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검출 0건의 비밀

입력 2015.11.08 (22:31) 수정 2015.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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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이윤옥(시민) : "믿고사는거죠. 친환경이니까 믿는다는 그거."

<녹취> 매장 직원 : "아직까지 한번도 (농약이) 나온적은 없어요."

<녹취> "검출이 대부분이 안되요. 농약을 아예 뿌려도 안나와요."

<오프닝>

지난해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는 2조 4천여억 원으로 지난 2009년 3조 4천여억 원보다 30%나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이뤄진 특별 단속으로 친환경 인증이 대거 취소된데다가 이 과정에서 불거진 소비자들의 '불신'이 원인이 된 건데요.

그런데 알고보니 불신을 살만한 진짜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하는 기관들이 농약검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검사기를 수년간 써온 사실이 드러난 건데요.

유명무실하게 이뤄지는 잔류 농약 검사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친환경농산물 판매대를 꼼꼼하게 살핍니다.

<녹취> "양파도 없어? 양파도 없어요? 표고도 없네"

잔류 농약이 있는 지를 검사하기 위해서 농산물 시료를 채취하는 겁니다.

이렇게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채취한 농산물 시료는 전문기관에서 별도의 정밀 검사를 거치게 됩니다.

<인터뷰> 고희숙(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 "가끔은 (농약이) 나와서 (친환경 인증이) 취소가 되는 경우들도 있고요."

지난 5월에는 이 단체가 모니터링하는 한 농협 로컬푸드매장의 무농약 인증 농산물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유미옥(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사무처장) : "매장에서 검출되지 않는 부분까지 저희가모니터링,감시를 하고 있다는데 로컬푸드나 친환경매장 농산물 모니터링에 의의가 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농약이 검출됐던 로컬푸드매장에 찾아가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매장 관리자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속성 검사기를 통해 판매 중인 모든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잔류 농약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출하농산물이 들어오기 전에 전수검사를 하고, 기준에 못미치면 농가들에게 설명을 하고 다시 한번 검사를 한다음에 합격을 한다음에야만 들어올수가 있고요."

그렇다면 지난 5월 정밀 검사때 농약 성분이 검출됐던 청경채는 속성검사기를 어떻게 통과했을까?

당시 속성 검사기의 기록을 확인하자 저해율 0%로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기록돼있습니다.

저해율은 농약이 효소와 반응하는 정도를 뜻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농약 농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매장 관계자는 정밀 검사때 나온 농약 성분을 속성 검사기가 찾아내지 못한 이유는 속성검사기가 검출하지 못하는 농약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나오는 농약이) 52가지밖에 안되서 거기에 해당되지 않은 부분이었고. (나중에 검출된) 농가에 출하 제재 조치를 했었고..."

지난해부터 이 매장에서 속성검사기를 통해 실시한 잔류농약 검사일지에는 합격이라는 단어만 빼곡합니다.

이 기간 동안 속성 검사기를 통해 잔류농약을 검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농협이 운영하는 다른 로컬푸드 매장의 상황도 확인해봤습니다.

동일한 속성검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로컬푸드 매장 5곳을 확인한 결과 농약이 검출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이거 혹시 문제나온적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한번도 나온적은 없지?) 네 없어요. 요즘은 농약 자체가 다 저농약으로 바뀌었잖아요."

한 매장에서는 속성검사기의 성능이 의심스러워서 농약 원액을 이용해 잔류 농약 검사를 해봤다고 말합니다.

<녹취> 로컬푸드 매장 관계자 : "한번도 안나오니까 저희가 농약을 직접 해봤는데 그건 나오더라고요. 진짜 생 농약으로도 해봤습니다."

문제가 된 속성검사기는 농산물 시료 하나를 검사하는데 30분이 가량 걸립니다.

농약 성분을 직접 측정하는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잘라 특정 효소에 넣어 가열한 뒤 그 반응성을 보는 방식입니다.

속성검사가 아닌 정밀검사의 경우 최소 3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결과를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농산물을 유통할 수 없습니다.

