발암물질로 규정한 겁니다.”

<녹취> YTN 뉴스(10.26) : “세계보건기구는 5대 위험 발암 물질로 가공육과 술, 석면과 비소, 담배를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WHO가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는 군별 분류만 하고 있을 뿐, 가공육, 술, 석면, 비소, 담배를 따로 묶어 ‘5대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한 내용은 없다고 식약처는 설명했습니다.

또, 일부 일간지와 인터넷 기사에선 가공육을 1군이 아닌 ‘1급’ 또는 ‘1등급’ 발암물질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부정확한 표현입니다.

<녹취> 식약처 보도자료 : "(WHO의 발표내용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1급, 1등급으로 번역되어 위해의 크기가 큰 순서에 따라 분류된 것으로 오해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

<인터뷰> 명승권(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 "1군이거든요. 사실 직역을 하면. 이것을 급으로 번역하면 1급 발암물질 이렇게 표현이 된단 말이죠. 그럼 먼저 일단 1급이라고 하면 굉장히 심각해 보이는거죠. 어떤 연구결과가 나왔을 때 너무 강조를 하면서 과장되게 해석될 위험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질문>
김 기자, 건강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려면 또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야 할까요?

<답변>
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위험을 부풀리는 것도 당연히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보도하는 것도 문제일텐데요,

언론들은, 독자와 시청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보도하고 철저한 검증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리포트>

<녹취>문화일보 (10.27) : "육가공업체, “하루 70개는 먹어야 탈 난다” 반박."

'가공육’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 일간지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햄의 경우, 하루 70개 이상은 먹어야 탈이 날 수 있는 정도인데, 육가공이 몸에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란 발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관계자의 말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어느 정도 크기의, 몇 그램의 햄을 뜻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주장만을 전한겁니다.

또, 지난 2일, 식약처가 가공육, 적색육 섭취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하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추가적인 검토없이 그 내용을 전했습니다.

<녹취> SBS 8뉴스(11.2) : "결론은 지금 섭취하는 양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경우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6g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가공육 6g이 과연 어느 정도 양인지 확인해 보고, 타당한 내용인지를 짚어봤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1.2) : "하지만 당국이 밝힌 '평균 섭취량 6g'이 변화된 식생활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공육 6g은 반찬으로 자주 먹는 작은 소시지의 1/3가량으로, 하루 3개만 먹어도 WHO 경고치를 넘습니다."

이같은 검증 노력과 함께 기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언론의 과제입니다.

<인터뷰> 주영기(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건강보도 자체는 기본적으로 과학적인 지식에 기반해서 과학적 지식이 갖는 핵심적 의미를 아주 쉬운 말로 정확한 단어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언론인들도 굉장히 전문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언론인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시작이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가공육 보도는 건강 관련 보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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