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박보영’ 같은 기자…진짜 있을까?

입력 2015.12.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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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희 평론가: 영화 속에는 다양한 직업이 나오죠. 검사도 나오고 형사도 나오고 의사도 나오는데 요즘 한국 영화 보니까 유난히 기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거 같지 않아요

박은영 아나운서: 맞아요. 예전에도 종종 등장하곤 했었는데 요즘 들어서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어요.

최: 그렇습니다. 기자들의 세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면의 모습이 있긴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한국영화들 보면 실제 기자들의 세계와 얼마나 닮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박: 그러고 보니까 최평론가님도 기자 출신이잖아요

최: 그래서 저도 방송국에서 5년 전문지에서 7년 해가지고 12년 정도 기자 생활 했는데 아무래도 그래서 그런지 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 좀 관심있게 보는 거 같습니다.

박: 기자 평론가가 바라본 영화 속 기자들의 세계 이거 재밌겠는데요

최: 한국 영화속의 기자들의 모습 실제 기자들과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지 까칠한 시선에서 짚어봅니다.

[‘소품’에 불과했던 기자들...주인공으로 나서다]

그 동안에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기자들은 사실상 소품에 가까웠죠. 우르르르 몰려들었다가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 아주 전형적입니다.

박: 맞아요. 이런 비유가 적절할진 모르겠지만 약간은 비열한 캐릭터인 경우도 적지 않았죠.

최: 그 비열한 캐릭터 기자의 정점을 찍은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죠. 최근 개봉한 내부자들입니다.

박: 이 영화속에서 기자라면 백윤식씨가 맡은 논설 주간. 사실 논설 주간도 기자긴 하죠

최: 기사를 쓰면 다 기자죠. 우수 신문인 조국일보의 논설주간 이강희. 정치권과 재벌을 연결시켜주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지키면서 정치 깡패까지 악용하는 비열함의 극단을 보여주죠.

박: 최평론가님이 보시기에 저런 기자들이 실제로 있나요

[ 내부자들 ‘이강희’...개연성 있는 캐릭터 ]

최: 영화는 영화니까 물론 이강희 같은 인물은 상당히 극단화된 캐릭터긴 하죠. 하지만 언론인으로 일하다가 정치권으로 넘어가는 분들 실제로 적지 않잖아요. 나름 개연성있는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박: 그러고 보니까 최근에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 한 편이 떠오르네요. 조정석씨가 주연을 맡았던 특종 량첸살인기라는 영화죠

[특종:량첸 살인기...지나치게 ‘희화화’ ]

최: 네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조정석이 맡은 허무혁이라는 인물이 방송국 기자로 나오는데요. 허무혁 기자가 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린 기사를 쓰는 바람에 정직 처분을 받고요.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특종을 노린다 이런 설정이었죠. 제가 기자생활 할 때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기자들의 세계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까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박: 어떤 부분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시나요

최: 영화 속의 허무혁 기자가 제보 전화 한 통을 받고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집에 몰래 들어가게 됩니다. 근데 거기서 노트 하나를 발견하게 되죠. 근데 이거를 그냥 보도해버리는 겁니다

박: 그걸 보도하려면 제 상식에도 확인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최: 당연하죠. 노트의 주인이 실제로 살인 용의자라는 것을 일단 확인해야 하고요. 확인이 안 된다고 할지라도 살인 용의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저렇게 노트 쪼가리 하나만 가지고 특종입네 보도하는 거 이거 사실상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겠죠.

박: 절대 안되죠. 그러다가 생사람 잡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러고 보니까 지난 주에 개봉한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도 박보영씨가 언론사 수습 기자로 나오죠.

[‘박보영’ 같은 수습기자? 글쎄...]

최: 네 맞습니다 연예부의 수습기자죠.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병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 여성인데요. 호랑이 같은 부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정재영씨가 연기한 하재관 부장입니다

박: 그러면 이 영화는 기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잘 그렸나요

최;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수습기자한테 부장이 직접 취재 지시를 내리는 설정부터가 비현실적이죠. 실제로는 수습기자한테는 선임 기자가 따로 있어서 선임의 지시를 받게 되어있습니다.