유통 현장에서 속성검사기가 널리 쓰이게 된 이윱니다.

<인터뷰> 박정훤(전북대 환경분석자원센터 연구원) : "속성검사는 말그대로 속성입니다. 빨리하기 위한 분석방법이고요. 특정 농약들에 대한 효소반응이 있을때만 가능하고요. 분석할 수 있는 종류가 많지 않고요."

취재진은 무농약 인증을 받은 오이에 농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농도로 희석한 농약을 충분히 뿌린 뒤 규정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속성검사를 해봤습니다.

재해율 30%까지가 허용 기준인데 재해율 10%가 나와서 합격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농가에서 출하 직전에 농약을 쓰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검사기의 잔류 농약 검출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국립농수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 파는 친환경 농산물의 잔류농약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매장 5곳에서 농약을 쓰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 15점을 무작위로 채취했습니다.

시험 결과 판매 중인 친환경 농산물 시료 15개 가운데 느타리 버섯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김현희(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농업연구사) : "검출된 내용을 말씀드리면 느타리 버섯에서 디플루벤조론이라는 농약성분이 검출되었는데요."

검출된 농약의 양은 식용으로 유통될 수 있는 허용치 이내였지만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농산물로 판매되서는 안되는 제품입니다.

<인터뷰> 김가영(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품질관리과) : "고의적으로 농약을 사용했으면 (친환경) 인증이 취소됩니다."

국내 전체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 농관원 검사에서는 시료 100개 가운데 평균 2,3개가 검출됩니다.

이처럼 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서 70여곳에 달하는데요.

대부분의 매장에서 농약을 농약검출 능력이 떨어지는 엉터리 검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농협은 문제가 된 속성검사기들이 모두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면서 잔류 농약 검사를 위한 다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오영덕(농협중앙회 식품유통부 팀장) : "속성검사기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고요. 한국농약식품안전센터와 협력하여 점검을 강화하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속성검사기는 농협 매장 뿐 아니라 상당수의 친환경 농산물 전문점에서도 사용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친환경농산물 전문점 관계자(음성변조) : "직매장이라든지 이런데서 보편적으로 쓰는것 같아요 많이들 쓰는것 같던데 이 제품을..."

농산물 판매점 뿐 아닙니다.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 역시 문제가 된 속성 검사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은 일선 학교의 보건 위생을 점검하는 시교육청 산하 기관입니다.

이 기관은 서울시내 초.중.고교 천 2백여곳에서 급식에 들어가는 농산물을 직접 제출 받아 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8천여건 올해는 지금까지 2천여건, 모두 만여건의 검사를 벌였지만 농약이 검출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진흥원은 속성검사기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일선 학교와 농산물 재배 농가의 경각심을 환기하는 효과는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이진임(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 급식지원과장) : "우리가 하고 있는 검사방법은 사전검사로서는 검출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교 현장에서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거고요."

취재진은 검사기를 납품한 업체가 어떤 입장인지를 듣기위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봤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녹취> "계십니까?"

해당 업체는 지난 9월 파산했고 직원들 역시 뿔뿔이 흩어진 뒤였습니다.

<녹취> 검사기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사무실이 이전한게 아니라 파산됐어요. (그럼 대표님하고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나요?) 없어요."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해당 업체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 직원은 속성검사기의 농약 검출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제조 업체의 직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검사기 업체 전직 직원(음성변조) : "검출이 대부분이 안되요. 농약을 아예 뿌려도 안나와요. 그만큼 문제가 많은거죠. 실제로 분석이 그만큼이 안되는데. 그런 농약이 분석이 된다고 과장홍보를 하는것도 있는거고요. 열 몇개밖에 검출이 안되는데 57개가 검출이 된다(고 하는거죠.)"

게다가 서울과 경기 등 광역 학교급식지원센터 역시 이 속성검사기를 사용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이 지난해 5월 학교급식 실태 감사에서 속성검사기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경기도는 올해 3월, 서울시는 올해 1월까지 해당 장비로 검사를 계속했습니다.

