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률 최저의 ‘마술’, 하지만 현실은…

입력 2015.11.12 (06:08) 수정 2020.06.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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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률 추이

청년 실업률 추이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분류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A(28)씨. 그는 취업자일까, 실업자일까?

우리나라 통계청 분류에 따르면 A는 취업자에 속한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근거해 노동시장을 나누는데, 일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10%를 웃돌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지난달 7.4%로 떨어졌다고 11일 통계청이 밝혔다. 전월보다는 0.5%포인트 떨어져 2013년 5월(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진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청년 실업률은 통계의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A처럼 통상적인 취업자로 보기 어렵지만, 통계상 취업자로 잡힌 인원이 변수다. ILO는 근로 형태를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대학교 4학년 학생이 구직활동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면, 역시 취업자로 분류된다. 학교에 다니고 있든지, 구직 활동을 하고 있든지 여부와 관계없이 취업자 기준만 갖추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한다.

또 실업자나 마찬가지인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면 실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10월 42만9000명보다 9.8% 가량 증가한 47만1000명을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는 토익 학원에 다니거나 고시를 준비하는 등 현재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다. 취업시장이 어려우면 소위 '스펙 쌓기'에 몰두하기 위해 잠시 원서 접수를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구직단념자로 분류돼 실업자 수에서 빠진다. 통계상 실업자가 줄어드는 착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의 질(質)도 관건이다. 지난달 일자리는 주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영화관 등 서비스 직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숙박에서 5만명, 사업서비스 10만4000명이 늘었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통계상 청년 실업률이 많이 떨어졌다지만 체감하는 실업률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통계상 허점도 있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대부분 단순 서비스 직종인 점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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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실업률 최저의 ‘마술’, 하지만 현실은…
    • 입력 2015-11-12 06:08:26
    • 수정2020-06-15 14:28:00
    사회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분류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A(28)씨. 그는 취업자일까, 실업자일까? 우리나라 통계청 분류에 따르면 A는 취업자에 속한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근거해 노동시장을 나누는데, 일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10%를 웃돌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지난달 7.4%로 떨어졌다고 11일 통계청이 밝혔다. 전월보다는 0.5%포인트 떨어져 2013년 5월(7.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진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청년 실업률은 통계의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A처럼 통상적인 취업자로 보기 어렵지만, 통계상 취업자로 잡힌 인원이 변수다. ILO는 근로 형태를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대학교 4학년 학생이 구직활동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면, 역시 취업자로 분류된다. 학교에 다니고 있든지, 구직 활동을 하고 있든지 여부와 관계없이 취업자 기준만 갖추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한다. 또 실업자나 마찬가지인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면 실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10월 42만9000명보다 9.8% 가량 증가한 47만1000명을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는 토익 학원에 다니거나 고시를 준비하는 등 현재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다. 취업시장이 어려우면 소위 '스펙 쌓기'에 몰두하기 위해 잠시 원서 접수를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구직단념자로 분류돼 실업자 수에서 빠진다. 통계상 실업자가 줄어드는 착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의 질(質)도 관건이다. 지난달 일자리는 주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영화관 등 서비스 직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숙박에서 5만명, 사업서비스 10만4000명이 늘었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통계상 청년 실업률이 많이 떨어졌다지만 체감하는 실업률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통계상 허점도 있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대부분 단순 서비스 직종인 점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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