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간 2억·신장 1억 5천”…장기 밀매단 적발

입력 2015.11.23 (08:33) 수정 2015.11.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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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장기 밀매, 치안이 형편 없는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던 일이, 버젓이 우리 코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간 2억 원, 신장 1억 5천만 원...

이번에 적발된 장기 밀매 조직이 책정한 가격입니다.

신용불량자, 노숙자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이들의 꾐에 넘어갔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고아 청소년을 골라 장기 적출을 위한 인신매매까지 계획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중년 남성이 병원에 들어섭니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합니다.

건강검진 목적은 장기 기증이라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돈을 받고 자신의 신장을 팔러 온 겁니다.

모든 과정은 장기 밀매단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녹취> 조직원 : "다음다음 주 그때쯤 올라오셔서 입원하시면 될 거예요."

<녹취> 제공자 : "입원할 때, 그때 말씀하신 수술 전날 돈?"

<녹취> 조직원 : "네, 그때 현금으로 드릴 거예요."

밀매단을 통해 자신의 간을 팔기로 한 한 남성은 친구까지 이들에게 소개시켰습니다.

<녹취> 조직원 :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하는 거면 하시라고 하세요."

<녹취> 제공자 : "그럼 그때처럼 똑같이 간 기능 검사받고.."

<녹취> 조직원 : "친구분도 같은 거로 하세요?"

<녹취> 제공자 : "네, 똑같이. 그게 돈이 크니까."

이렇게 자신의 장기를 몰래 팔려고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람은 22명.

이 가운데 16명은 건강검진을 마치고 수술 날짜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대부분 당장 돈이 필요한데 마땅히 구할 방법이 없어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20대부터 50대까지 총 22명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렵고 신용불량자라든지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들 상대로 해서 했고”

이들은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장기 매매 스티커를 보고 스스로 연락해 온 사람들입니다.

간은 2억 원, 신장은 1억 5천만 원에 매매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정작 장기를 제공한 사람은 이 중 일부만 챙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중간에서 다 떼다 보면 실제 장기를 제공해준다는 사람한테 돌아가는 돈은 좀 적은 거죠. 보통 3천도 준다고 하기도 하고, 5천도 준다고 하고”

경찰이 적발해 낸 장기 밀매 조직은 조직원이 25명이나 됐습니다.

총책이 있고, 장기 팔 사람 모집책, 가짜 신분증 모집책 등 일을 분담하고, 점조직으로 움직였습니다.

단속을 피해 SNS와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특히, 총책 43살 노모 씨는 과거 자신의 장기를 직접 판 경험이 있어, 장기 밀매 과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총책은 10년 전에 이 사람이 자기의 신장을 3천만 원에 매매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걸 토대로 자기 잘 아는 지인하고 공모를 해서”

10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번엔 장기 매매 브로커를 하려 한 겁니다.

순수한 기증이 아닌 돈으로 인체 조직을 사고 파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이런 일반 장기 이식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사전 심사를 거쳐 승인을 해야만 가능합니다.

경찰은 밀매단이 센터 승인까지 받아 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큰 파장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찰은 밀매단이 특정 병원과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장기를 적출해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려면 그 중간 매개체가 병원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여러 가지 복잡한 경로를 여러 단계 거칠 것인데 그런 단계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만드는 대목이죠”

밀매단의 범죄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청소년 3명을 꾀어 낸 뒤, 장기 적출을 위해 팔아넘길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미성년자의 장기 기증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들과 혈액형이 같고 외모가 비슷한 다른 사람의 신분증까지 몰래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장기이식을 하고 없어지거나 사라져도 어디에 실종신고나 가출신고를 할 수 없는 그런 애를 구해봐라” 이래서 했던 애들이 이번에 피해자 3명. 고아 출신 3명이 대상이 되어가지고. 정말 시간을 오래 끌었으면 장기 적출을 강제로 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모 군은 모집책 중 한 명과 중학교 동창입니다.

2년 전, 김 군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위로를 해 주던 친구였습니다.

지난 9월, 새 거처를 마련해야 했던 김 군에게 친구가 선뜻 거처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음성변조) : "원래 지내던 집에서 나오게 됐는데 갑작스럽게. 친구 한 명이 “한 군데 빈집이 있는데 거기서 좀 지낼 생각이 있느냐? 돈 같은 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친구는 아르바이트도 소개해 줬습니다.

바로, 마약 운반책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음성변조) : “물건배달이라고, 돈 많이 준다고. “퀵서비스 같은 거다” 하시기에...... 손님 물건 손대고 하면 나중에 혼나니까 조용히 배달만 해주면 된다고 하셨거든요”

장기 밀매 일당은 김 군 등 3명이 숙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면서, 장기 적출 시기를 노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음성변조) : "들으면서 다리가 떨리고 많이 놀랐죠. 예전에는 누가 저한테 호의를 베풀어주면 “감사합니다” 이거였는데 요즘에는 “왜 나한테 잘해주지?” 이런 생각이......"