<녹취>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관계자 : "속성검사 자체가 어떻게 보면 면죄부도 주고 문제가 좀 있거든요. 많이요. 그래서 이것들을 오히려 안정성에 더 위험이 있겠다 싶어서 아예 폐지를 시켜버리고."

<인터뷰> 윤인필(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 "지난해까지는 속성검사를 일부 시행하긴 했습니다. 근데 속성검사가 아무래도 정밀검사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어서 자체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정밀검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농산물을 가공하는 식품 제약업계에서는 이 속성검사기가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지난 2013년 속성 검사기의 판매처 목록입니다.

전국의 단위 농협과 제약회사, 각종 식품가공 업체등 90여곳이 망라돼있습니다.

<녹취> 검사기 업체 전직 직원(음성변조) : "지금까지 판매한거, 저희가 판매한거 보면 천여대 납품됐어요. 엄청난거죠. 점유율은 거의 80% 이상이라고 보시면 돼요."

식품 관련 업계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이 속성검사기를 통해 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가 이뤄진 겁니다.

<녹취> 속성검사기 구입 식품 제조 업체(음성변조) : "잔류농약 참고용으로 쓰고 있거든요. 일단은 매번 검사기관에 맞길 수가 없으니까. (사용하면서 잔류농약이 나온 적 있나요?) 음.. 없어요."

잔류 농약 속성 검사에 문제가 드러나면서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새로운 속성 검사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시료의 전처리 시간을 줄이는 퀘쳐스법이라는 검사기법입니다.

<인터뷰> 김현희(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농업연구사) : "농약성분을 검출하기 위해서 추출하고 정제하고 농축하는 과정들이 필요했었거든요. 근데 퀘쳐스법은 그런 정제와 농축과정이 필요없는 방법입니다."

이 퀘쳐스법은 고가의 검사장비가 추가로 필요해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전문가들은 잔류농약 속성검사의 기준 역시 새로운 검사 방법에 따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식품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자의 안전과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 더 엄밀한 검증 방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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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 검출 0건의 비밀
    • 입력 2015-11-08 23:20:29
    • 수정2015-11-09 00:01:55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이윤옥(시민) : "믿고사는거죠. 친환경이니까 믿는다는 그거."

<녹취> 매장 직원 : "아직까지 한번도 (농약이) 나온적은 없어요."

<녹취> "검출이 대부분이 안되요. 농약을 아예 뿌려도 안나와요."

<오프닝>

지난해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는 2조 4천여억 원으로 지난 2009년 3조 4천여억 원보다 30%나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이뤄진 특별 단속으로 친환경 인증이 대거 취소된데다가 이 과정에서 불거진 소비자들의 '불신'이 원인이 된 건데요.

그런데 알고보니 불신을 살만한 진짜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하는 기관들이 농약검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검사기를 수년간 써온 사실이 드러난 건데요.

유명무실하게 이뤄지는 잔류 농약 검사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친환경농산물 판매대를 꼼꼼하게 살핍니다.

<녹취> "양파도 없어? 양파도 없어요? 표고도 없네"

잔류 농약이 있는 지를 검사하기 위해서 농산물 시료를 채취하는 겁니다.

이렇게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채취한 농산물 시료는 전문기관에서 별도의 정밀 검사를 거치게 됩니다.

<인터뷰> 고희숙(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 "가끔은 (농약이) 나와서 (친환경 인증이) 취소가 되는 경우들도 있고요."

지난 5월에는 이 단체가 모니터링하는 한 농협 로컬푸드매장의 무농약 인증 농산물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유미옥(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사무처장) : "매장에서 검출되지 않는 부분까지 저희가모니터링,감시를 하고 있다는데 로컬푸드나 친환경매장 농산물 모니터링에 의의가 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농약이 검출됐던 로컬푸드매장에 찾아가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매장 관리자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속성 검사기를 통해 판매 중인 모든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잔류 농약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출하농산물이 들어오기 전에 전수검사를 하고, 기준에 못미치면 농가들에게 설명을 하고 다시 한번 검사를 한다음에 합격을 한다음에야만 들어올수가 있고요."

