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정전 사태…갈등 불씨 여전

입력 2015.12.05 (08:36) 수정 2015.12.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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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특파원현장보고에서 내전의 상흔이 짙게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소식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내전을 촉발시킨 크림반도에 지난달 22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났습니다.

독립 반대 세력이 송전 시설을 공격해 벌어진 일인데요, 지금도 주민 수십 만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해 암흑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는 크림반도, 하준수 특파원이 긴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 찾은 크림 반도.

크림의 수도인 심페로폴 중심가로 진입할수록 어둠이 짙어집니다.

가로등마저 꺼져버린 주택가.

한 가정집에 들어가니 희미한 촛불에 의지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있습니다.

어머니는 난방이나 가사 일도 문제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빅토리아(가정주부) : "아이들이 숙제를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죠 촛불은 아이들의 눈을 상하게 하니까요."

대형 쇼핑센터는 건물 내부에만 전기가 들어와 불빛이 없는 외부는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전기 사정이 더욱 나빠지는데, 외곽은 해가 지면 암흑 속에 빠져듭니다.

간간이 지나가는 자동차의 전조등 만이 잠깐 잠깐 어둠을 밝힙니다.

주민들은 손전등이나 양초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녹취> 니콜라이(건설 근로자) :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는데 전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전기가 없으니.."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국경 검문소입니다.

건너편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지난달 22일 폭발이 일어나 크림반도로 들어오는 송전선 4개가 파괴됐습니다.

크림이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로 병합되는 것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송전선 복구 작업도 방해하면서 정전 사태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전 사태가 일어난 다음날 크림반도로 들어가는 식품과 화물 운송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교역 중단 조치로 국경을 오가는 화물 자동차는 더이상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이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행동에 맞서 크림정부는 화력 발전소 등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전체 전력 수요량의 60% 정도만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주민이 9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전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크림 정부는 전기를 이용하는 트롤리 버스 운행을 중단시키고, 지역별로 순차적인 정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녹취> 악쇼노프(크림 정부 수장) : "(정전) 일정표를 시민들에게 알려서 언제 집에 가서 전화를 충전할지 미리 계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 정부는 비상용 발전기 600대를 긴급 지원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연료 지원 등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크림반도 동쪽 끝에서 러시아 본토를 잇는 5.5km 바닷길은 생명선 역할을 합니다.

크림반도에 반드시 필요한 식량과 연료 등은 이 페리를 통해 공급되고 있습니다.

12량 짜리 유조 열차가 통째로 들어가는 대형 페리를 포함해 모두 6척의 수송 선박이 하루 30여 차례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오가며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때마침 지난 3일 새벽 러시아 남부에서 크림까지 이어지는 1단계 해저 송전선 공사가 완공됐습니다.

1차 송전선으로 전체 전력 수요량의 1/4 정도인 200MW가 공급되면서 숨통이 트였습니다.

<녹취> 노박(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 "모든 수단을 동원해 1단계 공사를 조속히 끝내도록 했고, 이달 안에 2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총 400mw가 크림에 공급될 것입니다."

17세기 이후 근대사에서 여러 차례 전쟁의 수난을 이겨낸 크림반도.

크림 사람들은 그래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영토 분쟁이 빚은 초유의 대규모 정전 사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해저 송전선이 모두 완공되는 이달말쯤이면 진정 국면에 접어들겠지만,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사이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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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정전 사태…갈등 불씨 여전
    • 입력 2015-12-05 09:06:08
    • 수정2015-12-05 10:01:2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얼마 전 특파원현장보고에서 내전의 상흔이 짙게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소식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내전을 촉발시킨 크림반도에 지난달 22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났습니다.

독립 반대 세력이 송전 시설을 공격해 벌어진 일인데요, 지금도 주민 수십 만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해 암흑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는 크림반도, 하준수 특파원이 긴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 찾은 크림 반도.

크림의 수도인 심페로폴 중심가로 진입할수록 어둠이 짙어집니다.

가로등마저 꺼져버린 주택가.

한 가정집에 들어가니 희미한 촛불에 의지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있습니다.

어머니는 난방이나 가사 일도 문제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빅토리아(가정주부) : "아이들이 숙제를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죠 촛불은 아이들의 눈을 상하게 하니까요."

대형 쇼핑센터는 건물 내부에만 전기가 들어와 불빛이 없는 외부는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전기 사정이 더욱 나빠지는데, 외곽은 해가 지면 암흑 속에 빠져듭니다.

간간이 지나가는 자동차의 전조등 만이 잠깐 잠깐 어둠을 밝힙니다.

주민들은 손전등이나 양초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녹취> 니콜라이(건설 근로자) :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는데 전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전기가 없으니.."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어지는 국경 검문소입니다.

건너편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지난달 22일 폭발이 일어나 크림반도로 들어오는 송전선 4개가 파괴됐습니다.

크림이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로 병합되는 것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송전선 복구 작업도 방해하면서 정전 사태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전 사태가 일어난 다음날 크림반도로 들어가는 식품과 화물 운송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교역 중단 조치로 국경을 오가는 화물 자동차는 더이상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이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행동에 맞서 크림정부는 화력 발전소 등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전체 전력 수요량의 60% 정도만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주민이 9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전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크림 정부는 전기를 이용하는 트롤리 버스 운행을 중단시키고, 지역별로 순차적인 정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녹취> 악쇼노프(크림 정부 수장) : "(정전) 일정표를 시민들에게 알려서 언제 집에 가서 전화를 충전할지 미리 계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 정부는 비상용 발전기 600대를 긴급 지원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연료 지원 등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크림반도 동쪽 끝에서 러시아 본토를 잇는 5.5km 바닷길은 생명선 역할을 합니다.

크림반도에 반드시 필요한 식량과 연료 등은 이 페리를 통해 공급되고 있습니다.

12량 짜리 유조 열차가 통째로 들어가는 대형 페리를 포함해 모두 6척의 수송 선박이 하루 30여 차례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오가며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때마침 지난 3일 새벽 러시아 남부에서 크림까지 이어지는 1단계 해저 송전선 공사가 완공됐습니다.

1차 송전선으로 전체 전력 수요량의 1/4 정도인 200MW가 공급되면서 숨통이 트였습니다.

<녹취> 노박(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 "모든 수단을 동원해 1단계 공사를 조속히 끝내도록 했고, 이달 안에 2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총 400mw가 크림에 공급될 것입니다."

17세기 이후 근대사에서 여러 차례 전쟁의 수난을 이겨낸 크림반도.

크림 사람들은 그래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영토 분쟁이 빚은 초유의 대규모 정전 사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해저 송전선이 모두 완공되는 이달말쯤이면 진정 국면에 접어들겠지만,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사이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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