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 강사 매일 ‘몰카’…전신 촬영은 무죄 왜?

입력 2015.11.16 (13:25) 수정 2015.1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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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 강사 이모씨(남·36)는 지난 4월6일 오후 3시쯤 동네 횡단보도에서 짧은 치마 교복을 입고 모여 있는 여학생 4명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찍었다. 안양으로 이동한 이 씨는 오후 5시30분쯤 범계역 계단을 걸어올라가던 여학생의 치마 속도 역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 다음 날에도 4호선 전동차 안에서, 혹은 지하철역 계단에서 여성들의 허벅지를 찍었고, 치마 속을 찍었다.

처음 몰래 촬영을 시작한 4월6일부터 거의 매일 몰카를 찍던 이 씨는 한달 남짓 지난 5월12일 홍대입구역 계단에서도 여성의 특정부위를 찍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이 기간 동안 무려 58회나 여성의 치마 속이나 허벅지 등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 북부지방법원(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은 지하철 역사 등에서 수십차례 여성의 몸을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촬영한 사진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신사진이 아닌 부분사진이고, 모든 사진이 짧은 치마나 핫팬츠 차림이며, 통상적인 사야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촬영각도(하이앵글이나 로우앵글)로 촬영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유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초범인 점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은 유예했다.

◆ 전신 몰카는 무죄…왜?

하지만 이 씨가 촬영한 총 58장의 몰카 사진 중 16장은 ‘면죄부’를 받았다. 특정부위만 부각해 찍은 것이 아니고 전신을 촬영한 것이어서 성범죄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신이 찍힌 여성들 노출 정도가 흔히 볼 수 있는 통상적인 정도여서 과도한 노출에 이르지 않았고, 사람의 시야에 일반적으로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것으로 보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재경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시스루, 탱크 탑,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 여러 형태의 여성 패션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이와 같은 진화를 수용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적어도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촬영은 만약 특정 신체부위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돋보이지 않는다면 성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신촬영은 초상권과 같은 민사적 문제나 처벌입법 공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지 여성의 신체를 허락 없이 찍었다는 것만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찍은 것으로 보고 형사범죄 대상의 폭을 넓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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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학원 강사 매일 ‘몰카’…전신 촬영은 무죄 왜?
    • 입력 2015-11-16 13:25:22
    • 수정2015-11-16 14:36:43
    사회
미술학원 강사 이모씨(남·36)는 지난 4월6일 오후 3시쯤 동네 횡단보도에서 짧은 치마 교복을 입고 모여 있는 여학생 4명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찍었다. 안양으로 이동한 이 씨는 오후 5시30분쯤 범계역 계단을 걸어올라가던 여학생의 치마 속도 역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 다음 날에도 4호선 전동차 안에서, 혹은 지하철역 계단에서 여성들의 허벅지를 찍었고, 치마 속을 찍었다. 처음 몰래 촬영을 시작한 4월6일부터 거의 매일 몰카를 찍던 이 씨는 한달 남짓 지난 5월12일 홍대입구역 계단에서도 여성의 특정부위를 찍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이 기간 동안 무려 58회나 여성의 치마 속이나 허벅지 등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 북부지방법원(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은 지하철 역사 등에서 수십차례 여성의 몸을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촬영한 사진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신사진이 아닌 부분사진이고, 모든 사진이 짧은 치마나 핫팬츠 차림이며, 통상적인 사야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촬영각도(하이앵글이나 로우앵글)로 촬영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유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초범인 점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은 유예했다. ◆ 전신 몰카는 무죄…왜? 하지만 이 씨가 촬영한 총 58장의 몰카 사진 중 16장은 ‘면죄부’를 받았다. 특정부위만 부각해 찍은 것이 아니고 전신을 촬영한 것이어서 성범죄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신이 찍힌 여성들 노출 정도가 흔히 볼 수 있는 통상적인 정도여서 과도한 노출에 이르지 않았고, 사람의 시야에 일반적으로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것으로 보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재경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시스루, 탱크 탑,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 여러 형태의 여성 패션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이와 같은 진화를 수용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적어도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촬영은 만약 특정 신체부위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돋보이지 않는다면 성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신촬영은 초상권과 같은 민사적 문제나 처벌입법 공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지 여성의 신체를 허락 없이 찍었다는 것만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찍은 것으로 보고 형사범죄 대상의 폭을 넓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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