그렇다면 지난 5월 정밀 검사때 농약 성분이 검출됐던 청경채는 속성검사기를 어떻게 통과했을까?

당시 속성 검사기의 기록을 확인하자 저해율 0%로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기록돼있습니다.

저해율은 농약이 효소와 반응하는 정도를 뜻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농약 농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매장 관계자는 정밀 검사때 나온 농약 성분을 속성 검사기가 찾아내지 못한 이유는 속성검사기가 검출하지 못하는 농약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나오는 농약이) 52가지밖에 안되서 거기에 해당되지 않은 부분이었고. (나중에 검출된) 농가에 출하 제재 조치를 했었고..."

지난해부터 이 매장에서 속성검사기를 통해 실시한 잔류농약 검사일지에는 합격이라는 단어만 빼곡합니다.

이 기간 동안 속성 검사기를 통해 잔류농약을 검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농협이 운영하는 다른 로컬푸드 매장의 상황도 확인해봤습니다.

동일한 속성검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로컬푸드 매장 5곳을 확인한 결과 농약이 검출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이거 혹시 문제나온적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녹취> 로컬푸드매장 관계자 : "(한번도 나온적은 없지?) 네 없어요. 요즘은 농약 자체가 다 저농약으로 바뀌었잖아요."

한 매장에서는 속성검사기의 성능이 의심스러워서 농약 원액을 이용해 잔류 농약 검사를 해봤다고 말합니다.

<녹취> 로컬푸드 매장 관계자 : "한번도 안나오니까 저희가 농약을 직접 해봤는데 그건 나오더라고요. 진짜 생 농약으로도 해봤습니다."

문제가 된 속성검사기는 농산물 시료 하나를 검사하는데 30분이 가량 걸립니다.

농약 성분을 직접 측정하는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잘라 특정 효소에 넣어 가열한 뒤 그 반응성을 보는 방식입니다.

속성검사가 아닌 정밀검사의 경우 최소 3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결과를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농산물을 유통할 수 없습니다.

유통 현장에서 속성검사기가 널리 쓰이게 된 이윱니다.

<인터뷰> 박정훤(전북대 환경분석자원센터 연구원) : "속성검사는 말그대로 속성입니다. 빨리하기 위한 분석방법이고요. 특정 농약들에 대한 효소반응이 있을때만 가능하고요. 분석할 수 있는 종류가 많지 않고요."

취재진은 무농약 인증을 받은 오이에 농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농도로 희석한 농약을 충분히 뿌린 뒤 규정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속성검사를 해봤습니다.

재해율 30%까지가 허용 기준인데 재해율 10%가 나와서 합격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농가에서 출하 직전에 농약을 쓰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검사기의 잔류 농약 검출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국립농수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 파는 친환경 농산물의 잔류농약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매장 5곳에서 농약을 쓰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 15점을 무작위로 채취했습니다.

시험 결과 판매 중인 친환경 농산물 시료 15개 가운데 느타리 버섯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김현희(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농업연구사) : "검출된 내용을 말씀드리면 느타리 버섯에서 디플루벤조론이라는 농약성분이 검출되었는데요."

검출된 농약의 양은 식용으로 유통될 수 있는 허용치 이내였지만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농산물로 판매되서는 안되는 제품입니다.

<인터뷰> 김가영(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품질관리과) : "고의적으로 농약을 사용했으면 (친환경) 인증이 취소됩니다."

국내 전체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 농관원 검사에서는 시료 100개 가운데 평균 2,3개가 검출됩니다.

이처럼 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서 70여곳에 달하는데요.

대부분의 매장에서 농약을 농약검출 능력이 떨어지는 엉터리 검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농협은 문제가 된 속성검사기들이 모두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면서 잔류 농약 검사를 위한 다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오영덕(농협중앙회 식품유통부 팀장) : "속성검사기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고요. 한국농약식품안전센터와 협력하여 점검을 강화하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속성검사기는 농협 매장 뿐 아니라 상당수의 친환경 농산물 전문점에서도 사용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친환경농산물 전문점 관계자(음성변조) : "직매장이라든지 이런데서 보편적으로 쓰는것 같아요 많이들 쓰는것 같던데 이 제품을..."