박: 그런데 박보영씨와 정재영씨의 대립 구도를 중심에 놓으려다 보니까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이 됐군요.

최: 네 게다가 경쟁사의 선배가 박보영이 연기한 도라희 기자가 특종을 하도록 아주 살신성인으로 도와주는 설정이 나오는데요. 이거 실제 취재 현장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박: 말도 안되죠 근데 영화적인 재미를 위한 과장이다 이렇게 봐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최: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만 한 직업 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디테일은 그래도 조금 알고 시나리오를 쓰는게 좋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박: 영화속 기자들의 모습을 살펴봤는데 영화는 그냥 영화다 라는 결론인 거 같고 그렇다면 최평론가님께서 보시기에 영화 속에서 가장 실제 기자와 가깝게 연출 된 영화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소수의견’ 속 김옥빈...실제 기자와 흡사 ]

최: 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서는요 소수의견이라는 영화가 있었죠. 거기에서 김옥빈씨가 연기한 수경이라는 인물이 실제 기자하고 많이 닮아있습니다. 나름대로 정의감을 가지고 취재원하고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다가 그 취재원으로부터 특종을 잡게 되죠. 근데 취재원이 그걸 쓰면 안 된다 라고 얘기 했는데도 씁니다. 아마도 실제 기자들도 그 상황에서는 썼을 겁니다

박: 최평론가님도 그 상황이었으면

최: 쓰죠. 그게 기자의 본능이거든요

박: 기자의 모습이 악어새 같은 모습 박쥐 같은 모습 그리고 월급쟁이를 받는 모습 다양한 기자의 모습들이 나오고 있는데 문득 궁금해지네요. 우리 최평론가님께서는 기자 시절에는 어떤 기자였을지요.

