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조희팔, 강태용 ‘적색수배’ 오락가락…진실은?

입력 2015.11.15 (11:11) 수정 2015.11.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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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오전 10시쯤, 중국 장쑤성 우시 시에서 조희팔의 2인자 강태용이 체포됐습니다. KBS가 이 사실을 단독 보도한 이후, 두목 조희팔과 강태용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죠. 기사에는 두 사람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인물'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인터폴 적색 수배', 경찰에 따르면 인터폴 적색 수배 요건은 이렇습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 폭력조직 중간보스 이상 조직폭력 사범, 다액(50억 원 이상) 경제사범, 기타 수사 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중요 사범. 조희팔과 강태용은 50억 원 이상 경제사범으로 분류되겠네요. 적색 수배 요건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과연 두 사람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을까요?

KBS 취재진은 강태용의 흔적을 추적하던 중, 강태용이 올해 가을까지 머물렀던 중국 칭다오에서 놀라운 증언을 들었습니다. 강태용이 이 지역에선 '김명수'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는데, 지난 8월쯤 한 한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현지 공안에 체포됐다는 겁니다.
강태용, 혹은 김명수라는 인물을 붙잡았다는 중국 산둥성의 공안을 직접 찾았습니다. 그리고 강태용의 사진을 꺼내고 붙잡았는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강태용의 사진을 받아든 직원은 정확하게 알아주겠다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뒤 나온 그는 놀라운 대답을 내놨습니다. "체포할 수가 없었다. 인터폴 적색수배가 있어야 하는 데 없었다."

중국 공안중국 공안


믿기 힘든 이 발언은 과연 사실일까? 진위를 가리기 위해 경찰청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조희팔, 강태용에 대해 적색수배가 내려졌는지, 내려졌다면 언제 내려졌는지 물었습니다. 공문을 보낸 지 4일 만에 돌아온 답변은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대로 옮겨보죠.

"인터폴 수배에 관한 구체적인 수사 내용 및 관련 수사 서류는 공개 대상이 아님을 양지 바랍니다."

경찰은 강태용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수배 전단을 돌리고 공개수사를 한 주체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인터폴 수배 여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한쪽에선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선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진실은 무엇일까요?

공문내용공문내용

▲경찰청에서 온 공문 내용


자신들이 공개수배 해 놓고서, 적색 수배 여부를 못 알려준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게다가 경찰은 강태용이 지난 8월에 체포됐단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10일 잡혔다는 내용도 중국 공안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했습니다. 정말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평소 수배자 관리가 어땠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경찰은 "중국 공안이 알려주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물어봤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잡은 게 10일 오전, 언론 보도는 11일 저녁 9시. 검찰에서 중국 공안과 강태용 한국 송환을 논의하고 있던 33시간 동안 우리 경찰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두목 조희팔은 어떨까요?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조희팔 수배가 해제됐었는데 지난달 다시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관계자는 이 말을 증명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확답을 회피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2012년 조희팔이 죽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터폴 적색 수배를 해제한 것도 이즈음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조희팔이 '살아있다면' 그는 최근 2~3년 동안은 정말 자유로웠을 겁니다. 적색 수배마저 해제됐으니 정말 거리낄 게 없었겠죠. 그런데 지난달 다시 조희팔에 대한 적색 수배를 요청했습니다. 또한, 강태용 체포 이후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바꿨습니다. 경찰 스스로 수사 신뢰를 훼손한 셈입니다.

목격 종업원목격 종업원


지금도 중국에선 조희팔 목격담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수사라인에 있는 경찰관들은 분명 조희팔에게 뇌물을 받지도 않았고, 비호세력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수사에 적극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난 7년 전 사건 당시 있었던 사람도 아닌데,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생겨서 나한테 골치 아픈 문제를 물어보느냐...' 이 사건을 취재하며 올해 1월부터 숱한 경찰관들을 접한 솔직한 제 느낌입니다.

피해자들은 수사관 중에 여전히 조희팔 비호세력이 많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부풀어가는 의심은 모두 경찰이 자초한 일입니다.