농산물 판매점 뿐 아닙니다.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 역시 문제가 된 속성 검사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은 일선 학교의 보건 위생을 점검하는 시교육청 산하 기관입니다.

이 기관은 서울시내 초.중.고교 천 2백여곳에서 급식에 들어가는 농산물을 직접 제출 받아 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8천여건 올해는 지금까지 2천여건, 모두 만여건의 검사를 벌였지만 농약이 검출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진흥원은 속성검사기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일선 학교와 농산물 재배 농가의 경각심을 환기하는 효과는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이진임(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 급식지원과장) : "우리가 하고 있는 검사방법은 사전검사로서는 검출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교 현장에서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거고요."

취재진은 검사기를 납품한 업체가 어떤 입장인지를 듣기위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봤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녹취> "계십니까?"

해당 업체는 지난 9월 파산했고 직원들 역시 뿔뿔이 흩어진 뒤였습니다.

<녹취> 검사기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사무실이 이전한게 아니라 파산됐어요. (그럼 대표님하고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나요?) 없어요."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해당 업체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 직원은 속성검사기의 농약 검출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제조 업체의 직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검사기 업체 전직 직원(음성변조) : "검출이 대부분이 안되요. 농약을 아예 뿌려도 안나와요. 그만큼 문제가 많은거죠. 실제로 분석이 그만큼이 안되는데. 그런 농약이 분석이 된다고 과장홍보를 하는것도 있는거고요. 열 몇개밖에 검출이 안되는데 57개가 검출이 된다(고 하는거죠.)"

게다가 서울과 경기 등 광역 학교급식지원센터 역시 이 속성검사기를 사용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이 지난해 5월 학교급식 실태 감사에서 속성검사기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경기도는 올해 3월, 서울시는 올해 1월까지 해당 장비로 검사를 계속했습니다.

<녹취>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관계자 : "속성검사 자체가 어떻게 보면 면죄부도 주고 문제가 좀 있거든요. 많이요. 그래서 이것들을 오히려 안정성에 더 위험이 있겠다 싶어서 아예 폐지를 시켜버리고."

<인터뷰> 윤인필(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단장) : "지난해까지는 속성검사를 일부 시행하긴 했습니다. 근데 속성검사가 아무래도 정밀검사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어서 자체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정밀검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농산물을 가공하는 식품 제약업계에서는 이 속성검사기가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지난 2013년 속성 검사기의 판매처 목록입니다.

전국의 단위 농협과 제약회사, 각종 식품가공 업체등 90여곳이 망라돼있습니다.

<녹취> 검사기 업체 전직 직원(음성변조) : "지금까지 판매한거, 저희가 판매한거 보면 천여대 납품됐어요. 엄청난거죠. 점유율은 거의 80% 이상이라고 보시면 돼요."

식품 관련 업계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이 속성검사기를 통해 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가 이뤄진 겁니다.

<녹취> 속성검사기 구입 식품 제조 업체(음성변조) : "잔류농약 참고용으로 쓰고 있거든요. 일단은 매번 검사기관에 맞길 수가 없으니까. (사용하면서 잔류농약이 나온 적 있나요?) 음.. 없어요."

잔류 농약 속성 검사에 문제가 드러나면서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새로운 속성 검사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시료의 전처리 시간을 줄이는 퀘쳐스법이라는 검사기법입니다.

<인터뷰> 김현희(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농업연구사) : "농약성분을 검출하기 위해서 추출하고 정제하고 농축하는 과정들이 필요했었거든요. 근데 퀘쳐스법은 그런 정제와 농축과정이 필요없는 방법입니다."

이 퀘쳐스법은 고가의 검사장비가 추가로 필요해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전문가들은 잔류농약 속성검사의 기준 역시 새로운 검사 방법에 따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식품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자의 안전과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 더 엄밀한 검증 방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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