최: 당연히 상상이 안되세요? 시대를 고민하면서 크 정의감에 불타는 기사형 기자입니다

박: 아 정말요

최: 믿거나 말거나

박: 그때 당시에도 굉장히 까칠했을거 같긴 해요

최: 그때도 친구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박: 제가 친구 해드릴게요. 지금까지 까칠한 평론가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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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시선] ‘박보영’ 같은 기자…진짜 있을까?
    • 입력 2015-12-01 20:16:08
    까칠한 시선
 최강희 평론가: 영화 속에는 다양한 직업이 나오죠. 검사도 나오고 형사도 나오고 의사도 나오는데 요즘 한국 영화 보니까 유난히 기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거 같지 않아요 박은영 아나운서: 맞아요. 예전에도 종종 등장하곤 했었는데 요즘 들어서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어요. 최: 그렇습니다. 기자들의 세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면의 모습이 있긴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한국영화들 보면 실제 기자들의 세계와 얼마나 닮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박: 그러고 보니까 최평론가님도 기자 출신이잖아요 최: 그래서 저도 방송국에서 5년 전문지에서 7년 해가지고 12년 정도 기자 생활 했는데 아무래도 그래서 그런지 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 좀 관심있게 보는 거 같습니다. 박: 기자 평론가가 바라본 영화 속 기자들의 세계 이거 재밌겠는데요 최: 한국 영화속의 기자들의 모습 실제 기자들과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지 까칠한 시선에서 짚어봅니다. [‘소품’에 불과했던 기자들...주인공으로 나서다] 그 동안에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기자들은 사실상 소품에 가까웠죠. 우르르르 몰려들었다가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 아주 전형적입니다. 박: 맞아요. 이런 비유가 적절할진 모르겠지만 약간은 비열한 캐릭터인 경우도 적지 않았죠. 최: 그 비열한 캐릭터 기자의 정점을 찍은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죠. 최근 개봉한 내부자들입니다. 박: 이 영화속에서 기자라면 백윤식씨가 맡은 논설 주간. 사실 논설 주간도 기자긴 하죠 최: 기사를 쓰면 다 기자죠. 우수 신문인 조국일보의 논설주간 이강희. 정치권과 재벌을 연결시켜주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지키면서 정치 깡패까지 악용하는 비열함의 극단을 보여주죠. 박: 최평론가님이 보시기에 저런 기자들이 실제로 있나요 [ 내부자들 ‘이강희’...개연성 있는 캐릭터 ] 최: 영화는 영화니까 물론 이강희 같은 인물은 상당히 극단화된 캐릭터긴 하죠. 하지만 언론인으로 일하다가 정치권으로 넘어가는 분들 실제로 적지 않잖아요. 나름 개연성있는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박: 그러고 보니까 최근에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 한 편이 떠오르네요. 조정석씨가 주연을 맡았던 특종 량첸살인기라는 영화죠 [특종:량첸 살인기...지나치게 ‘희화화’ ] 최: 네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조정석이 맡은 허무혁이라는 인물이 방송국 기자로 나오는데요. 허무혁 기자가 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린 기사를 쓰는 바람에 정직 처분을 받고요.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특종을 노린다 이런 설정이었죠. 제가 기자생활 할 때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기자들의 세계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까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박: 어떤 부분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시나요 최: 영화 속의 허무혁 기자가 제보 전화 한 통을 받고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집에 몰래 들어가게 됩니다. 근데 거기서 노트 하나를 발견하게 되죠. 근데 이거를 그냥 보도해버리는 겁니다 박: 그걸 보도하려면 제 상식에도 확인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최: 당연하죠. 노트의 주인이 실제로 살인 용의자라는 것을 일단 확인해야 하고요. 확인이 안 된다고 할지라도 살인 용의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저렇게 노트 쪼가리 하나만 가지고 특종입네 보도하는 거 이거 사실상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겠죠. 박: 절대 안되죠. 그러다가 생사람 잡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러고 보니까 지난 주에 개봉한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도 박보영씨가 언론사 수습 기자로 나오죠. [‘박보영’ 같은 수습기자? 글쎄...] 최: 네 맞습니다 연예부의 수습기자죠.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병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 여성인데요. 호랑이 같은 부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정재영씨가 연기한 하재관 부장입니다 박: 그러면 이 영화는 기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잘 그렸나요 최;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수습기자한테 부장이 직접 취재 지시를 내리는 설정부터가 비현실적이죠. 실제로는 수습기자한테는 선임 기자가 따로 있어서 선임의 지시를 받게 되어있습니다. 박: 그런데 박보영씨와 정재영씨의 대립 구도를 중심에 놓으려다 보니까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이 됐군요. 최: 네 게다가 경쟁사의 선배가 박보영이 연기한 도라희 기자가 특종을 하도록 아주 살신성인으로 도와주는 설정이 나오는데요. 이거 실제 취재 현장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박: 말도 안되죠 근데 영화적인 재미를 위한 과장이다 이렇게 봐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최: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만 한 직업 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디테일은 그래도 조금 알고 시나리오를 쓰는게 좋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박: 영화속 기자들의 모습을 살펴봤는데 영화는 그냥 영화다 라는 결론인 거 같고 그렇다면 최평론가님께서 보시기에 영화 속에서 가장 실제 기자와 가깝게 연출 된 영화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소수의견’ 속 김옥빈...실제 기자와 흡사 ] 최: 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서는요 소수의견이라는 영화가 있었죠. 거기에서 김옥빈씨가 연기한 수경이라는 인물이 실제 기자하고 많이 닮아있습니다. 나름대로 정의감을 가지고 취재원하고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다가 그 취재원으로부터 특종을 잡게 되죠. 근데 취재원이 그걸 쓰면 안 된다 라고 얘기 했는데도 씁니다. 아마도 실제 기자들도 그 상황에서는 썼을 겁니다 박: 최평론가님도 그 상황이었으면 최: 쓰죠. 그게 기자의 본능이거든요 박: 기자의 모습이 악어새 같은 모습 박쥐 같은 모습 그리고 월급쟁이를 받는 모습 다양한 기자의 모습들이 나오고 있는데 문득 궁금해지네요. 우리 최평론가님께서는 기자 시절에는 어떤 기자였을지요. 최: 당연히 상상이 안되세요? 시대를 고민하면서 크 정의감에 불타는 기사형 기자입니다 박: 아 정말요 최: 믿거나 말거나 박: 그때 당시에도 굉장히 까칠했을거 같긴 해요 최: 그때도 친구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박: 제가 친구 해드릴게요. 지금까지 까칠한 평론가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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