[연관 기사]
☞ [시사기획 창] 추적! 조희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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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조희팔, 강태용 ‘적색수배’ 오락가락…진실은?
    • 입력 2015-11-15 11:11:05
    • 수정2015-11-15 15:44:20
    취재후·사건후
지난달 10일 오전 10시쯤, 중국 장쑤성 우시 시에서 조희팔의 2인자 강태용이 체포됐습니다. KBS가 이 사실을 단독 보도한 이후, 두목 조희팔과 강태용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죠. 기사에는 두 사람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인물'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인터폴 적색 수배', 경찰에 따르면 인터폴 적색 수배 요건은 이렇습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 폭력조직 중간보스 이상 조직폭력 사범, 다액(50억 원 이상) 경제사범, 기타 수사 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중요 사범. 조희팔과 강태용은 50억 원 이상 경제사범으로 분류되겠네요. 적색 수배 요건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과연 두 사람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을까요?

KBS 취재진은 강태용의 흔적을 추적하던 중, 강태용이 올해 가을까지 머물렀던 중국 칭다오에서 놀라운 증언을 들었습니다. 강태용이 이 지역에선 '김명수'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는데, 지난 8월쯤 한 한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현지 공안에 체포됐다는 겁니다.
강태용, 혹은 김명수라는 인물을 붙잡았다는 중국 산둥성의 공안을 직접 찾았습니다. 그리고 강태용의 사진을 꺼내고 붙잡았는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강태용의 사진을 받아든 직원은 정확하게 알아주겠다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뒤 나온 그는 놀라운 대답을 내놨습니다. "체포할 수가 없었다. 인터폴 적색수배가 있어야 하는 데 없었다."

중국 공안


믿기 힘든 이 발언은 과연 사실일까? 진위를 가리기 위해 경찰청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조희팔, 강태용에 대해 적색수배가 내려졌는지, 내려졌다면 언제 내려졌는지 물었습니다. 공문을 보낸 지 4일 만에 돌아온 답변은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대로 옮겨보죠.

"인터폴 수배에 관한 구체적인 수사 내용 및 관련 수사 서류는 공개 대상이 아님을 양지 바랍니다."

경찰은 강태용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수배 전단을 돌리고 공개수사를 한 주체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인터폴 수배 여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한쪽에선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선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진실은 무엇일까요?

공문내용
▲경찰청에서 온 공문 내용


자신들이 공개수배 해 놓고서, 적색 수배 여부를 못 알려준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게다가 경찰은 강태용이 지난 8월에 체포됐단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10일 잡혔다는 내용도 중국 공안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했습니다. 정말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평소 수배자 관리가 어땠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경찰은 "중국 공안이 알려주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물어봤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잡은 게 10일 오전, 언론 보도는 11일 저녁 9시. 검찰에서 중국 공안과 강태용 한국 송환을 논의하고 있던 33시간 동안 우리 경찰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두목 조희팔은 어떨까요?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조희팔 수배가 해제됐었는데 지난달 다시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관계자는 이 말을 증명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확답을 회피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2012년 조희팔이 죽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터폴 적색 수배를 해제한 것도 이즈음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조희팔이 '살아있다면' 그는 최근 2~3년 동안은 정말 자유로웠을 겁니다. 적색 수배마저 해제됐으니 정말 거리낄 게 없었겠죠. 그런데 지난달 다시 조희팔에 대한 적색 수배를 요청했습니다. 또한, 강태용 체포 이후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바꿨습니다. 경찰 스스로 수사 신뢰를 훼손한 셈입니다.

목격 종업원


지금도 중국에선 조희팔 목격담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수사라인에 있는 경찰관들은 분명 조희팔에게 뇌물을 받지도 않았고, 비호세력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수사에 적극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난 7년 전 사건 당시 있었던 사람도 아닌데,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생겨서 나한테 골치 아픈 문제를 물어보느냐...' 이 사건을 취재하며 올해 1월부터 숱한 경찰관들을 접한 솔직한 제 느낌입니다.

피해자들은 수사관 중에 여전히 조희팔 비호세력이 많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부풀어가는 의심은 모두 경찰이 자초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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