장기 밀매를 하다 적발되면 장기를 판 사람, 산 사람, 중간 연결책 모두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경찰은 실제 거래가 성사된 장기 밀매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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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간 2억·신장 1억 5천”…장기 밀매단 적발
    • 입력 2015-11-23 08:35:07
    • 수정2015-11-23 15:43:58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장기 밀매, 치안이 형편 없는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던 일이, 버젓이 우리 코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간 2억 원, 신장 1억 5천만 원...

이번에 적발된 장기 밀매 조직이 책정한 가격입니다.

신용불량자, 노숙자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이들의 꾐에 넘어갔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고아 청소년을 골라 장기 적출을 위한 인신매매까지 계획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중년 남성이 병원에 들어섭니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합니다.

건강검진 목적은 장기 기증이라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돈을 받고 자신의 신장을 팔러 온 겁니다.

모든 과정은 장기 밀매단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녹취> 조직원 : "다음다음 주 그때쯤 올라오셔서 입원하시면 될 거예요."

<녹취> 제공자 : "입원할 때, 그때 말씀하신 수술 전날 돈?"

<녹취> 조직원 : "네, 그때 현금으로 드릴 거예요."

밀매단을 통해 자신의 간을 팔기로 한 한 남성은 친구까지 이들에게 소개시켰습니다.

<녹취> 조직원 :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하는 거면 하시라고 하세요."

<녹취> 제공자 : "그럼 그때처럼 똑같이 간 기능 검사받고.."

<녹취> 조직원 : "친구분도 같은 거로 하세요?"

<녹취> 제공자 : "네, 똑같이. 그게 돈이 크니까."

이렇게 자신의 장기를 몰래 팔려고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람은 22명.

이 가운데 16명은 건강검진을 마치고 수술 날짜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대부분 당장 돈이 필요한데 마땅히 구할 방법이 없어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20대부터 50대까지 총 22명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렵고 신용불량자라든지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들 상대로 해서 했고”

이들은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장기 매매 스티커를 보고 스스로 연락해 온 사람들입니다.

간은 2억 원, 신장은 1억 5천만 원에 매매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정작 장기를 제공한 사람은 이 중 일부만 챙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중간에서 다 떼다 보면 실제 장기를 제공해준다는 사람한테 돌아가는 돈은 좀 적은 거죠. 보통 3천도 준다고 하기도 하고, 5천도 준다고 하고”

경찰이 적발해 낸 장기 밀매 조직은 조직원이 25명이나 됐습니다.

총책이 있고, 장기 팔 사람 모집책, 가짜 신분증 모집책 등 일을 분담하고, 점조직으로 움직였습니다.

단속을 피해 SNS와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특히, 총책 43살 노모 씨는 과거 자신의 장기를 직접 판 경험이 있어, 장기 밀매 과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총책은 10년 전에 이 사람이 자기의 신장을 3천만 원에 매매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걸 토대로 자기 잘 아는 지인하고 공모를 해서”

10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번엔 장기 매매 브로커를 하려 한 겁니다.

순수한 기증이 아닌 돈으로 인체 조직을 사고 파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이런 일반 장기 이식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사전 심사를 거쳐 승인을 해야만 가능합니다.

경찰은 밀매단이 센터 승인까지 받아 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큰 파장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찰은 밀매단이 특정 병원과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 “장기를 적출해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려면 그 중간 매개체가 병원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여러 가지 복잡한 경로를 여러 단계 거칠 것인데 그런 단계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만드는 대목이죠”

밀매단의 범죄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청소년 3명을 꾀어 낸 뒤, 장기 적출을 위해 팔아넘길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미성년자의 장기 기증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들과 혈액형이 같고 외모가 비슷한 다른 사람의 신분증까지 몰래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장기이식을 하고 없어지거나 사라져도 어디에 실종신고나 가출신고를 할 수 없는 그런 애를 구해봐라” 이래서 했던 애들이 이번에 피해자 3명. 고아 출신 3명이 대상이 되어가지고. 정말 시간을 오래 끌었으면 장기 적출을 강제로 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모 군은 모집책 중 한 명과 중학교 동창입니다.

2년 전, 김 군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위로를 해 주던 친구였습니다.

지난 9월, 새 거처를 마련해야 했던 김 군에게 친구가 선뜻 거처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음성변조) : "원래 지내던 집에서 나오게 됐는데 갑작스럽게. 친구 한 명이 “한 군데 빈집이 있는데 거기서 좀 지낼 생각이 있느냐? 돈 같은 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친구는 아르바이트도 소개해 줬습니다.

바로, 마약 운반책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음성변조) : “물건배달이라고, 돈 많이 준다고. “퀵서비스 같은 거다” 하시기에...... 손님 물건 손대고 하면 나중에 혼나니까 조용히 배달만 해주면 된다고 하셨거든요”

장기 밀매 일당은 김 군 등 3명이 숙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면서, 장기 적출 시기를 노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음성변조) : "들으면서 다리가 떨리고 많이 놀랐죠. 예전에는 누가 저한테 호의를 베풀어주면 “감사합니다” 이거였는데 요즘에는 “왜 나한테 잘해주지?” 이런 생각이......"

장기 밀매를 하다 적발되면 장기를 판 사람, 산 사람, 중간 연결책 모두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경찰은 실제 거래가 성사된 장기 밀매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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